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7화 〉 연어? 연어!!
* * *
겨울의 숲속은 무언가 처량한 기분을 자아낸다.
푸르게 하늘을 덮었던 나뭇잎은 어느새 바닥을 뒤덮고, 풍성하던 가지들은 어느새 앙상해진다.
짐승들은 겨울잠을 대비한 월동 활동에 돌입하기 시작하는 겨울의 숲속.
“흐흐흥~흐흥~으흠흠~”
여기, 남자였던 한 소녀의 콧노래가 울려 퍼졌다.
“어우 추워라....형! 천천히 좀 가!”
“왜 이리 느려? 이러다가 해가 다 져서 가겠다!”
“형이 빠르다고는 생각 안 해?”
가파른 숲길을 순식간에 올라가던 강하를 저 아래서 따라가던 혁수가 투덜거리자, 강하는 아래쪽으로 고개를 돌려 소리쳤다.
“그런가?”
“봐봐! 향이도 숨넘어가려고 하잖아!”
“흐엑....흐억....아...아니에..요...!...흐억...흐....!”
고개를 갸웃거리는 강하에게, 혁수보다 더욱 뒤처진 향이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대답했지만, 이미 그녀의 다리는 후들거리고, 이마에서는 겨울철답지 않게 폭포수처럼 땀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3인방은 어째서 이렇게 추운 겨울철에 산길을 오르고 있을까?
시간을 잠깐 돌려보자.
*
하루 전, 스타 주막의 밤.
“진짜? 우리 마을 뒷산에서?”
“네, 그렇다고 하시네요.”
오늘도 장사가 끝나고, 주방과 홀을 마감하면 잡담을 하던 강하는, 평소의 그녀답지 않게 상당히 흥분한 상태였다.
“정말...연어가 잡힌다고?”
그 이유는 바로, 이 시기쯤에는 서라벌의 뒷산에 있는 계곡에서 연어가 잡힌다는 향이의 이야기 덕분이었다.
“오늘 시장에 다녀왔다가, 동네 아저씨가 큼지막한 연어를 챙겨서 집으로 가시는 걸 보았거든요. 딱 이 시기가 연어들이 강으로 돌아온다고.”
연어.
강에서 태어나는 이 생선은, 상당히 특이한 습성이 있다.
바로, 강에서 태어난 연어들은 바다로 떠나서, 성체가 되면, 강으로 돌아온다는 습성이 있다.
특히 산란기인 9~11월 쯤이 가장 영양분이 가득한 시기로서, 그때가 가장 제철이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연어들은 곰들의 겨울잠을 대비한 영양분으로 먹혀버리곤 했다.
“연어....! 나, 생각해 보니까, 이 세계에 와서, 한 번도 연어를 먹지 못했어.”
그랬다.
강하가 한에 떨어진 지, 약 1년이 넘어가는 시점 동안, 그녀는 단 한 번도 연어를 먹지 못했다.
“연어가 그렇게 맛있나요...? 대부분 사람들은 송어를 좋아하던데...”
확실히, 연어가 맛 좋은 생선임은 틀림없지만, 현재 한에서는, 송어에게 밀리는, 비운의 생선이었다.
“음, 송어도 맛은 있지만, 비슷한 생선인 연어에 비하면, 지방이 적어서 담백한 느낌이지...."
그나저나 연어라니.....이건 먹어야겠다.
신선한 연어는 현대에서도 비싸게 팔리는 고급 식재료이다.
그런 식재료를, 놓칠 수는 없지!
그렇게 다짐한 강하는 다음 날, 곧바로 산을 오르기 시작한 것이다.
*
"허억…! 허억…! 이쪽 길로 가면 되는 거 맞아…? 한참 오른 것 같은데…?"
상당한 체력을 자랑하는 혁수도, 점점 가빠지는 숨을 내쉬며 향이에게 물었다.
"흐으아아아아……"
"....향아?.....향아?!"
하지만, 이미 눈이 풀려버린 향이는 혁수의 질문에 대답할 겨를이 없었다.
강하가 간다는 소리에 자신도 따라나서겠다고 한 향이었지만, 평범한 소녀였던 향이에게는 건장한 청년인 혁수마저 지치는 이 거친 산길에 멀쩡할 리가 없었다.
"흐흐흥~ 연어~"
그리고, 용의 신체를 얻은 덕에 아주 멀쩡한 강하는 저 멀리서 콧노래를 부르며 앞서나가고 있었다.
그저 두 사람은 이 지옥의 등산이 끝나기를 필사적으로 빌 뿐.
그때.
"오! 저기인 것 같은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던 강하의 발이 이내 멈췄다.
그녀의 눈앞에, 푸르디푸른 계곡이 모습을 나타냈다.
*
"후아! 살겠다! 진짜 힘드네…"
"발...발이 아파아….!"
기나긴 등산에 지친 두 사람은 무척이나 차가운 계곡물임에도 불구하고 달아오른 얼굴을 적시며 기운을 차렸다.
"일단 도착은 했고…."
"그래애….형! 지치니까 얼른 잡고 가자!"
그런 두 사람과 다르게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계곡의 앞에 선 강하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야."
"어? 왜?"
"연어는….어떻게 잡는 거냐?"
"......에?"
강하의 특기는 요리.
수많은 식재료들을 만지고, 맛보고, 요리해온 강하였지만.
대부분 식재료들은 거래를 통해 얻어온 그녀가, 갑작스럽게 낚시를 하려고 한다 한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은 당연했다.
"아니…..여기까지 와서 뭐….? 장난해!?"
"아….이걸 생각 못했네…."
갑작스러운 강하의 폭탄선언에 혁수는 머리끝까지 화가 난 상태로 소리쳤다.
억지로 끌고 와서 개고생을 시켜놓고는, 뭐? 연어를 어떻게 잡는지 몰라?
"뭐...어떻게든 하면 되겠지! 붸어 그릴스도 맨손으로 잡았잖아!"
"....여긴 네X널지오그뤠픽이 아니거든…?"
"에이 몰라! 일단 해 봐야지 뭐!"
낚싯대도, 어망도 챙겨오지 않았던 강하는 될 대로 되라는 심정을 치마 밑단을 허리까지 올리고는, 차가운 계곡물 속으로 풍덩. 하며 발을 담궜다.
"음….좋아….."
강하는 기억을 더듬어 본다.
심심해서 봤던 유X브에서, 연어를 낚아 올리던 곰형의 그 장면을…!
"나는 물이다…..나는 그저 흐르는 강물이다…"
침착하게 움직임을 줄이고, 그저 기다린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렸을까.
"...왔다!"
강하의 넓은 시야에, 힘찬 움직임으로 계곡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가 보였다.
순간 반사적으로 몸을 날리려던 강하는 이내 멈칫. 하며 이내 진정을 되찾았다.
함부로 움직였다가는 낌새를 눈치를 챈 연어가 도망가버리고 말 것이다.
그렇게 기다리니, 이내 연어는 계속해서 헤엄쳐, 이내 강하가 있는 곳까지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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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이다!"
한참 목석처럼 꿈쩍하지 않던 강하는 순간적으로 몸을 움직여 계곡물에 손을 담갔다.
첨벙첨벙하는 소리와 함께, 물이 거세게 퍼졌다.
"자...잡았어?"
"도령님!"
"........."
손에 땀을 흘리며 그 순간을 지켜보던 두 사람의 물음에 강하는 천천히 손을 계곡물에서 꺼내, 공중으로 들어 보였다.
"잡았다아!!!!"
그녀의 손에는, 어떻게든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내며 퍼덕거리는 연어가 있었다.
덩치도 크고, 생기가 넘치는 것이 특등 중 특등인 녀석이었다.
"좋아! 우선 한 마리!"
"우...우억! 깜짝이야!"
"잘 보고 있어!"
씨익 웃어 보이던 강하는 손에 들린 연어를 물 바깥에 있던 혁수에게 집어던지고, 다시금 움직임을 멈추어 연어를 기다렸다.
그렇게 강하는 거대한 연어를 오늘 하루 만에 수 마리를 잡아냈다.
*
"짜잔! 연어 스테이크!"
그날 저녁, 강하는 직접 잡은 연어로 그토록 그리던 연어 스테이크가 담긴 접시를 들고, 위풍당당하게 직원들이 기다리는 테이블로 발을 옮겼다.
"호오….비록 생선이지만, 마치 고기를 보는 것 같구나!"
"다양한 조리법이 있지만, 이번에는 간단하게 버터 소스로 만들어 봤어."
"굉장해요! 아직까지 생선 위에 있는 버터가 지글거려요!"
"음~ 이 향긋한 향기….맛있겠다!"
강하의 태도처럼, 강렬한 모습을 자랑하는 연어 스테이크는, 당장이라도 자신을 맛보지 않고 뭐하냐는 듯이 유혹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럼."
""""잘 먹겠습니다!""""
그렇다면, 응당 그 유혹을 받아줘야지.
"음…! 이게...연어? 입 속에 넣자마자 그대로 녹아버렸어….!"
"마치 질 좋은 고기를 씹는 것처럼 지방이 풍부해…!"
"으음~고소해!"
"버터의 짭쪼름한 맛과 엄청 잘 어울리네요!"
"부드러운 살코기와는 다르게 바삭한 껍질이 의외로 찰떡궁합이로군."
"맛있다~"
강에서 바다로, 바다에서 강으로.
수많은 역경을 이겨낸 연어가 이렇게나 맛있다니….!
"햐~ 고생한 보람이 있구만!"
물론, 이 연어를 직접 잡고, 요리한 강하 또한 연어 스테이크 한 조각을 음미하며 중얼거렸다.
"아. 아직 연어 남아있으니까, 훈제로 만들어 볼까?"
또 어떤 요리를 만들어 볼까?
강하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
그래, `선별`은 다 끝이 났나?
낮고 중후한 목소리가 넓은 방에 울려 퍼졌다.
예. 특이점에 도달하지 못한 마물들은 예상대로 마물의 숲을 탈출, 애슐란의 군사들에 의해 토벌당했습니다.
그 목소리의 주인 앞에서 바짝 엎드린 병사는 덤덤하게 자신이 보고받은 내용을 그대로 알렸다.
현재, `오버로드`의 지배하에 놓인 마물들은 약 5백 마리, 한 개체 한 개체가 A급은 가볍게 넘어가는 매우 강한 존재들만 남았습니다.
....애슐란 놈들은 어떻지?
밀정에 의하면, 갑작스러운 마물의 등장에 잠시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생기긴 했으나, 소드마스터를 필두로 군사들에게 가볍게 토벌되어 그다지 큰 의심은 하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좋아...좋아. 좋아!!! 으하하하하!!! 촌뜨기 애슐란 놈들 따위가, 우리 계획을 눈치챌 리가 없지…!
병사의 보고가 끝나자, 금방까지 계속 무뚝뚝한 분위기를 내뿜던 그는 손뼉을 치며 흡족하다는 듯이 호탕하게 웃음소리를 내었다.
그나저나, 참으로 대단하기는 해.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있듯이, 정말 성격 더럽고 머리가 맛이 간 년이라고는 해도, 드래곤은 드래곤인가….
그는 자신의 오른손에 올려진 구체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비록, 청룡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용옥을 매개체로 글란 최고의 마도사들이 직접 개조해서 만든 아티팩트라면, 아무리 드래곤이라고 한들 잡아낼 수 있을 것이다.
전쟁을 준비해라. 이미 황제의 명령이 내려왔다!
우린, 애슐란을 친다!
...꿀꺽!
황금빛이 번쩍이는 화려한 장신구들로 치장된 의자에서 일어난 그가 소리쳤다.
그 얼간이들에게, 절망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것이다….!
글란 제국의 귀족이자 군 사단장인 하인리히 게드만은 입술을 삐뚜름하게 올리며 말했다.
그것이, 전쟁의 서막이었다.
*
연어 스테이크 입니다!
연어는 참 맛있죠...!
스테이크로 먹어도 맛있고, 훈제로 만들어서 샌드위치에 넣어 먹어도 맛있고, 회로 먹거나 장을 담가 먹거나.
참 맛있는 생선입니다.
특히 저는 연어 껍질을 참 좋아합니다.
그게 진짜 맛있는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