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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화 그 돈이 어떤 돈인데 (3) (160/250)


160화 그 돈이 어떤 돈인데 (3)
2022.07.10.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이 굽신거리고 있었다.

앞에는 한 중년인이 거만하게 앉아 붓대를 돌려댔다.

“장안에다가 찻집을 여실 거라고요?”

“예, 아무래도 나이가 있다 보니, 농사짓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

“알겠습니다. 그럼 빌려드려야지요. 오천 냥 중에 선이자로 이 할을 제외하고 사천 냥을 드립니다. 여기 서명하시죠.”

“헌데 제가 까막눈이라…….”

“그냥 형식적인 계약서일 뿐입니다. 별 내용 없으니 일단 서명부터 하시지요. 우리 구양회는 이런 것으로 장난 안 칩니다.”

노인이 아는 문자는 자신의 이름 세 글자뿐이었다. 계약서에 이름을 새겨 넣고는, 종이에 쌓인 지폐 뭉치를 건네받았다.

“고맙습니다, 나으리. 꼭 갚겠습니다.”

“별말씀을요. 그럼 살펴 가십시오.”

노인은 문 앞을 나설 때까지 세 번이나 고개를 조아렸다. 그리고 그가 사라지자마자 중년인의 표정이 차갑게 변했다.

그때 위층에서 누군가가 뒤뚱뒤뚱 내려오기 시작했다.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계단이 삐걱거렸다. 호위무사로 보이는 인물이 묵묵히 그를 부축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중년인이 기립하며 물었다.

“사천 냥인데, 회수해야겠지요?”

“당연하지. 담보는?”

“자산은 별 볼 일 없고, 젊은 딸이 하나 있습니다.”

“딸년 하나로는 부족해. 숨겨놓은 재산이 있나 더 조사해봐. 근데 어제 고용한 놈은 어찌 됐어? 왜 아직도 소식이 없는 거야?”

“분명히 청운표국을 미행해서 확인했을 땐 계집 혼자밖에 없었습니다. 우리가 확인하지 못한 호위라도 있던 게 아닐지요?”

“그렇겠지. 그 정도의 졸부년이 겁도 없이 혼자 있다는 게 말이 안 되긴 했어.”

“이렇게 된 이상 우리 애들을 직접 보내야 할 것 같습니다.”

“음. 꼬리가 잡힐지 몰라 외부인을 썼더니 일 처리가 엉망이군. 오늘 안에 잡아 와.”

“알겠습니다, 회주님. 확실하게 처리하겠습니다.”

“내 은자들 회수할 때까진 살아있어야 하니 명심해. 이후에 죽이든지 창기로 팔아버리든지 결정하겠다.”

구양회의 회주 황기. 그는 거대한 몸집을 다시 움직이며 전각 밖으로 나갔다.

쌍두마차 한 대가 대기하고 있었으며, 죽립을 눌러쓴 열 명의 무사가 그를 보좌했다. 그들 중 대장으로 보이는 자가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오르십시오, 회주님. 인근에서 가장 큰 장원입니다. 둘러보시고 마음에 드신다면 오늘 바로 계약하실 수 있습니다.”

“가격은?”

“미리 조치해놓았으니, 회주님께서 결정하시면 됩니다.”

황기는 거대한 체구를 전용마차 안에 밀어 넣으며 투덜댔다.

“어서 출발해. 이런 쥐 소굴 같은 곳에서 하루라도 더 지냈다간 숨 막혀 뒈지겠으니까.”

* * *

구양회에서 돈을 빌린 노인은 꿈만 같았다. 그토록 염원이었던 찻집을 장안에서 개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볍기만 했다. 기분이 마냥 좋았다. 자신을 미행하는 자들이 있는 것도 모르는 채 말이다.

두 명의 아이가 나무 뒤에 숨어서 머리를 빼꼼 내밀고 있었다. 어른들의 얘기를 엿듣고 먼저 행동에 나선 소소와 백상이었다.

소소가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할아버지가 위험해.”

복면을 쓴 누군가가 노인의 뒤를 은밀히 쫓아가고 있었다. 걸음걸이로 보아 무공을 익힌 자가 틀림없었다.

백상이 긴장한 얼굴로 한 손을 올렸다.

“잠깐만 기다려보자. 해치려는 것이 아닐지도 몰라.”

나쁜 의도가 있음이 분명해 보였지만, 살기(殺氣)는 느껴지지 않았다. 게다가 아직 아무런 증거도 없었다.

한참 뒤 노인이 오솔길로 접어들 무렵이었다. 뒤따르던 복면인이 갑자기 내달리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행동에 소소와 백상이 동시에 놀랐다.

어느새 노인의 등 뒤에 다가간 그는 다짜고짜 옆구리에 주먹을 날렸다.

퍼억-!

“끄악!”

바닥에 쓰러진 노인은 새우처럼 몸을 구부리고 신음했다.

다행이라 해야 할지 내공을 실은 공격은 아닌 듯했다.

복면인은 노인의 품속을 뒤져 종이뭉치를 꺼냈다. 그러고는 다시 내달리기 시작했다.

“아, 안 된다 이놈아! 그 돈이 어떤 돈인데! 안 돼!”

그때 작은 돌멩이 하나가 노인의 머리 위를 벼락처럼 스치고 지나갔다. 그것은 앞서 내달리던 복면인의 다리에 정확히 가격했다.

뻐억-!

“크아악!”

소소가 날린 암기였다.

복면인은 처절한 비명과 함께 비틀거렸다. 그리고 그를 향해 백상이 질주하고 있었다.

타앗-!

붕 떠오른 아이는 허공에서 팽이처럼 회전했다. 곧이어 작은 발이 정확히 그의 앞가슴을 강타했다.

콰앙-!

“크윽!”

무방비 상태에서 당한 복면인은 뒤로 나자빠졌다.

“뭐, 뭐야 이새…….”

그는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어느새 다가온 소소가 그의 얼굴을 향해 발을 걷어차고 있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를 왜 때려요!”

빠악-!

“끄헉!”

복면이 찢어지며, 이빨 몇 개가 튀어 올랐다.

그 순간 그의 복부를 향해 백상의 발길질이 이어졌다.

퍼억-!

강도는 숨이 턱 막혀오는지 반사적으로 몸을 웅크렸다.

입술은 터지고 코피가 흐르는 처참한 몰골이었지만, 아직 끝난 것이 아니었다. 소소와 백상이 좌우에서 연달아 발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퍽-! 퍼억-! 빠악-!

“크윽! 끄아악!”

매 발길질이 내공이 실려 있는 공격이었다. 정신없이 얻어맞던 복면인은 온몸이 순식간에 피투성이로 변해갔다.

얼마 가지 못해 기절했는지 몸이 축 늘어져 버렸다.

그것을 확인한 소소와 백상이 노인에게 달려가 일으켜주었다.

“할아버지, 괜찮아요?”

“돈은 여기 있어요.”

노인은 허리를 삐끗했는지 한 손을 허리에 얹고 신음했다. 그런데도 돈을 찾았다는 사실이 기쁜지 얼굴은 밝아 보였다.

“아이고, 허리야. 고맙구나, 얘들아. 우리 동네에 강도가 있다니, 별일이 다 있구나.”

소소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할아버지, 우리랑 같이 갈래요?”

“어, 어딜 말이냐?”

“이 아저씨를 군순포에 데려갈 거예요.”

노인은 잠시 고민하더니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혼자 집에 가기가 무서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안성 인근의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군순포라면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을 터.

“그, 그러자꾸나. 헌데 저 녀석을 어찌 옮긴단 말이냐.”

일평생 보고 들은 것이 많은 노인이었다. 무공을 익히는 아이들이란 것은 짐작했지만, 보고 있으면서도 믿을 수가 없었다.

“우리가 옮기면 돼요. 히히히.”

“소소야, 들어!”

소소와 백상이 앞뒤에서 강도를 붙잡고 번쩍 들어 올렸다.

멍한 눈으로 지켜보던 노인이 정신을 차리고는 그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따귀를 날렸다.

“에끼 나쁜 놈아!”

철썩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을 보니 화가 많이 났던 모양이었다.

이들 일행은 곧 바로 군순포를 향해 걸었다. 군순포의 본부는 성내에 있다.

한참 뒤 성문에서 소소를 알아본 병사가 어리둥절하며 물었다.

“뭐, 뭐야? 소소, 너 사고 쳤어?”

“아니에요. 나쁜 아저씨예요.”

허리에 한 손을 얹고 뒤따라오던 노인이 황급히 말했다.

“맞습니다. 이 몹쓸 놈한테 당할 뻔할 걸, 아이들이 도와줘서 겨우 살았습니다. 군순포로 데려가는 길입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만, 통과하십시오.”

수문병은 처음부터 소무 대장의 딸을 막을 생각 따윈 없었다.

“고생하십시오, 나으리들.”

군순포의 본부는 성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넓은 마당을 끼고 다섯 척의 전각이 밀집해 있는 장원이었다.

장안의 포수들은 총 오백여 명이며, 한중에도 비슷한 인원이 있다.

본부 전각 앞의 드넓은 공터. 백여 명의 포수들이 상의를 탈의한 채 무예를 연마하고 있었다.

안광에서 번뜩이는 서늘한 예기들. 마공을 익힐 때 나타나는 흔적이었으나, 본래의 마인(魔人)들과는 그 성질이 좀 달랐다.

도덕경과 금강반야경의 공부를 함께했기 때문이다.

“개칠이 아저씨!”

포수들과 뒤섞여 주먹을 내지르던 군순포의 대장 황개칠. 그가 행동을 멈추며 입구를 향해 다가갔다.

“오랜만이네, 소소? 거기 거품 물고 있는 놈은 누구야?”

황개칠의 모습은 부쩍 달라져 있었다. 날렵해 보이는 근육질의 몸매. 그리고 은은한 기세까지 느껴졌다. 랑아대원에 비교될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놀라운 발전이었다.

“나쁜 사람이에요. 할아버지를 때리고 돈도 빼앗았어요.”

소소는 횡설수설하며 오늘 있었던 일을 황개칠에게 모두 설명해 주었다.

그는 흐뭇한 미소로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잘 잡아 왔다. 그렇지 않아도 어떤 새끼들인지, 조직적으로 날치기를 하고 다녀서 조사 중이었어.”

“나 잘했어요?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

“그럼, 잘했지. 누구 지시를 받았는지 조사하고 나서 관아에 넘길 거야.”

“누가 시켰는지 내가 알아요.”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누군데?”

“구양회! 거기서 나왔어요.”

황개칠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구양회에서 돈을 빌려주고 다시 빼앗았다고? 그럴 리가……?”

백상이 옆에서 거들었다.

“정말이에요. 우리가 봤어요!”

황개칠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아이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었지만, 직감은 분명 그곳과 연관이 있음을 말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무작정 들이닥치기엔 너무나 거물급이었다.

“증거가 없으니 당장은 어쩔 수가 없어. 일단 저놈부터 심문해봐야겠구나. 너희들은 이만 가보거라.”

그때 노인이 안절부절못하며 황개칠을 불렀다.

“나, 나으리…….”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번 사건의 유일한 증인을 그냥 보낼 수는 없지요. 어디에 계시던 포수들이 교대로 보호해드릴 것입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노인의 얼굴이 금세 밝아졌다. 그 모습을 확인한 소소와 백상은 다시 어딘가로 사라졌다.

성 밖을 나와 다시 찾아간 곳은 구양회의 본거지였다. 장안성 인근이라, 경공을 펼친다면 일각이면 도착하는 거리였다.

둘은 근처의 언덕배기 나무 뒤에 잠복했다.

소소가 전각을 노려보며 진중한 얼굴로 말했다.

“증거가 필요하대.”

“무슨 증거?”

“나도 몰라. 어떡하지?”

막상 악당들을 잡겠다고 큰마음을 먹고 왔으나, 정작 뭘 해야 할지를 몰랐다.

“그냥 쳐들어가서 다 때려줄까? 소소, 네가 도와준다면 할 수 있어.”

“안 돼. 우리 아버지가 무공은 악당에게만 써야 한다고 했어. 좋은 사람도 있으면?”

“하긴. 그랬다간 너희 아버지한테 또 혼나겠다.”

그때 소소가 무엇인가를 발견하고 어딘가를 가리켰다.

“잠깐 저기 좀 봐봐.”

구양회의 본거지로부터 삼십 여장이 떨어진 외진 숲속. 인적이 없는 곳이었지만, 우거진 나무들을 비집고 전각 한 채가 숨어 있었다. 그쪽에서 뭔가 소란이 일고 있었다.

“어서 가보자.”

은밀하게 다가간 아이들은 몸을 숨기고 유심히 지켜봤다.

험악한 인상의 장한 한 명이 여인의 머리채를 붙잡고 그곳으로 끌고 가고 있었다.

“돈을 못 갚으면 몸으로라도 때워야지?”

“이거 놔! 네놈들이 도로 훔쳐간 걸 내가 모를 줄 알아?”

우악스러운 손바닥이 여인의 뺨을 후려쳤다.

“아악!”

“귀엽게 봐줄 때, 입 닥치고 따라와.”

몸이 축 늘어진 여인은 저항할 수가 없었다.

장한이 그녀를 어깨에 걸치는 순간 전각의 문이 벌컥 열렸다.

전각 안에서 험악한 인상의 무사 한 명이 모습을 드러냈다. 등에 걸려 있는 유엽도 한 자루가 인상적이었다.

“부대주님, 말씀하신 년, 잡아 왔습니다. 어디 가십니까?”

“변소 보러 가는 길이었어.”

“어때요? 마음에 드시죠?”

부대주는 음흉한 눈빛으로 여인을 살펴보았다.

“내 방에 대기시켜 놔. 대주님이 출타 중이니, 내가 대신 등급을 매겨줘야겠지.”

“예, 알겠습니다.”

그때 그의 왼쪽 뺨에 있는 한줄기 검흔(劍痕)이 꿈틀거렸다.

“잠깐. 근데, 매질이 이 새끼는 왜 안 돌아와?”

“예? 아직도 안 왔습니까? 고작 노인네 하나였는데요.”

“혹시 돈 가지고 튄 거 아니야?”

“그, 그럴 리가요. 애들 풀어서 찾아보겠습니다.”

“그래. 일단 먼저 들어가 있어. 물 좀 빼고 갈 테니.”

숨어서 지켜보던 소소가 백상을 바라보았다.

“군순포에 잡혀있는 아저씨를 기다리나 봐.”

“응. 근데 저 사람 좀 강해 보이는데? 소소 네가 이길 수 있어?”

백상은 승부를 자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소소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내가 이겨.”

“그럼 나 먼저 간다!”

무사가 변소 보는 것을 확인한 백상이 앞장서서 뛰쳐나갔다.

순식간에 다가가서는 짧게 도약하여 오른손을 잡아당겼다. 직선으로 뻗어 나가는 주먹은 정확히 무사의 목 뒤를 향하고 있었다.

뻐억-!

손가락 마디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감촉. 그러나 백상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어느새 무사가 왼팔을 올려 공격을 막아냈기 때문이다. 그 움직임을 볼 수조차 없었다.

“이 새끼가 처 돌았나.”

급하게 움직이느라 소변이 바지에 흥건히 묻고 있는 상태였다. 무사는 분노에 두 눈이 이글거렸다. 그의 오른손이 쏜살같이 움직이며 백상의 목을 틀어쥐었다.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 백상은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크윽.”

아이의 목을 꺾으려던 무사는 순간적으로 두 눈을 부릅떴다. 웬 여자아이가 자신의 측면에서 오른발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짧은 발에 담겨 있는 엄청난 내공이 몸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까지. 피할 새도 없이 아이의 발이 자신의 정강이를 후려쳤다.

쩌억-!

무엇인가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정강이가 기이한 각도로 꺾이며, 뼛조각이 튀어나왔다. 동시에 처절한 비명이 숲을 뒤흔들었다.

“끄아아아악!!!”

그 순간 소소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친구가 붙잡힌 것을 보고 흥분한 나머지 그만 힘을 조절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일격에 이 갑자의 내공을 모두 실어 보낸 것이었다.

“아앗! 아저씨,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이, 이 빌어먹을 꼬마년이…….”

무사는 바닥에 바둥거리면서도 소소를 무섭게 노려봤다.

그때 백상이 쓰러진 그의 얼굴에 주먹을 꽂기 시작했다.

쾅-! 쾅-! 쾅-!

평범한 아이의 눈빛이 아니었다. 독기를 머금은 백상의 행동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살기(殺氣)를 감지한 소소가 다급히 말렸다.

“죽이면 안 돼, 상아!”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뜬 백상이 손을 털며 일어섰다.

“미, 미안. 나도 모르게 그만.”

소소의 표정이 좋지 않아 보였다.

“우리 이제 큰일 났어.”

“왜?”

“……저기 좀 봐봐.”

무슨 말이 필요할까. 비명을 들은 구양회의 무사들이 전각 안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아무리 소소라고 해도 수가 너무 많았다.

안색이 어두워진 백상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도, 도망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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