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4화 〉4-보육원 생활(3) (4/107)



〈 4화 〉4-보육원 생활(3)




다들 깊게 잠든 밤.
나는 조용히 보육원 밖을 나와 뒷마당으로 향한다.
현대의 저녁과 같이 불빛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굉장히 어둡지만, 밤하늘의 별과 달의  덕분에 안 보일 정도는 아니었다.
다만 마을에서 조금만 나가면 숲이기 때문에 거기는 가지 않도록 조심해야만 한다.

“이쯤이면 됐겠지?”

보육원의 뒷마당은 그리 좁은 곳은 아니고 평소 원장님이나 아이들조차 잘 오지 않는 곳이기에 안성맞춤이다.
딱히 숨어서  만한 것도 아니긴 하지만, 다들 보는 곳에서 하기에는 또 좀 그래서 이게 딱 알맞다.

‘운동 좀 하고 서둘러 땀을 닦고 얼른 자지 않으면 안 되니 서두르자. 몸은 어린이니까 자라려면 일찍 자야 해.’

몸이 여자이고 섭취하는 영양 상태를 보면 키는 그렇게 기대되지 않지만, 그래도 최대한 커야 하지 않겠는가.
다른  몰라도 키만 좀 자라다오……

‘자, 그러면, 이쯤에… 아, 여기 있다.’

어둠 속에서 내가 꺼내 든 것은 내 몸에 맞춰 대충 검 모양으로 깎아낸 목검이다.
이걸로 나는 검술을 해볼까 하고 있다.

모든 기술에는 스승이 있어야 배우기가 쉽지만, 마을 전체를 뒤져보아도 검술을 잘하는 사람은 없다.
이 마을 주변에는 몬스터도 없고 사람도 잘 안 오는 외지이기 때문에, 전투요원은 없다.
사냥꾼 아저씨들이 몇 명 있고, 자경단이라 이름이 붙여진 남자들 몇 명 정도가 있을 뿐이다.

‘검술에 대해서 아는 건 없는데, 일단 대충 휘둘러볼까?’

나는 대충 자세를 잡고 위에서 아래로 휘둘러본다.
아마 검술이라는 것에서는 기본이지 않을까 하는 동작.

“이거 제법 힘드네…….”

가만히 몇 번 휘둘렀을 때는 괜찮네? 라고 생각했는데,  숫자가 쌓이니 역시 힘들다.
힘과 체력에는 제법 자신이 있었는데…….

“평소 쓰는 힘과 이건 달라서 그런가?”

그렇게 나름분석을 해가며 진행한다.
하나의 동작을 여러 하는 것보다도, 생각나는 것을 바탕으로 동작을 여러 가지 해보았다.

“으… 힘들어…….”

각각의 생각난 동작을 한 20번씩. 휘두르는 것만으로 치면 200번은 넘게 휘둘렀을까?
숨이차며 점점 몸이 무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검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검술 LV1을 습득했습니다.]
[힘 1 상승했습니다.]

“어?”

로그에는 그런 말들이 떴고, 놀라서 상태창과 스킬창을 확인해보면 스킬창에는 검술이 등록되어 있었다.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했는데 진짜 쉽게 습득이 가능하네…….’

나는 좀 더 검을 휘둘러보았다.
그러면 확실히 스킬이 있을 때와 없을 때가 차이가 있었다.
내 몸이 자연스럽게 검술이라는 것에 맞춰간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굉장히 신기한 느낌이다.

“검술을 습득했으니 의미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쉽게 습득이 되니 다른 것도 시험해 보고 싶었다.
나는 약간 기다란 나무 막대기를 들었다.
이건 창이라고 하기보다는 봉이었지만, 그래도 가능하겠지?

“하나, 둘…….”

나는 찌르기부터 휘두르는 것까지 다양한 동작을 시도했다.
그렇게 검을 휘두를 때랑 비슷한 시간이 흘렀을 때,

[창술 LV1을 습득했습니다.]
[민첩 1 상승했습니다.]

로그는 그런 사실을 나에게 알렸다.

“자, 잠깐만. 이거 설마……?”

아직 2가지다. 2가지이긴 한데, 이때쯤 되면 이런 식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설마 용사랑 똑같다고……?’

확실히 하기 위해서 다른 것도 시험해보았다.

[권술 LV1을 습득했습니다.]
[체력 1 상승했습니다.]

나는 확신했다.
잠을 자야 하는 것도 잊고 나는 시험하고  시험했다.

[피로도가 최대치로 쌓였습니다. 휴식을 취하세요.]
[극한의 행동으로 경험이 쌓입니다.]
[힘2 체력2 민첩1이 상승합니다.]

중간에 그런 메시지가 떠서 나는 오히려 더 가속한다.
숨이 턱턱 막힌다.
몸이 내 몸이 아닌 것 같다.
그저 능력치에 의한 신체능력으로 버티고 있다.
정말로용사와 같다면 분명히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밤이 모두 지나가고 해가 살짝 고개를 내밀고 있을 쯤이었다.

[총 8가지의 무기 마스터리를 획득했습니다.]
[극한의 상태에서 갖은 무기의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웨폰 마스터리 LV1을 습득했습니다.]
[힘 5 체력 5 민첩 2 상승했습니다.]

“헉… 헉… 돼, 됐… 다…….”

일반적인 스킬과 그리 다를 것은 없지만, 모든 무기에 제한이 없어지고 보너스가 붙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효과를 발휘하는 스킬이다.
게임에서도 습득하려면 거의 초반에 굉장한 노가다를 발휘해야 하는 스킬이었는데…….

“하루 만에…….”

혹시 이거,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도 게임보다 쉬움 모드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나는 그 생각을 끝으로 거의 실신하듯이 쓰러져 잠에 드는 것이었다.
그 뒤로 내가 원인으로 보육원이 떠들썩하게 된 것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리라.

#


이 세계에 오기 전에는, 마치 한  봤던 책을 훑어보듯이 클리어만 했을 뿐이다.
그렇지만 그전에는 제법 파고들었던 시기가 있었다.
혼자가 아니고 둘이서 했기 때문에, 서로 몰랐던 것들도 가르쳐주고 했었지.

오래전의 일이라 바로 떠올리기는 쉽지 않았지만, 조금씩 중요한 것들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이번 일을 계기로 말이다.
지금 내가 있는 에르틸이라는 마을은 정말로 아무것도 없는 작은 마을이지만, 한 가지 특별한 것이 있다.

아마도 나밖에 모르는 특별한 것.
그렇지만 그것을 하기 위해서는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기회는 있을 테니.

이름 : 리제
레벨 : 5
칭호 : 보육원의 맏언니(체력+3)
힘 : 23 체력 : 27(+3) 민첩 : 17 마력 : 3

칭호도  효과가 좋은 것을 얻을 수 있겠지.

“…리, 리제……! 가, 같이 가……!”
“어? 미안!”

마을 근처의 숲. 나와 시스티아는 바구니를 메고 먹을 만한 것들을 채집하는 중이었다.
그렇지만 내가 너무 빠르게 앞서 나간 나머지 시스티아가 있는 힘을 다해서 쫓아오고 있다.
최근에는 이 정도로는 하나도 지치지 않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몸이 빠르게 움직인다.
건강한 것으로 따지면 이곳에 오기 전의 몸보다도 좋지 않을까……?

“조금 쉴까?”
“후우~ 응. 조금 쉬자…….”

힘들어하는 시스티아를 위해서 우리는 적당한 곳에서 쉬기로 했다.
이미 먹을 수 있는 야생초나 버섯 같은 것은 적당히 채취했으니, 충분히 휴식하다가 돌아가는 것도 좋겠지.
시스티아는 물통의 물을 벌컥벌컥 들이켜고 숨을 골랐다.

“하아… 리제, 너 요즘 단련한다고 너무 달라진 거 아니야?”
“시스티아가 너무 운동 부족인  아니야?”
“그 정도까지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확실히 시스티아는 운동부족이라고 하기보다는 운동  자체를 엄청나게 못한다고 해야 할까.
즉, 몸을 많이 움직여서 해야 하는 일을  못한다.
게임에서도 신성력은 엄청 높았지만,  외의 것이 너무  오르고 너무 잘 눕는다고 해야 할까? 아무튼 여러모로 신경이 많이 필요했었다.

“매일 같이 가사에 단련까지. 힘들지 않아?
“음. 오히려 그렇게 하니까 힘이 붙어서 힘들지 않아.”

거기에 점점 조절이라고 해야 할까? 힘 배분이 점점 적절하게 들어가서 그런 것도 있을 것이다.

“…도대체 그렇게까지 단련해서 뭐하게?”
“그거야 당연히 널 지키기 위해서지.”
“어……?”

힘을 기르는 것이 내 자신을 지키는 일로도 이어진다.
이것은 당연한 일이고 나는 시스티아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웠다.
내가 시스티아에게 간섭하는 것으로 미래 또한 조금 바뀌게 될 것이다.

최근에는 그런 것도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 시스티아가 안전한 곳, 정식으로 성녀로서 메르 교단에 들어가거나, 용사를 만날 때까지는 내가 지켜주고 싶다.
그 뒤는 일단 거리를 좀 두고 대부분의 일은 용사에게 맡길 생각이다.
내가 너무 감싸면 둘 사이의 관계가 발전하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꼭 용사가 아니더라도, 시스티아를 평생 행복하게 해주고 지켜줄 수 있는 인물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맡길 것이다.
너무 게임과 같이 용사와 결혼해야 행복한 것은 아닐 테니. 어쩌면 그게 그 메시지가 말한 진정한 해피엔딩을  수 있는 지름길인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런 건 시스티아의 마음에 달렸겠지.

너무 터치하지 않기로 하자.

“거기에 모험가 같은 거라도 돼서 돈을 벌면 보육원에도… 응? 왜 그래?”
“리제, 너는 진짜…….”
“??”

고개를 숙이고 양손으로 얼굴을 덮는 시스티아는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너무 작은 소리라  들리지 않는데 내 이름이 들리는 것을 보면 내 이야기를하는 건가?
무슨 일인지 물어보려고 하면 시스티아가 손을 떼고 고개를 들더니 날카롭게 나를 노려봤다.

“어… 저기. 내가 뭐 잘못 말했어?”
“아니, 그런  아니야. 그보다도 나도 할래.”
“뭘?”
“단련. 보호만 받는 건 싫으니까. 모험가도 나도 같이하면 분명히 도움이 될 거야.”
“…….”

아니, 단련까지는 그렇다 치지만 모험가?
미래의 성녀님이 모험가?
못할 건 또 아니지만, 그래도 되는 걸까?

“단련하는  굉장히 힘들 텐데? 힘들다고 울지도 몰라?”
“무시하지 마. 그런 거로 울지 않아.”
“모험가도 말로만 듣는 것과는 달리 굉장히 힘들다고? 죽을 위험도 높고.”
“어째서 경험자 같이 이야기하는 거야……? 아무튼 각오는 하고 있어. 리제, 너랑 같이한다면 그런 것쯤은 무섭지 않아.”

그렇게 막힘없이 하는 말은 가볍게 하는 말이 아니고 진짜로 각오를 다진 모습이었다.
어쩌면 시스티아도 이런 일에 대해서 생각해 본 것은 아닐까?
거기에 나와 함께라면 무섭지 않다는 말이 마음에 깊숙이 들어왔다.
벌써 그렇게까지 신뢰해준다는 이야기니까.

“애초에  지켜준다는 말을 한  리제다? 죽지 않도록 지켜줘야지. 그러니까 무르기 없기.”
“하하… 알았어.”

어쩐지 나에게 한 방 먹였다는 듯한 기세등등한 표정이 굉장히 귀여웠다.
정말, 당해내지 못하겠네.
뭐, 시스티아가 멀쩡히 살아만 있다면 성녀가 되는 미래는 바뀌지 않을 테니, 그 때까지 경험을 쌓게 한다는 것으로 생각하면 되려나.
전제조건으로 내가 정말로 모든 위험에서 지킬 수 있을 정도로 강해져야 한다는 것이지만.
더 노력해야겠다.

“그럼 오늘부터 시스티아도 같이 할까.”
“봐주지 말고 해.”

“오호?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없다고?”
“그런 거 안 해.”

지금은 단호하게 말하고는 있지만, 나중에 어떻게 행동할지 정말로 궁금한 부분이다.
고집이 센 만큼 약한 소리는 하지 않을 것 같지만… 음. 이건 나중에 봐야지.

“자, 그러면 다시 출발해볼까? 식재는 조금만  캐면 될  같고… 아, 여기까지 온 김에 그곳도  들렸다 가볼까?”
“그곳?”
“가 보면 알아.”
“자, 잠깐! 소, 손!”

현재 상태와 장소를 체크하고 그렇게 말하면 시스티아가 궁금하다는 듯이 바라봤고, 나는 일부러 말하지 않고 손을 잡고 출발했다.
처음에는 당황했던 시스티아였지만 곧 익숙해졌는지  지시에 따라서 근처에 있는 식재를 바구니에 넣으며 따라왔다.
그리고 ‘그곳’에 도착했다.

“자, 여기야.”
“와…….”

예전과는 조금 자라난 수풀을 조금 걷으며 지나가면 장관이 펼쳐진다.
바로 아래를 보면 가슴이 서늘해지는 어둠밖에 보이지 않는 절벽이 펼쳐져 있다.
암만 쳐다봐도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 거대한 균열이  있는 곳이 세 군데.
그중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가장 깊다는 중앙의 균열.

용신의 발톱자국이라 불리는 곳이다.
먼 옛날 존재했다고 알려진, 용신이 분노해서 발톱으로 그어 생긴 곳이라고 한다.
용신의 흔적이 있는 곳이라서 이 부근에는 몬스터가 한 마리도 없고, 이 마을이 여태까지 전투원 한 명도 없이 안전한 것은 그 때문이라고.

근에 리제가 몬스터에게 습격당했던 것때문에, 안전이라는 말이 깨지긴 했지만 말이지.
아무튼 마을에 구전으로 전해져 오는 이야기라서, 세계적으로는 그리 유명한 이야기는 아니라고 한다.
다른 곳에서는 용신이 뭔지도 모르고 있으니까.

정말  듣기만 해도 뭔가가 있을 법한 곳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이곳에는 뭔가가 있다. 앞서 이야기했던 나만 아는 것.
시스티아에게는  부분은 제외하고 마을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만 설명해줬다.
이런 이야기를 제법 좋아하는지 연신 눈을 빛내며  설명을 경청했다.

“그러면 여기에는 용신이 남긴 보물이라던가 그런 것도 있을까?”
“글쎄. 단순히 흔적만 남긴 거니까 모르지. 이 안을 들어가 본 사람도 없다고 하니까.”
“왜?”
“이 안에서는 마력이나 오러를 사용할 수 없다는  같아. 안에서 마나를 다 빨아들인다나? 그래서 순수 육체능력으로 아래에 내려가야 하는데, 얼마나 내려가야 할지 모르잖아? 그러니 아직 아무도 내려가 본 적은 없대.”

“그렇구나…….”

실질적으로 내려가 본 사람은 있다고 들었다. 다만, 그 사람이 지금도 사람으로 남아 있을지는 모르겠다만…….
그런 쓸데없는 일까지 말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입을 다물고 있자.

“마음에 들었으면 다음에도  올까? 아, 혹시라도 혼자서 오면  돼? 꼭 나랑 같이 와야 해.”
“알았어.”
“좋아.”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도 무슨 일이 있을지는 모르니까.
그렇게 우리는 잠시 동안 이곳을 바라본다.

“…….”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면서 나는 절벽 아래를 바라보았다.
이곳이 어쩌면 나에게 있어서 이 세계를 살아가는데 큰 전환점이 될지도 모르는 장소다.

‘본래는 용사가 오게 되는 곳이지만, 이곳 하나 정도 뺏는다고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 어차피 보너스 스테이지 같은 곳이니.’

사기 캐릭터를 걱정할 만큼 나는 여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그보다 이제 돌아가자.”
“응. 알았어.”

그렇게 나는 절벽을 다시 한번 잠시 쳐다본 뒤, 시스티아와 함께 보육원으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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