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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3화 〉 그렇게 전쟁은 끝났다. (253/289)

〈 253화 〉 그렇게 전쟁은 끝났다.

* * *

“우욱…!”

강하는 그녀도 모르게 쏠리는 토기를 간신히 참아내며 다시금 청룡을 바라보았다.

본디, 그 위대한 드래곤이였다는 말이 전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녀의 외관은 매우 처참했다.

“살아는….있는 건가…?”

강하는 천천히 쇠사슬에 묶인 그녀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펴보았다.

[...으..ㅇ..아….ㅇ..]

모진 고문의 흔적이 그대로 보이기는 했지만, 살아 있기는 한 모양이다.

­...야.­

­..ㄴ..넵..­

­이거 치료할 수 있어?­

강하는 그대로 고개를 돌려, 금방 강하가 때려눕힌 두 사람을 뻘쭘하게 바라보며 서 있던 게드만에게 물었다.

­아….그건…아! 저, 저기 있는 포션을 사용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강하의 질문에 황급히 주변을 살피던 그는 근처에 있는 탁자 위에 올려진 유리병을 가리키며 말했다.

강하는 그가 가리킨 유리병을 들어, 다시금 청룡에게 다가왔다.

­...이거 써도 되는 거야?­

새빨간 액체가 들어있는 유리병은, 무언가 끔찍하고 불길하게 느껴졌다.

­야. 이리콤.­

­....예?­

­이리로 컴 이 자식아!­

­으힉!­

유리병을 유심히 살펴보던 강하는 게드만에게 손을 들어 보이며 불러냈다.

­마셔봐.­

­이…이...이걸요?­

­그럼 내가 마시라고 주지, 뭐 니 후장에 박으라고 줬겠냐? 어서 안 마셔?­

­ㅇ..예! 마실게요! 예­

그가 알려준 포션이 꺼림직했던 강하는 먼저 테스트를 위해 게드만에게 포션을 내밀었다.

­으….­

강하에게 포션을 받아 든 게드만은 살짝 머뭇거리더니, 날카롭게 자신을 노려보는 강하의 눈과 마주치더니, 이내 곧바로 포션을 마시기 시작했다.

­크…크억…!­

쨍그랑.

­어? 야!­

그러자, 그는 갑자기 고통을 호소하며 마시던 포션 떨어뜨린 뒤 그대로 쓰러지고 말았다.

역시 그럼 그렇지 싶었던 강하는 게드만에게 다가가 그의 상태를 살폈다.

그런데.

­어라? 나았네?­

­흐아…하…­

그가 고통에 신음하는 것 치고는, 그의 겉 부분에 가득한 생채기와 상처들이 말끔하게 고쳐져 있었다.

­음….일단 효과는 있는 것 같네…좋아.­

게드만을 이용한 실험으로 일단 효과가 있다는 것을 확인한 강하는 곧바로 두 번째 포션병의 뚜껑을 열어, 의식도 없이 무어라 자꾸 중얼거리는 청룡의 입을 강제로 열어, 포션을 들이부었다.

[커헉!]

­아이고 참내…이젠 하다하다 이런 짓까지 하는 구나….­

하지만 자꾸만 포션을 뱉어내는 청룡이었기에, 억지로 목구멍을 벌려, 다시금 들이부었다.

[아…아으아아!! 으아!!! 끄으으!!!]

그러자, 청룡은 금방의 게드만과 마찬가지로 고통에 찬 몸부림을 부리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흐르던 피가 멈추고, 찢어지고 갈라진 상처들이 천천히 새로운 살들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살 부분이 완전히 도려진 오른팔과, 절단된 왼 발목, 그리고 뽑힌 왼쪽의 눈은 그대로 상처만 아물 뿐, 새로 자라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아으…]

급한 대로 상처를 고치자, 청룡은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일어났냐?”

그런 청룡에게 손을 가져다 대는 그 순간.

[하…흐아아아악!!!]

자신에게 내민 손을 바라보던 청룡은 기겁하며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ㅇ…야! 진정 좀 해봐!”

강하는 어떻게든 그녀를 제압하기 위해 자신의 힘으로 청룡의 몸을 억지로 껴안았다.

[...ㅈ..]

“...뭐?”

[....죽여…주..ㅓ…제..ㅂ..그마..ㄴ..]

그리고, 청룡은 간신히 짜낸 마지막 한 마디를 남기고 그대로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하아…”

찝찝하다.

분명, 강하의 품에 안긴 이 여성은, 이 모든 일을 계획하고 수없이 자신을 위협하던 존재였고, 언젠가 한 방 먹이고 말 것이라는 생각도 했지만, 이렇게나 처참한 몰골을 보니 강하는 무어라 말해야 할지 모르게 되었다.

“....일단 돌아가야겠지…”

어쨌든, 상황은 정리됐고, 류월과 백설의 힘을 되돌리기 위해서는 청룡이 필요했다.

주섬주섬 그녀의 전신에 묶인 쇠사슬을 풀어내고, 청룡을 가볍게 안은 강하가 벌떡 일어나, 쇠사슬을 쥐었다.

­야. 알지?­

­.....­

그러고는, 손에 들린 쇠사슬을 게드만에게 던지고는, 한 마디 남겼다.

그녀의 눈동자와 쇠사슬을 마주 보던 게드만은, 말없이 순순히 스스로 쇠사슬을 자신의 발목에 묶었다.

*

“끝났나 보군.”

“그러게.”

류월과 백설은 처참해진 주변 풍경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주변에는 마물들의 시체가 산을 이루었으며, 근처 바닥에는 커다란 크레바스와 발현된 마법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애슐란 소드마스터 3인방과 힐라가 마물들을 상대로 날뛰며 생긴 흔적들이었다.

“한바탕 싸우다가, 갑자기 모든 마물들이 그대로 쓰러져 버렸어요..”

한숨 돌리며 자신의 조총을 매만지던 힐라가 그녀들에게 다가오며 말했다.

금방까지 죽자고 덤벼들던 마물들이, 마치 실이 끊어진 인형처럼 축 늘어지며, 이내 전부 죽어버렸다.

“그러게요….앗, 백설님. 이 마도구, 정말 감사합니다! 이 마도구 덕분에 더욱 강해진 것 같아요!”

[대단해….!]

“어머~ 그렇다면 정말로 다행이구나~”

진혁또한 힐라와 같이 그녀들에게 다가오다가, 문득 떠올렸다는 듯이 자신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들어 보이며 백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그 마도구의 위력은 정말로 대단했기에, 이게 없었으면 어쩔 뻔 했나 싶어질 정도였다.

“아마 강하가 해결한 것 같구나.”

“그렇다면 다행이네요! 우리의 승리네요!”

“강하…그 아이는 어디에?”

그리고, 모두들 모여 이 사태를 끝낸 주인공, 강하를 찾아 나섰지만. 아직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분명….먼저 성으로 들어간다고 말씀은 하셨는데….설마..?”

힐라는 혹시 강하에게 무언가의 신변이 생기지는 않았을까 생각하며 귀를 추욱 늘어뜨렸다.

“자세한 건 잘 모르겠구나….일단 그 아이를 찾아보도록 하자.”

그렇게 그들은 강하를 찾으러 성으로 발을 옮기려던 찰나.

­어? 저건….강하 공 아니오?­

커다란 대검을 겨누며 눈을 찌푸린 채로 성의 중심지를 바라보던 발토르가 말했다.

“엄….맞네! 우리 아씨! 무사하셨구나! 아씨!!! 저희 여기 있어요!!”

발토르의 말에 곧바로 그가 가리킨 방향을 바라본 힐라는, 강하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방방 뛰며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저 먼발치에서 힐라를 발견했는지, 곧바로 하늘을 날아 그들이 있는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여러분. 다들 무사하세요?”

“그럼요! 오히려 시시하던데요?”

­으하하하! 그깟 놈들, 이 몸에게 걸리는 그 순간이 바로 지옥이지!­

­흐음~ 아까 마물들의 특공에 도와달라고 하던 사람은 어디…?­

­무…뭣?! 그…그건….!­

“아무튼, 무사해서 다행이구나.”

곧바로 날아온 강하에게 저마다 안부를 물으며 확실한 승리를 만끽하는 그들이었다.

그리고.

“그건…..설마…?”

“...응. 내가 발견했을 때는, 이것보다 더 심하더라….”

강하가 다가올 때부터 그녀의 품에서 눈을 떼지 않았던 류월이 조심스래 물었다.

그녀의 품에는 완전히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청룡이 안겨있었다.

“이건….심하구나….혼쭐을 내 줘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같은 편 아니였어요?”

“이런…”

­....크흠…­

­그 위대한 존재가. 이렇게나 자그맣게 보이다니…­

공공의 적이자 최종적인 목표인 청룡이, 이렇게나 힘없이 늘어진 모습에 저마다 무어라 한 마디를 남기기는 했지만, 대부분 안쓰럽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멍청한…년…”

류월은 천천히 강하의 품에 안긴 청룡에게 다가가, 살점이 없어 떨어지기 일보 직전인 덜렁거리는 오른팔을 천천히 어루만졌다.

“반드시 죽여버리겠다고 생각은 했지만…..모르겠구나….이 광경을 보아하니, 내 안에서 휘몰아치는 감정이 자꾸만 뒤섞여서…..”

자신의 원수인 청룡을 복잡미묘한 시선으로 바라본 류월은, 이내 고개를 떨어뜨렸다.

“아 참…! 일단, 이걸 챙겨오기는 했거든요?”

잠시 분위기 환기가 필요할 것 같았던 강하는 자신의 다른 손으로 쥐고 있던 쇠사슬을 당겨, 무언가를 끌어냈다.

­이 이건…!­

“뭐…아무튼 이 녀석이 범인인 것 같더라고.”

그 쇠사슬의 끝에는, 쇠사슬에 묶인 채, 하늘을 날아다녀 기절해버리고만 게드만이 험한 몰골로 쓰러져 있었다.

“그래서, 이걸로 마물들을 조종한 모양이야.”

그 뒤, 강하는 그가 가지고 있었던 마도구, 오버로드를 꺼내 보였다.

“음…확실히 이 년의 힘이 느껴지기는 하는구나.”

“그렇네요. 제힘과 비슷한 마력이 느껴집니다.”

청룡의 힘에 민감한 류월과 그 힘으로 재탄생한 창은 그 물건이 청룡이 만든 물건이라는 것에 확신을 두었다.

“어디보자…..흠…그렇구나….용석의 힘으로 상대를 세뇌, 그리고 마력의 끈을 연결시켜 조종하는 방식이구나…?”

“일단…두 분의 힘을 되돌릴 방법이 있을까요?”

강하에게 오버로드를 건네받은 백설은 수정 내부를 자세하게 살펴보며 중얼거렸다.

“음….우리와 이 아이에게 적용된 마법은, 말 그대로 힘을 내부에서 잠구어버리는 마법인지라, 그 잠금을 풀 열쇠가 필요해. 그러려면, 그 열쇠를 쥐고 있는 저 아이의 도움이 필요하기는 한데…..저 아이도 힘이 잠겨버렸구나. 하지만 자신의 힘을 보존시킨 이것이 있다면, 풀 수는 있을 거야. 하지만….”

“한 마디로, 이 년의 도움이 필수 불가결이라는 건가.”

“그렇다고 봐야 할 것 같구나.”

“끄응….”

“글쎄요…일단 제정신을 차릴 수나 있을까요? 기절하기 전에, 저보고 자신을 죽여달라고 하던데…”

“그건…상당히 심각하구나….”

이 모든 문제의 해결 방법 또한, 청룡이었기에. 그들은 골머리를 썩이며 고민했다.

“뭐….이대로 고민 해 봐야 방법은 없죠.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도 여기 있고, 돌아가죠.”

그렇게, 게드만이 단독으로 일으킨 전쟁은 끝나게 되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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