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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5화 〉 주황빛 악마의 습격! (235/289)

〈 235화 〉 주황빛 악마의 습격!

* * *

겨울철. 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무엇일까?

따끈따끈한 국물 요리?

아니면, 역으로 시원한 냉면?

그것도 아니면, 매콤하게 몸을 달아오르게 하는 매운 요리?

그것도 좋다.

하지만, 겨울 하면 역시.

“우와...이게 다 뭐에요?”

향이는 강하가 옮긴 바구니에 든 것을 바라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게, 주변에서 자꾸 우리 주막에 주더라고, 많이 남으니까, 많이 가져가라고 말이야.”

그것은 바로.

귤, 이었다.

*

귤.

감귤나무 열매로 모양은 둥글납작한 주황빛 과일.

수분이 풍부하고 맛이 매우 달아 인류에게 오랜 기간 사랑받고 있다.

그 종류도 매우 다양하며, 귤 말고도 천혜향, 한라봉, 오렌지, 레드향 등, 귤과 비슷한 과일도 아주 많다.

특히 한국과 일본에서는 겨울철에 먹는 과일 중, 독보적인 1등이라는 인식이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는 참 익숙하고 맛난 과일이다.

그렇긴 한데.

“근데....이거....너무 많은 거 아닌가요?”

그 옆에서 살짝 식겁한 듯이 귤을 바라보던 파렌이 중얼거렸다.

그렇다.

주변에서 넘긴 귤이, 너무나도 많다.

“겨울에는 귤이 엄청나게 나오기는 하니까.....”

특히 제주도 같은 경우는, 귤이 썩어나게 넘치다 못해, 이제는 강제로 넘기기까지 할 정도로, 한국의 겨울철 하면 주변에서 귤을 보내주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도 맛있잖아요! 간식으로는 딱 맞은걸요?”

“그렇긴 하지, 일단 귤이 이만큼 있으니까, 당분간은 귤로 요리를 만들어 볼까?”

“맛있겠네요! 오렌지와 비슷한 방식일까요?”

“어떤 식으로 만들지 궁금해요!”

“좋아! 열심히 만들어 보자고!”

““네엡!!””

그렇게 그들은 넘쳐나는 귤을 가지고 어떤 요리를 할지 열정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그때는 즐거웠지.

하지만, 진정한 지옥은 아직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

그 이후로 5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

“..........”

“..........”

시간은 흐르고, 그에 따라 스타 주막은 오늘도 점심시간이 찾아왔다.

주막의 직원들은 평소라면 서로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거나, 점심 메뉴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을 나눴다.

이게 무슨 소리냐면, 아무튼 시끌벅적했다는 소리다.

그러나, 오늘은 이상하리만큼 고요했다.

그들의 입은 굳건히 닫혀있었으며, 미묘한 각오마저 서려 있는 느낌이었다.

“....오늘도...‘그거’...야?”

그렇게 하염없는 침묵 속에, 혁수가 입을 열었다.

“아마....그렇지 않을까요....”

“‘그거”. 라니....이젠 싫어....”

“하...하하....하하하...”

혁수를 시작으로, 그들은 조금씩 입을 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는 마치 죽어가는 망자의 구슬픈 소리와도 같았다.

“자! 오래 기다렸지?”

그런 직원들과는 별개로, 아주 해맑게 웃으며 오늘의 점심 식사를 들고 오는 강하.

“오늘 점심은 귤 마멀레이드와 토스트, 그리고 귤이 들어간 치킨 샐러드와 귤 쥬스야!”

“으아아아악!!!!”

“히...히익...!”

“이제...그...그만...!”

그리고, 그녀가 테이블에 올려둔 음식에 모두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렇다.

다량의 귤이 들어온 지 5일째.

현재 스타 주막의 삼시세끼는 귤이 나오지 않는 날이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매일 매일. 귤. 귤. 귤! 이쯤 되면 물려서 들어가지도 않는다고!”

“하지만, 별수 없잖아. 저만큼의 귤이 아직도 줄어들지를 않는걸? 썩기 전에 어서 먹어 치워야지.”

대량으로 들어온 귤은 마치 무한으로 샘솟는 것처럼 끝이 없었다.

그에 대한 대책으로, 강하는 직원들에게 계속해서 귤을 이용한 음식을 먹였다.

“고....고기가 먹고 싶다....”

“아! 고기가 좋아? 그럼 오늘 저녁은 귤을 채워 넣은 로스트치킨으로 만들어 볼까?”

“그...그거라...우웁!”

“헉! 류월님이 고기 요리라는 소리에 거부반응을 일으켰다!”

“용도 저만큼 귤을 먹으면 질리는구나....”

얼마나 심했으면, 고기에 환장하는 류월이 귤이 들어간다는 소리에 헛구역질할 정도니 말 다했다.

“에이~ 다들 왜 그래? 맛만 좋구만.”

“스승님은 엘프라서 과일이랑 채소를 광적으로 좋아하시니까 그렇죠!”

그와 중 눈치 없이 눈앞에 놓인 귤 요리를 맛나게 먹는 힐라의 말에, 버럭 화를 내는 혁수였다.

“그래도 귤이 이렇게나 많으니까, 새로운 요리법이 자꾸자꾸 생각나네~ 아! 이번에는 귤 청을 만들어 볼까? 흐흐흐...”

고통스러워하는 직원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강하의 머릿속에는 귤을 이용한 요리밖에 들어있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안 되겠어...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이대로는 답이 없다고 생각한 혁수는 포크를 쥐며 중얼거렸다.

*

야심한 밤.

평소라면 빛 하나 없이 고요한 주막의 홀에는, 탁자 위에 올라간 작은 호롱불이 은은하게 피어올랐다.

“자...다 모였지..?”

혁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조용히 소근거렸다.

“네...”

“저도 왔어요.”

“저도.”

“이 몸도.”

혁수가 앉은 탁자를 빙 둘러선 그림자가 일렁거리며 대답했다.

“자, 이 사태를 어찌해야 할까?”

그렇다.

그들은 스타 주막을 점령한 귤 사태를 어떻게든 해결하기 위해, 몰래 모인 것이었다.

“정말....너무 힘들어요....매일같이 귤을 까먹다 보니 어느새 손가락 끝부분이 노랗게 물들었어요....”

“그건 나도...”

“엇, 나도 어느새...”

작은 눈물을 글썽거리는 벼루가 손가락을 내보이자, 그녀의 손끝은 마치 귤껍질의 색처럼 누렇게 물들어 있었다.

마치 귤이 그들을 손끝부터 침식해가는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아무리 귤이 맛있다고는 하지만.....잠시 쉴 때 마시는 차도 귤껍질 차, 목욕할 때도 욕탕에는 귤이 둥둥 떠다니고, 이제는 제 전신에서 귤 향이 나는 것 같아요....”

“이제는, 달콤한 귤이 질려서, 신맛이 나면 눈물이 날 만큼 기쁘게 느껴져요....”

“이 몸은....이제 귤이 싫다....마음 같아서는 한에 있는 모든 귤나무를 없애버리고 싶구나...”

그렇게 하염없이 자신들의 처지를 토로하는 상황.

“....이 귤 지옥에서 벗어나려면, 그 방법밖에 없어.”

“오...오빠는 방법이 있어요?”

“혁수 형님...!”

“오오...! 어서 말해 보거라...! 어서!”

확고한 의지가 가득 찬 혁수의 한마디에, 직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혁수를 부추겼다.

“ ‘매는 먼저 맞는 매가 낫다.’ 라는 말을 알아?”

“....예?”

“그게...갑자기 무슨....”

“결국은, 저 귤을 다 먹게 될 거야. 그렇다면 차라리! 우리가 어떻게든 빨리 먹어 치우는 방법밖에 없어!!”

“!!!!!!!!!”

“그...그럴수가...!”

어차피 다 먹어야 한다.

그렇다면, 확고한 의지를 다지고 다 먹어 치우는 방법밖에 없다.

“이제 물도 마시지 마.

목이 마르면 귤을 까먹고, 배가 고프면 귤을 까먹고, 배가 불러도 귤을 까먹고, 입이 심심하면 귤을 까먹어!!!!!!”

그렇게, 그들의 [매 먼저 맞기] 작전이 시작되었다.

*

“우...우욱...!”

“시원한 물이 마시고 싶어...약과가 먹고 싶어...”

“헤헤...! 귤...! 귤이다!”

그렇게 그들은 예전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귤을 처리하기 시작했다.

확실히 귤이 줄어드는 속도는 빨라졌지만, 그들은 점점 미쳐가고 있었다.

“.....자....고르거라....! 어서...!”

“큭....크윽....!”

그 옆.

주먹을 꽉 쥔 채 앞으로 내미는 류월과, 그 앞에서 심각한 표정을 짓는 파렌의 모습이 보였다.

‘홀...? 아니면 짝...? 홀일까? 아니야, 류월님 성격상, 무언가 딱 맞아떨어지는 것을 좋아할 터...아니야, 그렇게 생각한 내 생각을 읽고 역으로 짝? 아니야....예상을 간파한 내 예상을 간파한 류월님의 노림수는....홀?.....크흑....!’

홀과 짝.

그 두 가지 선택지의 앞에서, 파렌은 미칠 듯이 동요하고 있었다.

“어허, 이러다가 팔이 떨어질 것 같다. 어서 고르거라!”

“ㅎ...홀! 홀 입니다!”

한참을 기다린 류월의 고함에, 파렌은 에라 모르겠다! 라는 심정으로 홀을 질렀다.

“....홀. 이라고 하였느냐? 허허....내 자비로운 마음씨를 담아, 한번 바꿀 기회를 줄 테니. 잘 생각해보도록.”

그러자, 금방까지 시건방을 떨던 류월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가다가, 갑자기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파렌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이거다! 분명 홀인 것이 틀림없어!’

“저는 바꾸지 않겠습니다! 홀!!!”

“크으윽....!”

그리고, 그런 류월의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눈치챈 파렌은 처음으로 고른 선택지인 홀을 그대로 밀고 가기 시작했다.

“그럼....열겠다...”

이제, 결과를 확인할 순간.

‘좋았어...! 내 승리.....다?’

그때.

파렌은 보았다.

금방까지 딱딱한 표정을 짓던, 류월의 입가가, 슬며시 올라가는 것을.

무언가, 무언가 잘못되었다.

“자...잠ㄲ....!”

그 이변을 알아차린 파렌이 손을 뻗었으나, 너무 늦어 버렸다.

“이런...‘짝’ 이로구나....”

류월이 펼친 손바닥에는, 검은색 바둑돌 여섯 개가 반들거리며 그 모습을 나타내었다.

“아...아아....!”

술렁~술렁~

“으하하하하!!! 내 승리로구나!!! 자! 내 귤 6개를 받아 가거라!”

완벽한 표정연기를 이루어 낸 류월이 위풍당당하게 웃으며 덜덜 떨리는 파렌의 손바닥에 귤을 쥐여 주었다.

평소, 거짓말과 연기가 서투른 류월이었지만, 자신의 몫으로 나온 귤을 어떻게든 떠넘기기 위해, 그녀의 연기력이 엄청나게 상승했다.

“무....무승부로...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어림도 없는 소리를!”

“흐아악.....!”

절망.

압도적 절망이 파렌을 덮쳤다!

그렇게 저마다 어떻게든 귤을 먹어가며, 그 귤은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

귤을 받은 지 9일째.

“우와...그 많던 귤이 벌써 바닥을 냈네?”

““““우와아아아아아!!!!!!!””””

직원들의 투지에, 무한정 솟아오를 것처럼 느껴졌던 귤이, 마침내 바닥을 드러내게 되었다.

“해...해냈어...! 우리가 해냈어...!”

“혁수 오빠...!”

“드디어....귤에서 해방이다!!!!!!!!”

그렇게 서로의 어깨를 마주 잡으며, 기쁨의 오열을 흘리던 그때.

“이야...너희들이 그렇게 귤을 좋아할 줄 몰랐네~”

섬뜩.

무언가, 무언가 불길한 공기가, 강하에게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괜찮아! 귤이 없다고 하니까, 저번보다 두 배로! 귤을 보내주셨더라고!”

“....하?”

그리고, 이어지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가, 강하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래서! 오늘 간식은 귤로 만든 초콜릿과 과일 케이크! 그리고 저녁은 귤이 들어간 닭가슴살 샌드위치야!”

그렇게 말하는 강하는 아주 해맑게 웃었다.

그 뒤로 어떻게 되었냐고?

뭐, 다 먹어 치워야지 어쩌겠어?

“저....이 귤, 저희도 챙겨도 괜찮겠습니까?”

그리고, 뜻밖의 식량에 눈독을 들이던 카람은 싱글벙글 웃으며 한 광주리 가득 귤을 챙겨갔다 카더라.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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