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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4화 〉 상처입은 여인. (254/289)

〈 254화 〉 상처입은 여인.

* * *

전쟁은 끝났다.

이 모든 사건의 발생지인 하인리히 게드만의 신분은 애슐란이 차지했으며, 글란측이 답해온 서신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이 모든 전쟁은 전 군사단장 하인리히 게드만의 독단적인 행동이며, 충격을 받은 애슐란에게 유감을 권한다.

글란측 책임이 있으니, 이 모든 책임은 글란이 배상할 것을 약속한다. 라는 서신이었다.

뭐, 대충 봐도 꼬리자르기 라는 것이 다 보였으나, 이것을 빌미로 애슐란은 글란측과 아주 유리한 협상을 해낼 수 있게 되었다.

그 장본인인 게드만은 현재 투옥되었으며, 풀려날 리는 없겠지만, 풀려난다고 한들, 자신의 나라에게도 버림받았기에, 갈 곳도 없어지게 되었다.

­정말 고맙네. 자네 덕분에 우리 애슐란이 얼마나 큰 도움을 받았는지 모르겠어.­

모든 일들을 해결하고, 강하의 힘으로 간신히 복귀한 일행들을 직접 맞이한 바이제르는 강하를 향해 연거푸 고개를 숙였다.

­이…이러시면 곤란합니다 폐하…­

한 나라의 주인이 고작 자신에게 이렇게나 감사와 사죄를 건넨다는 것이 영 불안한 강하가 그를 말렸으나, 바이제르는 굴하지 않았다.

무슨 보상을 하겠다느니, 뭐 더 필요한 거 없다느니 같은 아웅다웅이 한참이나 이어지고 말았다.

­큼….다음으로 드릴 말씀인데….그….’저건’ 어떻게 할까요?­

­음….그렇군…­

강하는 크흠. 헛기침하며 자신의 뒤쪽에 있는 문을 향해 엄지를 들어 가리켰다.

현재, 청룡은 기절한 상태로 손님방에 누워 있는 상태였다.

­근데….정말로 저 여성이…그…­

­폐하가 생각하는 말이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습니다. 거기에 저는 그저, 예. 라고 대답을 드릴 수밖에…­

강하의 말에 조금 미심쩍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린 바이제르에게, 강하는 그 생각이 맞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글란을 도와, 마물들을 세뇌하고. 본인 자체도 어마어마하다는 블루 드래곤.

처음 그 소식을 들었을 때, 바이제르는 너무나도 큰 절망감을 느꼈다.

드래곤, 그런 존재가 자신의 나라를 정복한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멸망을 암시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강하 일행의 덕에 성공적으로 일을 마무리했지만, 그 일을 끝내고 강하가 데려온 청룡의 모습은 그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수많은 고문을 받아, 전신이 성치 않은 여성.

그 여성이 강하의 품에 안겨, 당장이라도 숨이 끊어질 듯한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일에 내가 무어라 할 수 있겠는가. 그 용을 막은 것은 자네들이고, 데려온 것도 자네들이니. 저 드래곤의 차후는 자네들에게 맡길 수 밖에.­

­그렇습니까….­

아무리 힘을 잃었다고 한들, 그녀는 용이다.

강하의 말대로라면, 당분간은 그저 평범한 여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하지만, 그 드래곤이 애슐란 안에 있다는 것 자체가, 불발인 폭탄을 끌어안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가는 것보단, 폭탄 해체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그에게는 옳은 선택이었다.

강하 또한, 어떻게든 다시 류월과 백설의 힘을 되찾아야 했고, 그 힘을 되찾기 위해서는 청룡이 반드시 필요했기에, 바이제르가 괜한 건수를 잡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 바이제르는 흔쾌히 청룡의 신분을 강하에게 넘겨주겠다 다짐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바빠질 걸세, 나라 바깥이든, 안이든.­

­뭐….제가 드릴 말씀은, 빨아먹을 수 있는 데까지는 아주 쪽쪽 빨아드십시오. 라는 말밖에 없겠군요.­

­하하하! 걱정하지 말게! 이미 보좌관들이 글란과의 협약서의 내용을 작성하는 중일세.

그대가 말하지 않아도, 뼛속까지 빨아먹을 테니.­

감히, 자신의 나라를 건드렸다.

그렇다면, 응당 갚아줘야겠지.

­그나저나, 정말 오늘 떠날 생각인가?­

­예, 저희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고, 장사 준비에…..여러가지 할 일이 많으니 말입니다.­

바이제르는 자신들을 도운 강하 일행들을 위한 축하 파티를 개최하고, 대외적으로 그들의 영웅담을 남기고 싶었지만, 강하는 깔끔하게 거절했다.

안 그래도 자신의 위용이 너무 과장되어 애술란 전국에 퍼져버렸는데, 전쟁영웅이라는 타이틀까지 생겨버리면, 너무 무거운 짐이 생길 것 같았기에 생각한 일이었다.

그렇게 평온하게 이야기를 진행하는 그 순간.

[아아아아아악!!!!!!!!!]

귀가 찢어질 것 만 같은 비명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

­이..이건…!­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그 처절한 비명소리에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그 소리의 주인을 알았기에, 강하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문밖으로 향했다.

*

­무슨 일이죠?­

청룡이 있던 손님방의 앞까지 도착한 강하는, 그 문 앞에서 안절부절못하는 메이드를 발견하고는 다가가 물었다.

­그…그게….금방까지 주무시고 계셨는데…갑자기 눈을 뜨시더니 발작하시기 시작하셔서…­

강하의 질문을 받은 메이드는 거의 울먹이는 수준으로 간신히 대답을 내놓았다.

­끙….일단 들어가 보겠습니다.­

또 뭔가 싶어 골머리를 썩이던 강하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곧바로 손님방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마주한 청룡.

[아..큭…끄…]

“어…? ㅇ, 야! 멈춰!!”

그녀는 자신의 손으로 제 목을 조르며, 자해를 시도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목격한 근처 메이드들이 어떻게든 말리려고 해 보았으나, 너무나도 흉흉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기에, 선뜻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화들짝 놀란 강하는 부리나케 청룡에게 다가가, 제 목을 조르던 손을 떼어놓았다.

[코..콜록…! 크하…!]

금방까지 산소를 잃었던 청룡의 폐가, 다급하게 숨을 들이마시며 펄떡거렸다.

“하….진짜 심장이 철렁했네….야! 이게 뭐 하는 거야?”

다행히 목숨에는 지장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강하는, 깊게 한숨을 푹 내쉬고는, 그녀를 향해 버럭 화를 냈다.

[...ㅇ…ㄴㅇ…ㄴㅁ…ㅈㄱ..ㅎㄹㅇ…]

“ㅁ…뭐라는거야…?”

하지만, 강하의 말을 전혀 듣지 않는 청룡은 그저 들리지 않는 혼잣말을 천천히 중얼거릴 뿐이었다.

“야…?”

그런 청룡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강하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히…히이익…!]

그러자, 청룡은 기겁하며 그녀의 손을 필사적으로 피하며 뒤로 물러났다.

마치, 무언가로부터 도망가려는 듯이 말이다.

“어..잠시만!”

하지만, 그녀는 침대 위에 누워 있다가 일어난 것이기에, 아무리 넓다고 해도 끝이 있었기에 침대 가장자리까지 몰린 그녀였지만 계속해서 뒤로 물러났고, 결국 바닥으로 추락했다.

“괜찮냐…?”

쿠당탕하는 소리와 함께 침대 아래로 굴러떨어진 청룡을 확인하기 위해 그녀가 넘어진 쪽으로 돌아간 강하가 물었다.

[오지마!! 제발…! 그만…..!]

그러자, 어느새 자신의 등을 방 끝의 벽에 등진 채로, 청룡은 동공에 새빨간 핏줄을 세워가며 소리쳤다.

왕궁에 도착해서 급하게 치료를 마친 오른손을 마구잡이로 휘둘러서, 상처가 벌어졌는지 묶어두었던 붕대에 핏물이 연한 분홍색으로 물들어가고 있었다.

이미 벽 뒤까지 물러난 상태였지만, 그녀는 이제는 사라진 자신의 왼 다리 대신, 발목으로 바닥을 밀며 자꾸만 도망치려 했다.

“야 그….뭐냐….아무튼 진정 좀 해! 상처 벌어지잖아!”

이제는 완전히 붉게 물든 붕대에서 핏방울이 또륵 또륵 떨어지는 것을 본 강하는 이대로면 상처가 덧날까 싶어 일단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해 천천히 다가갔다.

[아욱…!]

“자, 잘 들어. 난 지금 널 위해서 이러는 거야. 알아?”

발버둥 치는 그녀의 전신을 구체를 이용해 억지로 묶어둔 채, 강하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ㄷ…도…와…?]

“그래. 그러니까, 진정 좀…”

그러자, 청룡은 굳게 닫혀있던 말문을 열며 말했다.

드디어 정신을 차렸나.

가까스로 안도한 강하가 한숨 돌리려던 찰나.

[그러..면…ㄴ…나를…..ㅈ…..죽여…줘….]

“....뭐?”

청룡은, 떠듬떠듬 하지만 정확하게 말했다.

[아파….너무 아파….잘못했어요….제발….죽여주세요…..제발…]

청룡은 이미 뽑혀서 사라진 오른쪽 눈이 있었던 부위를 제 손으로 벅벅 긁으며 중얼거렸다.

나머지 왼쪽 눈에서는, 결국 눈가의 실핏줄이 터졌는지 붉게 물들어버린 눈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 모습은, 그 누가 봐도 언제나 위풍당당하며 여유로웠던 블루 드래곤, 청룡이 아니었다.

그저, 상처 입고 끔찍한 고통 속에 살아가는 한 여성만이 있었다.

*

안녕하십니까?

호랑이의 해, 임인년(???)인 2022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 첫 날에 올린 연재분이 참 흉흉한 내용인건….죄송합니다…)

이 소설을 연재할 때만 해도, 3월 초였는데, 어느새 독자님들과 함께 새해를 맞이한다고 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이번 한 해 동안, 수많은 우여곡절과 여러 일들이 있었지만. 어떻게든 마무리가 되고, 새로운 한 해에는 독자님들 모두, 하시는 일 잘 되고, 쉽게 돈 많이 버시고 맛있는 거 많이 드시길 바랍니다!

그래서, 한 해가 밝은 기념으로 똥손을 가진 모자란 실력이지만, 일단 삽화를 하나 그려보았습니다.

하하….구리기는 하네요…

특히 글씨는 제가 극악의 악필인지라....저것도 꽤나 노력했다고 한다면 믿으시겠습니까?

크흠.

아무튼, 독자님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보다 두 배 더 많이 받으세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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