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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화 〉3-보육원 생활(2) (3/107)



〈 3화 〉3-보육원 생활(2)


뭐지? 하고 속으로 놀라고 있으면 그것에 대한 변화는 시스티아에게서 나타났다.

“그렇지만 내가 너를 믿어도 될까……?”

아까와는 다르게 굉장히 누그러진 모습.
나는 그것에 좋아하는 것보다도 꺼림칙함을 느꼈다.
정체 모를 스킬에 의해 상황이 단번에 뒤바뀐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으니까.
게다가 시스티아가 말했던 것의 의미는……?
하지만 멈칫하면서도 나는 필사적으로 말했다.

“그럼! 믿어줘.”
“그럼, 노력은 해볼게. 사람을… 아니, 리제, 너를 믿고 싶어...”

아까까지 나를 거부하려 했던 것과는 다르게 시스티아는 굉장히 편안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보았다.

“왜, 왜 그래? 내 말이 이상했어?”
“아, 아니야. 그런 거. 그보다 정말로 괜찮은 거야……?”

나로서는 이상한 스킬의 영향이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서 말한 것이지만, 시스티아는 다르게 받아들였는지 눈살을 찌푸렸다.

“네가 그렇게 하라며…….”
“아니, 그렇지… 응.”

그 반응에서 적어도 시스티아 본인은 자신이 영향을 받았는지  받았는지는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 예상이 갔다.
그러면 확실히 지금의 내 반응은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굉장히 찜찜하긴 하지만,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다는 것만으로도 나쁜 일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게다가 정체가 뭔지 어떤 효과인지발동 조건은 뭔지, 그런 것을 전혀 모르는 이상,  이상 생각해서 알  있는 건 없으니까.
거기다 시스티아가 말했던 의미는… 아니, 아니다. 괜히 지금 그런 물어봤다가는 화기애애해진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일 테니.
뭐, 별것 아니겠지?

“미안해. 너무 기뻐서 그랬어.”
“그런 거로는 보이지 않았는데…….”
“진짜야.”
“…뭐. 그런 거로 해줄게.”

툴툴거리듯이 말하며 고개를  돌리는 시스티아.
나는 마음속에서  묘한 감각을 애써 구석에 넣어두며 좀 더 한  나아가 시스티아의 비어있는 손을 잡았다.
그러면 몸을 살짝 움찔 떨었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고 살짝 내 손을 맞잡아 주었다.
이대로 아무것도 없이 시간이 지나면 그저 흐뭇하게 있을 수 있었겠지.

[다음 루트로 가기 위한 조건이 해방되었습니다.]

그래, 이런 말만 나오지 않았다면 말이다.


#


“네드! 빨래 너는 것 좀 해줄래?”
“알았어! 리제 누나!”

리제로서 보육원에서 살게 되었는지도 한 달. 나는 보육원에서의 생활에 더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리제의 경험과 나도 가사를한지는 제법 세월이 되기 때문에, 그것을 토대로  더 간편하게 일을 할 수 있는 것들은 수월하게 해나갔다. 뭐, 수월하게 된 이유는 그것만이 아니지만.
나는 보육원 바로 근처에 있는 강가에서 빨래한 수북한 의류들을 앞서 말했던 7살의 남자아이 네드와 함께 빨래를 널기 시작했다.
마당에 늘어진 빨랫줄에 의류를 넌다.

“나도 할게.”
“응. 시스티아 누나. 여기 있어.”
“고마워.”

그렇게 둘이서 하고 있으면 시스티아가 슬그머니 나타나 돕기 시작했다.
그날 밤에 시스티아와 대화를 나눈 것은 확실하게 통했는지, 그때와 같은 냉랭한 느낌은 전혀 없고 이제는 일에도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다른 아이들과도 굉장히  지낸다.
마음을 조금씩 열고 있다.

“평화롭네…….”

두 사람을 바라보고 주변에서 노는 아이들을 모습을 바라보다가 맑은 하늘을 쳐다보았다.
보통  시간이면 원장님을 따라 점심 준비를 해야 하지만, 최근에 너무 일한다고 원장님이나 아이들에게 혼이 나서 그나마 빨래를 너는 것으로 타협을  것이다.

‘살다 살다 너무 일한다고 혼나는 건 처음이네.‘

하긴 돌이켜보면 너무 노동소녀이긴 했지. 기억에 남아 있는 리제보다도  한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하루하루 일이 점점 더 힘들다 느끼지 않게 되었으니 어떻게 하나.
좀 더 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나오게 되었다.
아니, 딱히 일중독인 것은 아니다. 그게 가장 효율적일 뿐.

능력치를 올리기에는  좋은 일이니까.
레벨업 이외에 능력치에 관련된 행동을 많이 하면 능력치가 상승한다.
오르는 양은 상당히 극악이긴 하다.
능력치의 최대치는 일단 99. 조건을 채우면 그 이상 올릴  있게 된다.

물론 최대치를 찍을 수 있는 존재조차 얼마 없다는 것이 문제지.
그것을 생각하면 뭐, 타당하지 않을까?

일반적인 건장한 성인 남자 NPC가 힘이 평균 20정도에 체력이 20정도였으니까 민첩은 15정도였나?
잘 훈련한 병사가 힘이 30에 체력이 32정도, 민첩은 대략 22. 개개인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정도 되었다.
대부분이 마력은 0이었는데, 마력은 재능을 가지고 있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 같다.

마법사가 되기 위해서는 태어나서부터 마력을 지니고 있어야만 하기에 아예 없는 사람은 마법사는 될 수가 없다.
마력은 가지고 있기만 하면 늘릴 수도 있다는 것 같으니, 일단 가지고 있는 것이 전제 조건이다. 다행히도 나는 마력을 가지고 있으니 기회가 있다면 마법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용사다!”
“나도, 나도 용사할 거야!”
“너 어제도 용사했잖아. 이번에는 내 차례야!”
“쳇. 알았어.”

떠들썩한 목소리에 그쪽을 바라보면, 남자아이 둘이 막대기를 들고 휘두르며 놀고 있었다.
 세계에서는 남자아이들의 흔한 용사놀이다. 용사에 대한 전설은 굉장히 인기가 많으니 말이다.

“그나저나…….”

용사라. 용사는 어떤 모습이려나.
일단미남이라는 것만은 확정일 것 같지만, 그 외에는 금발이라는 것이랑… 음. 딱히 특정할 만한 것이 없네.

‘분명 눈만 없는 달걀귀신은 아닐 텐데.’

다른 게임에서도 자주 보이는 ‘주인공 눈만 보여주지 않기’는 이 게임에서도 똑같다.
엄청난 미남이라는 언급은 가끔 보이지만, 눈만 달걀귀신같이 없어서 잘은 모르겠다.
차라리 눈만 없다고 한다면, 특정하는 것은 굉장히 쉬울 텐데 말이야.

‘될 대로 되겠지 뭐,’

용사야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쑥쑥 클 테니까.
어쨌든 지금의 나는 시스티아만 신경 쓰면 된다.

“용사라…….”
“응? 시스티아?”
“난 용사를 별로  좋아해.”
“어……?”

어느새 내 옆에 다가온 시스티아의 말에 나는 당황했다.
미래의 성녀가 될 사람이 용사를 좋아하지 않다니,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아니, 현재 본인으로서는 미래에 성녀가 될지는 꿈에도 모르고 있으니 그럴 수도 있지만…….

“용사가 나타났다는 것은 마왕도 나타난다는 이야기잖아? 거기에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도 크고. 그러면 또  같은 애들이 많이 생겨날 거야.”
“아, 그런…….”

깜짝이야.
그런 이유라고 한다면 이해는 가지.

“으아아앙!”

내가 납득하며 안도 아닌 안도를 하고 있으면 놀이를 하던 남자아이 중 한 명이 넘어졌고, 그 자리에서 울기 시작했다.
내가 다급히 가려고 하는 것보다도 빠르게 시스티아가  아이에게 다가갔다.

“남자애가 조금 넘어진  가지고 우는 거 아니야.”
“그치만… 훌쩍…….”
“어디 봐봐. 조금 까졌네.”

남자아이를 일으키면 무릎이 까져서 피가 나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고 약초를 가져와야 하나 생각하고 바로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도 빠르게 시스티아의입에서 들어 본 적이 없는 말이 흘러나오고.

“힐!”

마지막에 그 말이 나오면 새하얀 빛과 함께 남자아이의 상처가 깨끗하게 없어졌다.

‘신성마법!’

마력을 사용해서 하는 마법과 다르게 거의 모든 것이 치유나방어, 버프 쪽에 치중된 신성마법.
재능이 아닌 신앙으로서 가질  있는 신성력으로 발휘하는 마법이다.
하지만 아무나 가질 힘인 것은 아니고, 마법을 쓸 정도로 가지려면 어지간히 신의 사랑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

‘역시 미래의 성녀라는 건가…….’

 나이에 벌써 사용할 줄 알다니.
특별한 사람은 어릴 때부터 특별하다는 건가.

“자, 이제  아프지? 좀 더 얌전하게 놀아.”

“으, 응. 알았어……!”

시스티아는 그렇게 말하고 새침한 표정으로 이쪽으로 돌아왔고, 아이는 놀라면서도 고개를 끄덕인다.
아이들은 관심이 놀이에서 신기한 일에 쏠렸고, 그 광경을 보고 있던 몇 명이 모였다.
시스티아에게 물어보는 것은 아직 어색한지 자기들끼리 신기한 눈으로 시스티아를 힐끔 쳐다보며 다쳤던 부위를 만져보거나 하고 있었다.

“누, 누나. 신성마법 쓸 줄 알았어?”
“부모님이 메르 교단의 신자셨거든. 나도 그렇고.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쓸 수 있게 되더라. 아주 간단한 상처밖에 치유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대단해! 원장님도 사용하실 줄 아시는데 그보다도 더 굉장해 보였어!”
“그, 그래? 고마워…….”

네드의 반짝반짝한 눈빛이 부담스러웠는지 괜히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며 고개를 돌리는 시스티아.

“…….”

?
어쩐지 순간적으로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것 같은데 잘못 본 거겠지?
그런 생각을 하다가바라보고 있던 나와 눈이 마주쳤다.

“뭐, 뭐야?”
“아니, 그냥, 귀여워서.”

별것 아닌 의문은 저편에 두고 귀여운 시스티아를 감상하도록 하자.
나에게 닥친 불행 중에서 가장 행복한 건 역시 시스티아가 곁에 있다는 것이니까.후후…….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으음……? 귀여운 걸 귀엽다고 말하는데 무슨 문제가?”
“윽…!?”

 말에 얼굴을 붉게 물들이는 시스티아.
여태까지 관찰한 결과 칭찬에 그리 익숙하지 않은 듯 보인다.
게임에서 봤던 시스티아는 그렇지 않았는데, 역시 어려서 그런 것 같다.
뭐, 성녀쯤 되면 이런저런 일도 많이 경험했을 테니.

“머, 머리 쓰다듬지 마!”

어이쿠. 손이 제멋대로 움직였네.
너무 귀여워서 그만…….

그렇게 즐겁게 지내다가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신성마법에 있어서는 미래에는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존재가 되는 시스티아.
그것은 재능이라고 할  있다.

나는 어떤 것에 재능이 있을까?
성녀의 호위기사가 될 정도는 되니까 어느 정도 재능은 있을  같은데.
마력은 있으나 마법은 혼자 습득하기에는 힘드니 일단 제쳐두고, 검술 같은 기본적인 무술은 일단 누구나 노력만 하면 일정 수준까지는 배울  있다.

‘너무 능력치 상승에만 신경 쓰지 말고 스킬에도 신경을 써야 했는데.’

게임의 시스템과 같다면 내 재능에 맞는 스킬이 생길 것이다.
용사의 경우는 성검 때문에 검이 메인으로 고정이 되어 있었지만, 다른 무기의 적성도 전부 가지고 있었다. 그것도 최대치로.
나는 그 정도까지는 바라지 않고 한 가지만이라도 적성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확인을해봐야겠어.’

그렇게 결심하고 저녁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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