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9화 범이 내려간다 (1) (149/250)


149화 범이 내려간다 (1)
2022.06.29.


아침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모두가 맑은 공기를 마시며 일과를 시작하는 시간이다. 그러나 지금에서야 거처로 복귀하는 한 사내가 있었다.

“이거 큰일이로군.”

랑아대의 막사로 향하는 소무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했다. 전쟁을 마치고 돌아온 첫날부터 외박했기 때문이다.

딸아이가 얼마나 심술이 났을지 걱정부터 앞섰다.

한숨을 내쉬고 있을 때 목적지가 눈앞에 들어왔다.

역시나 막사 앞에서 두리번거리는 소소가 보인다.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것이리라.

“아버지!”

자신을 발견한 소소가 한달음에 달려오기 시작했다.

소무는 딸아이를 보며 은연중 배에 힘을 주었지만, 생각했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다.

무엇인가가 이상했다. 갑자기 자신의 허리를 와락 끌어안는 것이 아닌가.

“……?”

“고마워요, 아버지~”

“뭐, 뭐가?”

소소는 싱글벙글하며 허리춤에 얼굴을 비볐다.

“선물이요! 마음에 들어요. 히히히히.”

소무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떠올랐다.

난데없이 선물이라니. 무엇을 살지 아직 고르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누군가가 선물을 대신 사주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확신할 수가 없었기에 얼버무렸다.

“그, 그랬어……? 근데 왜 밖에 나와 있었어?”

“아버지 기다렸어요~”

딸의 허리춤을 살펴보니 날이 없는 소검(小劍) 한 자루와 퉁소가 꽂혀있었다.

곤란한 질문을 해오기 전에 화두를 돌려야 했다. 재빨리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퉁소 배우러 갈 시간이구나.”

“네. 스승님은 일어났어요?”

소무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걸 왜 자신한테 물어본단 말인가. 눈치가 보통이 아니었다.

“그, 그럼. 소소 기다리고 있으니 어서 다녀와.”

“헤헤. 알았어요. 다녀오겠습니다~”

소소는 연신 싱글벙글했다. 뭐가 신나는지 폴짝폴짝 뛰는 걸음걸이는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았다.

“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막사 안으로 들어갔다. 대원들은 모두 훈련을 갔는지 아무도 없었다.

그는 관복으로 갈아입고 바로 어딘가로 향했다.

목적지는 장양의 집무실이었다. 어제 못다 한 얘기들이 있었다.

소무가 도착하자 행정병이 즉시 문을 열어주었다. 미리 언질을 받은 모양이었다.

끼이익-!

의자 네 개가 딸린 작은 탁상. 거기에는 두 명이 앉아 있었다.

바둑알을 움켜쥔 장양 장군. 그리고 그의 상대는 뜻밖의 인물이었다. 죽다 살아난 휘나라의 장수 백약이었다.

장양이 소무를 향해 손짓을 보냈다.

“오셨는가. 어서 앉으시게.”

빈자리에 앉은 소무는 의아한 눈빛으로 백약을 주시했다.

“관복을 입으셨군요.”

부장들이 입는 무관의 복장이었다.

머쓱해진 백약은 하나밖에 없는 손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장군께서 받아주셨습니다. 목숨을 바쳐 열심히 하겠습니다.”

소무는 그를 지그시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어찌 시작하기도 전에 목숨부터 내놓을 생각을 합니까?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마지막까지 살아남으십시오. 그리고 본인이 만드는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지켜보십시오.”

장양이 껄껄 웃으며 바둑판을 한쪽으로 밀어냈다.

“허허허. 소무 대장의 말이 맞네. 우리가 이루고자 하는 세상에 정당한 죽음 따윈 없을 것이네.”

감격한 백약이 한쪽 팔로 포권하는 시늉을 하며 고개를 푹 숙였다.

“이곳에서 받은 은혜는 죽어서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장양이 흡족한 얼굴로 상체를 숙인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러고는 소무를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랑아대에서 잡아 온 영물은 어찌 되었는가?”

소무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제가 잘못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일이 잘 안 풀리는 모양이군. 무엇이 문제인지 한번 말해보시게.”

“양양에서 포획한 뒤로 먹이를 전혀 입에 대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그대로 죽으려는 생각인 듯합니다. 마치 삶의 의지를 잃은 듯 보였습니다.”

장양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태산의 산군이라면, 짐승들의 왕이나 다름이 없는 존재일세. 어찌 인간이 길들일 수가 있겠는가.”

“자존심까지 강하니 더는 할 수 있는 것이 없겠습니다.”

“그럼 어찌할 생각인가?”

잠시 고민하던 소무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풀어주면 민가가 위험할 수 있으니…… 보내줘야겠지요.”

화경에 필적할 만한 전투력을 가진 무시무시한 영물이었다.

아쉽지만 장양 또한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지능이 높은 짐승이니, 고통 없이 보내줬으면 좋겠군. 강노병들에게 맡기시게.”

개량된 강노의 위력은 화경의 호신강기를 뚫을 정도로 막강하다. 장전과 조준이 느린 단점이 있지만, 포박된 산군에게는 가장 확실한 처형 도구나 다름이 없었다.

굳이 자신이 직접 나설 필요까지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장군.”

* * *

연설화와 함께 오전 일과를 마친 소소는 어딘가를 향해 후다닥 내달리고 있었다. 마음이 급한 듯 움직임에 거침이 없었다.

군영 어딘가에 설치된 정체 모를 천막.

소소는 보초병들의 눈을 피해 그곳으로 쏙 들어가고 있었다.

“다롱아~ 언니 왔어.”

축 늘어진 산군의 눈꺼풀이 반쯤 올라갔다. 생명이 거의 빠져나간 눈빛이었다.

그 모습에 소소의 얼굴이 순식간에 울상으로 변했다.

“히잉……. 아프면 안 돼, 다롱아.”

주변을 둘러보던 소소는 무엇인가를 발견했다. 닭고기가 가득 차 있는 양동이었다.

냉큼 한 덩이를 들고 가서 산군의 입 앞에 내밀었다.

“이거 먹고 어서 힘내.”

꾹 다물어진 입에 대고 흔들어보았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그러나 소소가 누구인가. 하고자 마음먹은 것은 반드시 해야 하는 아이였다.

양손으로 산군의 턱을 잡고 강제로 벌리기 시작했다.

“아~~~”

입을 벌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받아먹질 않으니 방도가 없었다.

막대기처럼 가냘픈 팔이 산군의 입속을 헤집으며 닭고기를 꾹 눌러 넣었다.

목표를 완수한 소소는 양손을 허리에 얹고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산군은 그것을 꾹 삼킬 수밖에 없었다.

꿀꺽-!

“히히히. 맛있지?”

잠시 후 뒷짐을 쥔 소소는 목을 빼고 산군의 주위를 쓱 둘러보았다.

전신을 옥죄고 있는 사슬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결심을 굳힌 듯 소소의 얼굴에 비장함이 떠올랐다.

“이거 풀어줄까?”

소소는 사슬을 끊기 위해 양손으로 힘껏 잡아당겼다.

철그럭-!

“흐얏!”

팽팽하게 당겨진 사슬은 끊어질 기미가 안 보였다. 이갑자의 내공을 쏟아부었지만 어림도 없었다.

검기에도 버티는 현철사슬이었으니 그럴 수밖에.

한참을 낑낑대던 소소는 거친 호흡을 내쉬었다.

“헉헉. 안 되겠어. 아버지 데리고 올 테니깐 기다리고 있어. 알았지?”

산군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고는 밖으로 내달렸다.

목적지는 랑아대의 막사였다.

경공까지 펼치며 순식간에 도착한 소소는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어딜 갔지?”

있을 만한 곳이 수십 군데는 넘었다. 일일이 찾아볼 수도 없는 노릇.

잠시 고민하던 소소는 발길을 돌려 의선당으로 향했다.

마침 앞마당에 나와 탁상에서 차를 끓이고 있는 백발의 노인이 보였다.

잠시 쉬고 있던 의료부대의 대장, 생필신의 모청이었다.

“할아버지!!!”

모청이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휴. 쪼그만 게 목청이 왜 이리 큰 것이냐? 심장 멎는 줄 알았다.”

“할아버지, 저한테 약 좀 빌려주시면 안 돼요?”

“네가 웬일로 이 할아비를 찾나 했다. 그런데 빌린 약을 어찌 다시 갚는단 말이더냐. 이번엔 또 어디에 쓰려고?”

“우리 다롱이가…… 다롱이가 아파요…….”

모청은 찻잔을 움켜쥔 채 능청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울상을 짓는 소소의 모습이 귀여웠기 때문이다.

“친구가 아픈 모양이로구나. 어디가 아픈지 이 할아비한테 말해 보거라.”

소소는 자신의 몸을 이곳저곳 집어가며 횡설수설했다.

“여기랑 여기에서 피도 나고…….”

“……그리고?”

눈을 게슴츠레 뜬 소소는 산군의 눈동자를 흉내 냈다.

“눈도 이만큼밖에 안 떠져요…….”

“킥.”

“왜 웃어요?”

“아무것도 아니다. 다롱이가 친구한테 두들겨 맞고, 마음에도 멍이 든 모양이로구나. 따라오너라.”

모청은 곧장 약재 창고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수백 가지의 약재가 가득 들어차 있었다.

두리번거리던 그는 작은 목함 하나와 구슬처럼 동그란 약재를 집어 들었다.

“이것은 금창약이니 상처에 잘 발라주거라. 그리고 이건 기혈을 안정시켜주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진기환이다. 세 번을 나누어 먹으라 해라.”

“고맙습니다, 할아버지~”

“남은 금창약은 다시 가져오고.”

모청은 일부러 약재를 여유 있게 챙겨주었다. 무료한 일상에 심심함을 달래주는 아이였으니, 다시 볼 수 있게 핑계를 만든 것이다.

“네, 할아버지!”

소소는 뒤도 안 돌아보고 후다닥 내달렸다. 다롱이를 치료해준다는 생각에 기쁘기만 했다.

그러나 그러한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목적지와 가까워질수록 왠지 모를 불길함이 엄습해왔다.

그리고 이십여 장까지 가까워진 순간 발걸음이 정지하고야 말았다. 눈앞에서 상상도 못 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빨리 끌어내!”

수십여 명의 병사들이 산군을 옥죈 쇠사슬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동시에 당겨!”

“으랏차!”

그리고 강노를 움켜쥔 이십여 명의 노병들. 그들은 정확히 산군의 머리를 향해 조준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소소는 양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자신도 모르게 사자후(獅子吼)가 뿜어져 나왔다.

“안 돼!!!”

준비도 없이 펼친 사자후였기에 본래 위력의 삼 할에도 미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 위력이 엄청났다.

거센 음파가 흙먼지를 일으키며 돌풍을 만들어냈다.

화들짝 놀란 병사들이 움찔하며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그때 낯이 익은 아이가 냅다 달려와 산군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 모습을 확인한 강노부대의 백부장이 다급히 손을 들었다.

“모두 멈춰!”

겁도 없이 산군의 머리 앞에 서다니. 병사들이 사색이 된 얼굴로 손을 내저었다.

“위, 위험해!”

“냉큼 이쪽으로 오거라!”

“소소야, 빨리!”

소소의 눈망울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우, 우리 다롱이한테 왜 그래요?”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보였다. 그나마 산군이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서둘러 아이를 설득해야 했다.

백부장이 붕대로 감긴 자신의 왼팔을 보여주며 말했다.

“사람을 해치는 못된 짐승이란다. 이거 보이지? 아저씨도 당했어.”

물론 훈련 중에 다친 상처였다. 그럴듯한 거짓말로 설득해보았지만 요지부동이었다.

“아저씨들이 먼저 때렸잖아요!”

병사들이 안절부절못하며 반문했다.

“우, 우리가 언제?”

“우린 안 때렸어.”

“도대체 왜 막아서는 거야?”

이미 소소의 얼굴은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되어있었다. 소매로 눈물을 훔치며 서럽게 울었다.

“아버지가 나한테 준 선물이란 말이에요. 히잉…….”

병사들은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소무 대장님이?”

“저렇게 흉악한 범을 선물로 줬다고?”

“그럴 리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말이 되지를 않았다.

“정말이에요…….”

그때였다.

그동안 미동조차 없던 산군이 갑자기 꿈틀대기 시작했다.

철크럭-! 철컥-!

전신을 옥죈 현철사슬이 파도처럼 출렁거렸다.

“크르르르릉-!!!”

산군이 이빨을 드러내며 포효하자 주변이 공포에 휩싸였다. 놀란 병사들이 놈을 저지하기 위해 사방에서 사슬을 당겼다.

“잡아당겨!”

철크럭-! 철크럭-!

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순간 산군의 근육이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양측이 힘 싸움을 벌였지만, 결과는 너무나도 일방적이었다. 이십여 명의 병사가 동시에 나자빠지고야 말았다.

“끄윽!”

“크으윽!”

기어코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부르르 떨리던 현철사슬이 하나둘씩 끊겨나가는 것이 아닌가. 무지막지한 괴력이었다.

뚜둑-!! 뚜두두둑-!!!

끊어진 사슬을 비집고 집채만 한 앞발이 전면으로 뻗어 나왔다. 그것이 소소의 몸통을 향해 다가가자 병사들이 경악했다.

“아, 안 돼…….”

“도, 도망쳐!”

산군이 앞발을 휘두른다면 대참사가 일어날 수 있었다.

모두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릴 찰나였다. 그때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거대한 앞발이 소소를 옆으로 슬쩍 밀어내는 것이 아닌가.

소소는 그 힘을 당해내지 못하고 옆걸음질 쳤다. 그러자 산군이 노병들에게 완전히 노출되고야 말았다.

산군은 저항하지 않겠다는 듯 그대로 바닥에 웅크렸다. 그 모습에 병사들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지금이 기회다!”

“빨리들 안 쏘고 뭐 하는 거야?”

강노를 움켜쥔 병사들이 놀란 마음을 추스르며 조준을 마쳤다.

그러나 공격을 개시할 수는 없었다. 또다시 소소가 양팔을 벌리며 산군의 앞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다롱아, 가만히 있어!”

산군의 앞발이 다시 뻗어 나오며 소소를 밀쳐냈다.

사정없이 옆걸음질 치는 소소. 둘은 마치 힘 싸움을 하듯 서로 밀고 밀려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병사들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저래서 어떻게 죽여?”

계속될 줄 알았던 몸싸움은 얼마 가지 못했다.

산군이 짜증이라도 난 것일까? 돌연 거대한 발이 무방비 상태의 소소를 넘어트려 버렸다.

“아얏!”

철퍼덕 넘어진 소소는 대짜로 누워 바둥댔다. 앞발이 누르고 있었기에 꿈쩍도 할 수가 없었다.

“소소가 공격당했다!”

“모두 발사해!”

널브러진 소소는 양팔을 바둥대며 악을 질렀다.

“안 돼요! 쏘지 마요!!!”

그러나 병사들도 더는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소소의 안전이 위험했기 때문이다.

“그냥 쏴!!!”

투콱-! 콰콰콰콱-!

강노에서 쏘아진 이십여 발의 화살이 폭발하듯 쏘아져 나갔다.

파괴력을 과시하듯 발사를 마친 노병들이 반발력에 뒤로 나자빠졌다.

모두가 산군의 죽음을 의심하지 않았다. 경쾌한 금속음을 듣기 전까지는 말이다.

캉-! 카카카캉-!!!

눈부신 빛무리가 잠시 번뜩였다 사그라졌다. 발사와 동시에 이루어진 눈 깜짝할 순간이었다.

병사들은 마치 헛것을 보았다는 듯 두 눈을 연신 끔벅였다.

“소, 소무 대장님?”

딸아이의 사자후를 듣고 한걸음에 달려온 소무였다. 지척에서 인기척을 죽인 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는 노병들과 산군의 중간쯤에 우뚝 서 있었다. 검 한 자루를 움켜쥔 채로 말이다.

주변에는 강노에서 발사된 화살의 잔해가 널려있었다.

병사들이 어리둥절한 모습으로 그를 주시했다. 자신의 딸을 해치려는 짐승을 살려주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소무가 뒷짐을 지며 고개를 한 번 내저었다.

“해치려는 게 아니야.”

모두의 시선이 소무의 뒤로 향했다. 그곳에선 믿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이의 얼굴보다 큰 산군의 혀가 소소의 전신을 핥고 있는 것이 아닌가.

“으윽!”

소소의 의복이 순식간에 축축해졌다. 몰골이 물에 빠진 생쥐처럼 변해버렸다.

“왜, 왜 그래, 다롱아?”

전면을 순식간에 핥은 산군은 앞발을 이용해 소소를 뒤집었다.

어김없이 뒷면도 거대한 혀가 계속해서 쓸고 지나갔다.

츄르릅-!

놈의 모습을 지켜보던 백부장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저, 저건 설마…?”

소무가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맞아. 씻기는 거야. 짐승들의 목욕 방식이지. 자기 새끼라도 되는 줄 아나 보군.”

이미 소무가 온 순간부터 병사들은 긴장감이 풀어진 상태였다. 그의 말에 모두가 배꼽을 잡고 웃기 시작했다.

“큭큭.”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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