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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4화 〉 IF 외전: 영화관에 가자! (274/289)

〈 274화 〉 IF 외전: 영화관에 가자!

* * *

“영화관에 가고 싶다!”

어느날, 언제나 자기 멋대로의 자기중심적인 먹보 흑도마뱀이 말했다.

“....영화관?”

“그렇다! 아까 티­브이? 에서 나오더구나!”

갑작스럽게 뭔 개소리인가 싶었던 강하가 묻자, 류월은 눈을 크게 반짝거리며 소리쳤다.

그 소리에 강하는 그녀가 보던 TV를 바라보았다.

“아아….”

최근 류월과 힐라가 푹 빠져있는 막장 드라마의 한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바로 작중 등장하는 재벌2세 남주와 가난한 여주가 사랑을 하는 진부하기 짝에 없는 드라마지만, 그녀들에게는 신선한 충격과도 같았기에 매일 밤 저녁만 되면 빠르게 식사를 끝내고 TV앞에 앉아서 마치 나이 든 아줌마들처럼 ‘저년이 못됐네, 어어 저 썩을 놈 으잉 쯧쯧’ 하면서 즐겁게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었다.

….나이가 많아서 그런 걸까?

아무튼 그 드라마에서 나오는 장면 중, 주인공 커플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장면이 나오고 있었다.

“정말 커다란 화면이구나!”

“그러게요~지금 보는 이 티­브이도 신기하지만, 저렇게나 큰 화면으로 본다면….멋지겠네요!”

“그나저나….저 녀석들이 먹는 저…팝콘? 이라는 것도 맛있어 보인다!”

“너는 어쩜 먹는 장면은 그렇게 기가 막히게 보는 건지…”

“그러니까, 영화관에 가보고 싶구나!”

“...흠…영화관….”

영화관이라…

그러고 보니 최근에 영화관에 가본 적도 없구나.

그리고, 직원들이 현대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바깥에도 좀 돌아다니기도 해야 하긴 할 테니까.

직원들은 현재, 강하의 말에 따라 레스토랑에 출근하는 이들을 제외하고는, 매일같이 집에 박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맨날 집에 있기에 지루하기도 하고, 마침 이틀 뒤에는 레스토랑이 쉬는 날이니까….

“그럼, 갈까?”

“오오오!!!! 신이 나는구나!!!”

“아싸!!! 아씨 최고!!!”

“후후…그렇게 신나?”

강하의 허락이 떨어지자, 두 사람은 서로 얼싸안으며 매우 기뻐했다.

“좋다! 바로 가 볼까?”

“잠깐, 지금 가는 거 아니거든? 이틀 뒤에 다 같이 갈 거야.”

“에에?”

“그런 표정 지어도 소용없어. 다 같이 가야지!”

“그건…별 수 없구나.”

“아쉽네요…”

그러자 당장이라도 집을 뛰쳐나갈 것 같던 류월을 붙잡은 강하가 말하자,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시무룩해 진 두 사람이었다.

“걱정하지 마, 이틀 뒤를 기다리자고.”

*

“우와….”

“여기가 바로…‘영화관’ 이렸다…”

“화려하네~”

이틀 뒤.

강하는 직원들을 이끌고 근처 영화관으로 나왔다.

“그나저나 그 ‘지하철’? 이라는 것도 엄청 신기했어요! 땅 밑을 달리다니….!”

“그러게~ 마치 땅딸보 같은 드워프들이나 할 발상 같기는 해서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굉장하기는 했어.”

이번에는 그들이 현대의 대중교통에 익숙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백설과 류월의 힘을 빌리지 않고 순수하게 지하철로만 이동했다.

처음에는 지하로 가는 길을 보고 갸우뚱하던 직원들이었으나, 지하철에 탑승하고 나니 정말로 신기했다는 듯 서로 재잘거리며 감상을 남겼다.

“그나저나, 다들 오지 못해서 조금 아쉽기는 하네요…”

“뭐, 별 수 없지.”

그러던 사이, 강하의 옆에 있던 향이가 조금 침울한 얼굴로 중얼거렸다.

원래는 모든 직원들과 함께 오려고 했지만.

“응? 영화? 나 랭크 올려야 해서 바빠.”

“영화관? 나쁘지는 않지만…”

“낭군님! 어서 가요!!”

“그…오늘은 매화 씨와 놀기로 했거든, 잘 놀다 와.”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저는 어제 배운 새 조리법을 연구해볼까 하여, 여기 남을까 합니다. 부디 즐겁게 즐기시고 오시기를.”

“져…져도! 챵 님이랑 있으래요!”

청하는 게임 덕분에 바빠서.

창은 요리 연습 때문에.

마오는 그런 창 옆에.

혁수와 매화는 데이…트.. …(혁수 썅놈의 새끼) 때문에 불참했다.

“아무튼, 우리끼리라도 즐기고 오자고!”

““““네에~!””””

그래도 이왕 온 거, 즐겁게 즐기자 싶었다.

“자, 그럼 가장 중요한 걸 골라야겠지?”

“어떤…?”

영화관의 매표소 근처 테이블에 둘러앉은 직원들 사이, 강하가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바로…어떤 영화를 볼까?”

그렇다.

영화관에 왔어도, 어떤 영화를 볼 지가 제일 관건이었다.

“여기서 내가 추천할 작품은 바로….[거미인간 3:집에 못가]!

화려한 영상미와 [마불]영화 특색의 생동감 있는 액션! 그리고 내가 거미인간을 좋아하기도 하고!”

그리고 강하는 그녀가 좋아하던 영화 주인공, 거미인간의 세 번째 리부트의 세번째 영화를 추천했다.

“오…그건 멋있는데요?”

“엥? 웬 이상한 빨간색 옷을 입고 있는 녀석을….? 너도 참 이상하구나.”

“어머, 하지만 그 영…화? 는 우리같이 그 영화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이들이 보기에는, 이해가 어렵지 않을까?”

“아….그런…가…”

강하가 나름 멋있게 영화 팜플렛을 들고 추천하자, 대부분의 이들은 이상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녀야 거미인간이 어떤 영화인지 잘 알고 있지만, 직원들의 눈에는 이상한 빨간색 쫄쫄이를 입은 남자가 나오는 이상한 영화였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떠냐?! [고독한 대식가]!! 이거 참 맛있어…아니 재미있어 보이는구나!”

“야…넌 어느새 그걸…”

그 사이, 류월은 어느새 챙겨온 다른 팜플렛을 들고 그들 사이에 펼치며 소리쳤다.

대충 보니까, 중년의 회사원이 여러 맛집을 돌아다니는 작품인 듯 보였다.

언제나 먹을 것을 좋아하던 류월의 입장에서는, 아주 최적의 작품이었다.

“잠시만, 이건 어떠니? [인류의 진화] 라는 영화는?”

그에 질세라, 백설 또한 새로운 팜플렛을 들고 제안했다.

“큰 화면으로 이 행성의 인간들의 진화 과정을 보는건…참으로 재미있어 보여서~”

“백설…그건 너무 고리타분하지 않으냐.”

“지식을 쌓는 건 언제나 즐거운걸?”

“이…이건 어때요? [바이올린 에브리가든] 그….그림으로만 이렇게나 화..화려하게 그려낼 수 있다니…! 정말 대단해요!”

“저는 사랑을 이야기하는 영화가 좋습니다!”

“에잇! 사랑 타령은 집어치우거라! 역시 맛있는 음식을 봐야…!”

“아니죠! 막장은 언제나 재미있는걸요!?”

“그래도 역시 이왕 본다면 지식을 채우는 게…”

“화려한 그림!!!!”

“음….이걸 어쩌지…”

직원들은 서로가 보고 싶은 영화의 팜플렛을 들이밀며, 저마다 뜻을 굽히지 않았다.

과거, 지인들과 영화를 보러 갈 때도 이런 의견충돌이 잦기는 했었는데.

….그때 내가 어떻게 했더라…?

아, 그렇지.

“좋아, 서로의 뜻이 전부 다르니까, 이 방법은 어때?”

강하는 직원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며 말했다.

“자….이걸로 승부다…!”

강하는 그때의 기억을 살려, 자신의 손을 들어 보였다.

“가위바위보! 이만한 게 없지!”

원래 이럴 때는 역시 이거지!

“좋아요!”

“흥! 이 몸이 이길 것이다!”

“우후후~ 긴장되는걸?”

“반드시 이길 테다…..!”

직원들 또한, 저마다의 각오를 불태우며 강하와 마찬가지로 손을 들었다.

“…그럼 긴 말은 필요 없겠지…자….가위..바위…!”

“““““보오오오오!!!!!!!!!””””

*

“우우….그 영화가 보고 싶었는데…”

“괜찮아~ 다음에 보러오면 되지!”

우울한 표정으로 영화관 객석에 앉은 벼루를, 파렌이 위로해 주었다.

결국 승부는 강하의 승리로 막을 내렸기에, 그들은 지금 거미인간을 보기 위해 영화관에 앉아있다.

“그나저나 정말로 화면이 크네요….”

“그러네…뭔가…박력이 넘쳐…!”

하지만 우울한 기분은 잠시, 그들은 거대한 영화관 화면에 압도당하며 전율했다.

집에서 보던 티­브이 와는 다른, 박력 있는 화면에, 어느새 그들의 마음은 거세게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음…! 으음…! 달콤하고 짭짤하군…맛있구나…!”

“야…! 넌 아직 광고중인데 벌써 팝콘 한 통을…”

그러거나 말거나 류월은 자신의 품에 한 아름 먹을 것을 쌓아두고 실컷 즐겼다.

팝콘 세트에, 치즈나초, 버터구이 오징어에 핫도그까지…

저건 영화를 보러 온 건지 식사를 하러 온 건지.

“에휴….앗! 시작한다! 모두들 이제부터 조용히!”

그 순간, 영화관의 불이 꺼지며, 본격적으로 영화가 시작되었다.

*

“우와!! 진짜 재미있었어요!”

“정말 신기한걸? 인간의 몸으로 그런 것이 가능하다니…”

“높은 건물 사이를 거미줄…? 거미인간이니까 거미줄이겠죠? 그걸로 휙휙 날아다니는데….우와…”

“그나저나, 큰 화면이 진짜 좋았어!”

“맞아요! 그리고 소리도 엄청 웅장해서…마치 제가 그 화면 속으로 들어온 기분이었어요!”

어느덧 시간이 흘러, 상영이 끝난 뒤.

직원들은 서로들 금방 보았던 영화의 감상을 떠들며 즐겁게 대화를 나누었다.

“재미있었으면 다행이네~”

그런 직원들의 모습을 보곤, 뿌듯함을 느끼는 강하였다.

비록, 이 세계에서 온 이들이지만.

현대에 적응하며 즐기는 이들을 보는 것 자체가 무언가 뿌듯하고, 즐거웠다.

“오늘은 이 영화였지만, 가끔씩 이렇게 모여서 영화를 볼까?”

““““네!””””

그렇게 영화 관람을 끝내고, 언젠가 다시 오자는 말을 기약으로 그들은 언제나처럼 강하가 차려주는 맛있는 저녁이 기다리는 소중한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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