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8화 〉 IF 외전: SNS는 인생의 낭비.
* * *
“이걸 이렇게 해서……됐다!!”
은빛 꼬리가 살랑살랑 흔들리며 침대를 포근하게 그녀의 몸을 감싸 안았다.
“보자…태애그….샵…서울 거리…샵…낭군님이랑….샵….쇼핑….됐다!”
톡, 토독.
허나 그녀의 손가락은 쉴 새 없이 움직이며 휴대폰의 자판을 마구 두드렸다.
“헤헤….이걸로 오늘 것도 올렸다!”
마침표를 찍은 손가락이 드디어 멈추자, 그녀는 빙긋 미소를 지었다.
그 뒤로 얼마 가지 않아서.
[띵동!]
[띵동!][띵동!]
그녀의 손에 들린 휴대폰이 미칠 듯이 마구 울려대기 시작했다.
“어머, 빠르기도 해라. 어디 보자~”
그녀가 흥얼거리며 울려대는 알람을 확인하자, 순식간에 어마어마한 메세지가 가득 싸여 있었다.
[언니~ 엄청 예뻐요!]
[옷은 어디서 사셨어요?]
[스타일 엄청 좋다! 운동 어떻게 하세요?]
[하악]
“후후….그럼 그렇지~ 이 내가 누군데!”
쉴새없이 쏟아지는 칭찬 메세지에 그녀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중얼거렸다.
“내가 바로, 화의정의 으뜸 기녀, 매화거든~!”
아홉 꼬리를 살랑거리며 미소를 짓는 그녀.
구미호, 매화는 요즘 SNS 삼매경이었다.
*
“후아~ 맛있었다~”
“그러게, 밖에서 먹는 음식도 그럭저럭 맛있네!”
어느날.
그날은 매화와 혁수 단둘이서 바깥에 나가 데이트를 즐기고 있던 날이었다.
가장 먼저 밥부터 먹기로 한 두 사람은 근처 음식점에 들러, 맛있게 식사를 마쳤다.
“응~ 역시 주모 음식이 제일 맛있지만….낭군님이랑 이렇게 단 둘이서 먹으니까…맛있다!”
“그…그렇지..? 헤헤..”
“얼굴 붉히기는….귀. 여. 워.”
“꺄흥…”
“그럼 이제 갈까요?”
주막 직원 중 아무나 그 광경을 봐도 토가 쏠릴 정도로 아주 찌인한 애정행각을 부리던 두 사람은 식사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나, 계산하려던 찰나였다.
“...응? 이게 뭐지?”
“뭔데?”
계산대 앞으로 가던 매화는, 카운터 옆에 부착된 한 게시물을 본 매화가 발걸음을 멈추고, 그것을 바라보았다.
“이 가게에서 먹었던 메뉴의 사진을 찍어….엔스타그..램? 에 올려 후기를 적으면…음료가…공짜?”
바로, 가게마다 손님들의 sns를 활용한 가게 선전 이벤트였다.
“....엔..스타그램이 뭐지…?”
하지만, 현대의 sns를 알 턱이 없었던 매화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아~ 가게 선전 광고네?”
“낭군님은 알아요?”
하지만 현대 사람이던 혁수는 그 광고를 보자마자 알아채며 고개를 끄덕이자, 매화가 그를 돌아보며 물었다.
“아, 응. 엔스타그램 이라고 요즘 핫한 sns….그러니까 sns가 뭐냐면……”
“뭔데요?”
“.....그…대애충! 대충 공개 일기장? 같은 거야.”
“.....??? 일기장을….공개…?”
하지만, 혁수의 얼렁뚱땅한 설명을, 매화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일기.
자신이 오늘 하루 겪었던 사소한 일들이나 자신의 마음을 남이 보지 못하게 몰래 기록해두는 것.
매화 또한 가끔 한에 있었을 당시, 남몰래 일기를 적고 누구도 보지 못하게 도술을 걸어둔 곳에 숨겨뒀던 적이 있었기에, 더더욱 이해하기 힘들었다.
왜 그런 걸 다른 사람들이 다 볼 수 있게 공개하는 거지…?
“....그거…그러니까…..아! 쪽팔린다! 쪽팔리지 않나…?”
매화는 최근 들어 배운 새로운 단어까지 사용하며 의문을 제기했다.
“음….그럼 한 번 직접 봐볼래?”
매화의 의문에 요령 좋게 대답할 힘이 없었던 혁수는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그녀에게 보여주었다.
그것이 매화와 sns의 첫 만남이었다.
*
“오호…? 그렇구나…?”
한적한 카페.
식사를 마치고 잠시 소화도 시킬 겸, 달달한 것도 먹을 겸 찾아온 카페의 구석진 공간에서, 그녀는 자신의 앞에 놓여진 딸기 생크림 케이크를 먹는 것도 까먹은 체, 혁수가 건네준 휴대폰을 이리저리 바라보았다.
“과연…이건 일기장…이라기보단, 자기 과시구나?”
“음…어떻게 보면 그렇지?”
그녀가 지금까지 관찰한 대로라면, 이 엔스타그램에는 여러 사람들이 자신의 일상을 공개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진짜’ 일상이 아니었다.
대부분 자신의 잘난 모습을 꾸며내고, 공감을 바라고, 자신이 우상받길 원하는 게시물을 올려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칭찬해주는 것을 바라는.
그런 공간이었다.
“뭐, 그게 나쁜 건 아니지만.”
하지만 매화는 이것을 비난할 생각이 없다.
그녀는 구미호.
인간들의 정기를 흡수하는 존재.
그것을 위해서는, 사람들의 감정에 잘 스며들 수 있어야 했다.
지금와서야 굳이 사람들을 덮쳐서 강제로 정기를 흡수할 이유가 없고, 애초에 그녀는 그런 행위가 싫어서 화의정에 찾아갔기에, 그녀는 인간을 홀리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였다.
그걸 위해서 사람들의 욕구를 잘 알고, 움직일 줄 알아야 했다.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는, 인간에게 있어 삶에 여유가 있는 이들이 가지던 욕구중 하나였다.
화의정에 찾아오는 자들은, 대부분 삶에 여유가 넘치는 이들이니, 대부분 그런 욕구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매화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현대에 도착한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던 매화가 보기에 이 세상은, 한 보다는 사람들이 먹고살기에는 충분히 여유가 있어 보였다.
“흐음….뭐…재미있어 보이네.”
심드렁하게 화면을 내리던 매화가 폰을 탁자 위에 올려놓으며 중얼거렸다.
“아무튼, 다음에는 옷을 사러 갈까요? 낭군님?”
“그럴까? 아직 시간도 여유롭고, 천천히 둘러보자.”
“응!”
매화는 빙긋 웃으며 자신 몫으로 나온 케이크를 포크로 잘라냈다.
*
“어때요?”
“오….아주 잘 어울려!”
“헤헤!”
다음으로 찾아간 옷 가게에서, 새로운 옷들을 척척 골라, 자신의 취향대로 입어보던 매화가 탈의실에서 나오자, 혁수가 미소 지으며 반겼다.
“한에서는 언제나 치마만 입었는데, 여기에서는 여자들도 바지를 입는 게 제일 신기했어요!
그리고, 은근 예쁘니까 더 좋네~”
으흥흥, 콧노래를 부르며 금방 갈아입은 새 옷을 거울로 바라보는 매화.
“....잠시만, 이쪽 좀 볼래?”
“응?”
그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던 혁수는, 어느새 휴대폰을 들고 그녀를 불렀다.
“사진 한 번 찍지 않을래?”
“그럴까요?”
사진.
한에서는 사람의 모습을 담으려면, 화가를 불러 몇 시간이고 꼼짝없이 몸을 한 자세로 굳힌 뒤, 하염없이 기다리거나, 아주 큰 거금을 들여 도술을 이용해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세계에서는 누구나 휴대폰만 있다면 몇 초도 되지 않아 금방 말했던 두 방법보다 훨씬 좋은 퀄리티로 자신의 모습을 담아낼 수 있었다.
“자, 찍는다?”
“잠시만요….됐다! 이대로 찍어줘요!”
“.....괜찮아?”
“이게 직빵이거든요~”
혁수의 의견에 동의한 매화가 잠시 포즈를 취하자, 혁수가 움찔하며 물었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녀의 포즈는, 아주 매혹적이고 아름다웠다.
그녀는 오랜 화의정의 생활과 그녀 종족의 특성으로 어떤 모습을 취해야 인간들의 마음을 홀릴 수 있을지 완벽하게 알고 있었기에, 그 모습은 매화와 알고 지낸 지 좀 되었던 혁수조차 흔들릴 정도였다.
“....됐다.”
“어디 봐요!”
힘겹게 카메라 셔텨를 찍은 혁수가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리자, 매화가 곧바로 다가와 화면을 보았다.
“오~ 그럭저럭 잘 찍혔네?”
“음…뭐….그렇지?”
매화가 자신의 모습을 찍힌 화면을 보며 웃자, 혁수는 엉거주춤 자세를 바꾸며 대답했다.
“음….아! 한번 올려볼까요?”
“응? 어디를?”
그때, 매화가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말했다.
“아까 보던 엔스타그램? 인가? 이 사진도 한 번 올려볼까~ 해서…?”
“음….그래! 한 번 해봐.”
인간들이 올리던 사진보다, 자신이 월등히 뛰어나다는 것을 잘 아는 매화였기에, 만약 이 사진을 올리면 인간들이 뭐라고 할까? 하는 궁금증이 든 매화가 폰을 뒤적거렸다.
“...? 태그가 뭐지…? 그냥 올리면 되는 거 아닌가…? 음…
에이 몰라~ 그냥…낭군..님과….옷 사는 중…됐다! 이러면 되겠지?”
잠시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결국 매화는 자신이 찍힌 사진을 sns에 올린 뒤, 상쾌한 미소를 지었다.
“낭군님! 우리 이제 어디로 갈…”
“아…응? 아 그렇지…? 그러니까…”
“......♡”
그 뒤, 혁수를 바라보며 다음 목적지를 물으려던 매화는 보았다.
살짝 상기된 그의 뺨.
엉거주춤한 자세.
구미호의 귀에 들리는 미세하게 빨라진 그의 심장박동.
그거네.
응.
그거지?
맛있겠다.
“헉! 자..잠깐만!!”
“자~ 다음 목적지는…정해진 것 같죠….?”
매화는 곧바로 혁수의 팔을 낚아채, 끌고 가듯이 가게를 나오며 물었다.
“....그….사…상냥하게…..부탁…해….요..”
“.........♡”
그렇게 매화는 오랜만에 아주 맛있는 ㅅㅅ….그러니까 식사…를 즐겼답니다~
*
“하~아주 좋았다~”
그날 밤.
혁수와의 데이트(?)를 즐기고 돌아온 밤.
매화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와 오늘 있었던 추억(?)을 되새기며 편안하게 침대에 몸을 기대었다.
그때.
[띵동!]
“...? 뭐지?”
시끄럽게 울리는 휴대폰이 진동하자, 매화는 손을 뻗어 휴대폰을 바라보았다.
“아….맞다. 낮에 그…엔스타 뭐시기인가에 사진을 올렸지?”
알람을 확인하자, 그제야 낮에 있었던 일이 기억이 난 매화가 중얼거리며 휴대폰을 들었다.
“어디 보자….힉? 이게 뭐야?”
무심하게 휴대폰을 켜자, 어마어마한 알람에 매화는 자신도 모르게 기겁하며 소리쳤다.
[우와…대박.]
[언니 스타일 개쩐다…!]
[혹시 모델하시나요?]
[개쩐다….]
[내 가슴 보지 마, 넌 잘못 없어.]
수많은 댓글과 좋아요가 끝도 없이 달려있었다.
“...호오….다들 보는 눈이 있네?....그럼! 내가 누군데!”
잠시 당황하던 매화였지만, 이 모든 것들이 자신을 칭찬한다는 증거라는 것을 깨닫자, 순식간에 의기양양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누구? 화의정의 으뜸 기녀, 매화야!”
그렇게 매화의 SNS 삼매경의 시작을 알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