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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3화 〉 [특별편]스타 주막의 체스 한 판!(2) (233/289)

〈 233화 〉 [특별편]스타 주막의 체스 한 판!(2)

* * *

탁. 타각.

고요한 홀에서는 체스 말들이 체스판을 질주하며 치열하게 움직였다.

강하 또한 그 공기에 압도되어, 숨을 죽이고 그들의 경기를 지켜보았으나. 얼마 가지 못해 지겨워졌다.

그래서.

“음....이고 머그면....고도리?(고스톱에서 매조 · 흑싸리 · 공산의 열 끗짜리 석 장으로 이루어지는 약)”

“어...어어...?”

심심삼아서 곁에 있던 마오에게 고스톱 규칙을 알려주며 화투를 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재미로 하고 있다가, 이왕 이렇게 된 거 마오에게 조금씩 져 가면서 용돈이나 줄까 싶어 판돈을 걸게 되었다.

그런데, 이 얘, 장난이 아니었다.

‘미...미친....! 아니 무슨 규칙을 겨우 외웠던 애가 똥 흔들고 4광에 청단, 홍단, 초단 먹고 쓰리고, 이제는 고도리까지 모았다고...? 시....심지어 나는 피박, 광박 콤보,,,?’(대충 조졌다는 말.)

서로 총합 1금 정도의 소지금으로 시작했던 화투가, 순식간에 끝나고 말았다.

“저 잘해써오?”

“아...음....너는 화투를 하면 안 되겠다.”

“에에?!”

얘는 풀어두면 안 돼.

괴물이 되어 버릴 거야....

눈을 반짝거리며 칭찬을 바랐던 마오에게는 미안했지만, 더 이상 마오가 화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가는 큰일이 날 것 같았다.

어디가서 손모가지 잘릴지도 몰러....

그렇게 식은땀을 흘리던 강하가 판을 정리하려던 그때.

“오! 드디어, 처음으로 경기가 끝난 조가 나왔습니다!”

“어라? 드디어 한 조가 끝났나 본데? 누구지?”

급하게 목소리를 올리는 파렌의 말이 강하의 귀에 들어왔다.

“첫 번째로 다음 경기로 갈 사람은 바로, 1조의 백설님!”

“어머~ 내가 이겨버렸네~”

“크...크흑....!”

그 곳에서는, 언제나 같은 미소를 짓는 백설과, 그 앞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류월의 모습이 보였다.

“부...분명 금방까지 이 몸이 이기고 있었는데....!”

그랬다.

분명히 류월은 초반을 강하게 가져가며 백설의 말을 하나씩 집어먹어 차이를 벌리고 있었다.

이대로 간다면, 분명히 자신의 승리는 확실해 보였다.

그 순간.

백설의 한 수.

미리 대기 시켜두었던 비숍(대각선으로만 움직일 수 있는 체스 말, 한 색 당 두 개씩 있으면 각각 하얀 무늬와 검은 무늬만 다닐 수 있다.)이 순식간에 왕의 목 아래까지 치고 들어왔다.

그제서야 백설의 수를 눈치챈 류월이었지만, 이미 왕이 빠져나갈 곳은 없었다.

완벽한 체크 메이트.

“류월이는 조금 더, 실력을 길러 오는 것이 좋겠네~”

“.....흥! 재미없군! 남은 빵이나 먹겠다!”

그렇게 첫 번째 탈락자가 정해졌다.

그리고.

“....항복.”

“우왓! 말씀드리는 순간! 4조에서 경기를 포기하는 선수가 나왔습니다!”

류월의 패배 선언 후 곧바로 누군가가 항복 선언을 외쳤다.

“음핫핫핫핫!! 역시 체스는 내가 잘한다니까?”

“...분해요! 기껏 도령...아니 셰프님과 같이 있을 기회였는데! 분해요오!”

향이는 마치 피눈물을 흘릴 것처럼 정말 분해하고 있었다.

수많은 접전이 있었다.

서로 간의 양보 없이 치열하게 공격하며, 한 치의 양보 없는 싸움이었다.

그러나, 향이에게는 아직 한 수가 모자랐다.

그 한 수를 눈치채고 잡아낸 것은, 바로 힐라였다.

“애플파이야 기다려라! 내가 간다!”

힐라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소리쳤다.

이렇게 다음 대결에 참여할 인원은 백설과 힐라.

그럼, 나머지 두 사람은?

“끄응....”

“으음....”

3조의 혁수와 벼루.

두 사람의 말판은 아주 처참했다.

웬만한 말은 대부분 먹혀, 두 사람에게 있는 말이라고는, 고작 폰(체스 앞줄을 채우는 보병. 제일 기본적인 말이다.) 1마리씩 말고는 킹만이 남아있는 상황.

하지만, 이 경기의 승자는 정해지고 말았다.

“아즈아아아아!!!!!!”

“흐아....”

혁수는 폰을 상대편의 제일 마지막 자리까지 옮겼다.

이 폰은 그닥 두드러지는 기능은 없었으나, 아주 특별한 규칙이 있었다.

바로, 내 폰을 상대편 본진 끝까지 밀어 넣으면, 자신이 원하는 말 하나와 교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바로 퀸을 소환!”

그렇기에 혁수는 곧바로 폰을 퀸(좌우, 상하, 대각선. 모든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는 체스에서 제일 사기적인 기물.)으로 바꾸어, 킹의 퇴로를 막았다.

“....졌어요.....”

“드디어....이겼다!”

자신의 폰이 상대편 본진으로 가려면 한참 남아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벼루는 결국, 경기를 포기하게 되었다.

수많은 패배는, 혁수를 짓눌렀지만.

그 후의 승리는 매우 값진 승리였다.

“두고 봐라! 나는 반드시 이긴다!”

“신났다 아주. 지보다 어린 동생 이겨서 좋으세요?”

“......”

승리에 취한 혁수가 신이 나서 소리치며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하자, 강하는 혁수에게 아주 깊은 돌직구를 때려 박았다.

“아..그....”

“그래서, 남은 팀은?”

“아니...내 말좀....”

그리고 마지막 조.

바로 창과 매화의 경기였다.

“..............”

“...나 안 해! 얘 뭐야? 나 답답해서 미치겠어!!!”

매화는 자리에서 일어나, 버럭 소리를 질렀다.

창과 매화가 승부를 벌인 체스판에는, 놀랍게도.

단 한 개의 말도 죽지 않았다.

아니, 그렇다기 보단...이제 막 경기를 시작한 지 5분쯤 될 정도로 전체적인 흐름이 초반이었다.

“진짜! 무슨 자기 차례가 되면, 한참을 고민하다가 겨우 하나 놓고, 또 자기 차례 오면 또! 이 짓을 지금 언제 동안 감당해?!”

그랬다.

창은 언제나 신중한 타입이었고, 생각이 많았다.

그래서 한 번, 한 번, 말을 놓을 때마다 그 간격이 매우 길었고, 그것을 지켜보던 매화가 답답해 미쳐버리고 마는 것이었다.

“음....딱히 시간제한을 걸어 두지는 않았지만, 너무 시간을 낭비하는 행위는 상대를 위한 매너...아니 배려가 없을 수 있으니......네....탈락.”

“..................”

그렇게 창은 처음부터 끝까지 입을 열지 않은 채로 탈락당하고 말았다.

그렇게 1차전이 끝나고.

준결승전이 시작되었다.

그 상대는?

“안녕~ 우리 혁수...?”

“....하필이면....”

힐라의 입가는 결국 가리지 못한 채로 하늘을 승천할 만큼 씰룩거렸다.

그와 반대로 혁수의 어깨는 땅에 가라앉을 것만큼 침울해져 있었다.

17연패를 당한 상대가, 하필 준결승 상대라니...

“....아니야! 난, 반드시 이겨서 결승으로 간다!”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래, 이건 운이 좋았다.

어차피 대회에서 꼭 이겨야 할 상대 아니던가.

“자! 이번에는 절대로 쉽게 지지 않을 겁니다!”

“그래~”

짝! 하는 소리를 내며 자기 뺨을 내려친 혁수는 비장한 각오를 다잡으며 힐라의 맞은편에 앉았다.

결과는?

“에헤헤~”

“.........”

뭐, 인생이란 게 원래 그런 거더라.

“이런 제엔장!!!!!”

“아, 이왕 나갈 거면 운동장 돌고 와~”

“아 쪼옴!”

서러움이 폭발한 혁수는 자리를 박차고 마당으로 향했다.

다음 경기.

백설과 매화의 경기가 시작되었다.

“좋아! 이번에는 내 실력을 확실히 보여주겠어!”

“후훗~”

금방까지 답답한 경기를 해왔던 매화는 시작부터 빠르게 말들을 공격적으로 움직였다.

“자! 자! 받아랏!”

그 덕에 백설의 말들은 빠른 속도로 소모되기 시작했다.

그렇게 백설이 지는 듯 보였으나.

‘어라....? 뭔가 이상한데.....?’

매화는 무언가, 미묘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분명, 자신이 이기고 있음은 변함이 없다.

그런데, 자꾸만 끝이 보이지 않는 늪으로 걸어 들어가는 듯한 감각이.

아.

“이...이런!”

“늦었단다~ 체크.”

어느새 킹의 옆으로 다가온 룩(십자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 말.).

“어...어서 킹을 움직여야...”

갑작스러운 체크에 당황한 매화는 우선, 체크 당한 킹을 위로 움직였으나.

그것이 패인이었다.

“자~ 체크메이트.”

존재감을 숨기고 있던 나이트와 폰이, 킹의 모든 경로를 차단한 상태였다.

“아...아아....”

매화도, 그렇게 체스 실력이 나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의 전략은 뛰어났고, 나쁘지 않게 몰아치고 있었다.

방심.

그 오만한 방심이 매화를 역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져..졌다...”

“즐거웠단다?”

그렇게, 결승전에 나갈 선수가 결정되었다.

*

그렇게 시작된 결승전.

선공은 힐라였다.

‘흠....백설님,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야. 평소처럼 달려들었다가는, 쳐놓은 덫에 걸릴 게 뻔해....일단, 간격을 두고 어떻게 나오시는지 보자.’

백설이 어떻게 매화를 이겼는지 보았던 힐라는, 신중하게 방어전으로 돌입했다.

그러나.

“어라? 그렇게 나오면....이렇게.”

“......어?”

그런 힐라의 전략을 유심히 지켜보던 백설은, 느닷없이 퀸을 정중앙에 놔두었다.

퀸.

체스에서 제일 강한 말.

그렇기에 누가 먼저 퀸을 먹이느냐가 경기에 막대한 승패를 가룰 만큼, 중요한 말이었다.

그런 퀸을, 대놓고 먹으라고 내놓는다?

‘....이상해...’

이상했다.

백설의 실수?

아니다.

분명히 계략이 있을 터.

“....큿!”

그렇기에 힐라는 대놓고 있는 퀸을 무시한 채, 말을 움직였다.

그리고 백설의 퀸은, 점점 대담하게 말들을 움직이며, 앞선 두 경기와는 다르게 매우 매섭게 힐라를 몰아치고 있었다.

“아...막아야 하는데....앗! 룩이 먹혔....! 비...비숍도!”

“후훗~”

혼란스러운 힐라가 뒤늦게 대응하기 시작했지만, 너무 늦어버렸다.

이미 자신의 중요한 말은, 백설에게 먹혀버린 후였다.

“.....뭔가 모르겠지만...엄청난데?”

그 광경을 보던 강하는 자세한 룰도 모르지만, 백설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뭐, 우물...당연한...쩝...것이지...냠..”

“류월?”

그런 강하 옆에서 빵을 우적우적 씹어 먹던 류월이 나타나 말했다.

“꿀꺽.....저리 보여도, 과거 인간 세계에 숨어서 살 때, 인간들의 마법 스승을 하거나, 군의 전략가 같은 일도 했으니 말이다. 나도 백설이 얼마나 다양한 지식을 알고 있는지 모른다.”

“허어....”

백설이 엄청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저 용의 힘과 마력뿐만이 아닌, 순수한 그녀의 지능 또한 놀라울 정도였다.

“어머, 끝났네?”

“말도...안...돼는...”

그렇게 백설은 단 하나의 말도 먹히지 않고, 승부에서 이기고 말았다.

“어....엇! 자! 이렇게 해서, 이번 체스 대회의 우승자는 바로....백설 님입니다!”

“어머나~ 기뻐라~”

잠시 입을 벌리고 경기를 지켜보던 파렌이 퍼뜩, 정신을 차려 백설을 가리키며 말했다.

“음....그럼, 내가 일주일 동안 저녁 메뉴를 정하는 거야?”

“엄....그렇게 되네요? 그래서, 어떤 요리가 좋으신가요?”

“음.....그럼, 난 괜찮으니. 나머지 아이들에게 하루씩 정할 수 있게 해주지 않겠니?”

그렇게 우승자의 권리에 대해 물었던 강하에게,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어...저야 상관없기는 한데. 괜찮으신가요?”

“괜찮아~나는 즐거웠고, 이왕이면 다 같이 즐기면 좋잖니~”

“백설님.....!”

“아싸! 신난다!”

“와! 백설 펀치! 백설 펀치! 그녀는 신이야!”

"음....그때 말을 이렇게 움직인다면..."

"창 너는 아직까지 끝난 경기 고민 중이냐?"

“후훗~”

그렇게 체스 대회는, 모두가 행복한 결말로 막을 내리게 되었다 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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