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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2화 〉 IF외전: 화성 갈끄니까! (262/289)

〈 262화 〉 IF외전: 화성 갈끄니까!

* * *

“음…다들 무사히 도착한 모양이네.”

잠시 근처 돌무더기에 걸터앉아있던 강하는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향이를 받아낸 뒤, 그녀를 뒤따라 나머지 인원들 또한 차례대로 통로를 빠져나왔다.

“여기가…강하 셰프님의 고향인가요?”

“뭐…그래야 하기는 한데…여기가 어딘지야 원…”

눈을 반짝이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벼루의 물음에, 강하는 머리를 긁적이며 중얼거렸다.

현대로 오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대도시 같은 곳에서 갑자기 나타나는 것보단 이런 적막한 숲 속에서 나온 게 다행히기는 한데…

“일단 좀 걸을까?”

뭐, 여기가 진짜 현대라면, 대충 걸어 다니면서 주변을 살피면 금방 알 수 있겠지.

그렇게 강하는 직원들을 이끌고 깊은 숲 속을 파헤치기 시작했다.

*

“어? 저…저건….!”

그렇게 한 10분 정도 걸었을 무렵.

강하는 눈앞에 보이는 물체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설마….!”

“...? 도령님?”

“무슨 일인게냐?”

아아.

그렇구나.

여긴 현대가 확실해.

강하는 동그랗게 커진 동공을 주체못하고 그대로 앞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아아….!”

그곳엔, 자신의 보물이 있었기 때문에.

“내 아X데 신형!!!!!!!!!!”

강하의 앞에는, 처참하게 반파되어 거뭇거뭇한 김이 새어나오는 그녀의 애마가 있었다.

“아이고오!!! 이게 얼마짜린데!!! 진짜 부서져버렸어어!!!! 으아아아!!!”

강하는 이젠 더는 같이 뻥 뚫린 도로를 질주하지 못하게 된 그녀의 애마를 부여잡고 엉엉 절규하고 말았다.

“도..도령님? 도령님!”

“저..저게 무엇이냐? 너에게 중요한 것이냐?”

갑작스러운 강하의 돌발 행동에 직원들은 당황하며 그녀의 안위를 살폈다.

“우와…..저 차 겁나 비싸 보이는데…”

“아차…..망했다…”

오직, 현대의 문물에 해박한 두 인물인 진혁과 혁수만이 그녀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나 잠시 급한 일이 있어서…!”

“? 혁수 형님?”

그리고 강하가 저리 울부짖게 한 원인제공자인 혁수는, 일단 그녀의 시야에 붙들리지 않기 위해 뒷걸음질하며 자리를 피하기 시작했다.

“....어딜 가.”

“으익..!”

허나, 그녀는 그 행위를 용서치 않았다.

어느새 나타난 검은 구체가 혁수의 멱살을 붙잡더니, 천천히 강하가 있는 곳으로 끌고 오기 시작했다.

“혀..형?”

“내가 말했지? 반드시 이 빚을 갚게 하리라고.”

“아…..그랬…나?”

혁수는 느꼈다.

그녀의 번들거리는 동공에 느껴지는 광기가.

“더도 덜도 말고, 딱 한 대만 맞자.”

“...! 자…잠깐만…! 지금 형한테 맞으면 진짜 죽…!”

“안심해. 죽지는 않을 거야. 죽지는.”

가볍게 손가락을 만 강하는, 눈 앞에 보이는 혁수의 이마를 향해, 딱밤을 준비했다.

“여차하면, 백설님이 살려주겠지. 안 그러냐 혁수야.”

“....살려줘요.”

“늦었어.”

빠악.

매우 경쾌한 울림이, 숲 속에서 울려 퍼졌다.

*

“에휴….일단 보니까….딱 우리가 사고를 당하는 시점에서 소환됐구먼? 저기 위쪽에 부서진 가드레일도 보이고…”

강하는 눈을 게슴츠레 뜨며 위를 바라보자, 그곳에는 부서져서 휑한 공간이 남은 가드레일과 전봇대가 보였다.

“그럼….확실한 건가요?”

“그렇지…..오! 다행이다….휴대폰은 액정만 깨지고 멀쩡하네…”

혹시나 차에 무언가 도움이 될 만한 게 없을까 눈물을 머금고 차를 거의 해체하는 수준에 다다를 정도로 뒤적거리던 강하는 현대시절 자신이 사용하던 휴대폰을 찾아내었다.

“보자…배터리는 있는 것 같고….설마 그 뒤로 시간이 엄청나게 지났다거나….는 가드레일이 그대로니까 크게 시간이 뒤틀린 것 같지는 않은데…..”

“...! 그 판떼기는 뭔가요? 비…빛이 나요!”

“오오…! 신기하게 생긴 마도구인가?”

강하가 휴대폰을 만지작거리자, 빛을 발하는 휴대폰에 직원들은 화들짝 놀랐다.

하긴, 우리들에게나 익숙하지 라이터도 없는 저쪽 세계관에서 살던 이들이 휴대폰에 대해 알 리가….

저쪽의 마법이나 도술도 우리 입장에서는 엄청 쩔기는 하지만.

“아. 조졌다.”

“...네?”

휴대폰의 패턴을 풀고 올라오는 메시지를 확인하던 강하는 난감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셰프님! 도대체 어디에요?!]

[오늘 출근 안 하시는 거예요?]

[다행이 부셰프님이 잘 통제하셔서 피크타임은 어떻게든 맞췄는데….정말 어디에요? 설마 응급실이라도 실려가신 건가요?]

[강준, 자네 어딘가?]

“무단으로 째 버리고 말았네 이거….”

원래.

그러니까 그녀가 그였던 시절 일하던 레스토랑의 직원들과 오너에게 온 메세지가 수십 통이나 달해있었다.

레스토랑의 셰프라는 자가 말도 없이 무단으로 결근해버리면 당연히 혼란스러울 텐데, 다행히도 부셰프, 해준이 녀석이 잘 해줬구나.

“아으….! 복잡해! 가뜩이나 코인질하느라 돈도 없는데….조졌네…아오…”

무리하게 할부로 새 차를 질렀고, 혁수 또 저놈 때문에 코인에 손을 댔다가 개같이 멸망했고, 이젠 직장에 무단결근까지…

아, 오지 말걸 그랬나….

“이놈의 코인이 문제지….어휴…”

가상화폐.

강하가 주식에 대해 이리저리 알아보는 사이, 그 모습을 본 혁수가 코인에 대해 언급을 해 주었다.

운만 좋으면, 빌게이츠 저리 가라 될 정도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말에 그대로 홀려버린 강하는 자신의 저축한 돈을 코인에 모조리 박아버리고, 망해버렸다.

“이름도 웃겼어…무슨 도그코인인가 뭔가….”

일단, 당장 직원들 보탬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강하는 떡상을 기원하며 묵혀두었던 코인을 확인하기 위해 휴대폰 어플을 켰다.

“보자…도그코인….”

그리고.

“......허그어어그ㅡㅇ나ㅓㅣㅏㅓ미ㅏ어라ㅣ머이ㅏ미라ㅓ!!!!”

“도..도령님!!!”

“무…무슨 일이에요??!”

심드렁하게 휴대폰을 바라보던 강하는 의미불명의 괴소리를 내며 그대로 쓰러졌다.

“도령님! 정신 차려요! 도령님!”

“배…백설! 큰일이네! 강하가 갑자기 쓰러졌네!”

“응? 무슨 일이니?”

“아으…이마야…..뭔일이에요?”

또다시 갑작스럽게 쓰러진 강하덕분에 가슴이 내려앉을 것 같던 직원들은 급하게 이마를 맞아 쓰러진 혁수를 간호하던 백설을 불렀다.

“그…셰프님이…저 빛이 나는 묘한 물건을 들여다보니, 갑자기 쓰러지셨어요….! 어떡해요….!”

“응? 빛이나는 묘한 물…아아 휴대폰? 그런데 휴대폰을 보고 갑자기 쓰러졌다니..?”

강하가 폰을 보다가 쓰러졌다는 이야기에 고개를 갸우뚱하던 혁수는 그녀가 떨어뜨린 휴대폰을 주워들었다.

“응? 코인이네? 이걸 보고 쓰러졌다고? 지금 코인이…..흐으아으ㅏ멀아ㅏ아으앙ㅁ느라ㅏ러ㅏㅇㅁ어ㅏ!!!”

그리고, 혁수 역시 그녀와 마찬가지로 코인거래어플을 보다가 그대로 뒤로 넘어갔다.

“낭군님!!!”

“혀..혁수 오빠마저…!”

“저…저 물건이 두 분에게 이상한 도술을 걸었나 봐요!”

“부…부수자! 부숴버리면 다시 돌아오실 거야!”

“안돼요! 그러다가 다시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면 어떡해요!!”

강하에 이어 혁수마저 쓰러지자, 직원들은 저 휴대폰을 부수니 마니 난리법석을 치게 되었다.

그때.

“자…잠시만요…제가 좀 볼게요.”

그들과 유일하게 같은 현대출신인 진혁이 그들의 사이를 비집고 나오며 말했다.

“잠깐! 그…그러다가 너도 쓰러지면 어떡해!”

[주..주인! 위험해!]

이미 강하도, 혁수도 쓰러진 판국에 하나 남은 현대인인 준혁마저 쓰러지면 절대로 안 되기에, 직원들과 주인을 걱정하는 드라가 그런 진혁을 말렸다.

“아니…아까전에 코인..뭐시기 라는 말이 들려서….설마….”

하지만 진혁은 그들을 진정시키며 휴대폰에게 다가가, 그것을 집어들어 비친 화면을 바라보았다.

“....! 와…미친…시발…..이게 다 얼마…일십백천만십만백만천만억십억……..미친….쓰러질만 하네….”

그리고, 그 광경을 보게 된 진혁은 평소에는 입에 담지도 않았던 욕설을 달면서 휴대폰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

“...! 머…멀쩡해?!”

“....뭔가 이상하기는 하지만….쓰러지지는 않았어요!”

[주인!!]

다른 그들과 다르게 진혁이 침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 하나.

너무 현실감이 없어서, 오히려 냉정해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저 두 분들은 쓰러지시기는 하셨는데….곧 일어나실 거에요. 도술이나 저주, 마법은 아니에요.”

가까스로 휴대폰에서 시선을 뗀 진혁은 직원들을 안심시켰다.

“그…그럼 도대체 왜 쓰러지신 거야?”

“그러니까….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그…암호화폐?”

“암호화폐?”

“그…가상…현금? 주..식? 은 아니고…..그…”

“가상..현금?”

“주…식?”

진혁은 어떻게든 설명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으나, 현대의 상식이 전혀 없는 그들에게 비투코인을 알려준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었다.

“아…! 쉽게 말해서, 강하 형님은 지금 엄청나게 부자가 되셨어요.”

“....? 원래 부자셨잖아.”

“그렇기는…한데…”

진혁의 간단한 설명에도 그들은 계속해서 의문을 가질 뿐이었다.

그렇다.

애초에 강하는 한에서도 스타 주막과 여러 나라를 거치며 벌어들인 돈만 해도 거대한 성을 세우고도 남을 정도였기에, 갑자기 부자가 되었다고 해도 그렇게 쓰러질 정도는 아닐 거라고 직원들은 생각했다.

하지만, 이 대한민국에서 엄청나게 부자라는 것은, 한에서의 부자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하….모르겠다….ㄱ, 그냥 형님 일어나시면 물어보시는 게 가장 빠를 거에요.”

결국 진혁은 손으로 눈을 감싼 채,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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