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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2-보육원 생활(1) (2/107)



〈 2화 〉2-보육원 생활(1)



정말로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스타를 팬으로서 만날 때의 그 설레는 느낌.
단지 그런 느낌만으로 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가벼운 마음으로 다가가기에는 시스티아는 정말로 불안정한 상태였다.

나도 그렇지만 원장님이나 아이들도 무시하거나 무서운 느낌으로 자신의 주변에 다가오지 못하게 했다.
마치 상처를 입은 맹수와 같은 상태.
결국에는 원장님에게 시스티아에 관해 물어 듣게 되었고, 나는 그 애의 지금의 상태가 이해가 갔다.

그리하여 아직은 나도 이 세계에서 적응해 나가고 있는 상태에서도, 시스티아에게 어떻게든 말이라도 붙여보려 노력은 하지만   되었다.
저것은 누군가의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는 망가진 상태다.
아주 골치 아픈 일이다.
어떤 식으로 접근을 해야 할까.

굉장히 고민이 되었다.
 내가 뭔가를 하지 않아도 시스티아는 잘 이겨낼 것이다.
성녀가 되는 그녀의 미래를 알고 있으니까.
미래에 어떤 일을 해낼지 잘 알고 있으니까.
그렇지만 가까이에서 이렇게 계속 보고 있으면 나도 괴로웠다.

자꾸 그 애의 마지막과 겹쳐 보인다.
이런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 아니다.
나는 시스티아가 행복하게 되는 미래를 보았다.
단순한 게임이었지만, 이곳이 그곳과 똑같은 세계라면 나는 알고 있는 것이 된다.

…그러니까 내가 그때  일과 같은 괴로운 일은 짧은 것이 좋다.
그렇지만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것에 관해서는 정답이라는 것을 찾기가 힘들었다.
시스티아에 과거사에 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여기서는 내 힘으로 해결해야만 한다.

“음, 어떻게 해야 할까.”

[반복된 가사를 하며 상당한 경험을 얻었습니다.]
[힘과 체력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힘1 체력1이 상승했습니다.]

이 세계에 온지 12일.
오늘도 역시 바쁘게 가사를 하고 끝내는 시간이 되면 그런 로그가 떴다.
시스티아에대한 일을 생각하면서도 몸은 바쁘게 움직인다.
이것은 그로 인한 결과였다.
내가 예상한 대로 게임의 시스템이 그대로 적용이 되고 있었다.

기본은 몬스터를 잡으며 경험치를 얻고 레벨업을 하여 능력치를 상승시키는 것이지만, 이 게임의 시스템에는 갖가지 일을 하며 스텟에 영향을 주는 경험을 쌓거나, 어떠한 이벤트로 인해서 보너스라는 형식으로 능력치가 오르는 시스템이 있다.
전자는 스텟치가 높으면 높을수록 올리기가 굉장히 힘들기에 오히려 초반부터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좋다. 후자는 이벤트가 있어야만 얻을 수 있고 말이다.

게임을 할 때 레벨업만으로도 마왕을 쓰러트리는 것은 충분했지만, 그 경우에는 다양하게 컨트롤을 해야 하는 수고가 들기 때문에 쉽게 가려면 초반부터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

“그나저나 보너스가 전부 힘과 체력에만 붙네. 현재 가장 필요한 것들이고 가장 기본 토대가 되는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민첩과 마력을 올리지 못하는 것은 조금 아쉽다.
마력은 그렇다 치더라도 민첩은 방법을생각하는 것이 좋겠다.

“거기에 조절하는 것도 좀 연습을 할 필요가 있어…….”

어제는 아무렇지도 않게 줄로 묶어둔 장작더미를 번쩍 들어 올렸더니 아이들이 깜짝 놀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건장한 성인 남자라면 그리 무거운 무게는 아니었지만, 이제 10대 초반의 여자아이가 번쩍  만한 무게는 아니었다.
아직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것도 있지만, 빙의 전의  몸에 대한 것들이 빠지질 않는 것이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말이다. 그쪽에서 보낸 세월이 훨씬 기니까.
기억이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세세한 것들은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릴 듯하다.

“아, 리제 언니.”
“필. 애들은?”
“원장님이랑 잘 준비하고 있어. 난 네드 녀석 잡으러 가는 중이야.”
“네드가 왜?”
“또 까불다가 다쳤는데, 약초 바르기 싫다고 도망갔어. 진짜 애라니까.”
“아니, 애는 맞잖아…….”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필이 나이보다는 어른스러워도 결국에는 네드랑 같은 나이다.
나로서는 차라리 네드 같이 행동해 주는 것이  안심되는데 말이야.
아이로서는 그게 정상이니까.

“그럼 난 네드 찾으러 가볼게.”
“아, 잠깐만. 시스티아는 어디에 있는지 알아?”
“몰라. 또 어딘가에서 멍하니 앉아 있겠지.”

필은 그렇게 아무런 감정이 담겨 있지 않은 매정한 말을 던지고는 네드를 찾으러 가버렸다.
처음에는 친근하게 대하려고 했지만, 시스티아가 언제나 그런 태도이니 저 애도 정을 붙이려 노력하지 않고 무관심으로 대하기로 한 모양이다.
싫어하는 것도 관심이 있으니 하는 것이지, 이런 수준까지 와버리면 정말로 수습하기가 힘들지도 모르겠다.
빨리 어떻게든 하지 않으면…….

“아. 오늘도 별이 예쁘네…….”

무심코 창문 밖을 바라보면 하늘에는 하얀 달과 붉은 달, 그 주변에는 무수히 많은 별이  있었다.
내가 이 세계에 와서 현대보다도 월등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밤하늘이다.
정말로 환상적이라고 해야 할까? 보는 이를 매료시키는 힘이 있다.
평소에도 그런데 오늘은 어느 때보다도 더 아름다웠다.

“그렇지.”

밤하늘을 바라보다 생각난 것이 있었다.
그것은 시스티아가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
스토리에서  이벤트성으로 나온 이야기였지만 분명히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다고 하니 지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조금 준비를 해볼까.”

혹시 없을 수도 있지만, 나는 확신했다.
이런 아름다운 밤하늘을 포기할 리는 없으니까.
나는  가지 준비를 하고 보육원 주변을 둘러보았다.

“찾았다.”

적당한 바위를 의자 삼아 거기에 앉아서 별이 총총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시스티아.
 모습은 그래도 평소보다는 생기와 따뜻함이 느껴졌다.

‘으, 으음. 막상 말을 걸려고 하니 긴장되네.’

긴장과 함께 어떻게 말을 걸어야 가장 좋을까? 굉장히 고민한다.
여기서 그냥 말을 걸어도 평소와 다를 게 없을 것 같다.
스킬도 있는 것 같은데,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스킬은 ??으로 된 스킬만이 3개가 있을 뿐.
이름도 설명도 없는, 아마 해금이 되지 않은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스킬이다.

‘조, 좋아. 일단은…….’

이래저래 생각해도 소용없을 것 같으니 일단 준비해 온 것들을 주도록 하자.

“밤에는 바람이 많이 찬데, 그렇게 있으면 감기 걸려.”
“……!”

나는 열심히 조각난 천을 기워 만든 모포를 시스티아의 어깨에 덮어주었다.
내가 온 것을 전혀 모르고 있었는지, 시스티아의 몸이 크게 움찔 떨렸다.
방심을 찔렀다. 그것을 기회로 삼아서 나는 좀 더 밀어붙이기로 했다.

“자, 이거라도 마시면 몸이 좀 따뜻해질 거야.”
“뭐, 뭐…….”

바위는 어린아이가 두 명이 앉기에도 넉넉할 정도로 제법 컸다.
나는 재빨리  옆자리에 앉아서 아직 김이 올라오는 컵을 건넸다.
너무 당황해서 멍하니 나를 바라보는 시스티아.
그러다가 얼마 안 가서 싸늘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나는 곧장 주방의 남은 불로 데워온 것을 담은 컵을 내밀었다.

“오늘 내가 숲에 나갔을 때 사냥꾼 아저씨들이 나눠 준 꿀을 탄 거야. 양이 얼마 없어서 많이 넣지는 못했지만, 맛은 있을 거야.”
“…….”

시스티아가 멈칫하는 것이 보였다.
바위에서 떨어진 엉덩이가 내려갈 듯 말 듯하고 있다.
나는 시스티아가 단 것에는 사족을 못 쓸 정도로 엄청나게 좋아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다른 아이들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시스티아를 위해서 얻어 놓고 숨겨놓은 것이다.
이른바 먹을 것으로 호감도 높이기 작전이지만, 그것이 지금 상태에서도 통할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꿀이라는 말만 듣고 엉거주춤하고 있는 자세를 보면 효과가 없지는 않을지도?

“목적이 뭐야……?”

오오… 처음으로 제대로 말을 해줬다.
근데 저렇게까지 경계하지 않아도 될 텐데.
확실히 목적은 있지만, 단순히 친해지고 싶을 뿐인데.

“목적?”
“넌 이런 거 있으면 작은 애들부터 챙기잖아.”

그것은 나에게는 찔리는 말과 동시에 조금 기쁘게 하는 말이었다.
그도 그럴 게 시스티아도 나를제대로 보고 있었다는 증거였으니까.

“기쁘네.”
“뭐, 뭐가?”
“나에게 관심이 있었다는 이야기잖아.”
“아, 아니야! 그냥 계속 눈에 들어오니까 알게 된 거뿐이야!”
“그래. 알았어.”
“다 이해한다는 듯한 미소 짓지 마!”

시스티아 입장에서는 그저 씩씩대고 있을 뿐인데 내 입장에서는 왜 이렇게 귀여워 보이는 것인지…….
뭐, 애초에 너무 건방지지만 않으면 뭘 해도 귀여운 시기고 내가 본래부터 시스티아에 대한 호감도가 높다는 것 때문이겠지.

“자. 식기 전에 마셔.”
“…고마워.”

마음에는 들지 않지만 단 것의 유혹에는 버티지 못한 걸까?
거기에 제대로 인사도 하고 있으니까,  정도면 기회는 있을지도?
시스티아는 곧 한 모금 마시기 시작했다.

“맛있어?”
“…….”

끄덕하는 것으로 대답을 끝냈지만, 그 표정은 아주 부드러워져있었다.
게임에서 뭔가 화가 나는 일이 있거나 기분이 좋지 않은 일이 있어도 단것만 먹으면 금방 풀리는 모습도 자주 봤지만, 지금은 어떨까 싶었는데 효과는 확실한 듯 보였다.

 뒤로는 서로 말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나는 시스티아를 바라보다 밤하늘을 바라봤고, 시스티아는 꿀물을 마시며 밤하늘을 바라봤다.
그러다가 시스티아가 거의 다 마셨을 때쯤 내 쪽에서 먼저 말을 걸었다.

“아까 목적이 뭐냐고 물어봤지?”
“뭔데?”
“시스티아, 너랑 친해지는 거.”
“뭐……?”
“너랑 친해지는 거.”

딱히 듣지 못해서 되묻는 것은 아닐 테지만,  번 더 말한다.
조금이라도 더 내 진심이 전해지도록.

“우린 이제 가족이잖아? 그러니까 언제까지고 이렇게 지내지 말고 친하게 지내자고 하는 거야.”
“나, 나는…….”

가족이라는 말과 친하게 지내자는 말에 최근에 자신에게 일어났던 일이 떠올랐던 것일까?
시스티아의 눈동자가 흔들리며 컵을 쥔 손가락에 힘이 꽉 들어갔다.

“가족… 이…….”

평화롭게 살고 있던 마을이 몬스터의 습격을 받거나 혹은 도적들의 습격을 받아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은 이 세계에서라면 그리 드문 일은 아니라고 한다.
리제 같이 아기 때부터 버려진 것이 아니라면 보육원의 아이들은 대부분이 그런 식으로 부모를 잃고 만 아이들이니까.

시스티아는 전자의 경우로 몬스터인 오크무리에게 습격을 받아 마을이 무너졌다.
그때 몬스터에게 죽은 사람 중에는 시스티아의 부모님이 있었다.
그리고 시스티아는 부모님이 몬스터에게 죽는 장면을 눈앞에서 지켜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 끔찍한 일을 겪었는데 제정신으로 있으라고 하는 것이 이상한 거지.’

그 사건을 겪으면서 시스티아의 안에서 생겨난 것은  언급하지 않아도 되겠지.
당사자의 고통은 나도 모른다.
하지만 비슷한 일을 나도 겪어봤기 때문에 얼마나 괴로울지  안다.

그때의 나도 엄청 괴로웠다.
아마 나는 그때의 나도 시스티아에게 겹쳐 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시스티아는 몬스터에 대한 복수심을 안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도 한때는 그랬으니…….
아니, 이 아이의 마음속을 내가 멋대로 대변해서는 안 되겠지.
나랑 똑같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잖아?

“당장 믿으라고는 하지 않을게. 그렇지만 나는 시스티아, 너와 친해지고 싶고 진짜 가족이 되고 싶어. 그러니까 곁에서 지켜보지 않을래?”
“읏…….”
“나는 너도 소중하고, 지키고 싶어.”

한평생 이런 말은 해본적도 없었지만, 리제의 기억이 있었기에 너무나도 쉽게 나왔다.
리제는 평소에도 저런 진심에서 나오는 말을 확실하게 하는 아이였고, 보육원에 들어오는 아이들을 진짜 가족으로 생각했다.
아이들이 괜히 하나 같이 리제를 엄청나게 따르는 것이 아니다.

다만, 나는 그 정도까지는 못할 것 같고, 적어도 시스티아 한 명만큼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 기억을 빌려서까지 말하게 된 것이다.
그 게임의 메시지와 연관되어 있는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나는 시스티아가 이런 모습이 아닌 행복한 모습을 보여줄 때까지 지켜주고 싶고 곁에 있어 주고 싶다.
그것만   있다면 나는 만족한다.

“나는 아직 네가 왜 그렇게까지 하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어. 나는 사람을 특히 어른을 믿기가 힘들고, 그리고 믿고 싶지도 않아.”
“……?”

왜 갑자기 사람을 믿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나오지?
갑자기 이야기의 주제가 벗어난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굉장히 혼란스러워졌다.
그렇게 내가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으면 갑자기 로그에서 메시지가 떴다.

[??이(가) 당신을 보조합니다.]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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