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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0화 〉 조금 어색한 3자 대면. (240/289)

〈 240화 〉 조금 어색한 3자 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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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바로 이거야!­

게드만은 손에 쥔 와인잔을 깨뜨릴 정도로 꽉 쥐며 소리쳤다.

애슐란과 전쟁을 벌일 때, 가장 거슬리는 존재들.

바로 소드마스터.

그 3인방 중 한 명, 진혁이 처참하게 쓰러져 간신히 빌빌대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나도 덧없이 지는 것 같았지만, 알 바 아니었다.

그에게는, 당장이라도 수정구로 비춰보이는 저 존재를 당장이라도 죽여버려야만 했다.

그것이 전쟁에서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는 특권.

­당장 저 애송이를 죽어버려!­

게드만은 간신히 숨을 껄떡대는 진혁에게, 마지막 일격을 명령했다.

그 명령을 받은 그리즐리 베어는 거대한 앞발을 하늘 높게 들어, 그대로 떨어뜨렸다.

그때.

­...뭣?­

분명, 그리즐리 베어의 앞발에 짜부라져 고깃덩어리만 남아야 하는데, 그리즐리 베어의 손 아래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젠장! 어디로 가 버린 거야!!!!!!!!­

눈앞에서 기회를 놓친 게드만은 결국 손에 들었던 와인잔을 바닥에 던지며 소리쳤다.

*

“지…진혁아? 갑자기 어디서….! 그나저나 몰골이 뭐야!”

갑작스럽게 나타난 진혁의 모습을 본 강하는 기겁하며 소리쳤다.

“여….여기..는…? 커흑…!”

[주인!!!]

“이…일단 치료부터…! 백설님!”

어리둥절한 것도 잠시, 진혁이 피가 섞인 기침을 내뱉자 강하는 즉시 백설을 찾았다.

“이제 괜찮단다. 늦지 않았어.”

백설은 강하보다 더 빠르게 진혁에게 다가와 손에서 새하얀 마력을 내뿜더니, 진혁의 전신에 골고루 덮어주었다.

찢어지고, 갈라진 살들 아래에서 새로운 살이 채워나오며, 어느새 만신창이던 진혁의 몸은 금방 원상복구 되었다.

“하…하하….살았…다아…”

그런 자신의 신체를 신기하다는 듯이 쳐다보던 진혁은, 마치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그대로 쓰러졌다.

“어라? 얘 왜 이래…? 백설님, 진혁이는 괜찮나요?”

“응, 안심한 탓에 긴장의 끈이 느슨해서 기절한 것뿐이란다. 한숨 자고, 멀쩡하게 일어날 거야.”

[주…주인…! 다행이…다아….]

“어라라? 드라는 또 왜…?”

진혁의 몸 상태를 확인한 드라는 안심한 듯이 그대로 진혁과 마찬가지로 그의 곁에 쓰러졌다.

“에고 웨폰은, 사용자와 밀접한 결합을 하고 있단다. 이 아이도 필히 지쳤을 테지. 일단 방에서 재우는 게 좋을 것 같구나. 그 다음 일은 일어난 이 아이들에게 물어도 괜찮을 거야.”

“휴우….그럼 다행이네요…일단, 제가 눕혀놓고 올게요.”

백설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강하는 두 사람을 번쩍 들어, 2층으로 향했다.

*

“괜찮겠죠…? 저 두 사람….”

진혁과 드라를 눕혀놓고 난 뒤, 주막의 사람들은 다시금 홀에 모여 금방 있었던 일에 대한 대화를 나누었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어떻게 그 먼 거리에서 순식간에 주막으로 나타난 거지?”

다행히 백설의 적절한 조치 덕에 별 이상은 없다지만, 무언가 이상했다.

분명, 텔레포트 같은 마법은 백설 같은 노룡같은 존재가 아니라면 고작 수 킬로미터가 한계라고 들었는데, 여기서 애슐란까지의 거리는 그 거리를 가볍게 뛰어넘었다.

“아. 그건 걱정하지 마렴. 그건 내가 들어놓았던 보험이란다.”

“보험…이요?”

강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문을 말하자, 백설이 나서며 말했다.

“저 아이들은 우리와 다르게, 애슐란에서 마물들과 싸운다고 하지 않았니. 그래서 혹여 큰일이 나지는 않을까 해서, 드라에게 간단한 마법진을 새겨 두었단다.

사용자나 자신에게 큰 피해를 당하였다면, 곧바로 내 근처로 소환하는 마법진이야. 미리 보험을 들어두길 잘했구나~”

백설은 아주 명쾌하게 그 답을 내놓았다.

그나저나, 그게 어딜 봐서 간단한 마법인 거지?

“...그렇군요?”

하지만, 이미 그녀의 힘에 딴죽을 걸기를 포기한 강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뭐, 그 덕에 진혁의 목숨을 건졌으니, 상관없나?

“그나저나…정말 무슨 일이지? 쟤, 상당히 강하던데. 저렇게 쉽게 당할 녀석이 아냐.”

진혁과 여러 차례 대련을 해온 힐라가 귀를 쫑긋거리면서 말했다.

직접 검을 마주 본 힐라는 잘 알고 있었다.

힐라 본인도 진혁을 이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을.

대련을 위해 사용한 목검이 아니라, 드라를 사용한 대련이었다면, 힐라는 순식간에 당할 것임을 그녀 스스로가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진혁이, 이렇게 만신창이로 당하다니…

“글쎄….일단 진혁이 일어나서 물어보는 게, 최선인 것 같네.”

일단 기다려보자.

모든 의문의 해답은, 진혁에게 있었다.

*

­....뭐라고?­

아델리아는 금방 자신이 들었던 말을 다시금 되물었다.

­....그 마을에 나타난 마물은, 글란의 행위였습니다. A+급 마물인 오거만 세 마리, 그리고 수색조가 다시금 그 자리를 방문했을 때 보였던 전투의 흔적이면, 적어도 수 십 마리는 글란의 뜻대로 조종하는 듯 보였습니다. 이것은 명백한 침략 행위입니다.­

글란.

그 나라가 기어코 선을 넘었다.

몇십 년간 유지해오던 평화를 깨뜨린 그들은, 미지의 힘으로 애슐란을 침범해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전투로 인해서 진혁님이 몸소 나섰으나, 저희가 다시금 그 위치에 갔을 때는, 진혁님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저, 바닥을 흥건하게 적신 피만이….­

­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 진혁이 죽었다…라고 말하는 거야?­

애슐란의 소드마스터, 진혁.

그가 죽었다.

­이런…세상에…!­

­말도 안 돼…! 그 소드마스터가..?­

­....!­

그 사실은, 애슐란의 왕가에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소드마스터.

애슐란에 단 세 명만이 존재하는, 인간을 초월하는 강자.

그런 그가, 죽었다.

글란은 도대체 어떤 수를 사용한 것인가.

­....이럴 때가 아닙니다. 소드마스터까지 당했다면, 어서 대비책을 마련해야만 합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애슐란의 1 왕자. 애슐란 디 카이제르는 자리에서 일어나 사태 파악에 나섰다.

그렇게 냉정한 발언 속에서, 그가 탁자 밑으로 숨긴 팔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자신은 애슐란의 1 왕자.

아무리 슬퍼도, 애통해도.

나라를 위해서라면 이 마음을 숨기고, 나라를 위해서라면 지금은 움직여야만 했다.

그렇게 바이제르는 당장이라도 터져 나올 것 같은 심정을 눌러 담아, 간신히 평정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진혁…진혁…!­

아델리아에게 있어서 진혁은, 든든한 경호원이자, 친구였다.

비슷한 나이대에 은근히 맞먹으려고 드는 진혁이, 아멜리아는 마음에 들었다.

그런 진혁이 죽었다는 사실을, 아델리아는 수긍하기 힘들었다.

­....!­

벌떡.

­고…공주님! 어디로 가시는 겁니까!­

?그럴 리가 없어…! 진혁이 그렇게 죽을 리가 없어!!­

­아델리아!­

급기야 앉아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아델리아는 급하게 다리를 움직여 회담실을 빠져나왔다.

­.....이해해 줍시다. 아무리 공주라고 해도, 아직 어린아이입니다.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겠지요….­

그 모습을 바라보던 카이제르는 쓸쓸한 시선으로 멀어져가는 아델리아를 바라보았다.

­.....용…! 용이라면, 진혁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몰라….­

급하게 자리를 떠나 복도를 하염없이 걷던 아델리아는 문득, 무언가를 떠올렸다.

왕궁과 이어진, 먼 나라 한에 있는 주막.

그곳에 존재하는 두 마리의 위대한 용.

그들이라면, 진혁을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생각이 확신으로 바뀌었을 때, 아델리아는 이미 신고 있던 구두도 벗어던지고 전력을 다해 달려 나가고 있었다.

­하아…하아….!­

이윽고, 왕궁과 주막을 이어주는 마법진이 있는 방까지 단번에 뛰어온 아델리아가 방문을 열었다.

­...기다려. 내가 반드시 찾아줄게…!­

내 소중한 친구.

아델리아는 흘러나오는 눈물을 훔치며 마법진으로 달려들었다.

*

“으하…! 배부르다!”

그 시각.

주막의 한구석에서, 순식간에 쌓여가는 빈 그릇에 새로운 그릇을 추가하는 사내와 소녀가 있었다.

[배부르다…!]

“잘 먹었냐?”

[응!]

“그래….잘도 먹더라, 너희 둘.”

그 모습을 바라보던 강하는 어이가 없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일단 늦은 밤이었기에 직원들은 모두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언제 일어났는지 모를 진혁과 드라가 배고픔에 허덕이며 주막의 홀 바닥을 기어 다니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기겁한 강하는 급하게 있는 재료 없는 재료 끌어모아서 산더미처럼 밥을 만들어 주자, 그걸 또 두 사람은 다 비워버렸다.

“휴우….그나저나. 정말 드래곤은 대단하네요….그런 마법진이 드라에게 새겨져 있었다니….”

[응….나도 몰랐어…]

진혁은 터질 것 같은 배를 두들기며 중얼거렸다.

분명, 그때 백설이 들어 둔 보험이 아니었다면, 확실하게 죽었다.

용이라는 것은, 정말로 대단하구나…싶은 두 사람이었다.

“자, 그래서 말해 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아…그게 말이죠? 분명 제가 왕국에 있었을 때, 한 외곽마을에 습격이 있었다는 소식을 듣고…”

정신을 차리고 밥도 든든하게 먹은 진혁에게, 드디어 무슨 일이 있었냐고 강하가 묻자, 진혁은 떠듬떠듬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때.

쿵쾅쿵쾅.

”응? 누구지?”

누군가가 급하게 계단을 타고 홀로 내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놀란 직원들 일동은 일제히 계단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소란의 주인공이 나타나는데.

­주모!!! 진혁을….내 친구를 찾아줘!!!!!­

신발도 없이 맨발로, 머리는 산발이 된 아델리아가 나타나 소리쳤다.

“.....엥?”

“.....아델리아?”

­.....진혁?­

후에 아델리아가 말하기를.

그 말을 외친 것이 너무나도 쪽팔리고 후회된다라나 뭐라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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