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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6화 〉 그들의 싸움. (246/289)

〈 246화 〉 그들의 싸움.

* * *

"그 방법밖에 없는 것인가…"

류월은 슬슬 적응되어 가던 몸을 움직이며 강하에게 물었다.

"뭐, 지금은 이거밖에 없겠지."

"그래도…."

"괜찮아! 까짓거 다 조지고 올게!"

"....."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 백설 님, 류월을 잘 부탁드려요. 일단 방어막을 처두기는 했지만, 혹시나 무슨 일 있으면 이 구체를 써서 불러주세요."

"그래. 미안하구나, 우리가 도움이 되질 못해서…."

"뭐, 별 수 없죠.

강하의 말에 침울해진 류월의 어깨를 토닥여주고는, 백설에게 자그마한 구체를 넘겨주었다.

백설 또한 진심으로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에 분함을 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뭐, 강하 그녀도 청룡이 설마 그런 식으로 방해를 하려 들 줄은 몰랐지만 말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청룡의 허점을 노려 그녀 또한 평범한 인간의 상태라는 것 정도?

만약, 백설과 류월이 힘이 없는 상태에서, 용의 힘을 휘두르는 청룡을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곧바로 떡갈비가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그럼, 다녀올게."

"몸 조심 하렴..."

"...조심...하거라…"

그렇게 강하는 백설과 류월만을 놔두고, 다시금 글란 녀석들이 점거한 성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자!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간단해. 두 가지만 하면 되는 심플한 작전이지.­

강하는 일행들에게 손가락 두 개를 펼쳐 보이며 말했다.

­일단 저 성에 박혀있는 청룡의 힘으로 마물을 조종하는 녀석을 후려치고, 그 힘을 뺏어온다.

두 번째, 청룡을 뺏어와 두 사람의 봉인을 푼다. 어때? 괜찮지?­

­참 간단하네요. 서울대도 국·영·수 위주로 열심히 공부하면 갈 수 있고, 다이어트도 밥 덜 먹고 운동하면 되니까요.­

­뭐….그래도 그것보다는 간단하잖아?­

강하의 제안에 피식 미소를 짓는 진혁이 장난삼아 비꼬아보자, 강하는 들어 보였던 손가락을 접고는 머리를 긁적였다.

[크르르르….!]

[쿠워어…!]

­오! 저기 우리를 반겨주는 분들이 계시네? 눈치도 빠르셔라.­

어느새 글란의 군사들이 있는 본거지까지 오게 된 강하 일행을 반기는 자들은, 여전히 푸른 빛이 감도는 마력이 눈에 일렁거리는 마물들이었다.

­자, 누가 먼저 인사해 볼래?­ "창?"

"예."

창은 자신을 가리키는 강하의 손짓에, 일행들 사이를 비집고 나와 앞으로 나섰다.

"좋아, 한 방 먹여줘."

백설과 류월이 힘을 봉인 당한 상태에서도, 강하가 이렇게나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하는 이유는 딱 한 가지였다.

할만해 보였으니까.

[쿠룩…!]

[크르르….크라라라라!!!]

마물들은 자신들 앞을 가로막는 한 여성을 의아하게 바라보더니, 이내 아주 잽싸게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후……..음…!"

그녀의 얼굴보다 수십 배는 더 커 보이는 주먹이 그녀의 앞으로 날아드는 그 순간.

퍼엉.

강력한 폭발음과 함께, 주먹을 날렸던 마물은 그대로 충격파를 이기지 못하고 수십 미터는 우습게 보일 정도로 멀리 날아가 버렸다.

"으음….이 힘은 언제나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뭐, 적응하면 괜찮아질 거야."

양손에 푸른 기를 응축시킨 창이 어깨를 돌리며 중얼거리자 반룡인 선배이자 여자 선배인 강하가 그녀의 어깨를 두들기며 말했다.

­자! 나는 직접 성으로 들어갈 테니, 여기 나머지 마물을 부탁할게!­

­에? 자...잠깐, 강하 공!­

강하는 그렇게 바깥을 일행들에게 맡기고, 당황한 카를린의 외마디 외침에도 그대로 혼자서 성으로 달려가 버렸다.

“후….좋아…이제야 안정이 되어 가는군.]

창은 제 손에 자신의 기력으로 만든 날카로운 손톱을 일렁거리며 들어 올렸다.

[힘 조절을 잘 못 해서 말이다. 휘말리면 미안하다.]

[쿠르르…]

[끼에엑!]

­이봐! 카를린. 우린, 이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하자고.­

­에휴….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는지 원…­

­자, 드라. 준비 됬지?­

[물론이야 주인!]

­히야…오랜만에 싸움인가….!­

그렇게 남겨진 그들은 저마다의 무기를 들어올려, 마물과의 전투를 시작했다.

*

[크라아아!!]

[끄…라라라!!!]

고통스러운 비명이 창의 귀를 시끄럽게 후벼 팠다.

[후….이 것들은 지겹게도 덤비는군.]

창은 마물들을 베어 넘기며 제 뺨에 튄 핏방울을 슬며시 닦아내며 중얼거렸다.

마물은 상당히 강하기는 했지만, 강하의 말대로 그녀의 상대가 되지는 못했다.

[저 쪽은….걱정 할 필요는 없겠군.]

주변의 마물을 가볍게 정리한 창은 고개를 들어, 남은 사람들을 바라보았으나. 걱정은 기우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으랴아!!! 받아라!!!­

제 키보다 두 세게는 커 보이는 대검이 거대한 마물을 말 그대로 두 동강 내었다.

대검의 칼날은 그 스스로가 무디게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단면이 지저분하기는 하지만 확실하게 적들을 베어 넘겼다.

­후….이 발토르 에게 덤빌 자는 누구냐!­

­잠시 어깨 좀 빌린다.­

­우왓!­

고개를 숙여 제 검을 들어 올리던 발토르의 어깨를 그대로 즈려밟고 공중으로 떠오른 카를린은 양손에 들린 곡검을 휘둘렀다.

[끼에엑!]

그러자, 공중에서 날카로운 깃털을 날려대던 거대 새 마물이 잘려 나간 날개에 고통스러워하며 그대로 대지로 추락했다.

­마무리!­

­알았다! 으랴!!!­

카를린의 외침에 곧바로 대답한 발토르는 바닥으로 추락해 버둥거리던 마물의 머리를 묵직한 대검으로 쪼개어 버렸다.

­좋아, 잘 하네.­

­얌마! 사람을 발판으로 쓰지 말란 말이다!­

­뭐 어때, 마침 딱 좋은 덩치가 보였거든.­

­이 년이…!­

갑작스럽게 어깨를 밟힌 발토르가 소리를 버럭 질렀지만, 카를린은 뭐가 대수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자신의 검에 묻은 피를 슥슥 닦아내었다.

­그나저나, 애송이는 문제없겠지?­

­뭐가 걱정이야?­

잠시 숨을 돌리는 사이, 발토르는 시야에 잡히지 않는 진혁을 생각하며 중얼거렸다.

­애송이, 저번에도 마력 고갈로 마물들에게 당했지 않았느냐. 그녀석 말 대로 이 마물들은 마석이 전혀 없으니,

발토르는 진혁이 사망했다고 들었던 그때를 기억하며 살짝 침음한 표정을 지었다.

­뭐, 걱정하지 마. 이번엔 ‘그게’ 있잖아.­

­...그렇겠지?­

그런 발토르에게 카를린은 걱정 말라며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어찌 보면 그게 있다면…우리보다 강할지도….­

­뭐?­

­아냐. 어서 나머지 놈들도 쓸어버리자고.­

­크하하! 그래! 내 대검은 아직도 적을 찾고 있다!­

­그래 그래.­

발토르는 대검을 손에 쥔 채로 눈에 보이는 마물을 향해 달려들었고, 그 모습을 보던 카를린 또한, 자신의 곡검 두 개를 손에 쥔 채로 뒤를 따랐다.

*

“흐랴앗!”

서걱.

단 한번의 칼질에, 진혁보다 거대한 마물이 순식간에 가루가 되었다.

“우와….이거 진짜 물건인데…?”

그 광경에 진혁은 믿기 힘들다는 눈으로 자기 목에 걸려있는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그것은 바로, 백설이 자신을 위해 만들어 준 마도구였다.

시간은 몇 시간 전.

“그러고 보니 아이야. 괜찮겠니?”

“네?”

애슐란 왕궁에서 출발하기 직전, 백설은 진혁을 따로 불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네 이야기는 들었단다. 마력이 없어, 내 핵으로 만든 저 아이를 휘두를 수는 있지만, 상대가 마석이 없는 존재라면 싸우기 힘들다는 것을….”

“네…뭐….그래도 이번에는 고품질 마석을 챙겨가기는 하지만…장담하기는 힘들죠.”

백설의 말에 진혁은 살짝 움츠러들며 힘없이 어깨를 떨어뜨렸다.

“그런 너를 위해서, 자그마한 선물을 하나 준비했단다.”

“선…물이요?”

측은한 모습을 보이는 진혁에게, 백설은 무언가를 내밀었다.

“목걸…이?”

그것은 바로, 희고 아름다운 보석에 끈이 달린, 목걸이였다.

“내 힘을 저장해 만든….그래, 너희들 말로 말하자면 마도구 라고 할 수 있는 물건이지.

이게 있다면, 적어도 이번 전투에서 마력이 모자를 일은 없을 거란다.

자. 한번 착용해 보렴.”

“네….일단 감사히 받겠습니다.”

일단 마도구라고 하니 날름 받아온 진혁은 그대로 목걸이를 목에 걸었다.

그러자.

“어…? 어어…? 어..!”

[와…하와와와와…!]

지금까지 흡수해 오던 마력 중, 그 무엇보다도 질이 좋은 고순도의 마력이 휘몰아쳤다.

심지어, 드라마저도 다 흡수하지 못해 역으로 빨아들인 마력을 진혁에게 넘겨줄 만큼의 다량의 마력.

“어떠니? 괜찮아?”

“.........감히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아명을 대서 죄송합니다…”

“...응?”

그 순간, 진혁은 처음으로 강하를 만나 전투를 벌였을 때보다 더욱 확고하게 깨달았다.

아. 드래곤에게는 깝치는 것이 아니구나. 라는 것을.

그리고 현재.

[아이스 블레스터!]

진혁이 외치고, 드라가 술식을 짜낸 마법이 진혁의 손바닥 앞에서 발현되었다.

원래 발동될 마법이라면, 화살 크기 정도의 고드름이 한 6~7개 정도 쏘아질 마법이었지만, 백설의 고농도로 응축된 마력으로 발현된 마법은 그 질이 달랐다.

쿠과과과광!

마치 운석처럼 거대란 얼음덩어리 수십 개가 하늘에서 메테오처럼 땅을 울렸다.

마물들은 그 충격파만으로도 쓰러질 정도였으며, 정통으로 가격당한 마물은 그 흔적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대…대단해…!”

[흐아….아무리 마력을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어….!]

예전 전투에서 그들은 배터리 없는 휴대폰으로 어떻게든 남은 배터리를 짜내어 느린 와이파이로 인터넷을 보던 상황이었다면.

지금은 초고속 충전 가능한 보조 배터리와 빵빵한 와이파이가 합친.

그야말로 그들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컨디션을 가진 상태였다.

그 힘은 너무나도 놀라웠기에, 그 힘을 다루고 있는 두 사람조차 주변의 환경을 보며 이게 우리가 한 것이 맞나? 라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그때.

타앙.

퍽.

“우왓!”

[크..크륵..!]

진혁의 뺨을 아주 근거리에서 아슬아슬하게 스친 철 구슬이 아직 의식을 가진 마물의 머리를 뚫어버렸다.

“방심하지 마! 확인 사살은 필수라고!!!”

“죄…죄송해요!!!”

그리고 저 멀리에서 들려오는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주인공이 김이 피어오르는 총구를 하늘로 제치며 소리쳤다.

바로 힐라였다.

“자, 실피. 다음 탄환 부탁해.”

[$#$@!...!]

힐라가 자신과 계약한 바람의 정령, 실피에게 부탁하자, 실피는 그녀가 챙겨온 또 다른 조총의 장전을 끝냈다.

“보자….다음 녀석은….저기네. 제4탄. 발사….!”

실피의 힘이 스며든 조총을 건네받아, 다음 목표물을 노리던 힐라는 곧바로 조준을 마치고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경쾌한 화약의 폭발 소리와 함께, 강력한 힘으로 철 구슬이 목표물을 향해 쏘아졌다.

[크헉..!]

아주 빠른 속도로 날아가던 철 구슬은 그대로 사이클롭스의 눈을 정확히 뚫고 지나갔다.

[쿠..쿠워어!!]

[크륵…!]

갑작스럽게 자신의 동료가 쓰러지자, 근처에 있던 사이클롭스들은 당황하며 주위를 살폈다.

그리고, 그중 한 마리는 보았다.

분명, 하늘로 날아오르던 작은 무언가가, 궤도를 바꾸어 자신에게 날아오는 것을.

그리고 사이클롭스는, 자신의 뇌가 꿰뚫릴 때까지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

퍽. 퍼벅. 퍽.

분명 한 번 쏘아진 철 구슬은 마치 자의를 가진 것처럼, 근처의 적들을 순서대로 꿰뚫어 버렸다.

“좋았어! 고마워 실피!”

그 이유는 바로, 바람의 정령 실피가 철 구슬에 깃들어, 바람을 조종하여 철 구슬의 궤도를 마음대로 조절했기 때문이었다.

한때, 힐라가 악귀갑사에서 활동했을 무렵, 그녀에게는 무시무시한 별명이 하나 있었다.

하나는 훈련 하나는 지독하게 굴린다고 하여 붙여진 지옥의 사관.

그리고 또 하나는, 그녀와 같은 전장에서 싸운 병사들이 그녀가 전장에서 싸우는 모습을 보고 지어준 별명.

일발 백중의 힐라.

말 그대로. 단 한발에 100명을 맞춘다고 하여 지어진, 그녀의 두 번째 별명이었다.

“휴….바깥쪽은 이대로 가면 걱정 없겠지만….아씨는 괜찮겠지?”

힐라는 자신의 조총을 실피에게 맡기며, 혈혈단신으로 적들의 본거지로 쳐들어간 강하를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제발 무사하기를.

그렇게 중얼거린 힐라는 다시금 조총을 들어, 방아쇠를 당겼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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