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1화 〉 IF외전: 현대로 간다!
* * *
“....같이…가자고요?”
강하의 폭탄발언 이후, 순식간에 조용해진 분위기를 깨뜨린 것은, 바로 향이었다.
“뭐, 솔직히. 음…나는 너희가 아주 소중해.”
“소중…!ㅁㄴㅇㄴㅁㅇ…!”
“...크흠….! 그래서, 너희 또한, 나와 같이 와 줬으면 해서 말이지……이제 와서 묻는 거긴 한데, 가능해?”
“....뭐, 당황스럽긴 하지만, 가능하긴 해.
나는 통로를 여는 거니까, 그 통로로 몇 명이 지나가던 상관이 없기는 하지만….그래도 괜찮아?
한번 거기로 가면, 다시는 여기로 돌아오지 못하는데?”
조금 늦은 강하의 질문에 침착하게 대답한 청룡의 말에 따르면, 일단 가능하다고 한다.
그럼 오케이지.
“그래서, 나와 함께. 내 세계로 가고 싶은 사람은, 삼일 뒤. 이 시간에 다시금 모여주면 돼.
혹여 가기 싫다면, 이 주막을 부탁하마. 그럼, 해산!”
“““....에? 저기…요?”””
그렇게 폭탄발언을 터뜨려대던 강하가 깔끔하게 상황을 정리하고는, 곧바로 주막으로 향하자,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던 직원들은 당황하며 그녀를 불렀지만, 이미 강하는 주막으로 들어가버린 이후였다.
*
“그래서, 다들 어때요?”
혼란스러운 아침이 지나, 어느덧 장사가 끝난 저녁.
직원들은 아침에 있었던 일에 관해 토론하기 위해 홀에 모여있었다.
강하는 먼저 방 안으로 들어갔지만, 아마 자신이 있으면 방해가 되리라는 것을 잘 알기에 비켜준 것이라는 것을 모두들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었다.
“셰프…그러니까 강하 아씨의 말대로라면, 그곳은 여기와 전혀 다른 곳임에다가 한번 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고 하잖아? 이것 참….”
힐라는 그녀의 자랑거리인 큰 귀를 추욱 늘어뜨리며 얼굴 또한 탁자에 부비며 중얼거렸다.
아무리 강하를 존경하고 따른다고 한들, 갑작스럽게 자신의 고향인 이 세계를 버리고 떠난다는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없었다.
그때.
“저는 갈 거예요.”
“향아?”
향이는 아주 굳은 의지를 갖춘 눈동자를 반짝이며 말했다.
“도령님이 가신다면, 저 또한 갈 거예요. 반드시…!”
향이에게는 가족도 돌아갈 집도.
오로지 스타 주막뿐이었다.
그렇기에 강하가 있는 곳이 자신이 있을 곳이었기에, 그녀의 선택은 이미 결정 난 것과 다름이 없었다.
“나도 갈 거야.”
“매화…너도?”
그런 향이의 발언과 동시에, 매화 또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외쳤다.
“물론! 우리 낭군님과 함께라면 그 어디든 가야지! 그쵸?”
“매화 씨…!”
“낭군님…!”
“....깨가 쏟아진다. 아주…”
물론 향이와 마찬가지로 혁수가 가는 곳이라면 어디든 갈 수 있는 매화 또한, 향이와 함께 현대행으로 결정했다.
“...그럼, 나머지는?”
오글거리는 닭살커플을 못 봐주겠던 힐라는 눈을 돌려 나머지를 바라보았다.
“....이 몸은 가고 싶구나.”
“류월 님도요?”
그리고, 조용히 팔짱을 끼던 류월 또한 입을 열었다.
“내가 여기에 있는 이유는, 강하의 맛있는 요리를 먹기 위함일 뿐. 애초에 나는 그 아이가 없었더라면 아직도 그 산에 박혀 있었을 것이다.
그런 나에게 이곳이나 그 현대라는 곳이나 다를 바가 없구나.
혹시 모르지.
그곳에 있는 음식이 더욱 맛있을 지도…!”
츄릅.
류월은 입가에 흐르는 침을 닦으며 말했다.
“나도. 그 현대라는 곳은 어떨지 궁금하구나! 내 지식욕을 마구 자극시킬 것 같아~”
류월과 꼭 붙어있던 백설 또한, 미지의 영역을 알아가기 위해서.
그리고 류월과 같이 있기 위해서 현대행을 결정했다.
“흐응…그렇구나….”
“....뭐야? 왜 나를 보는 거야?”
“아뇨 뭐….같은 드래곤이시니까…?”
두 용의 현대행 결정에 힐라가 구석에 박힌 청룡을 슬쩍 바라보자, 청룡은 그 시선을 눈치채고 소리쳤다.
“....몰라. 나는 딱히 상관없는데?”
“가신다는 거군요.”
“따..딱히 상관없다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은?”
“너…너…!”
이제는 동네북 취급당하는 청룡을 가뿐히 무시한 힐라가 또 다른 사람들에게 물었다.
““““.......””””
아직 현대행을 결정하지 못한 이들이었다.
“음….저야 뭐…원래 그쪽 사람이었고, 솔직히 부모님 걱정도 되고….저는 돌아가는 것이 맞겠죠…”
[ㅈ…주인..! 그…그럼 나는?!]
본디 현대 출신이었던 진혁이 발언하자, 혹여나 자신을 버리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던 드라가 울먹거렸다.
“걱정 마. 넌 내가 책임져야지.”
[..헤헤…주인과 같이 면 난 괜찮아!]
지금까지 자신과 같이 합을 맞추고, 이제는 자신의 여동생과 다를 바 없었던 드라를 놓고 갈 리가 없었던 진혁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자, 드라는 안심한 듯 미소를 지었다.
“....현대라….그곳이 셰프님의 고향인가….”
“.....”
“아으….음….어…”
“...거기에는 어떤 요리재료들이 있을까?”
그리고, 아직 확신을 하지 못한 파렌과 벼루, 마오와 창은 저마다의 고민을 하며 생각에 빠졌다.
“....일단 내일은 언니에게 한번 다녀올까….”
혹시, 혹시라는 것도 있으니까.
그렇게 중얼거리던 힐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잠을 청하기 위해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
그리고, 강하가 말했던 3일이 지났다.
“....이건, 조금 예상 못했는데…”
강하는 자신의 이마를 치며 중얼거렸다.
그래, 분명 내가 부탁하기는 했어.
그런데.
“설마, 전원이 온다고 할 줄은…”
그랬다.
강하의 선언에, 직원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강하와 같이 현대행을 결정했다.
“어라? 아씨는 우리가 같이 가는 게 싫으신 모양인데..?”
“아, 아냐! 그럴 리가! 나야 정말 기쁘지……! 그런데, 정말로 괜찮아?”
그 모습에 히죽대며 강하에게 다가온 힐라가 가볍게 놀리자, 강하는 곧바로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
“뭐, 저야 앞으로 아주 많은 세월을 살아갈 엘프인걸요. 언니들과 가족들이랑 헤어지는 건 아쉽지만, 헤어짐이 있어야 만남이 있잖아요?”
힐라는 그날 이후, 언니들과 마을을 다시금 찾았다.
힐라가 앞으로 다시는 만나기 힘들 곳으로 여정을 떠난다고 하자, 엘드라는 말없이 그녀를 꼬옥 껴안아 주었다.
다른 자매들도 역시, 힐라는 예전부터 모험심이 강했다며 누가 말리겠냐며 웃었다.
그렇게 힐라는 자신들의 가족과 인사를 마치고 이 자리에 서 있다.
“역시 저는, 셰프님 아래에서 더욱더 배우고 싶습니다.”
파렌.
그 또한 가족들이 애슐란에 있었지만, 강하와 떠나는 것을 선택했다.
백설의 도움으로 애슐란에 남은 가족들과 작별인사를 마치고, 씁쓸해진 자신을 벼루가 토닥여주었다.
“저는….여러분들이 너무 좋아요. 그러니까, 같이 갈래요…!”
벼루또한, 그녀를 기다리는 이들이라고는 스타 주막의 사람들뿐이었기에, 끝없는 고민 끝에 현대행을 결정했다.
“여동생이 어서 가지 않고 뭐하냐며 제 엉덩이를 걷어차더군요…하하…”
창.
그녀는 드디어 만나게 된 여동생과 행복한 삶은 사는 것도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 역시 요리사였다.
자신의 마음속에서 더욱 다양한 요리를 배우고 싶다는 욕구는 계속해서 커져만 갔고, 결국 마찬가지로 백설의 도움을 받아 여동생을 만나 의논했다.
그 어리고 가냘프던 여동생은 어느새, 자신의 엉덩이를 힘있게 걷어차며 자신을 걱정하지 말라는 말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뿌듯함과 동시에 쓸쓸함이 느껴졌지만, 여동생의 말이 맞았다.
그토록 걱정하던 여동생도 이제는 어엿한 대상인이 되었다.
여동생은 이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라며 방긋 웃어보였다.
그렇다면, 이번엔 자신의 꿈을 쫓을 시간이었다.
“저도….아버지가…여행을 떠나라고 하셔서…”
마오 역시, 자신을 화련의 대회에 보낼 정도로 자신의 딸에게 넓은 세계를 보여주고 싶었던 아버지라서 그런 걸까.
마오의 말에 격하게 반응하며 꼭, 자신이 몰랐던 세계를 보며 견문을 넓히라 말했다.
그런 아버지가 걱정됨과 동시에, 미지에 대한 흥분이 샘솟아 올랐다.
“그래….모두들 다 큰 결단을 내렸네…”
강하는 그런 직원들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면서도, 자신을 따라와 주는 것에 고마움을 느꼈다.
“자, 그럼 출발하자. 청룡?”
“....시작하지.”
강하의 부름과 동시에, 청룡은 자신의 힘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연결한다.”
“으헛!”
청룡은 푸른 마력을 자신의 손 위로 꿈틀거리더니, 그 마력이 기다란 실이 되어 강하의 가슴을 꿰뚫었다.
“....안 아프네?”
갑작스러운 현상에 눈을 질끈 감았던 강하는, 살며시 눈을 뜨며 중얼거렸다.
“너와 그 세계를 연결하기 위한 과정이야.”
현대와 연결된 통로를 열기 위해서는 매개체인 강하의 영혼 속 정보가 필요했다.
“그럼…연다…!]
쿠릉. 쿠르릉.
금방까지 맑았던 하늘이 어느새 어두운 먹구름으로 가득 들어차더니, 이윽고 천둥소리가 우르릉거렸다.
그리고, 청룡이 손을 휘젓자, 아무것도 없던 허공이 푸른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쩌적하며 갈라지기 시작했다.
갈라지던 허공이 깨지자, 그 내부는 푸른 미지의 공간이 나타나게 되었다.
[후우…..포탈은 열었다. 열긴 열었지만 얼마 유지는 못 해. 마력의 문제가 아니고 연결점의 문제니까, 갈 거면 곧바로 가.]
“...후우…좋아, 다들 준비됐지?”
““““네!””””
청룡이 이마에 흐른 땀을 닦으며 말하자, 강하는 침을 꿀꺽 삼키며 소리쳤다.
“그럼…간다!”
그렇게 강하가 먼저 포탈에 몸을 던졌다.
우우웅.
강하가 뛰어들자, 포탈은 곧바로 그녀의 몸을 휘감더니, 곧바로 그녀의 모습이 사라졌다.
*
“우와아아아악!”
신기한 감각이었다.
분명 추락은 아니고, 정면으로 가는데, 추락하는 기분이었다.
공중을 날아다니는 감각과는 다른, 무어라 설명하기 힘든 감각에 강하는 마구 소리를 질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시간감각이 뒤죽박죽이었다.
금방까지는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았는데, 잠시 뒤에는 이미 수십 시간이 지난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한없이 긴 시간이 지나는 감각이 끝나고.
“우버버법!”
갑작스럽게 포탈이 끝나고 허공에서 나타난 강하는 곧바로 바닥에 얼굴을 박고 말았다.
“푸하…! 다른 애들인 어디지..?”
강하는 바닥에 박았던 얼굴을 들자마자 곧바로 자신과 같이 와야 할 직원들을 찾기 시작했다.
그 순간.
“꺄아아아악!!”
“...! 향아!”
허공에서 갑작스럽게 나타난 향이를 강하가 급하게 달려가 품에 안았다.
“도..도령님…!”
“그래, 아무튼 진정하고….네가 왔다는 건, 나머지 애들도 곧 오겠네.”
“....여기가, 도령님의 고향인가요?”
“.....아마 맞을걸?”
새가 지저귀는 소리.
높은 나무들의 가지들이 바람에 휘날리는 광경.
어딜봐도 광활한 숲 속의 모습에, 강하는 무언가 익숙하다는 감각이 느껴졌다.
이거, 막 이세계에 왔을 때도 이러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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