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6화 〉 (조금 늦은)설날 특별편!
* * *
"우와아…."
"이게 뭐예요…?"
"진짜 예쁘다아…!"
겨울철 아침.
졸린 눈을 비비며 아침 식사를 위해 식탁에 앉은 직원들은 휘둥그레 놀라며 강하를 바라보았다.
"오늘이 설날이니까, 힘 좀 줘 봤지!"
그에 맞춰, 강하는 한껏 격앙된 어깨를 들썩이며 미소 지었다.
그녀의 손에는 그들이 처음 보는 오색의 아름다운 장식이 올라간 국 요리가 들려 있었다.
"....설날...이요?"
"...??"
"그게 뭐에요?"
하지만 당연히 직원들은 설날이 뭔지 몰랐기 때문에 서로의 얼굴만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설날.
새로운 날이 낯설다는 어원인 "설다" 에서 왔다는 설이나 한 해가 새로 개시된다는 "선날"에서 설날이 되었다는 등.
여러 어원이 있는 날이다.
아무튼 설날은 한 해의 첫날을 기리는 날인데, 대한민국은 음력과 양력이 있어 새해 첫날인 양력 1월 1일(신정)과 음력 1월 1일(구정) 모두 설날이라고 말하지만, 대부분 음력 1월 1일을 설날 명절이라고 칭한다.
"설날 아침에는 가래떡으로 만든 떡국을 먹는 걸로 시작을 해.”
“가..가래떡을요?”
“어라? 그런데 이 국에 들어간 떡은 동글납작한데요?”
강하가 가래떡이라고 하자, 곧바로 조청에 찍어 먹는 기다란 가래떡을 생각하고, 그런 커다란 떡을 국에 넣는다고 생각하자, 경악하던 직원들은 이내 떡국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 아무리 그래도 통째로 넣으면 먹기 힘들잖아? 그래서 이렇게, 사선으로 썰어서 넣는 거야.”
“오…그렇군요? 가래떡은 뭐라고 해야 할까….통째로? 먹는다는 인식이 강해서 이런 방법은 생각하지 못했어요!”
“참고로 가래떡을 넣는 이유는, 길다란 가래떡처럼 무병장수하라는 의미가 있고, 그 떡을 사선으로 썰어내면 엽전…동전과 비슷하게 생겨서 재물운에 대한 이야기도 있어!”
“신기하네요!”
“자, 일단 아침 먹을까?”
직원들의 의문이 끝나자, 강하는 국이 식기 전에 직원들을 식탁에 앉혔다.
“음…! 떡이 쫄깃하고 부드러워서 씹는 맛이 있네요! 맛있어요!”
“오….다진 소고기와 달걀부침, 김 가루도 올라갔네? 예쁘다….”
“부드럽고, 따뜻하네요….겨울철 아침으로 딱 좋아요….!”
“음, 고기가 적어서 아쉽기는 하지만….그럭저럭 먹어줄 만 하구나!”
아무리 낯선 음식이라도 강하가 만든 음식이라면 뭐든지 잘 먹는 직원들은, 이번에도 아주 맛나게 떡국을 먹어 치웠다.
“그나저나, 어쩌다가 그…설날? 에는 떡국을 먹게 된 건가요?”
그렇게 식사를 하던 도중, 벼루는 잠시 숟가락을 내려놓고 자신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강하에게 물었다.
“그건 그러네? 분명 맛있기는 하지만, 꼭 설날? 에 먹는 이유가 있는 걸까?”
“어머, 그건 나도 궁금한걸?”
맛좋은 떡국.
분명 맛있기는 하지만, 어째서 설날에 먹게 된 걸까?
“그건 말이지….바로, 떡국 한 그릇을 먹으면, 나이를 한 살 먹거든!”
““““!!!!!!!!!!!!!!””””
그런 직원들의 물음에 강하는 살짝 장난기가 발동했다.
“설날에 떡국을 한 그릇 먹고, 나이를 먹고 본격적으로 한 해를 시작하는 거지!”
“오…그렇다면…이 떡국을 한 그릇 먹으면, 나이를 먹는 것이로군요…!”
“그럼, 두 그릇 먹으면….나이를 두 번…?!”
“..큭….크큭…그렇…지?”
강하가 팔짱을 끼며 말하자, 직원들의 눈이 휘둥그래지며 중얼거렸다.
그때.
“저..! 저! 한 그릇 더 주세요!!!!”
곧바로 순식간에 그릇을 비우고 강하에게 외친 자가 있었으니.
“오, 향이는 떡국이 맛있나 보네?”
“ㄴ, 네에…!”
바로 향이었다.
‘한 그릇을 먹으면 한 살을 먹으니까….몇 그릇을 더 먹으면…..나도 어른…!
그렇다면…더는 도령님이 날 아이로 보지 않으실지도…!’
강하의 말을 확실하게 믿게 된 향이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신기하구나~ 이런 음식을 먹는 것으로 한 살을 먹게 된다니, 특이한 풍습이야. 흥미롭네~”
“어라, 백설님. 떡국을 다 안 드시는 건가요?”
“....!”
웃는 얼굴로 설날의 풍습에 흥미를 보이는 모습과는 반대로, 차마 떡국을 다 먹지 못하고 남기는 백설의 모습을 신기하게 본 벼루가 물었다.
“아니…그….절대로 나이를 먹고 싶지 않아서 남긴 것이 아니란다…?!”
“아….네에…”
벼루의 지적에 화들짝 놀란 백설이 무어라 말했지만, 벼루는 그 모습에 말을 아끼기로 마음먹었다.
아무리 노룡이라곤 해도, 나이를 먹기는 싫으시구나….
“음, 한 그릇 더 다오!”
그러거나 말거나 류월은 여전한 모습으로 떡국을 맹렬하게 먹어치웠다.
그렇게 설날의 아침이 지나간다.
*
“아~ 배부르다아…”
“느긋해지네~”
그렇게 배부른 아침을 먹은 직원들은 거실에 모여, 한껏 느긋함을 즐기고 있었다.
배부르고, 등 따뜻하고.
그러다 보니 아침 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 벼루는 벌써 꾸벅꾸벅 고개를 떨구기 시작했다.
그때.
띵동~
“응? 무슨 소리지?”
“누가 온 것 같은데요..?”
집 안에 울려 퍼지는 초인종 소리에 모두들 고개를 돌려, 현관을 바라보았다.
“이 시기에….누구지?”
강하 또한 곧바로 잠시 하던 일을 멈추고, 곧바로 현관으로 달려나갔다.
그렇게 문이 열리고, 의문의 손님이 모습을 보였다.
그 손님은 바로.
“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셰프님! 안녕하세요!!]
“아~ 너희구나? 그래, 어서 들어와~”
바로 진혁과 드라가 찾아온 것이다.
익숙한 얼굴에 미소를 보인 강하는 곧바로 그들을 집 안으로 불러들였다.
“아, 진혁 오빠네.”
“어머, 오랜만이구나~ 잘 지냈니?”
“어서 와~”
“다들 잘 지내셨죠?”
[안녕하세요!!]
방문객이 진혁이라는 사실을 깨닫자, 직원들 또한 다시금 누그러지며 그를 반겼다.
“저, 형님. 이거…”
“응?”
“변변찮지만, 저희 부모님께서 가져다 주시라고…”
“오! 이거 고마워서 어째? 나중에 갈 때 뭐라도 싸서 보내야겠다. 감사하다고 전해 줘~”
“아, 네.”
진혁은 부모님의 등살에 결국 한 아름 가득 챙긴 명절 선물 세트를 강하에게 건네며 인사를 건넸다.
“아 참, 그래. 이렇게 왔는데, 세뱃돈은 받아야지?”
“...! 아이….그….그런 걸 바란 건 아니었는데에…”
강하는 그런 진혁을 보다가, 무언가를 떠올리며 소매를 뒤적거리자. 진혁은 손을 내저으며 겸손을 떨었다.
하지만, 그의 입가에 걸린 미소는 감출 수가 없었다.
“됐어, 자. 아껴 써라?”
“가…감사합니다!!!”
이미 진혁의 마음을 꿰뚫어본 강하가 봉투를 건네자, 진혁은 매우 기뻐하며 봉투를 받았다.
[응? 주인, 그게 뭐야?]
“아~ 이거? 세뱃돈이라고, 설날에 어른들한테 받는 용돈 같은 거야. 와….잠만…5만원 권이 몇 장…히익…!!”
[와….부럽다아….]
세뱃돈이 뭔지 몰랐던 드라는 봉투를 슬쩍슬쩍 열어보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진혁을 바라보며 부러움을 느꼈다.
“자, 여기 드라 것도 챙겨놨지.”
[...! 저…정말료?!]
“그럼~ 아껴써야 한다?”
[와!!! 감사합니다 셰프뉨!!!]
그러자, 강하가 그녀에게도 봉투를 건네주자, 드라 역시 펄쩍 뛰며 기뻐했다.
그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강하.
그리고.
“세뱃…돈…?!”
“그런가….설날에는 용돈을 받을 수 있는 건가…?”
“오호라….”
그 모습을 본 것은, 강하 뿐만이 아니었으니.
“그럼 다시 정리 좀 하러….응?”
진혁과 드라가 신이 나던 모습을 보던 강하가 마저 정리하러 가는 그 순간.
반짝 반짝.
“.....류월?”
곧바로 류월이 강하의 앞에 우뚝 서서, 손을 강하에게 내밀며 눈을 반짝거리고 있었다.
“이 몸에게도 그 세뱃돈이라는 것을 다오!!!”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요구.
경의로운 수준이었다.
“.....너 지금 몇 살?”
“음? 이 몸은 이미 500살은 넘었다!”
“......아까 안 들었냐? 그 정도면 니가 나한테 세뱃돈을 줘야지 임마!”
차마 500살이나 먹은 용에게 세뱃돈을 달라고 들을 줄이야…
“뭣?! 이 몸에게는 새뱃돈이 없다는 말이냐?!”
“그래.”
“이…이럴 수가…..그 도넛가게 앞에 있는 꼬치구이에서 신메뉴가 나왔거늘….! 새뱃돈 이라는 것을 받으면 곧바로 가려고 했는데…!”
강하가 단칼에 말하자, 류월은 그대로 쓰러져 절망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렇게나 먹을 걸 먹고 싶었던 거냐…?
“그…그럼 저는요?”
“저…저도요!”
“나도!”
“......!”
류월이 절망에 빠진 그 사이 다른 직원들 또한 곧바로 달려들어 강하에게 세뱃돈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받은 용돈으로 새로운 만화를…!’
‘이번 용돈이면 옷을 사서 낭군님과…!’
‘지금보다 더 좋은 컴퓨터 부품을…!’
그리고 그들은 한없이 자신의 욕구에 충실한 이들이었다.
“아우 정신없어!!! 한 명씩! 한 명씩 말해!!!”
*
“어휴….그래. 설날에는 역시 세뱃돈이 있기는 해야겠지? 자, 한 사람씩 나와서 이걸 받아가.”
금방 있었던 소란을 정리한 강하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가 나온 뒤, 손에 가득 들린 봉투를 챙겨 말했다.
“그래, 향아. 올 한 해도 잘 부탁한다~”
“네에!”
“벼루….취미에 충실한 건 좋지만, 잠은 잘 자고.”
“넷….네에…”
“힐라….뭐…잘하겠지?”
“그럼요! 아씨!”
“혁수…..넌 뭐야 이 새꺄!”
“아 치사하게 나도 줘!!!”
“하….크흠…매화? 저런 놈이랑 얽히느라 고생이 많다.”
“헤헤, 그래 봐도 밤에는 끝장….”
“시끄러!!...크흠…그래 창? 요즘 요리에 열심인 모습도 좋지만, 너무 성급하게 하는 것보단 기초를 다시금 잡아 보면서 연습해 봐라. 도움이 될 거야.”
“감사합니다 셰프.”
“파렌? 일단 너가 여기서 짬 좀 있는 형님이니까, 열심히 해.
그리고 일할 때 벼루 생각도 좀 줄이고.”
“그…그걸 어떻게…!”
“마오….그래, 우리나라 말이 많이 익숙해졌구나?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아.”
“네에!”
그렇게 평범한 직원들에게 한마디 씩 하며 용돈을 건네준 강하는 고개를 돌려, 3인방을 바라보았다.
“....이거 맞아?”
흑룡, 백룡, 청룡.
자신보다 까마득한 세월을 살아온 이들에게 뭔 말이 필요할까….
뭐, 그래도 지금은 자신이 현대에서는 선배니까.
“크흠…아무튼…자, 아껴 써.”
“고맙구나!”
“여기, 변변찮지만…”
“어머! 고마워~”
“....넌 게임 좀 줄이고!”
“....감사…”
그렇게 설날을 맞이하여 직원들은 두둑한 세뱃돈을 받았답니다~
물론 강하 돈으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