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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6화 〉 드라의 겨울 소풍! (236/289)

〈 236화 〉 드라의 겨울 소풍!

* * *

"썰매?"

[네!]

드라는 입가에 미소를 방긋 보이며 힘차게 외쳤다.

*

위대한 화이트 드래곤, 백설의 용석으로 만들어진 에고소드. 드라고노바.

그 마검의 주인인 준혁과 함께, 수많은 마물들을 쓰러뜨리며 전설을 쌓아가는 엄청난 비보이다.

하지만, 백설의 힘으로 새삼 인간의 몸을 얻어 자유로워진 드라는 마치 어린아이처럼 굴었다.

마침 겨울이 되니 최근 늘어나던 마물의 수도 줄어들고, 여유가 생긴 준혁을 따라 스타 주막으로 놀러 온 지 3일째.

드라는 외관상 또래처럼 보이는 서라벌의 아이들과 친구가 되어, 매일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눈썰매?]

"응! 우리 마을 뒷산에는 엄청 높은 언덕이 있거든? 거기는 겨울이 되면 엄청 미끄러워서, 쌀 포대를 타고 내려오면, 엄청 재미있어!"

드라의 물음에 미은은 들뜨는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손을 빙빙 흔들며 대답했다.

"그래서, 내일 아침에 감호, 감준이랑 창호랑 썰매 타러 갈 건데, 같이 가자!"

[...재미있겠다!]

사실, 드라는 미은의 말을 거의 이해 못했다.

썰매는 뭐고, 어떻게 하는지 전혀 몰랐다.

하지만, 미지라는 것은 곧 궁금증으로 번졌고, 분명 재미있으리라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게 드라는 눈썰매를 타러 가는 약속을 잡은 것이다.

*

"눈썰매인가….나도 예전에 썰매장에 가본 적이 있었지….그때 즐거웠던 기억도 나네."

[분명, 즐거울 것 같아요!]

강하는 예전에, 대학에서 MT로 갔었던 썰매장의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왕 노는 거, 재미있게 놀아야지! 그럼….내일 도시락이라도 싸 줄까?"

[정말요?!]

마침, 다른 아이들과 다 같이 놀러 간다고 하니, 마치 소풍이라도 보내는 것 같았던 강하는 소매를 걷으며 말했다.

도시락이라니.

친구들과 놀러 가는 것도 엄청나게 기대되는데, 강하의 도시락과 함께?

드라의 기대감은 더욱더 폭등하기 시작했다.

"음….그런데, 너희들끼리만 가는 거니?"

[네!]

"그런가….조금 걱정이 되네…"

아무리 드라가 강력하다고는 해도, 겨울철의 산속을 아이들끼리 보내기에는 걱정이 되는 건 매한가지였다.

보호자가 한 명 따라가면 좋을 것 같은데….

"그렇지! 그러면 되겠다."

잠시 고민하던 강하는 무언가를 떠올리고는, 드라에게서 시선을 옮겨,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음~역시 만두는 맛이 참 좋구나~"

그곳에는 수백 년을 살아간 류월이 미소를 지으며 고기만두를 맛나게 먹고 있었다.

*

"....어째서 이 몸이 귀한 휴일에 이런 짓을…."

새하얀 눈이 쌓인 산길을 뽀득뽀득 소리가 나도록 밟은 류월이 침울하게 중얼거렸다.

[어째서 이 몸이 그런 짓을 해야 하는 것이냐!]

분명, 류월은 귀한 휴일을 위해 삼시세끼 맛난 음식을 먹으며 띵가띵가 놀 생각이었지만, 강하는 그런 그녀를 아이들의 감시자 겸, 보호자로 동행하라는 말을 꺼냈다.

당연히 그럴 생각이 전혀 없었던 류월은 거세게 반발했으나.

[그래? 그러면 내일 식사는 전부, 전.부 채소만 가득 올릴 거야.]

[크...크으윽…!]

강하는 강경한 수단을 사용하고 말았다.

[싫으면...알지? 부탁 좀 할게~]

그렇게 강하의 부탁(이라 쓰고 협박이라 읽는다.)에 류월은 마지못해 드라를 따라나선 것이다.

"드라야….저 애는 누구야?"

류월보다 한참 앞서서 아이들과 산을 오르던 미은은 옆에 있던 드라에게 물었다.

[응? 아~류월 님이야!! 엄청 강해!]

[류월...님? 쟤가 너보다 세다구?]

[응!]

아까부터 저 먼발치에서 투덜거리며 걸어오는 드라와 마찬가지로 자기 또래로 보이는 류월이, 자신보다 세다며 존칭하는 드라의 말에 미은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드라의 정체는 모르지만, 저번에 보여줬던 신비한 힘을 가진 드라보다 훨씬 강하다니.

"음….잘 모르겠지만 무섭다…"

드라처럼 방긋 웃지도 않고, 험상궂은 얼굴을 짓는 류월이 조금 꺼림직한 미은이었다.

"헹, 겁쟁이네."

"ㅁ...뭐가! 아니거든?!"

그런 미은의 말에 콧방귀를 끼며 놀리는 창호에게 미은은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근데, 우리 언제까지 올라가?]

한참 걸어 올라온 것 같은데 아직도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자, 드라가 물었다.

"응? 조금만 더 걸으면….앗! 저기다!"

그러자 미은이 손을 쭉 뻗어, 앞쪽을 가리켰다.

그와 동시에, 빽빽한 나무에 가로막혔던 시아가 뻥 뚫렸다.

[우와…!]

"어때? 멋있지?"

"흥! 내가 처음으로 발견했거든?"

새하얀 눈들이, 마치 산처럼 높게 쌓였다.

마치 백색의 모래사장처럼, 주변은 텅 비어, 상쾌한 기분이 든다.

그곳이 바로, 오늘의 목적지인 썰매장이었다.

*

"이야호!!"

"하하하!!!"

"우...우왓!"

스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아주 빠른 속도로 무언가가 언덕길을 내려온다.

내렸던 눈이 다시금 얼어, 매우 미끄러운 언덕길은 아이들의 훌륭한 놀이터가 되어주었다.

한계까지 달리는 말보다 빠른 속도로 언덕길을 내려가자, 무어라 말할 수 없는 상쾌함과 쾌감이 온몸을 적셨다.

[우와아아!!!!!!!]

그 즐거움은 드라도 마찬가지인지, 자신의 몫으로 주어진 쌀 포대를 꼭 잡고, 순식간에 언덕에서 내려오며 소리를 질렀다.

"어때?"

드라보다 먼저 내려왔던 미은이 이내 아래쪽에 도착한 드라에게 지금 기분을 물었다.

[우...우리 한 번 더 타자…!]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즐거움에 드라는 소감을 말하는 것도 잊어버리고, 또 한 번 그 느낌을 즐기고 싶어, 후들거리는 다리를 움직여 미영의 소매를 꼬옥 잡아당겼다.

"재미있지? 오늘 즐겁게 놀자!"

[응!]

미소 짓는 미은의 말에 드라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며 다시금 언덕의 정상으로 발을 옮겼다.

"....참, 아이들이란…..저런 것이 뭣이 즐겁다고…"

하지만, 언덕 근처의 나무 아래에 박혀, 꼼짝도 하지 않는 류월은 그런 썰매의 재미를 코웃음 치며 중얼거렸다.

역시 애는 애란 말인가.

수백년이라는 긴 세월을 보낸 류월에게는, 그저 아이들의 시시한 놀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움직이는 것도 귀찮으니, 이대로 시간이나 때울 생각이었다.

그때.

"어라? 너는 썰매 안 타?"

그런 류월의 모습을 보며 의문을 가진 감호가 그녀에게 다가오며 물었다.

모두들 즐겁게 노는데, 혼자 이곳에 있는 류월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흥, 저리 가거라. 이 몸은 그런 시시한 놀이에 흥미가 없다."

류월은 감호를 흘깃 쳐다보더니, 다시금 시선을 돌려 손을 휘휘 저었다.

"왜? 재미있는데? 한 번만 타 봐!"

감호는 안타까웠다.

이렇게 재미있는데, 타지를 않는다니.

그런 류월을 위해 자신의 쌀 포대를 흔쾌히 내밀며 썰매를 타볼 것을 부탁했다.

"내가 말했지 않았느냐. 이 몸은 흥미가 없다!"

그깟 애들 장난이 뭐가 재미있다고.

류월은 고개를 획 돌리며 거칠게 대답했다.

*

"오...오오…! 이….이거 참 빠르구나!"

쌀 포대가 빠른 속도로 언덕을 내리달렸다.

바닥에서 튀는 눈.

상쾌한 바람.

드높은 하늘.

빠른 속도감.

그런 감각들이 류월의 마음을 휘어잡아 버렸다.

그런 즐거운 시간도 잠시, 류월을 실은 쌀 포대는 어느새 언덕의 바닥에 도착하였다.

"어때? 재미있지?"

그런 류월을 바라보며 감호는 씨익 웃었다.

"흐...흠…! 뭐, 그럭저럭 괜찮구나…."

류월은 금방까지 함박 웃던 얼굴을 숨기며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그녀의 입가는 씰룩거리고 있었다.

"헤헤…"

"....아직 잘 모르겠군, 그러니까 한 번 더 타봐야겠다!"

"어?! 다음 차례는 나야!"

"에잇! 시끄럽다!"

그렇게 류월은 즐거운 썰매 타기를 즐기게 되었다고 한다.

*

시간이 흘러.

"배고프다아…."

"밥 먹고싶어…"

아무리 썰매가 즐겁다고 한들, 정신없이 타다 보니 어느새 그들의 배는 배고픔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나! 도시락 있어! 셰프...그러니까 주모님이 도시락 싸주셨거든! 같이 먹자!]

"와! 맛있겠다!"

"근데, 우리가 같이 먹어도 돼?"

[응! 주모님이 다 같이 먹으라고 많이 싸주셨어!]

"신난다!"

"어서 먹자!"

그런 아이들을 보던 드라는 숨겨두었던 도시락이 담긴 보자기를 꺼내, 들어 보였다.

배가 무척이나 고팠던 아이들은 정신없이 드라의 곁에 모여, 보자기가 풀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그럼….! 연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상태에서, 드라는 도시락통을 열었다.

"우와아….!"

"예쁘다아…!"

그곳에는, 강하가 소풍을 떠나는 드라를 위해, 아침 일찍 만든 샌드위치가 보온 마법으로 인해 따끈한 열기를 내뿜으며 가득 들어차 있었다.

식빵을 잘 잘라서 버터를 잔뜩 녹인 팬에 노릇하게 구워서 만든 샌드위치는 아주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자...그럼…!]

""""잘 먹겠습니다!!!""""

모두가 하나씩 손에 가득 들어찰 정도로 커다란 샌드위치를 들고, 신나게 먹기 시작했다.

"움~! 바삭해…!"

"짭조름하고 달콤하다….!"

강하가 만든 비장의 소스는, 달콤하면서도 감칠맛이 넘쳤다.

양상추, 차가운 물에 담가 매운맛을 뺀 양파, 토마토가 아삭거리며 시원한 맛을 내었다.

살짝 익힌 반숙 달걀이 부드럽게 입 속에 퍼져, 고소한 노른자가 팍! 하고 터져 나왔다.

그리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짭조름하고 육즙이 가득 들어찬 햄과 베이컨을 가득 넣어, 샌드위치를 자꾸만 입으로 밀어 넣게 되었다.

"엄청 맛있어…!"

"드라는 부럽다….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매일 먹겠네…."

[헤헤….!]

자신이 직접 만든 것은 아니었지만, 괜스레 자기가 칭찬받는 기분이 들어 쑥스러운 드라였다.

"음! 역시 고기가 가득 들어있어야지! 암!"

그리고 옆에서는, 식탐이 많은 류월을 위해 따로 준비해 준, 채소라고는 일절 없고 오로지 햄과 고기가 가득 찬 샌드위치를 우걱우걱 씹는 류월이 감탄하며 소리쳤다.

"후아...배가 빵빵해…!"

"배불러…."

어느새 가득 차 있던 도시락 통이 텅 비고, 아이들은 자기들의 배를 두들기며 만족한 듯이 웃었다.

"자, 이제 배도 채웠으니까….또 썰매 타야지!"

"앗! 창호! 같이 가야지!"

"나도 같이 가!"

[기다려!]

그렇게 맛있는 점심을 끝마친 아이들은 또다시 하루종일 썰매를 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

샌드위치 입니다!

제가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학교 앞 분식집에서 토스트를 팔았습니다.

키위로 만든 달콤상큼한 비밀소스, 수북한 양상추, 잘 익은 달걀과 햄, 그리고 치즈.

가끔 용돈을 받는 날이면 언제나 그 분식집에 달려가고는 했죠.

아...오랜만에 이삭토스트라도 한 번 갈까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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