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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폐태자비는 살아있다-132화 (132/136)

132화. 마침내, 드디어, 완벽히(3)

그날 밤은 하필 이른 눈이 내렸다.

이제 막 겨울이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펑펑 내린 눈은 철도를 온통 뒤덮었다.

그렇지만 이미 열차 운행식을 위하여 외국의 사신까지 초대된 상황이었다.

성공적인 운행식 이후 열릴 연회는 건국제보다도 더욱 휘황찬란하게 준비되어 있었다.

황제와 대공비 독살 시도 사건으로 엉망이 된 건국제로 인해 그렇지 않아도 사신들에게까지 론체스터의 위신이 대단히 상해 있는 터였다.

그 위신을 회복하기 위해, 이번 연회는 더더욱 크게 준비되었다.

그 모든 것을 취소할 경우, 국고에서 사용된 돈을 허공에 흩날리는 것이었다.

그러니 어떻게든, 오늘 열차 운행식이 진행되게 만들어야만 했다.

그리하여 알렉산드로는 기사들과 궁인들 할 것 없이 모두를 동원하여, 철도에 쌓인 눈 위로 뜨거운 물을 부어 녹이게 했다.

쩌적, 쩌적.

“……이봐, 어디서 이상한 소리 들리지 않았어?”

다들 물을 붓던 와중, 기사 하나가 흠칫하며 근처의 기사에게 물었다.

촤악-.

그러나 주변에서 여기저기에 양동이 가득 든 물을 부어댔기에, 다른 기사는 물소리에 묻혀 그 소리를 듣지 못한 듯 반문했다.

“뭐라고……?! 뭐가 들려……?”

“어이 거기, 로버트! 거기 다했으면 이리로 와 봐!”

그러나 저쪽에서 다른 기사가 처음 이상한 소리를 들었던, 로버트를 불렀다.

모두가 허리를 제대로 펼 틈도 없이 양동이를 나르고 물을 붓고 있었다.

그 와중에 한가하게 어떤 소리가 났다느니, 그런 걸 따지고 있을 새가 없었다는 말이다.

동이 트기까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운행식이 시작되기 전까지, 얼어붙은 철도를 모두 녹여야만 했다.

결국 로버트 또한 에라이 모르겠다, 하는 심정으로 그 이상한 소리를 넘겨 버렸다.

어차피 철도에 이상이 있었으면 기술자들이 먼저 발견하지 않았겠는가.

그런 생각으로, 로버트는 제가 들은 소리가 아무 것도 아니라 치부했다.

그게 나중에 어떤 방향을 불러올지도 모른 채로.

***

열차의 운행식은 요란하게 진행되었다.

그 시작부터 공연에 가까운 행진이 이어져 수도의 온 제국민이 오늘 열차 운행식이 있다는 걸 알게 될 지경이었다.

그렇게 한 시간이 넘게 행진이 진행된 뒤에야, 각국의 주요 인사들과 론체스터의 귀족들이 운행식이 시작되는 지점에 모였다.

물론, 그 자리에는 오벨리아와 에크하르트 그리고 알렉산드로 또한 있었다.

“열차, 출발하겠습니다!”

기관장이 크게 소리를 외쳤다.

뿌우우우우- 열차가 검은색 연기를 뿜어내는 소리가 커다랗게 울려 퍼졌다.

열차의 기관들과 바퀴가 돌아가는 소리가 시끌벅적하게 들려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열차가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열차의 경로는 고작 수도 한 바퀴를 돌고 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곧, 오벨리아와 에크하르트조차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끼이이이이이이익-.

멀어지는 열차에도 불구하고 운행식이 열리던 지점에서 들릴 만큼 소름끼치는 소리가 시끄럽게 귀를 찢어 놓았다.

“이게 무슨 소리야……!”

“이거 열차에서 나는 소리예요?!”

“지금 당장 멈춰야 하는 거 아니에요……?!”

열차의 뒷모습을 보고 있던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귀를 틀어막으며 경악 어린 말을 내뱉었다.

그러나 대처를 할 틈도 없었다.

쩌저저저저적!

땅이라도 갈라지는 것처럼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그와 동시에 철도가 일그러지고, 구겨지고, 갈라지며 뒤틀렸다.

“꺄아아아악!”

“허어어억……!”

이어지는 광경에 사람들이 혼비백산하여 비명을 내질렀다.

쿵!

철도를 달리던 열차가 그 위를 크게 이탈하며 철도 밖으로 쓰러졌다.

그러나 하필, 열차가 쓰러진 부분이 언덕길이었던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쓰러진 열차가 그것에서 멈추지 않고 비탈킬을 쓸고 내려와 가까이에 있던 민가를 덮친 것이다!

쾅! 콰광! 펑!

그리고 곧, 열차에 불이 붙었다.

그것이 폭발하는 순간…… 그 근처의 민가는 모두 날아가고 말았다.

차마 말로 다 못 할 대참사였다.

***

요 백여 년간, 수도에서 사상 최악의 사상자와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건가……!”

오벨리아는 그 즉시 그들이 매수했던 기술자들의 관리자와 몇몇 기술자들을 비밀리에 불러들였다.

그녀와 에크하르트가 예상했던 사건은 이렇게 커다란 규모가 아니었으니까!

“그…… 그것이!”

관리자도 초유의 사태에 완전히 공황 상태에 빠진 듯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에크하르트가 매서운 목소리로 관리자를 재촉했다.

“바른 대로 말해라. 그렇지 않으면 모든 일의 원인을 네가 뒤집어쓰게 될 테니까.”

“저도 처음에는 시키신 대로만 할 예정이었습니다!”

사색이 된 관리자가 두 사람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몸을 낮추었다.

오벨리아가 라이너스에게 넘긴 광산에서 나오는 철광석은 다른 철광석들과 달리, 유독 온도 차에 민감한 것이었다.

이전까지는 그런 특성을 가진 철광석이 없었기 때문에, 초기 오벨리아가 광산의 철광석들을 시험해 보게 했던 기술자들을 제외하고는 그에 관해 몰랐다.

그래서 오벨리아와 에크하르트는 알렉산드로가 선별한 기술자 중 일부러 관리자와 그들 중 직위가 높은 이들을 매수했다.

그렇게 해야만, 철광석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할지 오벨리아와 에크하르트가 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원래 라이너스가 산 광산의 철광석으로 만들어질 철로는 정해져 있었다.

그 외에 다른 곳에 필요한 철광석의 양은 오벨리아와 에크하르트가 가진 다른 철광석 광산에서 몰래 충당했다.

그렇게 해서 열차가 본래 철로를 이탈할 예정이었던 곳은 수도 외곽에 있는 나무가 많은 숲의 중간이었다.

즉, 열차가 어떻게 된다고 한들 다른 사람들이 말려들 일이 본래 없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사건으로 가장 먼저 죽은 기관장조차 원래는 나무에 가려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을 숲의 입구 즈음에서 열차를 멈춘 뒤 몰래 내릴 예정이었다.

기관장은 후에, 열차가 이상하여 뛰어내렸다며 적당히 다친 척을 할 예정이었다.

사람들을 다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오벨리아와 에크하르트가 고심하여 세운 계획이었다.

단언컨대, 그들은 이런 참사를 바란 적이 없었다.

“그런데, 급하게 당겨진 운행식 일정 때문에 기술자들이 쓰러지기 시작하면서 관리체계에도 문제가 생겼고…… 그로 인해 철광석이 뒤섞인 뒤에는, 이미 구분하는 게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기술자들이 쓰러지다니? 인부들은 충분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무리 일정이 당겨졌다고 한들 그렇게까지 일이 너희들에게 몰렸단 말인가?”

관리자의 말에 오벨리아가 의문을 표했다.

그녀와 에크하르트가 일정을 앞당기려고 했던 것은 그만큼 인부가 충분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시범 운행을 하여 꼼꼼히 재점검할 시간을 없애려 했을 뿐, 애면 기술자들을 몰아붙일 생각은 없었다.

그런데 알렉산드로는 어째서인지 그 많은 기술자가 쓰러질 정도로 궁지에 몰아 열차와 철도를 완성한 것이다.

“……임금이 지급이 자꾸만 밀리자, 얼마 전부터 기술자들이 하나둘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감시가 생겨났죠.”

기술자들이 도망치기 시작하자, 황실은 이 사실이 못 새어나가도록 외부와 그들을 차단하고 감시했다.

관리자가 한동안 오벨리아에게 제대로 말을 전하지 못한 이유였다.

“어쨌든 도망친 자들로 인해 생긴 공백으로 인부는 부족한 상황이었고…… 그게 이렇게 이어진 겁니다.”

지금이야 대참사로 인해 감시가 느슨해져 관리자와 기술자이 빠져나오기가 쉬웠던 것이었다.

믿기 힘든 말에 오벨리아의 두 눈이 흔들렸다.

아무리 황실이 계속해서 안 좋은 상황을 겪었다지만, 인부들의 임금이 밀릴 정도까지 국고가 비어 있었다니.

알렉산드로는 대체 돈을 어디에 쓴 것이란 말인가!

그녀가 제 이마를 짚으며 혼란에 빠졌다.

아무리 생각해도, 기술자들에게 주어야 할 돈까지 부족한 상황이 무엇 때문에 발생했을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이어지는 관리자의 말은 오벨리아의 생각을 또 다시 끊어놓았다.

덧붙여지는 말은 더더욱 가관이었으니까.

“그…… 그리고, 황제 폐하께서는 철로의 상태에 대해 알고 계셨습니다!”

“뭐……?”

순간, 오벨리아는 어안이 벙벙해져 멍하니 되물었다.

“철광석이 섞인 뒤로,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 몰라 두려워서 철로에 이상이 있는 것 같으니 운행식을 뒤로 미루셔야 한다고 황제 폐하께 건의를 드렸었습니다.”

그러자 관리자가 억울하다는 듯 토로했다.

“그런데 폐하께서…… 지금 당장 열차가 못 달릴 만큼 눈에 띄는 문제냐고 여쭈셨고…… 제가 그건 아니지만 사고가 일어날지도 모른다고 말씀드렸으나,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로 호들갑을 떨지 말라며 조용히 입 다물라고 하셨지요.”

“……하, 제정신이 아니군.”

그 말을 들은 에크하르트 또한 경악을 금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지금, 알렉산드로는 어쩌면 사고가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안 일어나면 그만이지 않느냐는 태도로 운행식을 기어코 감행한 것이었다!

똑똑똑똑.

이 엄청난 정보들에 오벨리아와 에크하르트가 모두 공황 상태에 빠져 있을 때, 밖에서 다급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대공 전하, 지금 당장 드려야 할 말씀이 있습니다……!”

좀처럼 요란스럽게 행동하는 법이 없는 에크하르트의 부관이었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에크하르트가 곧바로 문으로 다가가 방문을 열었다.

“무슨 일이지?”

에크하르트가 묻자마자, 부관이 하얗게 질린 안색으로 보고했다.

“지금, 열차와 관련된 기술자들이 모조리 실종되거나 변사체로 발견되고 있다고 합니다……!”

오벨리아와 에크하르트의 표정이 대번에 굳었다.

관리자를 포함해 이곳에 있던 기술자들의 낯빛이 창백해진 것 또한 당연한 일이었다.

알렉산드로가 기술자들을 죽여 증거를 대참사의 정황에 대한 증거들을 인멸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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