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0화 〉 IF 외전: 그녀들의 첫 등교.(1)
* * *
“으….저번에 처음 입었을 때도 느꼈지만…상당히 불편한 느낌이 들어요…”
“그렇지? 그래도 아직은 별 방법이 없는 것 같아.”
향이의 가벼운 투정을 가볍게 받은 강하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역시 긴장되네요! 그치?”
“웅….가슴이 떨려…!”
그 옆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긴장을 풀려는 벼루와 마오.
“그래, 오늘이지?”
“예, 형님.”
“애들 잘 부탁한다? 난 곧바로 나가봐야 해서, 신경 쓰기가 힘들거든.”
“물론이죠!”
강하는 고개를 돌려 진혁을 바라보며 그에게 당부했다.
“으음….귀찮구나…어째서 이렇게나 이른 아침에….”
“얌마! 어서 정신 차려! 내가 어제 일찍 자라고 했…아, 그냥 잠이 많았지?”
그 옆을 거의 반쯤 잠긴 눈가를 비비며 비몽사몽 한 류월이 지나가자, 강하는 그녀의 등을 떠밀며 외쳤다.
“그래…드라야. 류월이를 잘 부탁한다..?”
[네에!]
“크흠….그럼, 입학식. 잘 다녀와라!”
““““다녀오겠습니다!!!””””
그렇다.
오늘은 길고 긴 겨울이 끝나는 날.
학교 입학식이 열리는 날이었다.
*
“후…..자, 그럼! 가볼까?”
집에서 나온 일행들 가장 앞에 선 진혁이 숨을 고르더니, 당당하게 허리를 펴며 외쳤다.
지금 여기서 현대에 가장 익숙한 것은 바로 자신뿐이었다.
그러니까, 자신이 실수하면 말짱 도루묵이 된다는 것.
“보자….우선, 향이…씨?”
“향이라고 부르셔요.”
“아…알았어. 향이와 나는 고등학교, 벼루와 마오는 중학교, 그리고 드라와….류월 님…은 초등학교….입학식이지?”
꽤나 다양하게 섞여 있는 일행들이기에, 나중에 가면 찢어져서 가야 할 예정이지만 그들이 다니는 학교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가 서로 인접한 위치에 존재했기 때문에, 적어도 등굣길은 진혁 자신이 잘 안내할 수 있었다.
“드디어 학교네요! 마…만화에서 봤거든요! 입학식 첫날에는 엄청난 일이 생긴다고!”
“오! 그렇다! 이 몸도 드라마에서 봤다! 입학식이라는 것이 끝날 때쯤, 괴물이 튀어나오더군….오랜만에 힘을 쓸 기회로구나!”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그러나, 입학식에 대한 잘못된 생각을 가진 이들 또한 있었기에, 진혁은 진땀을 빼며 전력으로 말렸다.
“그러니까…그런 일은 없거든요? 그..그냥 평범…응! 그냥 시키는 대로만 하면 돼요!”
“흥…재미없구나…”
“아쉽다…”
‘.....괜찮은 거 맞죠…? 형님….’
무언가 불안하다.
진혁은 마음속으로 강하를 외치며 무거워지는 어깨를 주물렀다.
*
“...귀가 간지럽네…”
“응? 뭔 일인데?”
“아냐, 별 일 아냐.”
강하는 간지러워진 귀를 후비면서 중얼거렸다.
“그래서…얼마 쯤 걸리려나?”
“나야 잘 모르지….애초에 나는 건물의 도면을 짜는 사람이지, 공사하는 사람이 아닌걸?”
쾅. 쾅. 쾅.
두두두두.
어이 김씨! 시멘트 한 포대 들고 와!
쿠궁. 쿠궁.
상당히 바빠 보이는 건설현장.
강하와 혁수는 그 현장에서 조금 떨어진 먼발치에서 그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도, 이제 얼추 겉모습이 건물 같아졌으니까…곧 완공될 것 같은데?”
혁수는 자신이 직접 그린 도면과 현장을 번갈아 보며 중얼거렸다.
“그렇겠지?”
강하와 혁수는 이 세계로 돌아온 직후, 곧바로 작업에 들어섰다.
다행히 돈은 충분했으니, 작업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강하에게는 뜻이 있었다.
현대로 돌아가서도, 스타 주막을 이어나가겠다는 꿈이.
그리고 그 꿈은, 얼마 가지 않아 실현될 예정이다.
*
“자, 우리는 이쪽으로, 마오와 벼루는 저쪽, 그리고 드라와 류월님은 저쪽으로 가면 돼요.”
“으으…! 지하철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혼났네요…”
“나…빈대떡이 되는 줄 알았어…”
[흐잉…]
지하철에는 그들과 마찬가지로 입학식과 개학식에 가기 위해 수많은 인파들로 꽉꽉 차 있어서, 그들은 익숙지 않은 만원 지하철에 아직도 혼란스러웠다.
“자…드라야…잘 들어라…절대로, 절대로 류월님이 학교에서 힘을 쓰면 안 된다…?
반드시 말려야 해?”
[응! 주인!]
“그래, 착하다.”
곧, 자신도 개학식에 참가해야 하므로, 류월을 더 이상 봐줄 수 없던 진혁은 드라의 귀에 대고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흥…걱정하지 말아라. 이 몸이 아직 핏덩이인 애들 상대로 뭘 하겠느냐?”
“...드…들리셨구나아….”
그 속삭임을 이미 알아챈 류월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아…아무튼, 오늘은 일찍 마칠테니까, 끝나면 여기로 다들 모여, 알겠지? 다 같이 돌아간다!”
솔직이 아직 찜찜하고 불안한 진혁이었지만, 뭐. 별 수 있겠나.
이제는 그저 믿는 수밖에.
그렇게 그들은 서로의 입학식을 위해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
[아아…반갑습니다. 신입생 여러분?
추웠던 겨울이 가고, 어느새 싱그러운 봄이 훌쩍 다가왔습니다.
봄.
저는 봄을 참 좋아합니다.
여러분들도 그렇죠?]
“....진짜 어떻게 교장선생님 말들은 세월이 지나도 똑같이 지루하지…?”
개학식을 위해 강당에 모인 학생들 앞에 서서, 입학식을 시작하는 교장의 말들을 심드렁하게 바라보던 진혁이 조용하게 중얼거렸다.
“그나저나…향이는 잘…하고 있네.”
1년을 실종 된 상태여서 다시금 1학년으로 시작하는 진혁이 고개를 올려, 주변을 바라보자.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곧은 자세로 정면을 바라보는 향이를 바라보았다.
“어휴….1학년 부터 다시 해야 하다니…
그래도 공부 하나만큼은 쉽겠네.”
이미 겨울방학 때, 백설의 스파르타식 강의를 들었던 진혁은, 어느새 고등학교 공부는 껌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학교인가….”
지난 3년간, 상당히 그리워하던 장소였다.
친구들은 어느새 2학년이 되어 있던데, 한번 찾으러 가 봐야지.
*
“자, 지정된 반으로 갈 거니까, 한 줄로 서서 걸어갑시다~”
“다행이다아….우리 같은 반이야!”
“정말?”
입학식이 끝나고, 각자의 반으로 향하는 시간.
벼루는 마오의 손을 붙잡고 빙빙 돌리며 기쁨을 자아냈다.
새로운 공간에 아는 사람이 같이 있다는 것은, 상당히 기쁜 일이었다.
“...이…이제…반으로 가면, ‘그걸’ 해야 해.”
“응? 뭔데?”
그렇게 지정된 반으로 줄을 맞춰 걸어가던 벼루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마오에게 말했다.
“바로…자기소개야!”
“자기…소개?”
“응! 내가 본 만화에 따르면….이 자기소개 시간이 이 1년을 좌지우지한다고 했어!”
“그렇구나! 중요하네!”
“강렬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고 했어!”
“걍렬한…! 그렇구나!”
마오는 아주 진지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벼루의 위압감에, 자기도 모르게 두 손을 불끈 쥐며 대답했다.
“자…가자!”
“웅!”
그렇게 두 사람은 (쓸대없는)각오를 불태우며 교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
“자, 안녕하세요? 저는 우리 이슬반의 선생님. 김다희 선생님이에요!”
““““안녕하세요!!!””””
[아…안녕하세요!!]
“흥…”
어느새 입학식이 끝난 초등학교에서는 반 배정을 마치고 아이들을 반으로 데려온 선생님이 아이들 앞에 나서서 자신을 소개했다.
“우리는 1년간, 여기 있는 친구들과 함께, 공부할 거예요!
그러러면, 친구들한테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소개할 필요가 있겠죠?”
“““““네에!!””””
[네…네에!!]
“....”
아이들의 반응에 맞춰서 열심히 따라하는 드라와, 그저 심드렁하게 책상에 걸터앉은 류월.
“그럼…제일 앞에 있는 친구부터 일어나서, 당차게! 말해볼까요?”
“아….저…저어는…김..찬욱…입니다! 저어는, 게임을 좋아하구요….어…그러니까….”
“괜찮아요~ 천천히 말해볼까요?”
“ㄴ, 네에!”
처음 학교에 입학한 아이들을 아주 능숙하게 다루는 선생님은 한 아이, 한 아이에게 힘을 돋워주며 자기소개를 이어나갔다.
“우리 진솔이 학생까지 멋지게 자기소개를 마쳤네요? 자~ 다음은….그래! 우리 아주 멋진 은발을 가진 친구가 해볼까요?”
[하읏…! ㄴ, 네에….]
어느새 대부분의 아이들이 자기소개를 마치고, 드디어 드라의 차례가 찾아왔다.
은발, 적안 이라는 한국에서 보기 힘든 특이한 외모 덕일까, 드라의 차례가 오자 모두들 그녀에게 시선을 집중시켰다.
[저…저…는…드…드라….드라. 라고 합니다….그게…음…저는…셰…셰프님이 만들어 준 음식을 좋아합니다….그리고 주…아니 오빠가 좋아요…]
드라는 자칫 진혁을 사람들 앞에서 주인이라고 부르려고 하다가, 멈칫하고는 다시금 정정했다.
‘드라, 잘 들어. 사람들 많은 곳에서 나를 소개할 때, 주인이 아니라 오빠야. 알겠지?’
‘? 왜애?’
‘....잡혀 들어가기는 싫거든…하하…’
‘...??’
전날 밤.
진혁에 드라의 앞에서 씁쓸하게 웃으며 당부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와~ 우리 드라 친구 정말 멋진 소개였어요! 훌륭해요~”
[헤헤….헤…]
다행히 무사하게 자기소개를 마치자, 그녀를 향한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부끄러움 반, 기쁨 반의 감정이 뒤섞인 드라는 멋쩍게 머리를 긁으며 자리에 다시금 앉았다.
“신기한 머리다~”
“눈 빨개!”
“머시따…!”
그녀의 화려한 외관에 아이들은 말을 한번 걸어볼까 조마조마하며 그녀를 계속 바라보았다.
그리고.
“자…다음은…그래! 옆쪽에 앉은 친구가 일어나서 힘차게! 자기소개를 해 볼까요?”
“.....”
드라의 옆에 앉아, 그저 팔짱만 끼고 있는 소녀.
류월이 자리에서 일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