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8화 〉 크리스마스 특별편!
* * *
““““크리스…마스?””””
쌀쌀한 겨울 아침의 날씨를 온몸으로 느낀 직원들이 흐느적흐느적 홀로 들어서자, 분명 어제와 같은 장소일 텐데, 완전히 다른 곳이 되어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아, 다들 일어났어?”
강하는 직원들이 빤히 바라보던 현수막을 묶는 작업을 마무리하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셰프님. 이게 다 뭔가요…? 갑자기 홀이 너무 화려해졌는데….”
파렌은 갑작스럽게 바뀐 홀의 분위기가 익숙치 않은 듯,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피면서 말했다.
“그건 바로,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 위해서지!”
“.....저기에도 적혀있기는 한데, 크리스마스가 뭐에요?”
이상하게 기운이 넘치는 강하를 요상하게 바라보던 벼루가 머리에 물음표를 달며 물었다.
“그러니까…크리스마스가 뭐냐면…..그…신의 탄생일을 축복하는 날인데…”
“어떤 신인가요?”
“어?”
벼루의 질문에 떠듬떠듬 대답하던 강하에게 파렌이 끼어들며 물었다.
파렌과 이들이 살아가는 이세계에는 수많은 신들이 있었기에, 유일신이라는 개념이 없었던 탓이었다.
“어떤 신이냐고 물으면…..그….신?”
“....?”
“아, 아무튼! 그래서 크리스마스는 빨간 모자와 옷을 입은 할아버지가 순록을 이끄는 마차를 타고 하늘을 날아서, 집집마다 굴뚝을 타고 들어가 자는 아이 곁에 선물을 가져다주는 날이야!”
“....빨간 옷과 모자..?”
“하늘을 나는 마차..?”
“굴뚝을 타고….?”
“그거 완전 미친놈 아니에요?”
대충 산타로 얼버무리려던 강하였지만, 그녀의 설명에 직원들은 더욱 혼란에 빠지기 시작했다.
상상해보라.
마치 피에 물든 것처럼 새빨간 복장을 한 늙은이가 하늘을 날아서 굴뚝을 타고 몰래 들어와 선물을 두고 간다?
직원들에게는 산타라는 존재가 꺼림직하게 느껴졌다.
“뭐….내가 있던 곳에서는 다들 즐거운 날이었는데….”
강하는 직원들이 이런 반응을 보일 줄은 전혀 몰랐기에 약간 시무룩해지고 말았다.
기껏 백설에게 부탁하여 형형색색으로 반짝거리는 돌도 받아서 전구처럼 꾸미고, 작은 나무도 산에서 배어와 장식했는데….
“어….어머나! 그것참 멋지네요!!”
“아…그…그렇네요! 선물이 참 기대된다아~”
“크, 크리스마스라는 날은 즐거운 날이군요….?”
한껏 신나 하던 강하가 기운이 빠지며 시무룩해지는 것을 본 직원들은 그녀의 기분을 맞춰주기 위해 최대한 즐겁다는 듯이 손짓·발짓을 하며 말했다.
“그치? 오늘 저녁 기대해! 크리스마스에 먹는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할 테니까!”
““““와아…! 기대된다..!””””
다행히 그들의 배려 덕분에 강하는 기운을 차리며 말했다.
‘크리스마스가 대체 뭐야…?’
물론 그들의 마음속에는 모두 같은 생각이었지만 말이다.
*
“오오…! 이게….오늘의 저녁이란 말이냐!”
류월은 오늘의 저녁 식사의 메뉴를 보고는 흥분에 찬 목소리로 포크와 나이프를 들며 외쳤다.
“짜잔! 크리스마스 특제 디너, 로스트비프!”
강하가 한껏 미소를 꽃피우며 식탁에 내려놓은 요리는, 거대한 고깃덩어리가 노릇노릇하게 익어, 식욕을 한껏 불태우게 만드는 요리였다.
“고기를 덩어리 채 익히는 건 가끔 봐왔지만….이렇게 큰 고기 요리는 처음이네요!”
“맛있어 보인다!”
[주인! 저거 봐! 고기야! 고기!]
“그래, 그래. 진정 좀 해라.”
그 휘황찬란한 모습에 직원들 모두 입맛을 다시며 포크와 나이프를 들어 식사를 시작했다.
“음…! 엄청 커다란 고기라서 안쪽이 잘 익었을지 불안했는데….씹으면 씹을수록 육즙이 자꾸 새어 나와요!”
“움…냠…! 쫄깃하면서도 부드럽다! 아주 맛있구나!”
“어라? 고기 요리인데도 잼을 같이 곁들여 먹나요?”
향이는 마음껏 로스트 비프를 즐기던 그들과 같이 식사를 즐기다가, 문득 발견한 소스의 상태를 보며 물었다.
보통 스테이크 소스 하면 진하고 짭짤한 소스가 같이 나왔는데, 이번에 같이 나온 소스 중에서는 달콤한 블루베리 잼이 같이 나왔기 때문이다.
“아~ 대부분 잼 하면 빵에 발라먹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의외로 잼이 고기 요리와도 잘 어울리거든~ 남은 고기 육즙에 한번 간단히 볶아내기만 해도, 충분히 훌륭한 소스로 재탄생 할 수 있어!”
“음~ 그렇네요! 달콤한 잼이 고기와 어우러져 더욱 잘 넘어가는 것 같아요!”
강하의 설명을 들은 향이가 블루베리 잼과 같이 고기를 먹자, 의외로 맛이 좋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 먹고 나면 특제 케이크도 있어! 무려 3단 케이크!”
“하으….케이크…맛있겠다…!”
“크리스마스가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좋은 건 확실하네요!”
“음. 음.”
직원들은 계속해서 크리스마스 기념 요리를 맛보며,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어서 기뻐했다.
“아, 잠시만. 먹는 것도 좋지만, 잠시 이것 좀 써볼래?”
그러던 와중, 강하는 직원들의 식사를 잠시 멈추고는, 그들에게 자신의 품에서 꺼낸 것을 들이밀었다.
“이게…뭔가요?”
“갑자기 종이와 붓?”
“그림이라도 그리는 건가요?”
신나서 식사를 즐기던 그들은 흰 종이와 붓을 보며 어리둥절하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 내가 아침에도 말했듯이. 산타에게 편지를 써보자는 거지.”
그런 그들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강하가 말했다.
*
그날 밤.
강하가 시킨 대로 산타에게 줄 편지를 쓴 직원들은 오늘은 일찍 잠들어야 한다는 말에 평소보다 훨씬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다들 잠든 것 같구나.”
“이렇게 도와주니 감사하네요.”
“뭘~ 나도 즐거웠단다~”
그렇게 모두가 잠든 스타 주막의 홀에서는, 두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두 사람의 정체는, 새빨간 모자와 마찬가지로 빨갛고 두꺼운 원피스를 입은 강하와, 그 모습을 지켜보는 백설이었다.
크리스마스를 기념하기 며칠 전, 강하는 미리 백설에게 부탁하여 주막을 꾸밀 반짝거리는 돌과, 특별한 분장. 그리고….
“자, 이제 당분간은 시전자인 나와, 강하 너를 제외하면. 아무도 너를 눈치채지 못할 거란다.
하지만, 직접 만지거나 하면 쉽게 들킬 수 있으니 조심하렴?”
“오….!”
산타 역할에 걸맞은 최상위의 은신 마법까지 걸어주었다.
백설 왈. 류월이라고 해도 직접 피부가 맞닿기 전까지는 절대로 알 수 없다고 한다.
“그럼, 다녀올게요!”
강하는 미리 준비한 선물이 담긴 자루를 둘러메고, 천천히 직원들이 잠든 2층으로 향했다.
원래 이런 건 기분이 중요한 거니까….!
*
“자…첫번째는….류월인가?”
방의 순서대로 선물을 나누어 주기로 한 강하가 류월이 있는 방문을 천천히 열었다.
“으음….나는 아직…더…먹을 수 있다아….”
“....잠들었군.”
그러자, 이불을 헤집으며 연신 잠꼬대하는 류월의 모습이 보였다.
용이라고는 하지만, 류월은 요즘 잠을 자는 것에 푹 빠져서 그런지, 매일같이 잠이 들고는 했다.
그나저나, 꿈속에서도 먹는 거 타령이라니….
“하긴….선물부터가 그러니까…”
강하는 멋쩍게 웃어 보이며 주머니에 넣어두었던 직원들의 편지를 꺼내, 류월의 이름이 적힌 편지를 열었다.
[산타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맛난 것을 다오.]
말투는 참으로 괴팍했지만, 이상하게 글씨체는 매우 깔끔해서, 이게 정령 자신이 알던 류월이 쓴 글씨가 맞는가 싶은 편지였다.
강하는 그런 그녀를 위해, 저녁 메뉴 결정권을 류월의 머리맡에 두고 조용히 방을 나섰다.
그 뒤로는 매우 순조로웠다.
다음 방인 향이는 고급 찻잔을, 그 다음 방인 벼루는 새로운 물감과 붓을.
크리스마스는 언제나 즐겁고 두근거려야 한다고 생각하는 강하는 며칠 전부터 직원들을 지긋이 관찰하며 과연 무엇을 바랄지 예상하고, 후보들을 미리 사 두었기 때문에 편지에 적힌 물건들을 조용히 머리맡에 두고 오면 될 뿐이었다.
혁수나 파렌같은 나이를 좀 먹은 이들에게는 용돈이 두둑히 들어있는 주머니를 살포시 얹어주었다.
그렇게 차례대로 매화, 창, 마오, 크리스마스에 초대한 드라와 진혁. 마지막으로 힐라에게도 선물을 모두 건네 줄 수 있었다.
“휴~! 다 끝났다…..녀석들…아침에 일어나면 깜짝 놀라겠지?”
강하는 떠올린다.
어릴 적, 산타가 실제로 있다고 믿었을 무렵.
아침에 일어나자 머리맡에 놓인 선물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점점 놀라움과 감동은 사라져갔고, 애초에 나이를 먹으니까 선물도 없어졌으니….
자신은 즐기지 못하더라도, 직원들만큼은 그때 느꼈던 그 놀라움과 감동의 감정을 느껴봤으면 좋겠다고 강하는 생각했다.
“자…이제 다시 1층으로 돌아가자…”
그렇게 모든 직원들에게 선물을 건네준 강하는 다시금 천천히 1층으로 내려가, 백설을 만나러 갔다.
하지만.
“...어라?”
분명 그녀가 앉아있던 자리엔 아무도 없고, 웬 작은 상자가 하나 덜렁 놓아져 있었다.
“백설 님…? 그나저나…이게 뭐지?”
사라진 백설을 찾던 강하는 일단 눈에 보이던 상자에 다가갔다.
자세히 살펴보니, 상자의 뚜껑 부분에 무어라고 적힌 쪽지가 하나 꽂혀있었다.
[너만의 작은 산타가. 메리 크리스마스~ ]
[….이게 맞나 모르겠네~]
“...하하…! 원래라면 주는 입장인데, 어느새 선물을 받아버렸네….”
강하는 쪽지를 고이 접은 뒤, 선물의 내용물을 확인해 보려다가, 이내 손을 멈췄다.
그러더니, 강하 역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받았던 선물을 스스로 자신의 머리맡에 두고는, 이불을 머리까지 끌어올려 덮었다.
오랜만에, 아침의 두근거림을 느끼고 싶었다.
아침에 일어나, 어떤 선물일지 떨리는 손으로 선물을 풀어헤치던 그 두근거림을.
그렇게 강하는 눈을 감아, 중얼거렸다.
메리 크리스마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