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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1화 〉 IF외전 : 소드마스터의 부모님. (271/289)

〈 271화 〉 IF외전 : 소드마스터의 부모님.

* * *

“정말 감사드려요. 형님.”

“아냐 뭘~”

한적한 낮.

강하는 진혁이 연거푸 고개를 숙이는 것을 막으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주인, 우리 지금 어디가?]

사람들이 바삐 돌아다니던 거리에서 영문도 모른 채 진혁의 손을 꼭 붙잡고 따라가던 드라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물었다.

“그게….우리 부모님 만나러 가는 거야.”

[주인님의 부모님?!]

그렇다.

그것이 지금, 진혁이 쌉싸름한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힘없이 걷고 있던 이유이기도 했다.

*

어젯밤, 새로 이사를 오게 된 주택에서.

“저…형님?”

“어? 뭔 일인데?”

황홀하게 주방을 바라보며 입가에 침을 닦던 강하에게 진혁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그게….저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진혁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손을 꼼지락거리며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으로 말했다.

“...? 일단 말해 봐. 뭔 일이야?”

그 모습에 적잖아 당황한 강하는 그의 어깨를 힘겹게 토닥이며 어른의 여유를 보여주었다.

외간은 전혀 그렇지 않았지만.

“그…형님은…저랑 다른 시간대에서 그 세계로 넘어가셨죠?”

“그렇지?”

“근데…저는 현대 시간으로 따지만, 대충 1년 전에 소환됐거든요?”

진혁은 청룡이 소환한 강하와 혁수와는 다르게, 한 인간 대 마법사의 마법으로 인해 영문도 모른 채 애슐란으로 떨어지게 되었다.

그 뒤로 현대 시간 1년 뒤, 이세계 시간 3년 뒤에야 강하와 혁수가 한으로 소환되었다.

시공간 마법은 말 그대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그래서?”

“그…여기 오기 전, 형님 집 컴퓨터를 좀 하다가….봐 버렸거든요…”

자신의 휴대폰은 사라진 지 오래였던 진혁은 오랜만의 현대에 적응하기 위해 강하의 집에 있던 컴퓨터를 빌려서, 인터넷 세상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는 발견하고 말았다.

“제…제가 실종됐다고….막 X이버 창에 뜬 걸….”

“...아아…”

그렇다.

그는 이 세계에 소환되기 전, 아직 고등학생이었다.

당연히 아직 혼자 살지 못하고 부모님의 보살핌과 사랑을 받으며 학교에 다니던 평범한 고등학생.

그런 진혁이 갑자기 사라지니, 그의 부모님은 당연히 걱정할 테고, 경찰에 신고해도 전혀 실마리를 찾을 수 없으니, 이렇게라도 진혁을 찾기 위해 행동으로 옮긴 것이었다.

당연히 그 누구도 진혁을 찾을 수 없었다.

마법으로 뿅! 하고 사라진 진혁을 현대의 경찰들이 어떻게 찾아낸단 말인가.

“그…그래서…일단 부모님께 제 사정을 설명해야 할 것 같은데…..

그…혼자 가기에는 좀…”

“....그렇지?”

진혁이 애슐란에서 영웅 취급을 받는다곤 해도, 그는 아직 어렸다.

오랜만에 부모님의 얼굴을 보는 것이 정말로 기쁘기는 하지만, 갑자기 사라진 자신을 마구 혼낼까 봐 걱정부터가 앞서는 진혁이었다.

애초에 그냥 혼자 쫄래쫄래 가서, ‘저, 판타지 세계에 다녀왔어요!’ 한다고 믿을 것 같지도 않았던 진혁은 자신을 보증해 줄 사람 중, 현대의 사정도 잘 알고, 판타지 세계라는 것을 믿게 할 인물을 찾았다.

그리고 그 조건에 딱 맞아떨어진 것이 바로 강하였다.

“그래, 네 부모님도 얼마나 걱정하겠냐. 나랑 같이 가서, 안심부터 하게 하자.”

“가, 감사합니다!”

그렇게 강하는 진혁과 함께, 그의 부모님을 뵈러 가게 된 것이다.

*

[주인님의 부모님…!! 우와! 신기해!]

“자, 잘 들어….거기 가서 그냥 막 여기저기 움직이고 돌아다니면 안 된다? 조용히 있어야 해?”

[응! 조용히 있을게!]

“그나저나, 여기 맞냐?”

“...제 기억 상으로는, 부모님이 이사를 가지 않았다면 맞기는 해요.”

한 아파트 단지 앞에서 수상하게 서성거리는 3인방.

그들은 섣불리 단지 안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안 갈 거야?”

“자…잠시 마음의 준비 좀…”

“그 마음의 준비를 이미 20분은 넘게 하고 있는데?”

“후하…후하….”

약 3년 만에 다시금 만나는 부모님.

기대감과 그리움도 있지만, 어쩌면…하는 걱정이 앞서는 진혁이었다.

“...에잇! 그냥 와!”

“어…어엇…! 자…잠시만요!”

“이렇게 우물쭈물 거린다고 달라지는 게 있냐? 일단 부딪치고 봐! 다음 일은 어떻게든 되겠지!”

그 모습을 보다못한 강하는 진혁의 소매를 잡아당겨, 억지로 아파트 단지로 진입했다.

[우와…건물이 높다….]

“몇 호라고 했지?”

“그….205동 1205호…”

“그럼 저기네.”

“우왁!”

그렇게 그들은 진혁의 집으로 나아갔다.

*

“으아….”

1205호.

진혁은 오랜만에 보는 자신의 집 앞에서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부모님은 집에 계시고?”

“그…아버지는 글을 쓰시고, 어머니는 집안일을 하시니까…보통 집에 계셔요…”

“그럼 됐네.”

띵동~

“악! 형님!”

“왜? 속전속결로 해야지~”

진혁이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자꾸만 망설이자, 강하는 곧바로 초인종을 눌렀다.

터벅터벅.

철컥.

끼이이익.

초인종이 눌리고 얼마 안 가 집 안에서 느껴지던 인기척과 함께, 두터운 현관문이 열렸다.

“누구세…….”

“.....안녕? 엄마…?”

살짝 초췌해진 여성이 힘없이 문을 열고 찾아온 방문객을 바라보자, 그녀의 동공이 크게 열리는 것이 느껴졌다.

“ㅈ..지지…진혁아!!!!!!!!!!”

“아푸으그업!”

“뭐? 진혁이????”

그녀는 곧바로 젼력을 다해 진혁에게 달려들어, 그를 아주 힘차게 꽈악 끌어안았다.

그 소리에 곧바로 쿵쾅거리는 소리와 함께 두꺼운 안경이 벗겨질 듯 빠르게 달려온 남성 또한, 진혁을 보았다.

“아그…아….아빠….”

“지…진혁아아!!!!!!!!!”

“자…잠까…두 명은 힘든….으그그극…!”

부부 아니랄까봐, 그 또한 이미 안겨있던 진혁에게 달려들어 두 사람을 껴안자, 진혁은 거의 울상이 되어 신음을 내었다.

그렇게 진혁은 부모님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

*

“....해서, 그렇게 된 일입니다.”

“여기, 차라도 좀 드세요.”

“아, 감사합니다.”

시간이 잠시 흐르고.

집 안 거실에 모인 그들 사이에서 강하는 그간 있었던 일들을 두 사람에게 알려주고 있었다.

“....참…믿기 힘든 일이군요…..아무리 봐도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렇게나 어린 꼬마아이가 자신이 성인 남성이라 주장하고, 마법이 존재하는 판타지 세계에서 돌아왔다고 말한다면 믿기 힘들 테니까요.”

“저도 제 입으로 말하고 있지만, 믿기 참 힘드네요.”

진혁의 아버지는 조심스럽게 자신의 앞에 놓인 커피를 홀짝이며 말했다.

“하지만…이렇게 제 눈으로 보니까, 믿지 않을 수도 없고…”

“그러게요….”

하지만 그들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

[주인! 나 잘했어?]

“그래 그래. 잘했어.”

[헤헤…이제 다시 돌아가?]

“...원래는 이게 돌아온 거긴 하지만….그래.”

[얍!]

“오오….아무리 봐도 신기하군….이게 정말 내가 보는 환각이 아닌 건가?”

“여보, 저도 보고 있어요.”

흰 머리칼의 귀여운 여자아이가, 자신들의 눈앞에서 판타지에서나 볼 법한 굉장한 검으로 변했다가,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는 광경을 직접 보았는데,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얘 덕분에, 제가 지금까지 안 죽고 살아있을 수 있었죠…참 고마운 아이에요.”

[헤헤…내가 뭘….]

“그래…드라. 라고 했니?”

[네!]

“어머나~ 참 착한 아이구나? 귀엽고….이리 온?”

[어…주인..?]

“괜찮아. 내 엄마인걸.”

[우…..]

진혁의 엄마가 자신의 무릎을 두드리며 드라를 부르자, 진혁의 얼굴과 그녀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안절부절한 얼굴을 보인 드라의 머리를, 진혁이 쓰다듬었다.

그제서야 안심한 드라는 진혁의 무릎에서 내려와, 도도도 거리며 진혁의 어머니께 다가갔다.

[아…안녕하세오…]

“그래~ 머릿결이 참 곱구나~ 아줌마가 땋아줄까?”

[...! 네!]

“우후후….나도 이런 딸아이가 있기를 바랐는데~ 이렇게나 귀여운 아이가 생겼네~”

“엄마….”

그녀는 어느새 아주 자연스럽게 꺼내든 빗과 머리끈을 손에 쥐고, 드라의 머리를 상냥하게 빗질해 주었다.

“....그래. 우리 아들. 그동안 고생이 참 많았구나?”

“아빠…!”

“그래서 말이다…그곳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알려주지 않겠니?”

“....아빠?”

그런 진혁을 흐뭇하게 미소 지으며 바라보던 진혁의 아버지는 어느새 반짝거리는 눈을 들이밀며 수첩과 펜을 들었다.

“이 아빠가 최근 판타지물을 쓰려고 하는데, 이렇게 진짜 판타지 세계에서 살다 온 아들이 있다니! 이건 기적이지! 자, 처음 그곳에 갔을 때는 어땠니? 그…마나라는 건 어떻게 사용하는 거지? 마법은? 그 애슐란..? 이라는 나라는 어땠어?

아! 아니면 한번 마법을 써 볼래?”

“아빠!!”

이게 뭐야.

1년이나 사라진 아들을 두고, 이렇게 반응하다니…

어처구니가 없던 진혁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때.

“...저 분들은 다, 널 위해서 이러는 거야.”

“...네?”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던 강하는 조심스럽게 진혁의 귀에 속삭였다.

“몇 년간 가족을 떠나 힘들게 돌아온 네가 괜히 불편하지 않도록, 일부러 활기차게 너를 맞이 해 주시는 거야.

너희 부모님들의 배려인 거지.”

“.....!!”

그랬다.

그들도 정말로 오랜만에 본 아들이 너무나도 반가웠고, 당장이라도 눈물을 쏟고 싶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흠칫하며 분위기만 살피는 아들이 가여웠던 부모들은, 일부로 과장되게 행동하며 그런 진혁을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노력했다.

“....좋은 부모님을 뒀구나?”

“....네.”

“그래서 진혁아! 응? 마법 한 번 써 보라니까?”

“...아이 쒸….내가 마법을 쓰면…어! 우리 집이 박살이 난다니까?”

“어이쿠…그건 너무 위험하네…하하!”

“...그렇지..? 하하!”

진혁은, 그제서야 진정으로 활짝 웃을 수 있었다.

*

“그래서, 앞으로 부모님 집에 있을 거야?”

“그렇죠. 정말 신세 많이 졌어요…”

“뭘~ 우리 집이랑 가깝기도 하니까, 할 거 없으면 놀러 와서 애들 현대 교육 좀 해줘.”

“헤헤…그럴게요.”

그 뒤로, 진혁과 드라는 진혁의 부모님 집에서 묵게 되었다.

그것을 위해 자신의 짐을 챙기려고 다시금 강하와 같이 강하의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

“그나저나, 앞으로 뭘 할 거야?”

“그렇네요….뭐, 솔직히 드라가 없어도 이 정도 신체면 그냥 운동선수나 할까요?”

“그건 좀 치트 아니냐?”

“그렇죠? 큭큭…..뭐…전 원래 고등학생이었으니까….다시 학교에 다녀야죠.”

“학교?”

“네, 친구들은 이미 한 학년 위로 올라가기는 했지만….일단 고등학교는 졸업해야 하니까요.”

“그렇긴 하지…”

학교…

학교,,,,?!

“...? 형님?”

“진혁아. 네가 도울 일이 생겼다.”

“네?”

진혁의 입 밖에서 나온 그 단어에, 강하는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이 그를 불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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