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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3화 〉 아, 노크! 훌륭한 대화수단이지! (243/289)

〈 243화 〉 아, 노크! 훌륭한 대화수단이지!

* * *

­세상에….정말 믿기지 않는군…­

발토르는 제 볼을 꼬집어보며 이 광경이 망할 마법사 놈들의 환상인지, 아니면 분노에 미친 자신이 보는 환각인지 확인해 보았다.

하지만, 꼬집었던 볼은 얼얼하게 아파져 왔고, 그것은 이 광경이 전부 사실임을 알려주었다.

­내가...드래곤의 등에 타서 하늘을 날고 있다니!!!­

­발토르! 제발 좀 닥쳐!!­

거대한 날개를 펄럭거리며 하늘을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드래곤의 등 위에 올라탄 발토르가 환희에 가득 찬 고함을 지르자, 못 볼 꼴을 본다는 듯이 카를린이 그를 향해 거칠게 욕설을 내뱉었다.

그들은 현재, 백설의 등에 탄 채로, 글란이 점령했다는 아후로 변경백의 영토로 날아가는 중이었다.

속전속결이 좋다고는 하지만, 느닷없이 곧바로 출전하겠다는 두 용에게 적잖아 당황한 바이제르가 병력이라도 지원하고자 했지만, 단호하게 거절당했다.

애초에 병력이라니.

드래곤이 있는데 병력을 논하는 것 자체가 어리석다는 것을 깨달은 바이제르는 그저 말없이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그렇게 간단한 정비(주로 강하가 만든 도시락.)를 끝내고, 그들은 소수의 정예만을 데리고 곧바로 출전한 것이다.

­이봐 카를린! 너는 이 상황에서 점잔을 떠는구나, 솔직히 말해 봐! 너도 가슴이 벅차오르지 않나?­

­그….그건…!­

허나 발토르는 되려 카를린에게 미소를 보이며 되물었다.

사실, 카를린 그녀 또한 평정을 유지하려 노력했지만, 간신히 떨리는 전신을 잠재우는 것이 최선이었다.

드래곤, 드래곤이다.

전설 속에서나 나올 법 한 그 드래곤!

어린 시절 침대에 누으면 부모님이 심심한 아이들을 위해 몇 번이고 반복해서 들려주었던 동화에서나 나오는 드래곤의 등 위에서 하늘을 날아다니는데 그녀라고 마음이 떨리지 않을까.

­죄...죄송합니다 드래곤이시어….제 전우가 못 볼 꼴을 보여드렸습니다…­

[응? 아니야~ 활기차고 좋은데 뭐.]

부끄러움은 다른자의 몫이라고, 마치 어린아이처럼 신나있는 발토르 대신 그녀가 고개를 숙이며 무례를 사과하자, 백설을 개의치 않아 했다.

그녀는 다른 용들과는 다르게 인간들과 친화적으로 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나저나 진혁, 몸은 괜찮아?­

­예,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숨 돌린 카를라는 고개를 돌려 진혁에게 몸 상태를 물었다.

­그래, 네가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조심하는 게 좋아.­

진혁이 드라를 얻고, 이렇게 급작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카를라의 교육이 가장 컸다.

마석을 이용한 전투에 대한 것도 카를린이 언급해 주었기에 떠올릴 수 있었고, 기초적인 전투와 마법의 연계 등, 다양한 지식을 진혁에게 전수해준 스승이나 다름없었다.

­감사합니다, 카를린 경.­

­참! 그렇게 딱딱한 표현은 괜찮아~ 편하게 누나라고 부르라니까…­

­아...하하…­

발토르와 카를린에 비해서 아직 애송이나 다름없던 진혁이기에, 두 사람은 마치 동생처럼 그를 대했지만, 진혁은 씁쓸하게 웃을 뿐 이었다.

`수련을 할 때마다 날 죽이려는 것처럼 혹독하게 굴렸는데…..물론 그게 도움은 됐지만…..무섭다…`

기초 체력을 기른다고 낭떠러지에 던지지를 않나, 실전 감각이 필요하다고 일주일 치 육포랑 물주머니 딸랑 하나 던져주고 마물의 숲에 버리지를 않나.

그 경험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진혁이 있었지만, 그는 지금도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그나저나, 슬슬 보이는군.­

계속해서 짓던 함박웃음을 멈춘 발토르는 손으로 눈 위를 가리며 말했다.

­.....이런 빌어먹을 놈들….­

­아...아후로 변경백…!­

과거, 글란과 애슐란의 경계를 굳건하게 지키던 아후로 변경의 방패와도 같던 외벽은 산산조각이 나 있었으며, 그 위에는 어떠한 형체가 나무장대 위에서 바람에 휘날리며 퍼덕이고 있었다.

오른팔은 완전 반죽이 되었고, 얼굴은 반쪽이 사라졌음에도 남은 반쪽의 눈은 아직도 시퍼렇게 눈을 부라리고 있는 시체.

과거 전쟁영웅이었던 아후로 변경백의 시체가, 매우 초라하게 작은 장대에 의지해 성벽에 달려 있었다.

­.....단 한 마리도 성하게 죽이지 않으리….­

발토르는 자신의 애검, 거대한 대검의 날카롭게 세워진 날을 챙겨온 망치로 두들겼다.

종이도 칼끝에 닿자마자 잘릴 것만 같았던 칼날이 뭉그러지고, 마치 톱처럼 이가 다 빠져버리고 말았다.

발토르는 절대로 한 번에 목숨을 끊게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잘 들지 않는 날을 어거지로 베어념겨, 고통스러운 마지막을 선사할 생각으로 한 행동이었다.

".....류월."

[뭣이냐.]

그리고, 그들과 마찬가지로 본 모습으로 돌아간 류월의 등에 탄 채로 모든 것을 보았던 강하는 입을 열었다.

"이왕 손님으로 왔는데, 문은 두들겨 줘야하지 않겠어?"

[그거 좋군.]

강하의 말을 시작으로, 류월은 자신의 검은 기력을 모아, 쏘아내었다.

콰릉.

우렁찬 천둥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반파되어 구색만 맞추고 있던 성벽의 외곽이 완전히 가루가 되어 버렸다.

“빠르게 끝내고 돌아가자.”

강하는 류월의 등을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

­이…무슨…!­

게드만은 자신의 눈이 드디어 맛이 가 버린 것 같아, 마법으로 고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현재 그들은 빠르게 애슐란의 영지를 점령하고, 파죽지세로 애슐란의 수도로 진군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들에게 승리는 당연했고, 최대한 잔혹하게 전쟁을 이어 나갈 생각이었다.

그 순간, 마치 벼락이 치는 소리와 땅이 울리는 진동이 느껴지더니, 영지의 외각 벽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그는 서둘러 오버로드를 사용해 바깥이 무슨 상황인지 마물들의 눈을 빌려서 살펴보았다.

그리고 그 곳에는, 두 드래곤이 높게 떠올라,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드래곤이라니!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드래곤.

세계 최강의 종족이자, 먹이사슬의 정점에 오른 존재.

그런 존재가 두 마리씩이나 자신과 대치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그들의 거대한 덩치를 보니, 자신이 모은 마물들이 마치 개미처럼 느껴질 수준이었다.

­이….이런 말은 없었지 않았는가! 청룡!­

그리고 그는 당황과 분노가 섞인 목소리를 자신들의 앞에 있는 드래곤과 마찬가지인 그녀를 향해 쏘아내었다.

­뭐, 저쪽도 네가 그랬던 것처럼 저렇게 나오는 모양이겠지?­

­분명히 그랬지..! 네가 준 그것을 사용하면 애슐란은 가볍게 집어삼킬 수 있다고! 그렇다면 저들은 다 뭐야!­

그런 게드만의 당혹과 분노에도 청룡은 그저 어깨를 으쓱거리며 대답할 뿐이었다.

­아아….이런 젠장…! 네년의 감언이설에 넘어가는 것이 아니었는데….! 우린 이제 다 끝장이야…!­

게드만은 금방까지 위풍당당한 태도는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던지듯이 집어던지고는, 벌벌 떠는 목소리로 좌절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드래곤을 적대하는 생명체가 취하는 당연한 태도였다.

보잘것없는 인간이, 어찌 드래곤을 이긴단 말인가.

­참나….역시 인간들이란….내가 어떤 존재인지 네놈은 잊었나?­

그리고 겁을 집어먹고 덜덜 떠는 게드만을 바라보던 청룡은 한심하다는 듯이 한숨을 내뱉고는 중얼거렸다.

­네가 눈이 있다면 봐라! 저쪽은 두 마리지만, 너는 고작 하나이지 않는….!­

그런 청룡의 말에 버럭하며 소리를 지르던 게르만은 말을 멈추었다.

청룡이 생각이라는 것이 있다면, 당연히 2대1인 우리가 불리하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그런데, 어찌 저런 태도를 보일 수 있는 거지?

­무슨 방법이라도 있는 건가…?­

그렇다면 답은, 그녀가 무언가 대책을 미리 마련해 두었다는 소리일 터.

게드만은 슬며시 떠오르는 기대감을 가지고 물었다.

­보고나 있어.­

청룡은 게드만의 질문에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며 대답했다.

­네가 그렇게나 벌벌 떠는 드래곤들을, 도마뱀으로 만들어 줄 테니.­

두 개의 작은 유리병.

그 안에는 각각 검고, 하얀 불꽃이 일렁거리며 타오르고 있었다.

*

­............­

­..........봤어?­

­.........봤다…..­

발토르는 계속해서 쩌억 하고 벌어지는 턱을 억지로 닫아가며 카를린의 말에 대답했다.

드래곤이 정말 위대하고 대단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 그들의 힘을 바라본 두 사람은, 감상도, 감탄도, 그 무엇 하나 제대로 말할 수 없었다.

분명, 몇 초 전 까지만 해도 반쯤 세워져 있던 성벽이, 완전히 가루가 되어버렸다.

순간 번쩍하더니, 이런 상황.

발토르와 카를린은 순간 일어난 일을 이해하지 못하다가, 성벽(이었던)이 있던 자리에 검게 타오르는 불꽃을 보고 나서야, 그들의 옆에 날고 있는 블랙 드래곤이 벌인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손님 대접이 아직 멀었나 보구나, 예의도 차릴 겸 류월이가 노크도 해 줬는데 말이야.”

어느새 땅으로 착지한 백설이 아직도 멍해져 있는 발토르와 카를린을 들쳐업고 내리는 것을 확인하자, 다시금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오며 중얼거렸다.

“흥….예의는 무슨. 저것들이 무슨 예의가 있겠냐마는…”

그리고 그녀의 옆에는 아주 강력한 노크를 두들긴 류월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보자….저 안에 그 빌어먹을 녀석이 있다. 이거지? 어서 해치우고 돌아갑시다~”

그리고 이미 익숙해져버린 강하는 찌뿌둥한 어깨를 쭉 펴며 나섰다.

그 순간.

[이야~ 밑도끝도 없이 너무한 거 아냐? 아무리 그래도 오랜만에 보는 사이인데, 나 놀랐잖아~]

천진난만하게 친구를 반기는 듯한 목소리가 그들의 귀로 들려왔다.

“...네 이년…!”

“어머나….”

이 사태의 근원.

푸른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청룡이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향해 날아왔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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