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50화 〉 이과란....뭘까? (250/289)

〈 250화 〉 이과란....뭘까?

* * *

[아….아으어….으…]

발록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악마들의 힘의 원천이자, 인간으로 치면 심장과도 같은 그의 마석이, 붕괴하고 있었다.

[놀랐지? 나도 그 불기둥을 볼 때 엄청나게 놀랬거든…]

[ㄴ….네노옴…!]

그런 그에게 들려오는 속삭임이 더욱 날카롭게 귀를 후벼 파고들었다.

­어…어떻게…!­

놀란 것은 발록만이 아닌, 그의 마석이 뚫리는 것을 바로 직관한 게드만 또한 크게 확대된 동공을 바들바들 떨며 중얼거렸다.

분명, 발록의 공격에 맥도 추리지 못한 채로 타 죽었을 그녀가, 어떻게 발록의 마석을 뚫은 것인가.

[글쎄….굳이 말하자면, 운이 나빴어.]

­으허억!­

게드만은 바로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기겁을 하며 엉덩방아를 찍었다.

금방까지 발록의 넓은 등 뒤에 매달려있던 강하가 어느새 게드만의 바로 뒤에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어느새…!!­

게드만은 자신이 지금 보고 있는 것이 사실 환각이 아닐까 싶어 눈을 잠시 감았다가 다시금 떴다.

­....엇..! 뭐였지…! 환각…?­

그러자, 의기양양하게 미소를 지으며 당당하게 서 있던 그녀의 모습은, 또다시 사라진 상태였다.

툭.

[아쉽지만, 꿈은 아냐.]

­....! 이…! 이런 빌어먹을!­

그러던 순간, 엎어져 있던 자신의 어깨에 감촉이 느껴지며 소름 끼치는 그녀의 목소리가 울리자, 게드만은 욕짓거리를 내뱉으며 전력으로 팔꿈치를 들어, 어깨를 짓누르는 짓누르는 팔을 향해 후려쳤다.

하지만.

­크학…!­

팔꿈치를 휘두르는 순간, 어깨를 짓누르는 짓누르던 감각과 함께 목표로 정했던 팔이 사라지자, 게드만은 자기 몸을 주체하지 못한 채 얼굴을 바닥에 박아버렸다.

[....텔…레포트…인가…!]

[정답.]

그리고, 이 모든 촌극을 높은 시야에서 바라보던 발록은 마석의 붕괴로 부스러져가는 자신의 신체를 억누르며 중얼거렸다.

그랬다.

신출귀몰하게 등장하는 강하의 비기는 투명이나 고속이 아닌, 말 그대로 신출귀몰, 순간이동이었다.

[그런…! 이처럼 재빠르게 좌표를 설정해 순간이동을 하다니…그걸 어떻게…!]

허나, 텔레포트라는 마법은 자신의 육체의 좌표를 정확히 알아야 하며, 마법을 시전하는 자신의 전신을 전송시키는 마법이다.

아무리 단거리라고 한들, 강하처럼 아주 재빠르게 여러 곳을 순간이동하는 마법은 발록조차 본 적이 없었다.

[마침 좋은 스승이 있어서 말이야]

그런 발록의 질문에 강하는 작은 구체 하나를 손가락으로 들어 올리며 대답했다.

순간이동이라는 마법은 사용하기도 까다로웠지만, 애초에 배우는 것부터가 막히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강하에게는 마법의 대가이자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경험을 쌓아온 노룡, 백설이 있었다.

*

“그러고 보니 백설 님. 순간이동이라는 건 어떤 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건가요?”

강하가 애슐란으로 오기 전, 강하는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백설에게 물었다.

순간이동.

현대의 사람들의 꿈이자 바라는 능력.

그 능력만 있다면 출퇴근도 간편, 여행도 공짜, 생활이 풍족해지는 아주 훌륭한 능력이었기에, 강하 또한 언젠가 순간이동을 바랐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능력의 정점에 서 있는 백설이라면, 무언가를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꺼낸 질문이었다.

“음….간단해! 먼저 무언가를 전송하려는 매개체의 정확한 좌표를 알아야 하는데…아, 알기 쉽게 수식화를 해 줄게! 먼저 가로, 세로, 높이의 기준과 경도, 위도의 개념이 필요해.

그런데 인간들이 만든 지도로는 세세한 위치까지 알기 힘들어서 그걸 기준으로 따로 계산해 줘야 하는데….계산식을 써보자면 먼저…..”

“자…잠깐만요…! 가로 세로 하고….경도? 위도? 이건 그냥 수학 아닌가요…?”

그렇게 물어본 질문에 환하게 웃던 백설은 허공에서 새하얀 글씨들을 작성하기 시작했지만, 수학은 이미 고등학교 때 부터 손절해버린 강하의 눈에는 마치 판타지 만화에 나오는 룬어처럼 전혀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럼! 마법의 제일 기초는 수학이란다? 너와 류월이는 정확히는 특이체질이지! 감각파, 라고 할까? 자연의 마나를 쓰는 것이 아닌, 용의 힘에서 나오는 마력을 다루는 타입이라서 그렇단다.

본디 마법이란, 정확한 수식이 필요하단다. 어떤 마법을 사용할지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에 맞는 수식을 짜서, 그에 맞는 마력을 불어넣어야 마법이 발동되지. 어떠니? 정말 흥미롭지 않니?”

“아…하하…”

“포기하거라, 백설은 한때 인간들 세계에서 마법을 가르치는 곳에서 직접 마법을 가르칠 정도로 똑똑하기 때문에, 우리와는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느니라.”

마치, 대학교 시절. 학점을 준다고 해서 대충 들었던 프로그래밍 수업의 교수님과 겹쳐 보일 정도로 가르치는 것에 흥미를 가지는 백설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던 류월이 강하에게 다가와 등을 토닥였다.

이 사람…아니 이 용….이과구나….

“저….그럼 기초부터 배운다고 치면, 텔레포트 마법을 쓰기까지 얼마나 걸릴까요?”

“음….최상위 마법인 텔레포트 마법을 기초부터 배우는 사람이 쓰기까지에는….글쎄….내가 인간들을 가르치던 시절에는 노령의 인간 정도가 한 여기서 저기 있는 탁자까지 작은 물컵을 옮기는 정도? 하지만 괜찮아! 강하 너는 이제 수명이 많이 늘었으니까, 반드시 배울 수 있을 거란다!”

“못해요!!”

마법에 관심이 있는 사람조차 평생을 바쳐서 겨우 저 정도 거리를 고작 물컵만?

수학에 진저리가 난 강하로써는 도저히 시도할 엄두조차 못 냈다.

“음…..그럼 잠시 작은 구체를 꺼내 보지 않으련?”

“네? 그거야 쉽죠, 여기요. 그런데..구체는 왜?”

백설의 말에 기겁을 하며 소리친 강하를 의미심장하게 쳐다보던 백설은 강하가 언제나 애용하는 구체를 소환시켜보라 말했다.

백설의 말에 의문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작은 구체를 소환한 강하가 백설에게 구체를 내밀었다.

“이 구체는 강하 네가 소환했기 때문에, 아무리 멀어져도 너와 희미하게 연결이 되어 있단다, 가까이 있는 지금이라면 아주 강력하게 연결되어 있지.”

“네. 이젠 눈 감고도 마치 드론을 조종하는 것 처럼…아니….어쨌든 맞아요.”

“그렇다면, 차라리 수식을 여기에다가 넣어보는 건 어떠니?”

“수식…이라면?”

“예를 들면….텔레포트 술식을 이 구체에 넣은 상태라면, 네가 그저 구체에 마력을 집어넣기만 해도, 술식이 새겨진 구체로 텔레포트 할 수 있지 않을까? 단점이라면, 반드시 구체가 있는 곳에만 가능하지만….어떠니?”

“오…..뭔가 알 것 같아요…!”

백설의 설명에 강하는 예전에 보았던 만화 중, 술식이 적힌 수리검을 집어던지자, 그곳으로 순간이동 하던 캐릭터의 능력을 떠올리며 얼굴이 밝아졌다.

“후후….좋아. 이 방식은 그 어떤 마법사…아니 어떤 용도 하지 않은 방식일 거야….실험을 해 봐야 하겠구나. 어떤 수식을 짜야 할까? 아주 흥미가 깊어…우후후~”

“하…하하….그럼 저는 주방으로 다시 돌아가 보겠습니…다아~”

어느새 자신만의 세계에 빠진 백설이 구체를 만지작거리며 중얼거리자, 살짝 질린 강하는 머쓱하게 웃으며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

*

[그때는 좀 무서웠지만, 익숙하니까 참 편하다니까~]

[크…흐흐…이거 한 방 먹었…군…! 설마 매개체에 술식을 새겨 그 위치로 텔레포트 한다니….아주 놀라워…커흑…!]

발록은 강하가 들이민 구체의 안쪽에서 희미하게 보이는 텔레포트 술식을 보며 진심으로 한 방 먹었다는 듯이 헛웃음을 지었다.

[아….이제 끝인가…..]

발록은 자신의 오른손을 들어 보이자, 이내 가루로 변해 격한 격투로 인해 생긴 구멍에서 흘러나오는 바람을 타고 떠나는 것을 보았다.

더 이상 죽음을 막을 방법은 없었다.

[아아…아쉽구나….아직….싸우고 싶….ㄷ…ㅏ…]

이윽고 전신이 가루가 되어버린 발록은 마지막 한 마디를 남기고 완전히 가루가 되어버렸다.

[휴…..끝까지 숨기고 있기를 잘했네…..이번에는 진짜 위험했다…”

여유로운 척 의기양양한 미소를 짓던 강하였지만, 결코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않았기에, 발록의 최후를 보자 겨우 힘을 풀 수 있었다.

만약, 백설에게 그 질문을 건네지 않았다면, 자신이 저렇게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오싹해졌다.

­으으….당장이라도 쓰러지고 싶지만…아직 일이 남아 있지? 우리?­

­바…발록이….그 악마가 진짜로….!­

가볍게 어깨를 돌리며 몸을 풀던 강하는, 바닥에 주저앉아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중얼거리는 게드만에게 다가갔다.

­야.­

­..!.....그…그래….! 자…잠시만 기다려 봐라! 그….그만한 힘이 있는데…어째서 애슐란의 편에 서는 거지? 마….만약 우리의 나라에 붙는다면 그대에게 무한한 부와 영광을 안겨 줄…­

­말! 말! 이 새꺄! 지금도 니가 갑으로 보여? 개 띠껍네? 응?­

­악! 으악!­

바로 눈앞까지 다가온 강하를 본 게드만은 어떻게든 강하를 회유하려고 유혹했지만, 이미 그런 게 통할 리가 없었다.

­그거 내놔.­

­아…이..이건…!­

­쓰읍..!­

­.....여기 있습니다…­

강하는 말 같지도 않은 말을 뱉은 그의 주둥이를 가볍게 찰싹 때려주고는, 그가 아주 소중하게 쥐고 있던 푸른 수정구를 뺏었다.

­호오….과연….이렇게 쓰는 건가…?­

푸른 수정구를 손에 쥐자, 그와 연결된 마물들의 마력이 자신과도 연결되는 감각이 느껴졌다.

마치 컨트롤러를 쥐고 있는 듯한 느낌?

­보자……이 수정구를 통해 힘을 불어넣어 주는 건가?­

막대한 마력을 지닌 수정구가 연결된 마물에게 마력을 주입하고 있는 것을 확인한 강하는 직접 간섭하여 그 연결을 전부 끊어버렸다.

그러자, 수정구에 연결된 마물들의 생기가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미 이 수정구에 연결되는 시점부터, 마물들은 죽은 목숨이었다.

­자….마물도 해결했고….나머지는 단 하나.­

­아악…!­

그렇게 게드만이 가진 모든 전력을 없애버린 강하는 수정구를 품에 넣고, 이마를 땅바닥에 박고 있는 게드만의 머리채를 잡아 올렸다.

그는 머리채가 당겨지는 고통에 신음했지만, 강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청룡 어디 있어.­

이 모든 일의 원흉이자, 류월과 백설의 힘을 되돌릴 방법을 아는 자.

청룡만이 남았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