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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2화 〉 IF외전: 공부의 신. (272/289)

〈 272화 〉 IF외전: 공부의 신.

* * *

“자, 중대사항이 있겠습니다.”

진혁의 집에 다녀온 그날 저녁.

강하는 직원들을 거실에 모았다.

“중대사항이요?”

“또 무슨 일이지?”

맛나는 저녁을 즐겁게 먹은 직원들은 저녁이 채 소화가 되기도 전부터 잔뜩 긴장하기 시작했다.

“여기 대한민국은 이런 제도가 있어.”

그렇게 모두가 강하에게 시선이 집중될 때까지 말없이 팔짱을 끼고 있던 강하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바로…의무교육. 이라는 방침이지.”

“의무…교육이요?”

의무교육.

국가가 정한 법률에 의해 일정한 나이에 이른 아동이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보통 교육을 말한다.

의무교육의 도입 덕에 과거 상류층만의 전유물이었던 독해와 문장해석 등이 이젠 거의 누구나 다 가진 기본적인 소양이 되었고,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 정도는 갖추는 등 개개인의 격차가 크게 줄어들었다.

“예를 들면….한에서는 양반 이상쯤 되야 교육을 받고, 평민들은 어릴 때부터 부모를 도와 일을 시작하지?”

“그렇죠?”

“여기서는 그렇지 않아. 여기의 아이들은 먼저 기초적인 교육을 받고, 성인이 되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지.”

“오….그건 정말 신기하네요…”

“네? 그…그럼 부모님들이 힘들지 않을까요?”

강하의 말에 직원들 대부분은 깜짝 놀라며 대답했다.

파렌, 벼루, 향이, 마오 등.

그들의 세계에서는 어느 정도 말할 수 있고 움직일 수 있다면, 곧바로 부모님을 도와서 집안일이든 뭐든 열심히 일해서 가정에 보탬을 주는 것이 당연한 사회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우리 직원들 중, 아직 나이가 어린 애들을….‘학교’ 에 보내려고 해.”

“““학교…?”””

학교.

공리적인 목적으로 전문직 교사가 학생을 가르치는 기관이자 기구.

현대적인 의미로는 교육 목적만을 위해 지어진 건축물이다.

“음….그러니까…한에서도 아이들이 서당에 가서 글을 배우고는 했지? 그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돼”

“오호…그렇군요?”

“일단 학교에 가면, 사회성을 기를 수 있고, 현대의 기본 상식들도 배울 수 있을 거야.”

현대에 오기는 했지만, 직원들은 아직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그러니 또래 아이들과 학교에 다니면, 자연스럽게 친해지며 현대에 적응을 할 수 있겠지 싶었던 강하의 생각이었다.

그리고.

“제일 큰 이유는….예를 들어서 현대에 음식점을 열고, 벼루가 한의 스타주막에서처럼 하루종일 일을 도와주면…불법이야.”

“네?! 그게 왜요?”

그렇다.

벼루는 지금까지 아주 열심히 주막을 도왔지만, 그녀의 나이는 이제 겨우 현대나이로 14살.

한에서는 이미 결혼도 가능할 나이지만, 한국에서는 아직 어린아이일 뿐이다.

그런 벼루를 학교도 안 보내고 일만 시킨다면, 강하는 잡혀들어가고 말 것이다.

“그래서, 너희를 학교에 보내려고 해.”

강하는 특히 꼭 보내야 할 직원들을 추려서, 앞으로 데려왔다.

향이, 벼루, 마오, 그리고….

“너도 이리로 와.”

“......뭣?”

류월까지.

“기..기다리거라! 설마, 이 몸을 그…학교라는 곳에 보내겠다는 것이냐?”

“응.”

“어째서?”

“.....그걸 네가 모르는 게 더 문제 아닐까?”

흑룡 류월.

수백년을 살아온 존재, 흑룡이라 할지라도, 지금의 모습은 영락없는 초등학생이었다.

“뭐…홈스쿨링 이라는 집에서 공부 할 수 있는 방법도 있기는 하지만, 앞으로 현대에 살아갈 너희들이 조금 빠르게 적응하면 좋겠다~ 해서 말이지.”

“하…하지만….저희는 셰프님을 도와야…”

“괜찮아. 당장 힐라와 파렌, 백설님과 매화도 있고, 일단 한번 다녀본 뒤에 영 아니다 싶으면 말해.”

“그런가요…?”

그렇게 학교에 가게 될 인물들이 추려지게 되었다.

“진혁아, 그러고 보니, 지금 겨울방학 시즌이지?”

“그렇죠? 지금이 2월 초…니까…대충 한 달? 보다 조금 안되게 남아있네요.”

“흠…아직 시간은 있네…다행이다.

그럼, 그 사이 준비를 해 볼까?”

그렇게 직원들의 학교에 갈 준비가 시작되었다.

*

“음…..이곤 어떠케 푸는 거지…?”

“분수….? 소수…?”

“다음 자연수 x에 해당하는 자연수를 고르시오………응?”

강하의 발언이 끝나고 다음 날.

학교에 가게 된 향이와 벼루, 마오는 거실에 모여 강하가 미리 준비해 준 문제집을 바라보며 골머리를 썩히고 있었다.

학교에 가기로 했어도, 자신의 학년에 맞춰서 공부는 해 둬야 하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너는 왜 거기서 끙끙거리고 있냐?”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하는 흘낏, 옆쪽을 쳐다보며 물었다.

“그….학교 공부를 안 한 지 3년이나 넘어서….다 까먹어 버렸어요….”

그녀의 시선을 받던 진혁은 머리를 긁적이며 부끄러운듯이 중얼거렸다.

부모님의 집으로 가게 된 진혁이긴 하지만, 당장 집에서 할 것도 없기도 해서 강하의 집에 놀러 왔다가 곧 다가올 개학에 위기감을 느껴 같이 공부하게 된 것이었다.

진혁이 오자 고등학생이었던 진혁이라면 애들을 가르쳐 줄 수 있겠지 싶었던 강하는 내심 실망하긴 했지만, 그는 땀을 열심히 흘리며 공부에 매진했다.

“그렇게 어렵나…? 어디 봐. 한 번 보자.”

“엇.”

한참이나 펜을 들고 고민하던 진혁의 앞에 놓인 문제집을 가로챈 강하가 문제를 바라보았다.

“어디 보자….1이상 10 이하 두 자연수 m, n,에 대하여 3 log ­ 2 log

이 정수의 값을 갖도록 하는 서로 다른 순서쌍 (m , n )의 개수는….?

……? 뭐지? 이거 한글로 적힌 거 맞지?”

하지만, 고등학교도 실업계로 가고, 대학도 실습 위주인 조리 과로 향했던 강하였기에, 그 문제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으….5곱하기 3…..그러니까….]

“네 녀석 눈앞의 바구니 안에 빵이 5개 들어있다, 근데 그 바구니가 총 3개면, 몇 개지?”

[...아! 그럼 15!]

“그래, 그렇게 푸는 거다.”

그리고 그 옆에서는 진혁의 부모님에게 입양이라는 방식으로 한가족이 된 드라또한, 학교에 가게 되어 열심히 공부 중이었다.

그것을 쇼파에 드러누워 대충 알려주는 류월의 모습은 매우 여유로워 보였다.

“넌 공부 필요없냐?”

“흥…대충 보아하니 내 수준이면 굳이 공부가 필요 없겠더구나. 아니, 애초에 이렇게나 유치한 공부나 하는 곳에 이 몸을 보내겠다는 것이냐?”

“....니가 가장 잘 알고 있지 않을까?”

아무리 그래도 널 중학교에 보낼 수는 없잖냐…

“....드라야.”

[....앗! 왜요?]

“류월이를 잘 부탁한다. 혹시 사고 칠 것 같으면 네가 잘 말려줘.”

[...? 네에~]

“뭣? 어째서?! 이 몸이 드라를 보살피는 것이다!”

아무리 류월이라도, 자기 나이 손톱도 못산 아이들 사이에서 깽판을 치지는 않을 것 같지만, 혹여나 싶어 같이 학교에 들어갈 드라에게 신신당부하는 강하였다.

“으아….모르겠어…”

“우우…머리아포…”

“???....??????????”

그나저나, 간단한 사칙연산은 가능해도 본격적으로 중,고등 교육에 머리가 팽팽 돌다 못해 연기가 날 지경인 아이들이 문제였다.

“음…이걸 어쩌면 좋지….기본적인 것 정도는 알고 들어가야 할 텐데….”

이럴 때 선생님이라도 있었다면…

“어머, 공부하니?”

그때, 2층 방에서 쉬고 있던 백설이 거실로 나와, 옹기종기 모인 아이들을 바라보며 물었다.

“네, 아이들 학교를 보내야 하는데. 적어도 기본적인 실력 정도는 기르고 가야 할 것 같아서요.”

“아~ 학교! 나도 알지! 인터넷은 정말로 신기하더구나~ 내가 알고 싶은 것들을 아주 간단하게 찾아볼 수 있어~”

언제나 지식욕이 넘치던 백설은 현대의 인터넷에 아주 푹 빠져버렸다.

그녀에게 있어서, 컴퓨터 모니터는,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도서관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백설은, 도서관에 죽치며 새로운 지식을 알아가는 것이 아주 좋았다.

“그런데…역시 힘들어 하네요… 이를 어쩌면 좋지….”

하. 하며 한숨을 푹 몰아쉬던 강하를 그저 지그시 바라보던 백설이 움직였다.

“잠시, 실례할게~”

“아…넵.”

그리고, 머리를 끙끙 싸매며 문제 풀기에 도전하던 진혁의 옆으로 다가가, 그의 문제집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2번이네.”

“...네?”

“이 문제 정답. 2번이야.”

“....정말요?”

그저 슬쩍 바라만 봤을 뿐인데, 그녀는 곧바로 그 문제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이…이걸 수식도 없이 그냥 암산으로요…?”

“에..에이…설마…”

진혁은 갑작스러운 백설의 말에 반신반의하며 문제집 제일 뒷 페이지에 있던 정답지를 찾아보았다.

“아, 여기 있다. 14번 문제…답이…답이……2…번…?”

“진짜야?!”

그리고, 백설의 답은 아주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자, 이 log….여기서는 이걸 log라고 부르는구나…? 아무튼, log는 어떤 수를 구하기 위해 고정된 밑을 얼마나 곱해야 하는지에 대한 수식이야. 그러니까 장대한 숫자를 일일이 숫자로 적기에는 참 불편하잖니? 막 1조 2천3백2십6억 같은 커다란 숫자를 수식으로 적어넣어 계산하면 복잡하니까, 작은 수로 치완해서 계산하기 위한 수식이라고 생각하면 편해~”

“오..오오….!”

“....야, 저 말뜻 이해했어?”

“......모른다.”

“그치…?”

당황하던 진혁이 알기 쉽게 문제집의 빈 공간에 천천히 수식을 적어가며 알려주자, 진혁은 그제야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깨달음을 얻었다.

“그나저나, 정말 대단하시네요?”

“에이~ 별거 아니야~ 인간들을 가르칠 때랑 비슷하네~”

“내가 말하지 않았느냐, 백설이 인간계에 있을 때 똑똑한 인간들을 가르쳤다고.”

“...대학교수?”

그랬다.

아는 지식이 많은 만큼, 백설이 인간계에 숨어들어 갈 때는 누군가를 가르치는 선생의 직함으로 자주 돌아다녔다.

그 중 마법을 특히 자주 가르쳤는데, 인간들의 마법이란 일정한 수식을 적어내어 일정한 값을 나타내는, 수학이 가장 중요했다.

“우와….정말 알기 쉬워졌어요!”

“후훗~ 다행이네~”

“배..백설님! 저…저도 이 문제가 잘 모르겠어요!”

“저도!”

“나두요!”

한참이나 끙끙대던 진혁의 문제를 아주 간편하게 해결해주자, 그 모습을 본 아이들도 곧바로 서로 손을 들어가며 백설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아 맞다. 그러면 그냥 학교에 가기 전까지, 내가 아이들을 가르칠까?”

“정말요?”

“사회와 역사 쪽은 아직 이 현대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많이 모르지만….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나도 공부하는 쪽이 더 좋잖니?

이래뵈도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은 자신 있단다?”

“그럼 감사하죠!”

그렇게 나타난 백설은 아이들의 질문에 천천히, 그리고 상냥하게 알려주었다.

이 정도라면 학교에서도 충분히 배울 수 있겠지?

그렇게 잘됐네 잘됐어~ 하며 한 시름 놓은 강하.

그리고 일주일 뒤.

“어때? 백설님이 알려주니까 공부할 만 해?”

그 날 뒤로 정해진 시간에 다 같이 백설의 공부를 하게 된 아이들의 수업이 끝나고, 진혁에게 다가온 강하가 물었다.

“....그….백설님이 정말로 잘 알려주시거든요….?”

“..그런데 왜 그리 죽상이야?”

“그래서, 저희가 문제를 풀 때마다 엄청 기뻐하세요…..그러더니…

‘어머! 이 문제를 풀었구나? 그럼 더 어려운 문제를 풀어볼까?’ 라고 하시면서 계속해서 공부를 시키시는데….너무 잘 가르쳐주시니까 계속 풀게 되고…..그러다 보니….”

진혁은 조심스레 주머니에 든 종이를 꺼내, 강하에게 보여줬다.

“이거, 작년 수능 문제인데…전부 맞췄어요….”

“....뭐?”

“....그냥 학교를 다닐 필요가 없어진 것 같은데요….? 지금 저와 같이 공부하던 애들….그냥 검정고시치고 수능만 봐도 서울대는 그냥 들어갈 것 같은데….”

“....다행…인…건가…? 어라? 뭔가 이상한데…?”

학교에 적응하기 위해서 백설에게 부탁했던 건데, 학교를 다닐 필요가 없어졌다…?

“형님…살려줘요…..공부가 힘든데….자꾸 이해가 되고 풀리니까….백설님이 기뻐하면서 더 어려운 문제를 풀게 해요…..”

“어…화이팅..?”

무언가가 잘못된 것 같기는 하지만, 뭐….똑똑해 졌으니 다행인가?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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