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5화 〉 IF 외전: 다시금 스타 주막에 어서오세요!
* * *
"참 길었네…"
현대로 돌아오고 나서 어언 반년을 훌쩍 넘겼다.
현대에 아직 익숙해지지 못한 직원들과 우여곡절 사건·사고들을 헤치고, 그들은 어느새 자연스레 현대에 녹아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하가 현대에 돌아오자마자 곧바로 기획했던 계획.
그 계획의 결실이, 드디어 맺힌 것이다.
"그렇게 긴 것도 아니지, 고작 반년 만에 완성했잖아?"
"그건 그렇지….그리고 돈도 엄청 깨졌어…"
"뭐, 비쌀 수밖에 없지 않아?"
"몇백억이나 있던 통장잔고가...이제는 몇십억으로…"
"아니 아직 한참 남았…..아닌가?"
"그치…? 분명 몇십억도 엄청나기는 한데….백억 단위로 있던 돈이 십억 단위가 되니까….응…"
"....점점 금전감각이 박살 날 것 같아…"
이세계로 소환되기 전, 강하가 미리 사두었던 비트코인이 떡상을 하는 바람에, 이 결실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어마무시한 큰돈은 만져버린 두 사람은 조금 금전감각이 고장이 나 버릴 것 같았다.
"...뭐! 어차피 이 돈도 내 노력의 결실이 아닌 엄청난 우연의 산물이었으니까! 원래 쉽게 번 돈은 쉽게 나가는 거야!"
"그건 그렇지! 나야 새로운 차 하나 얻었으면 충분해!"
"...씹새...지 돈 아니라고…"
"ㅁ, 뭐! 형이 사준다고 큰소리쳤잖아!"
"그렇다고 밴츠를 불러? 이런 염치없는 새꺄! 그럴때는 겸손하게 K시리즈를 불러야지!"
"째째하게 지금 와서 왜 그래? 형도 람보르기니 질렀잖아!"
".....크흠, 아무튼 이렇게 결실을 보게 되니 참 좋네."
"말 돌리지 마!!"
"시꺼! 사 준 내 맘이야!"
그래.
혁수가 벤츠를 뽑았다고 성질을 내기는 했지만, 그녀는 질러버린 것이다.
스포츠카.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차종.
람보르기니를…!
람보르기니라니.
아무리 돈이 넘쳐 난다고 해도, 그런 차량을 마트에서 재료를 사듯 쉽게 지를 배짱이 되지 못했던 그녀는 벌벌 떨리는 손으로 계약서에 사인을 그렸다.
하지만, 솔직히...솔직히…..
개쩔었다.
배기음 쩔어!
좌석도 푹신해!
문이 위아래로 열려!
멋있어!
…..하지만 기름을 너무 많이 먹는 건 좀…
"크흠…! 뭐, 아무튼 완성했네…"
"다른 사람들한테는 언제 알리게?"
"...일단은 오늘 밤?"
"빨라!"
"뭐 어때? 이제 말 그대로 다들 여기로 올 텐데."
"...그럼 돌아갈까?"
"...그래! 돌아가자."
두 사람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끌고 왔던 차에 올라탔다.
*
"중대발표가 있습니다."
오늘도 강하가 차려준 맛난 밥을 맛있게 먹고 한 숨 돌리던 직원들 앞에, 강하가 마치 두둥! 이라는 효과음이 등 뒤로 보일 정도의 기백으로 말했다.
"주, 중대발표요?"
"무슨 일이지…?"
"셰프님?"
갑작스러운 그녀의 말에, 모두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며 다시금 식사를 했던 식탁에 모여앉아, 그녀의 입에서 나올 다음 말을 기다렸다.
"...우리가 현대로 넘어온 지 어언 반년.
짧다면 짧고 길면 긴 세월이었지만, 어느새 다들 현대에 익숙해져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해."
"네! 맞아요! 저도 이제 [스마트폰]이 없으면 살기 힘들 정도라니까요?"
"그건 그래~ 처음에는 이런 자그마한 판떼기가 뭔데? 싶었지만, 막상 익숙해지다 보니 예전 세계에 있던 그 어떠한 마도구보다 더 편하긴 하지!"
향이가 강하의 말에 수긍하자, 그 옆에서 더욱 격하게 고개를 끄덕인 힐라.
그녀는 요즘 스마트폰이 없으면 어찌할 정도로 그 기계를 애용하고 있었다.
아침에 일어날 때는 알람.
그 뒤 인터넷으로 오늘은 어떤 일이 있었는지 확인.
아침밥을 먹기 전, 마당에서 간단한 운동을 하면서도 귀에는 블루투스 이어폰.
다 먹고 나서는 빵빵해진 배를 두들기며 거실의 쇼파에 기대어 유X브 삼매경.
이미 그녀의 삶에서 스마트폰이란 떼어내야 떼어낼 수 없을 정도로 밀접한 관계가 생긴 것이다.
"맞아, 게임은 언제나 즐거우니까…..가끔 씹새끼들이 우리 팀으로 잡히는 것 빼면….마음 같아서는 마법으로 추적해서 확…!"
"그건 좀…"
"....넌 게임을 좀 줄이는 편이 좋겠다….크흠...아무튼! 현대에 익숙해진 것은 좋지만, 다들 잊지는 않았지?"
"...? 무엇을 말인가요?"
"뭘 잊었나?"
"뭐지..?"
강하의 아리송한 질문에, 모두들 고개를 갸웃하며 무엇을 잊었는지 고민했지만, 마땅한 답을 찾지는 못했다.
"....주막.."
단 한 사람 빼고.
"스타..주막이요...우리의 집이자, 일터였고….지금의 우리들이 있게 해 준….소중한 장소…"
바로 향이었다.
"...주막….정말 오랜만에 듣는 소리네요."
"아직도 생생해요. 막 나온 요리를 들고 넓지만, 손님들로 꽉 찬 홀 내부를 열심히 돌아다녔던...힘들지만 즐거웠던 나날."
"음. 이 몸은 언제나 뛰어나지!"
"처음 스타 주막에 왔을 때, 향이를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그것보다 더 놀라운 건 지금의 나도 그 정도 실력이 생겼다는 거지만….하하…!"
"높은 양반들 상대하는 게 지치는 날이면, 금화 하나 들고가서 맛난 음식과 술, 그리고 낭군님 만나는 게 보람이었지~"
"후훗~ 다들 추억에 빠진 모양이네~"
"....난 그닥….(그때 먹었던 죽...맛있었지…)"
스타 주막.
웃고, 울고, 떠들던 그 시절의 그 공간.
어느새 직원들은 그때의 자신을 떠올리며 추억을 되새김질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에 어째서 주막의 이야기를..?"
그러던 찰나, 어째서 반년이나 넘은 지금, 이 이야기를 꺼냈는지 궁금해진 파렌이 물었다.
"그렇지? 그게 말이지….완성했거든, 오늘."
"""....???"""
완성?
뭘 완성했다는 말일까?
"우리의 새로운 보금자리, 뉴 스타주막을!!!"
그렇게 외치며 강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
*
"와…."
"이거...진짜 똑같은데…?"
강하의 재촉에 영문도 모른 체 그동안 살던 집에서 부랴부랴 나와 좁은 차에 낑겨 올라타 도착한 그곳은, 그들의 의문과 당혹을 한 번에 지워버릴 정도로 대단했다.
딱딱한 현대식 건물과 차별되는 옛 향이 물씬 풍기는 디자인, 하지만 그럼에도 세련되게 느껴지는 건축미.
총 3층으로 이루어진 건물의 천장은 기와로 이루어져 있었다.
마당도, 이어지는 길도, 정문도.
마치, 그들이 일하던 그곳.
스타주막과 똑 닮은 건물이, 그들을 반기고 있었다.
“우와….건물 내부도 똑 닮았네?”
“와! 정말 일하던 그곳 같아요!”
“냄새는 역시 다르지만….그래도 이렇게나 비슷하게 만드실 줄이야…”
어느새 참지 못한 이들은 후다닥 주막의 내부로 들어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추억에 빠져들었다.
“아…맞다…처음에는 테이블 번호를 못 외워서 자주 실수했었는데…”
“주방도 그대로네?.....가스식이나 오븐이 최신식으로 바뀐 것 빼고는…그래서 더 좋다!”
“....음….도구들이 멋지군…역시 셰프님이야…”
“오와…머찌다…!”
“제빵실도 커다라네? 크~ 그립다~ 매일 아침 빵 굽는 냄새….그때는 솔직히 지겹기도 했지만, 이제는 좀 그리워지는데?”
“2층 방도 그대로네? 그래도 인터넷 선이 있어!”
“이야…그래도 화장실은 안에 있구나….그래, 이젠 변소는 불편해서 못 쓸 것 같아…”
“...정말….오랜만이야…”
그랬다.
이 공간은 그저 단순한 장사용 일터가 아니었다.
그들의 추억이 담긴 소중한 공간.
그런 공간을 현대에 와서도 느낄 수 있다니.
“어때? 그럭저럭 비슷하려나?”
직원들이 감탄을 금치 못하며 새로운 주막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있을 무렵, 느지막히 주막으로 들어온 강하가 씨익 웃어 보이며 말했다.
“아…아니! 그럭저럭이 아닌데요?”
“그러니까요! 어떻게 이리 비슷하게…”
“대다내요!”
“도대체…언제부터 이 일을 생각하신 건가요?”
“그렇다! 이 몸은 금시초문이구나!”
그러자 직원들은 매우 흥분하며 강하에게 이게 어찌된 일인지 물었다.
“뭐….이러저러 여러 일이 있지만….대부분은 이 녀석 덕분이지.”
“예이~ 제가 도왔습니다!”
“혁수 오빠?”
“낭군님?”
그러자, 강하는 자신의 옆에 서 있던 혁수의 등을 앞쪽으로 밀어 보이며 말했다.
“애초에, 처음 한에서 스타 주막을 지을 당시, 설계를 맡았던 게 혁수였거든.”
“!!! 진짜요??”
“저…전혀 몰랐어…”
한의 주인, 향종.
그가 강하에게 공을 치하하며 약속한 것.
바로 강하가 한의 수도 서라벌에서 장사할 건물을 지어주는 것.
처음에는 그냥 솜씨 좋은 설계사를 수소문하여 지을 생각이었지만, 강하의 생각은 달랐다.
바로, 혁수를 이용하는 것.
그랬다.
지금와서 말하지만, 혁수 그는 설계사를 직업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의외로 실력도 좋고, 맡은 일들 또한 대부분 페이가 높은, 그야말로 엄친아 같은 그였지만, 그는 언제나 워라밸을 외치며 적당하게 일을 했기 때문에, 실력에 비해서 그다지 많은 재산을 쌓지는 못했다.
그런 혁수에게 일을 맡기자, 그는 투덜거리면서 내심 끓어오르는 설계사의 피를 감추지 못했다.
그는 이 시대의 풍과 비슷하게 디자인하면서도, 내부는 음식점에 맞는 실용성 있는 설계를 그려내어, 그렇게 스타 주막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현대에 돌아와서는 이미 한번 설계했던 도면을 조금 상황에 맞추어가며 그려내기만 하면 되었기에, 설계 자체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건설이 시작되고, 이왕이면 일찍 만들어지는 편이 좋으니까, 백설님께 가끔 부탁해서 심야에 몰래 건설현장에 와서 백설님의 마법으로 일 처리를 더욱 수월하게 했지.
“내가 도왔단다~”
“백설 님도요?”
“가끔 자리를 비우실 때가 있더니…그것 덕분이었구나?”
“우훗~”
“크흠….뭐, 이렇게 오늘로 가스도 전기도 수도도 다 들어와 있어.
물론 인터넷도.
그러니까….나는 새로이 이 한국에서 스타 주막을 열 거야!”
고급진 레스토랑이 아니지만, 괜찮아.
그것만이 요리만은 아니니까.
…물론 코스요리도 있기는 하지만…!
“자, 스타 주막. 개장이다!!!”
그렇게, 강하는 새롭게 주막을 열었다.
그 곳과는 전혀 다른 세계지만.
스타 주막은 언제나 손님을 기다릴 것이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