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41화 〉 상상치 못한 원군. (241/289)

〈 241화 〉 상상치 못한 원군.

* * *

­야이 나쁜 놈아!!­

“아! 아야!” ­자…잠시만!!­

퍽. 퍽.

작고 고운 주먹을 불끈 쥔 아델리아는 곧바로 진혁에게 달려들어 그의 어깨를 마구 두들겼다.

­지금 애슐란은 완전 비상사태인데, 여기서 밥이나 먹고 있냐?! 응?! 밥이 넘어가?!­

­악! 아니, 너무 배고파서.....요..­

아델리아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진혁은 그저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며 반항 없이 모든 주먹질을 받아들였다.

­우리가….내가…얼마나 걱정했는데에….­

­.........­

­살아있어서….훌쩍..…정말 다행이야….­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요.­

아델리아는 어느새 이어가던 주먹질을 멈추고, 연신 눈물을 흘렸다.

그런 아델리아를 진혁은 빙긋 웃으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크..크흠! 어…어쨋든! 그래서, 왜 여기 있는 거야? 분명 보고된 바로는 마물에게 공격당한 후, 행방불명이라고 했는데?­

왠지 얼굴이 붉어진 아델리아는 머리에 얹은 손을 치워내고, 헛기침하며 본론으로 들어갔다.

­아, 그건 다 백설님 덕분입니다..­

­백설님이라면…화이트 드래곤…이신….?­

­안녕~ 오랜만이네~­

­아…네에…­

진혁은 아델리아의 질문에 손을 뻗어 백설을 가리켰다.

­만약을 대비해서 드라에게 일회용 텔레포트 술식을 기록해 주셨어요.

그래서 죽기 직전에 가까스로 주막으로 텔레포트 해서, 여기에 있죠..­

­그렇군….그나저나 역시 드래곤이란….­

백설이 했다고 하니, 아델리아는 간단히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드래곤.

인간들과는 차원이 다른 존재이니, 그 정도는 가뿐하겠지.

­정말 감사드립니다. 화이트 드래곤 백설 님. 저희 애슐란의 보물, 소드마스터를 살려주신 이 은혜는 애슐란 왕가의 명예를 걸고, 반드시 갚도록 하겠습니다…!­

아델리아는 매우 경건한 태도로 백설의 앞에 서서, 예의를 차린 인사를 건넸다.

­괜찮아~ 아, 마침 쿠키를 구웠거든? 일단 이거 하나씩 먹으면서 이야기할까?­

­그거 좋네요. 우리도 무슨 일인지 궁금해 죽겠으니까, 간단히 다과라도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일단 진혁도 깨어났고, 그가 무사하다는 사실도 알았으니. 이제는 상황을 정리할 차례였다.

*

“....그래서, 그 뒤로 처참하게 깨지다가, 간신히 텔레포트로 주막에 오게 되었습니다.”

”..음…”

­......­

그 뒤, 직원들과 진혁, 드라, 아델리아 모두 한 테이블에 모여,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A급의 마수를 수십 마리나 다룬다고…? 이건 정말로 비상사태인데….­

­정확히는 잘 모르지만….나 하나 잡는다고 모든 병력을 쏟아붓지는 않았을 테니까….아마 그것보다 더 많은 마물이 있을 것 같네요.­

­세상에….!­

진혁의 말을 전부 들은 아델리아는, 이 사태가 더욱 심각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가뜩이나 그냥 전쟁만 벌인다고 쳐도, 끝이 나지 않을 것 같던 애슐란과 글란 이었는데, 이제는 고위 마물 또한 상대해야 하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나저나, 좀 특이했습니다.”

“음? 그게 뭔데?”

“그 마물들, 마석이 없었습니다.”

“....마석?”

잠시 말을 쉬던 진혁은, 지금까지 줄곧 신경 쓰고 있던 점을 말하기 시작했다.

“마석은, 음….대충 마력을 담고 있는 돌. 입니다. 자연에서는 광산을 통해 채취할 수도 있고, 마물의 신체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뭐, 광산에서 찾는 마석보단 마물의 마석이 크기와 비교하면 더욱 효율이 좋기는 하죠.

그 마석이 있으면, 마력이 없는 저도 마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아니면 고위 마술식을 그릴 때 사용하기도 하고, 마도구 제작에도 사용됩니다.”

마석이 무엇인지 묻는 강하에게 진혁은 마석이 무엇인지 간단히 정리해서 말해주었다.

“...쉽게 말하면 건전지 같은 거네?”

“뭐, 그렇죠.”

“그래. 그런데, 네가 상대했다는 그 마물들은 마석이 없었다고?”

“예. 그정도 계열의 마물이라면, 상당히 질 좋은 마석이 있어야 할 텐데, 대충 서른셋 정도 베어 냈는데도 마석이 있는 마물은 단 한 마리도 없더라고요.

그게 제 패인이었죠….”

[......]

진혁은 언제나 마물을 상대할 때는, 그 마물의 몸속에 있는 마석을 흡수하여 마력을 보충했다.

허나, 이번에 상대했던 마물들에게는 마석이 없어, 마력을 보충하지 못한 것이 아주 큰 요인이었다.

말 그대로 카운터를 당한 셈.

“마석이 없다니…음….그거 말고 또 다른 특이점은 없어?”

“흠…….아! 맞다. 그러고 보니, 마물들에서 특이한 마력이 느껴졌어요.”

“특이한 마력?”

강하의 질문에 다시금 기억을 되뇌던 진혁은 문뜩, 그때 보았던 마물의 눈빛에 새겨진 마력을 깨달았다.

“네. 뭐라고 해야할까….푸른 빛의 조금 이질적인….느낌이었는데….”

“뭐라? 지금, 푸른 빛이라고 하였느냐?”

“예? 아, 예….맞아요…”

푸른 빛.

그 소리에 지금까지 잠자코 있던 류월은 곧바로 진혁의 얼굴 바로 앞까지 다가와 다시금 되물었다.

“류월? 갑자기 왜 그래?”

“....푸른 빛이라니….조금 꺼림직해서 말이다. 내 예상이 틀리지 않는다면…”

“.....설마, 청룡을 말하는 거야?”

“청룡?”

푸른 마력을 가진 용.

류월의 중얼거림에 강하 또한 무언가 눈치를 챘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아직 단순한 추측일 뿐.

그렇다면 그 추측을 확신으로 바꿔야만 했다.

“창. 미안하지만, 잠시 기 좀 끌어모아 볼래?”

“예.”

강하는 곧바로 자신의 옆쪽에 있던 창에게 기를 끌어모으라고 지시했다.

만약, 그녀의 예상이 맞다면…

“진혁아, 창의 마력과 그때 네가 보았던 마력을 비교해봐.”

창은 곧바로 자신의 손에 기를 끌어모았고, 그것을 진혁에게 내보였다.

“이…이건….! 맞아요! 그때 봤던 그 마력과 같아요!”

푸르스름하게 일렁이는 불꽃과도 같은 마력.

진혁은 그 마력이 낯이 익었다.

그때, 마물들의 눈에서 보이던 마력과 똑같은 색이었다.

창은 청룡의 힘에 의해, 청룡의 마력을 가지게 되었다.

진혁이 보았던 마력과 창의 마력이 같다는 사실은….

“이런….진짜냐…?”

“....이 빌어먹을 년…!”

추측은 결국, 확신이 서고 말았다.

청룡.

그 용이 이 사태의 원인이었다.

“청룡…? 그게 누군데요?”

­응? 지금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거야?­

물론, 그 청룡을 알 리가 없는 진혁과 아직 민위어를 모르는 아델리아는 그저 멀뚱멀뚱 눈을 껌뻑일 뿐이었다.

“청룡이라고….백설 님과 류월 같은 용이 있어……아마 그 청룡이 뭔가의 수단을 써서, 글란이라는 나라에게 힘을 준 것 같아.”

“네에?? 그러니까, 용…드래곤이 글란의 편에 붙어서 애슐란을 공격하고 있다고요?”

­....라고 하네요.­

­이….이런 말도 안되는…!­

두 사람을 위해 청룡에 대해 말해주자, 진혁과 아델리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자…잠시만요…! 그….청룡이라는 게 글란과 손을 잡았다고 칩시다. 그러면, 어째서 직접 공격하지 않고, 마물들을 조종해서 공격하는 거죠? 드래곤이라면 그런 짓 따위는 필요 없이 자신이 직접 애슐란을 박살 낼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잠시 당황하던 진혁은 청룡이 어째서 마물을 이용하는지에 대해 물었다.

그렇다.

청룡도 용.

인간들의 나라 따위는, 가볍게 박살 낼 수 있는 드래곤이 왜 굳이 귀찮게 인간들과 손을 잡아서 마물들을 조종하는 복잡하고 효율없는 짓을 하는가.

“...그건 모르겠구나. 청룡. 그 빌어먹을 년의 대갈통은 당초 이해를 하지 못하겠단 말이지….”

그 질문에는 류월도 마땅한 대답을 내리지 못했다.

그녀가 알고 있는 청룡은 그저 속이 시커멓고, 알 수 없는 속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음….괜히 눈에 띄는 짓을 했다가 다른 용들에게 찍히는 것이 싫어서 그런 건 아닐까?­

­그건 아닐 것 같구나. 애초에 드래곤이라는 생물들은, 오랜 세월을 살아 온 만큼, 인간들에게 특별한 감정을 가지는 존재들이 거의 없거든.

그 청룡이라는 아이가 직접 나서서 나라를 부순다고 해도, 그저 그렇구나 하고 넘긴 다음 자신의 레어*(둥지)에서 꿈쩍도 하지 않을 테니.­

아델리아의 의견에 백설은 그 의견을 바로 반박했다.

류월과 백설처럼 인간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용이 특이한 것이지, 대부분 드래곤들은 인간들을 하찮은 필멸자라고 생각하며, 레어에서 꼼짝도 안 하는 늙은이들 투성이었다.

“에휴….정말 귀찮네….그래서, 어떡하지?”

머리를 벅벅 긁으며 신세 한탄을 하던 강하가 느지막이 중얼거렸다.

“당연히 그 계집을 막아야 한다!”

그러자 류월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며 크게 소리쳤다.

“음….나도 류월이와 같은 생각이란다. 그 아이가 무슨 짓을 하려는 지는 모르지만, 이대로 넘기기에는 여기저기에서 사고를 많이 치는 모양이구나.

따끔하게 혼을 낼 필요가 있어 보여.”

백설 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류월의 의견에 동의했다.

­저…저희를 도와주시는 겁니까?­

“흥….원래는 그럴 이유가 없지만, 그 계집년이 끼어 있으면 말이 다르지.”

살았다.

상대가 드래곤이 있다면, 이쪽도 있다.

심지어 두 마리나.

­이….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 지….!­

“되었다. 이건 내 개인적인 일이 얽혀 있으니.”

­괜찮아~ 다 돕고 사는 게 아니겠니?­

아델리아는 감격한 나머지 무릎을 꿇으며 두 사람에게 조아렸으나, 두 사람은 딱히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어….그러면…나도 가야겠지?”

강하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떨떠름하게 웃으며 말했다.

두 용을 다른 나라로 보내기에 걱정이 되기도 하고, 청룡에게는 따로 빛도 있었다.

그렇게 애슐란에게는 상상치도 못한 원군이 발을 옮기는 순간이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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