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4화 〉 IF외전: 다시만난 두 사람.(+공지사항.)
* * *
"흠….이게 뭐하자는 건지야 원…."
박 강.
그는 이미 모두들 퇴근하여 고요해진 레스토랑 주방의 탁자에 몸을 기대며 중얼거렸다.
*
그가 가장 신뢰하고, 자신이 소유한 레스토랑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
강준.
언제나 성실하던 그가 오늘 언질 하나 없이 무단결근을 하고 말았기에 오늘 주방은 혼돈 그 자체였다.
다행히 어떻게든 침착함을 유지한 부셰프의 오더로 간신히 기나긴 하루를 마치기는 했지만, 그는 강준이 무단 결근을 한 것에 대해 화가 난다기보단, 걱정이 앞섰다.
원래 이런 친구가 아닌데, 갑작스럽게 이러는 이유가 뭘까.
정말로 무슨 큰일이 난 건 아닐까?
그렇게 걱정하던 그는 일단 하루를 마무리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위잉.
그의 휴대폰이 진동하며 울렸다.
급하게 휴대폰을 들어 그 이유를 보니.
[강준]
하루종일 연락이 안 되던 그의 메세지가 와 있었다.
그 알람을 확인하자마자 박강은 다급하게 휴대폰 잠금을 풀어 강준이 보낸 메세지를 읽어내렸다.
[오너님.
중요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오늘 밤 10시, 레스토랑에서 뵙겠습니다.]
“....뭐?”
이게뭐야.
틀림없이 오늘 연락이 되지 않던 이유가 적혀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박강은 너무나도 뜬금없는 그의 메세지에 정신줄이 간당간당해지고 말았다.
“이 새끼….뭐하는 놈이야 이거?”
그제서야 참고 참아내던 거친 말을 내뱉은 박강은 휴대폰을 거칠게 내려놓으며 소리쳤다.
레스토랑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셰프가 이런 식으로 나오다니.
“....그나저나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거지…?”
한참이나 씩씩대던 박강의 머리에 쏠리던 피가 가라앉자, 그는 의문이 들었다.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었다.
언제나 성실하던 그가, 이렇게나 어이없는 행동을 하는 이유에는, 무언가 사연이 있는 것이 아닐까?
“....별 것 아니기만 해 봐라….”
그렇게 박강은 퇴근 준비를 위해 들었던 가방을 내려놓았다.
*
“....언제 온다는 거야?”
박강은 휴대폰을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오후 10시 57분.
이제 곧 약속시간 다 되어 가는데, 그의 모습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계속 주방에 기대어 기다리는 것도 힘들고 지쳤던 박강은 전신을 움직이며 스트레칭을 했다.
아무튼 약속된 시간은 다 되어가고, 그가 온다고 했으니 오기는 할 것이다.
그는 언제나 약속시간은 큰일이 아니라면 반드시 지키는 남자였다.
“으….! 하여튼 간에…이 녀석을 어떻게 족쳐야 할까…”
오기만 해 봐라.
아주 그냥…!
그렇게 박강은 주먹을 꽉 쥐며 중얼거렸다.
그때.
“계셨네요. 오너.”
“....?!”
카랑카랑하고 높은 목소리.
그래, 마치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고요했던 주방에 울려 퍼졌다.
“....뭐냐? 지금 장난치는 거냐?....너 예전에 미국에서 장난 한번 쳤다고 설마 그거 복수한답시고 오늘 개판을 낸 건 아니겠지?”
갑작스러운 여자아이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박강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장난 치지 말고 어서 나와! 지금 장난이 나와?!”
쿵.
그는 옆에 있던 탁자를 주먹으로 세게 내리치며 소리쳤다.
가뜩이나 피곤한데 이런 장난에 맞춰 줄 이유 따위는 없었다.
그렇게 분노를 참지 못하고 씩씩대던 그는, 자신의 눈앞에 일렁이는 물체를 보았다.
“.....뭐야…어린…아이..?”
키는 장신인 그의 명치에 닿을락 말락 하는 작은 키.
길게 땋인 장발.
빨간색 치마와 저고리.
그야말로 사극에 나올 법한 어린 여자아이의 형체가 그의 앞에 나타났다.
“...접니다. 강준.”
“.....뭐?”
그렇게 강하는 한에서 돌아온 뒤, 처음으로 자신의 지인과 마주치게 되었다.
*
“참, 웃기는군. 이런 장단에 맞춰 줄 시간 없다 꼬마야.
어떻게 여기로 들어온 거니?”
“아니, 그니까 제가 여기 셰프인데, 어떻게 들어오다뇨?! X콤 카드 찍고 들어왔죠!”
“그건 어디서….강준 이 자식이…! 그게 얼마나 중요한 건지 잘 알면서 이런 꼬마에게까지 쥐여주면서 장난을 쳐…?!”
“으아….역시 믿지를 않네….”
강하는 답답한 자신의 가슴을 주먹으로 두들기며 말했다.
솔직히, 자신이 생각해 봐도 웃긴 일이다.
키 180 이상의 장신 남성이 갑자기 어린 여자아이, 그것도 한복이나 입고 짠! 어쩌다 보니 여자애가 되었습니다~ 한다고 믿어줄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하지만, 강하는 이곳에 왔다.
자신의 일을 마무리 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그라면 믿어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역시 세상은 자기 뜻대로 되는 법이 없다.
“아무튼, 이렇게 늦은 시간에 너같이 어린아이가 돌아다니면 어떡하니? 자, 아가씨? 그 카드를 쥐여 준 아저씨 어디 있어요? 나가서 이야기할까?”
“하….”
그는 그렇게 한참이나 실랑이를 벌이던 강하의 등을 밀며 주방에서 밀어내기 시작했다.
이렇게 된 이상, 그거밖에 없나.
획.
“....! 야! 흡..! 어…어디가니!!”
강하는 몸을 비틀어 그의 손을 피해 곧바로 주방의 안쪽으로 달려들어 갔다.
“보자…여기 있네.”
주방의 구석진 냉장고.
이곳에는 그날 들어온 재료들이 남았을 때, 직원들끼리 점심이나 요리 연습 등, 조금이라도 버리지 않게 하려고 모아둔 식재료들이 보관된 냉장고였다.
“이 녀석! 함부로 남의 물건을 뒤적거리면 안 돼!”
강하가 계속해서 냉장고 안을 살피자, 박강이 급하게 달려오며 소리쳤다.
“...형님, 기억합니까?”
“....뭐?”
“우리 처음 미국에서 만났을 때 먹었던 요리, 기억해요?”
강준과 박강.
그들은 미국에서 처음 만나게 되었다.
두 사람은 똑같이 실습을 위해 오게 된 레스토랑에서 처음 마주치게 되었다.
같은 한국인인데다가 일하는 곳도 같았기에, 두 사람은 급속도로 친해지게 되었다.
하지만, 강준의 실력은 나날히 발전해가는 동안, 박강은 자신의 재능의 벽을 마주치게 되었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 벽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는, 그대로 주저앉을 뻔했다.
하지만, 강준.
그가 옆에서 지지해 주었기 때문에, 그는 다시금 일어날 수 있었다.
그렇게 박강은 셰프가 안된다면 다른 방식으로 요리업을 이어나가기 위해 본격적으로 경제학과 사업에 관해 공부하기 시작했고.
강준과 의기투합하여 작은 레스토랑을 차리게 되었다.
초라한 시작이었지만, 두 사람은 뼈를 깎는 노력을 이어나갔고.
그렇게 그 작은 레스토랑이 이렇게나 커질 수 있었다.
그때부터 박강과 강준은 공적인 자리에서 서로를 오너와 셰프라고 부르게 되었다.
“우리, 그날 참 힘들었잖아요. 제가 실수한 거였는데, 형님이 막아주다가 둘 다 호되게 깨졌죠.
그렇게 침울해진 저를, 형님이 밥이나 한 끼 하자며 차이나 타운에 갔었잖아요.”
“그랬…지….근데, 그걸 어떻게…!”
“참 맛있었죠? 해물튀김면.”
그랬다.
강하가 화련의 주인, 광릉제에게 선보였던 요리.
자신을 이끌고 차이나타운으로 데려간 선임.
그가 바로 박강이었다.
“그게, 진짜 맛있어서. 한국에 와서도 제가 만들어서 같이 먹고 그랬잖아요.
어때요? 오랜만에 같이 한 끼 할까요?”
그렇게 말하던 소녀는 박강을 향해 밝게 웃어 보였다.
*
치이익.
지글지글.
분명 조용해야 할 한밤중의 레스토랑 주방에는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소리의 중심에는 한 한복 풍 소녀가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
박강은 그 소녀보다 약간 뒤로 떨어진 채,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이상하다.
분명, 처음 보는 작은 꼬마.
이제 막 중학생이 되어 보이는 소녀의 등에서, 어째서 자신이 그렇게나 수없이 봐 왔던 익숙함이 느껴지는 걸까.
강하의 말에 벙쩌있는 사이, 그녀는 곧바로 식재료를 챙겨서 요리를 시작했다.
그걸 알아챈 박강이 곧바로 제지하려던 찰나, 그는 갑자기 말리는 것을 관두고 조용히 뒤에서 관찰하기 시작했다.
박강.
그는 현재 레스토랑의 오너지만, 한때 주방에서 일한 경험이 있었다.
그렇기에 일반인보다 아주 월등한 실력과 눈썰미가, 그에게는 있었다.
허나, 그런 자신이 보기에도 저 소녀는 이상했다.
쓸모없는 동선낭비도 없고, 요리도구를 아주 능숙하게 다루었다.
마치, 몇 년은 주방에서 살아온 인간의 모습.
하지만 저렇게나 어린 아이가 그렇게나 실력을 쌓을 리가 없었다.
“자, 다 됐어요.”
“....어?”
그렇게 박강이 의문에 빠져있던 순간, 어느새 요리를 끝낸 소녀가 완성된 요리를 접시에 담아, 그에게 내밀었다.
“함 드셔 보시죠.”
“.....뭐…일단 힘들게 만들었으니…”
그런 그녀의 압박에, 그는 얼떨결에 접시를 받아들게 되었다.
‘....오늘 참 이상한 날이군, 내가 꿈이라도 꾸고 있는 걸까?’
늦은 밤.
자신의 가게에 느닷없이 나타난 소녀가 갑자기 요리를 해주고, 그걸 먹는다니.
마치 귀신에게 홀린 것은 아닐까.
하지만, 그의 손에 들린 이 요리의 향기는, 이것이 실제상황이라는 것을 잘 알려줄 만큼 아주 맛있는 향을 내고 있었다.
“자, 어서.”
“.....그럼..”
강하가 젓가락을 내밀자, 그것을 받아든 박강은 결국, 해물튀김면을 먹기 시작했다.
우걱. 우걱.
“.....!”
맞다.
이 맛을 잊을 리가 없지.
내가 얼마나, 이걸 먹어왔는데.
“맛있죠? 누가 만든 건데 맛이 없을 리가.”
마치 자신의 생각을 읽은 듯한 소녀가 의기양양하게 웃으며 말했다.
‘맛있죠? 누가 만든 건데. 하핫!’
그리고 그건, 강준이 자신의 요리를 먹일 때마다 입에 붙은 말버릇이었다.
“너….강준이냐?”
어느새 접시를 다 비운 박강은 접시를 옆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럴리가 없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을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다.
하지만, 설마 정말로.
“그럼요, 형님.”
그렇게 말한 강하, 아니 강준은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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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접니다. 머그컵D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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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스타 주막의 본편 완결을 기념하는 대회, 일명[수라상]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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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들의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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