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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2화 〉 사...사이다? (252/289)

〈 252화 〉 사...사이다?

* * *

청룡.

그녀가 이번 일을 꾸민 이유는, 별거 없었다.

그냥, 취미. 그 자체였다.

예를 들어, 만약 당신이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개미를 하나 밟았다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당신은 그 개미에 대한 죄책감이 있는가?

없다.

왜냐하면, 그냥 개미일 뿐이니까.

에이 뭐야? 하고 그냥 갈 길 갈 수도, 아니면 또 다른 개미를 발견하고 또 밟을 수도, 그것도 아니라면 아예 개미를 밟았는지도 몰랐을 경우도 있다.

청룡의 행동은 그저, 심심풀이로 놀이터에 있는 개미굴을 찾아, 마음껏 짓밟은 것뿐이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귀찮게 다른 개미들과 협력하려 하느냐고?

그것 또한 그냥 짓밟으면 되는 것을 굳이 개미굴에 물을 들이붓거나, 꼬마 화약 장난감을 던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냥 하는 것보단, 훨씬 재미있으니까.

그렇기에 청룡은, 이 현 상황을 납득할 수가 없었다.

*

­똑바로 걸어!­

[으윽…!]

자신의 양 옆 어깨를 짓누르며 끌고 가던 병사가 청룡에게 윽박질렀다.

‘이런 빌어먹을…! 이 몸이 어째서…이런 하찮는 놈들의 손에….!’

자신의 계략을 역이용한 강하의 수단 덕분에, 그녀는 현재 용의 힘을 봉인 당한 그저 평범한 여성일 뿐이었다.

그녀의 상태는 말 그대로 배터리가 다 떨어진 현관 도어락이었다.

딱 문을 열 전력이 있다면 어떻게든 힘을 개방할 수 있지만, 그 배터리를 대체할 도구가 그녀에게는 없었다.

자신의 힘으로 직접 빚은 마도구, 오버로드가 그 열쇠가 될 수는 있었지만, 게드만은 그것을 용납하지 않았다.

‘네놈 게드만…! 이 치욕은 반드시 갚으리라…! 차라리 죽여달라고 빌게 만들어 줄 테다…!’

청룡은 끌려가는 와중에도 이빨을 아득바득 갈며 게드만을 어떻게 괴롭혀야 더욱 고통스럽게 자신의 잘못을 후회하고 죽어갈지를 생각했다.

[윽…!]

그렇게 하염없이 끌려가던 청룡은 갑자기 느껴지는 고약한 냄새에 얼굴을 찡그렸다.

‘이런 고약한 냄새….! 뭐야 여긴?’

수많은 피와 원통이 얼룩진 고통의 냄새.

그야말로 끔찍했다.

­오오…! 이 여자가 바로 그…..!­

그렇게 인상을 구기며 풍겨오는 냄새에 불평불만을 중얼거리던 청룡의 앞에 선 남성이 중얼거렸다.

그는 새하얀 복면과 앞치마를 두르고, 청룡을 향해 펄쩍펄쩍 뛰며 다가왔다.

­예, 게드만 님께서는 절대로 죽이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군…그래서 나에게….­

­하하, 당신밖에 적임자가 없지 않겠어요? 그 덕분에 저 또한 여기까지 와야 했으니야 원….­

그런 복면을 뒤집어쓴 남성의 뒤로, 막 읽던 책을 덮고, 오른쪽 눈에 걸어둔 외 안경을 벗어던진 사내 또한 중얼거리며 청룡에게 다가왔다.

[큭….!]

그렇게 두 사내의 눈길을 받으며 청룡은 방 안에 비치된 쇠사슬에 전신이 꽁꽁 묶어버렸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어~! 어서 가 봐! 이거 참 흥분되는군…!­

­준비는 이미 끝마쳤으니, 너무 흥분하지 마십시오. 고치는 제 입장도 생각해 주셔야죠.­

­싫은 척하기는…끌끌…­

그렇게 청룡을 여기까지 데리고 온 병사들은 문밖으로 떠나고, 이 축축하고 어두운 지하감옥에는 청룡과 두 사내만이 남았다.

[이….이새끼들이 감히…! 내가 오냐오냐해 주니까 이 몸을 무엇으로 보는 거냐!!]

가뜩이나 심란한데 차가운 바닥에 묵직한 쇠사슬로 묶인 청룡은 참다못해 소리를 버럭 질렀다.

­오우! 팔팔한데? 아주 좋아.­

­흠….­

하지만 평소와 같았다면 박력을 지르는 것만으로도 평범한 인간은 대소변을 지리며 게거품을 물면서 기절했겠지만, 그들에게는 그저 가녀린 여성이 윽박지르는 것처럼 보였다.

[당장 이것을 풀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

­...이봐! 방금 들었어? 우리를 죽인다는데?­

­그렇네요.­

­아이쿠 무서워라~ 너무 무서워서 도망가야 하겠는걸? 끌끌…­

[이…이놈들이 나를 놀려?!]

그런 그들의 행동에 청룡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내 본 힘을 내기만 해도, 먼지처럼 사라질 존재들이, 감히 자신을 깔보며 비웃었다.

[당장 이 사슬을 풀란 말이다아!!!!]

화가 머리끝 까지 솟은 청룡은 결국 전신을 비틀며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때.

퍼억.

[아윽…! 아…?]

청룡의 시야가 잠시 번쩍, 하더니. 이내 땅바닥이 보였다.

그 뒤로 이어지는 어지러운 머리와, 욱신거리는 오른뺨.

[어…아? 아아?]

맞았다.

그것도, 평범한 인간의 주먹에.

­일단, 자신이 어떤 처지에 놓여있는지를 각인시켜야 겠군. 그걸 인지한 상태의 장난감은 괴롭히는 보람이 있으니까 말이야…!]

퍽. 콰득.

청룡이 얼굴을 주먹으로 얻어맞고 나서 엎어지자, 그 위로 수많은 발길질이 청룡을 덮쳤다.

[아…! 아윽…! 커헉…! 끄억…!]

무자비한 폭력이 그녀를 휩싸이자, 그녀는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지르며 바닥을 뒹굴었다.

부드러운 살결이 찢어지고, 연약한 뼈가 부러졌다.

본디 용이었다면, 상상치도 못할 고통이 계속해서 그녀의 뇌에 울려 퍼졌다.

그렇게 계속해서 폭력이 이어지자, 청룡은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이러다가는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그….끄마안…!]

다른 용의 브레스도, 무한한 시간을 지나 쇠약해진 것도 아닌, 자신이 개미라고 생각하던 인간의 손에 죽을 뻔한 청룡은 고통스럽게 소리쳤다.

다행히 청룡의 외침에 그녀의 전신을 짓이기던 발길질은 멈추게 되었다.

[아악…! 으…흐아아….!]

숨을 몰아쉴 때마다 전신이 고통스럽다.

그렇다고 숨을 멈추자니 산소가 고갈된 신체자 다급히 숨을 원했기에, 청룡은 매우 고통스러우면서도 숨을 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자. 어때? 지금 네년이 어떤 상황인지, 이해가 가?­

발길질을 멈춘 복면 사내는 널브러진 청룡의 머리맡 앞쪽에 무릎을 꿇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윽…끄….]

하지만 그의 질문에 대답할 겨를이 없었던 청룡은 그저 고통스러운 신음만을 낼 뿐이었다.

­어라? 대답이 없네? 아직 모르나 보군. 그럼 좀 더 해볼까?­

[아…아! 아니다!! 잘 알..겠다…! 그러니 그만…!]

그런 청룡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하던 복면 사내는 다시금 자리에서 일어나 발길질을 위해 발을 들어 올리자, 기겁한 청룡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그래, 아주 잘했어요~그런 너에게는 상을 주지. 이봐.­

­예이 예이.­

그런 청룡의 대답에 복면을 쓴 상태였지만 미소를 짓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밝은 목소리를 내며 말한 복면의 말에, 뒤편에 서 있던 사내를 불렀다.

그는 자신이 앉아있던 탁자의 위쪽에 올려둔 작은 병을 하나 들어 올렸다.

그 병 안에는 새빨간 액체가 흉흉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퐁.

­자, 마셔.­

[우붑…!]

병의 뚜껑을 연 사내는 청룡의 턱을 집고 올려, 강제로 그 새빨간 액체를 청룡의 목구멍으로 흘려보냈다.

그러자.

[하아…하아….으큭….!....으아아아악!!!!!…]

거친 발길질에 기괴하게 꺾인 오른팔이 삐걱거리며 다시금 정상태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금이 간 갈비뼈도, 멍든 피부도, 다시금 천천히 멀쩡했던 본 모습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되돌아가는 것이 너무나도 천천히 흘렀기 때문에, 청룡은 자신의 신체가 재조립되는 고통에 소리를 질렀다.

­히야….! 효과 좋구만?­

­뭐…굳이 마시지 않고 피부에 발라도 효과는 있지만, 마시는 쪽이 효율이 높습니다. 뭐, 그리고 그쪽이 감각을 더욱 극대화해주기도 하고요.­

그가 직접 만든 포션의 효력은 굉장했으나, 사용자의 감각을 더욱 예민하게 만들고, 고치는 과정이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폐기 될 뻔한 포션을, 이런 식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으하….흐….으윽…]

그렇게 몸이 다 고쳐진 청룡은 숨을 고르며 정신을 차리려고 애썼지만, 금방 겪었던 일들이 계속해서 머리에 떠오르며 벌벌 떨고 말았다.

­그래…바로 이거야….기고 만장하던 그 태도가 싹 사라지고, 그저 방구석 쥐새끼처럼 벌벌 떠는 모습…! 아아…..그것도 용이었던 존재를….!­

­.....뭐, 알아서 하십시요.­

­자….우리 아직 즐길 게 참 많단다? 응?­

그렇게 청룡은, 강하가 들이닥쳐 사태가 정리 될 때까지 몇 시간 동안 그곳에 있게 되었다.

*

빌었다.

처음으로 인간의 앞에서, 추하게 빌었다.

이마가 찢어져 피가 날 때까지 바닥에 머리를 박으며 간절히 빌었다.

고통.

그녀가 생각한 최고의 고통은, 처음에 마구잡이로 구타당한 그 순간이었다.

하지만, 인간이란 존재는 인간을 어떻게 하면 더욱 효율적으로 망가뜨릴 수 있는지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손톱 사이에 바늘을 꽂았다.

지글거리는 인두로 허벅지를 지졌다.

수많은 채찍으로 전신을 두들기고, 밧줄로 목을 졸랐다.

그렇게 생긴 수많은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

그 고통은 용으로써 프라이드가 매우 높은 청룡마저도, 꺾일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용들은, 고통에 익숙지 않았다.

그 존재들을 상처입힐 존재들 자체가 동족 말고는 거의 없었으며, 동족들 또한 매우 소수였기에 마주칠 일 또한 거의 없었다.

그렇기에 청룡은 수많은 인간을 괴롭히고, 죽여봤지만. 정작 자신이 당해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인간 상태의 고문은 그야말로 지옥이나 다름없었으며, 죽고 싶어도 죽을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빌었다.

하지만, 고문은 끝나지 않았다.

다음으로는, 자해를 시도했다.

혀를 제 이빨로 자르려고 했지만, 억지로 입을 틀어 포션을 강제로 쑤셔 넣으니, 그 방법 또한 막혔다.

그리고 더욱 고통스러운 고문이 이어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저 힘없이 널브러지고 말았다.

무엇을 하던 자신은 이 상황을 빠져나갈 수 없다는 것에 깊은 좌절감을 가진 청룡은, 손가락 까딱 움직이지 않고 그저 시체처럼 반응했다.

­흐음…벌써 망가져 버렸나?­

그런 청룡의 태도에 잠시 고문을 멈춘 그는, 고문 도구를 내려두었다.

그리고, 톱과 망치, 송곳을 꺼내 들었다.

[아아아아아아악!!!!!!!!!!!!!!!!!!]

툭. 하고 청룡의 눈동자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녀의 오른팔은 톱질로 인해 거의 떨어지기 직전이었으며, 왼발은 이미 잘려 나가 지져진 상태였다.

그리고, 금방 자신의 오른쪽 눈알마저 빠지게 되었다.

­흠….이게 바로 예술이라고 생각 안 하나?­

­당신의 머릿속이 이상하다고는 생각 안 하시는지…­

아무리 포션이라고 해도, 이미 손실된 부위를 수복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말 그대로 목숨만 이어있을 뿐, 그녀의 몸은 마치 장난감에 질린 아이가 마구잡이로 뜯어버린 꼴이었다.

[ㅈ..ㅇㅕ…ㅈ..ㅜ..ㅓ…]

이빨은 이미 모조리 뽑힌 지 오래.

울컥울컥 흐르는 핏물이 그녀의 바짝 마른 목을 축이는 수단이었다.

청룡은 빌었다.

제발. 죽게 해 달라고.

죽여서, 이 고통을 끝내달라고 빌었다.

누구에게 비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행위는 그저, 그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기도를 머릿속으로 중얼거리는 것뿐이었다.

그렇게 청룡은 반밖에 보이지 않는 시야가 감기는 것을 느끼며,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미친.”

의식을 잃기 직전, 들려온 소리를 듣지 못한 채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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