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화 〉6-갑작스러운 일(1) (6/107)



〈 6화 〉6-갑작스러운 일(1)




“이건 먹어도 되는 버섯… 오오, 이번에는 꽤 많이 보이네.”

오늘은 이상할 정도로 제법 먹을 것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버섯에 약초도 있고 아이들의 간식으로 좋은 껌풀도 있다.
거기에 귀하신 과일까지 발견!

“심봤다!”

산에서 산삼을 찾은 심마니의 기분이 이런 것일까.
언제나 야생동물이 먹고 남은, 과일이었던 잔해밖에 보지 못했다. 온전한 과일을  건 처음이었다.
나는 곧바로 나무를 타고 올라가 과일을 땄다.

“상처 하나 없이 깨끗해…….”

빨갛게  익은 사과였다. 꽤 알이 큰 녀석들이 한 개가 아니고  개나 있었다. 벌레나 새들이 파먹은 흔적도 전혀 없고 말이다.
이거면 나눠 먹어도 충분히 먹겠어.

“…응?”

그렇게 사과를 따고 있으면 조금 떨어진 곳에서 눈에 띄는 것이 있었다.
나무가 큰 충격을 받아 부러져 쓰러진 모습이 보였다.
이 정도의 일을 저지를  있는 건 멧돼지 밖에는 없을 것 같은데.

“아저씨가 말한 멧돼지가 근처에 있는 건가.”

음.   흔적을 따라가서 진짜로 사냥을 해봐?
고기파티 한  가봐?

“리제…  있었어?”

뒤늦게 지쳐 보이는 시스티아가 합류했다. 바구니를 보면 그래도 먹을 것들이 들어 있었는데, 어느 정도 수확은 있었나 보다.

“아, 시스티아. 이거 봐. 사과가 있었어.”
“와, 맛있겠다……!”

나는 일단 멧돼지 생각을 접고 딴 사과를 보였다.
그것을 본 시스티아의 지친 표정 속에서 굉장히 기쁜 감정을엿볼 수 있었다.
잘 익은 사과에서 나는 새콤달콤한 냄새가 정말로 후각을 자극했다.

“조금 쉴까?”
“으, 응. 그러자…….”

훈련에서 힘을 다 뺀 시스티아.
하지만 아까 아저씨들과 만났을 때 한 번, 지금 한 번, 총 두 번을 이를 악물고 내 뒤를 쫓아온 것이다.
이동속도는 아주 느리지만, 끝까지 따라오는 것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슬슬 한계인 것 같아서 나는 대충 자리를 만들고 시스티아를 거기에 앉혔다.

“자, 반 먹어.”
“어? 괜찮아?”

내가 사과 하나를 살짝 닦아 반 잘라서 건네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놀라는 시스티아.
보통 이런 건 가져가서  같이 나눠 먹으니 말이지.

“괜찮아. 아직 두 개 더 있으니까. 거기에 이 정도 특권은 있어도 상관없잖아?”
“리제가 그런 말 하니까 뭔가 위화감이… 아니, 그렇지만 처음은 아닌가……?”

시스티아가 그렇게 말하고 떠올리는 건 처음으로 제대로 이야기를 했을 때일 것이다.
그 뒤로도  번인가 있었다.
시스티아 편애라고 말해도 상관없다. 뭐, 그  대로니까.
나는 지금 리제이지만 본래의 리제는 아니니까 조금은 달라도 어쩔 수 없다.

“자, 얼른 받아.”
“어, 어쩔 수 없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이미 관심은 사과에 쏠려 있는 시스티아.
어째서 이런 말만은 솔직하지 못한 아이가 된 거지?
아니면 크면서 그런 점이 사라진 건가?

‘흠… 뭐, 아무렴 어때.’

어느 쪽이든 귀엽다. 귀여우면 되는 거지.

“맛있다…….”
“그래? 다행이네.”

허겁지겁 사과를 먹는 시스티아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나도 사과를 한 입 먹는다.
기본적으로 이름이 똑같은 건 모양도 그렇고 맛도 그리 다르지 않단 말이지.
음, 작정하고 만들지만 않는다면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번 만들어 봐? 단맛이 모자랄  같긴 하지만 그래도 먹을 만은 할 수도……?

쿠키 같은 기본적인 과자 종류는 일상에서 제법 손쉽게 먹을  있는 종류이지만, 과일이 들어가거나 설탕, 크림 같은 것이 듬뿍 들어간 과자는 돈 많은 사람이나 귀족이 아니면 꿈에도 못 꿀만큼 비싸다.
특히 케이크의 가격을 들었을 때는 정말…….
만드는 거 그렇게 어렵지도 않은데.

‘음, 이런 식으로 능력치를 올리는 것도 언젠가는 한계가 올 테고, 그다음 쉬운 방법은 레벨업인데...이건 몬스터를 잡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으니 역시 기다려야겠지...모든 것을해결하려면 모험가. 역시 모험가가 답이야.’

그렇게 여러 가지를 생각하며 사과를 다 먹었고 우리는 휴식을 끝냈다.

“그럼 조금만 더 힘내자. 오늘은 운이 좀 있는 것 같으니까.”

남자아이에게 받은 새에 채집한 다양한 먹을거리, 거기에 사과.
오늘은 조금 호화롭게 먹어도 벌은 받지 않을 것 같아.
그렇지만 조금 더 있어도 괜찮겠지.

“알았어.”

“그리고 근처에 멧돼지가 있는 것 같으니까 되도록 나한테서 떨어지지 말고.”

“응.”
“아, 하지만 발견하면 꼭 나한테 말해야 해!”
“아, 알았어.”
“고기파티~♪”

그렇게 주의(?)를 주고 시스티아의 근처에서 움직이기로 했다.
물론 멧돼지의 흔적을 찾는 것은 빼먹지 않는다.
자, 어디에 있느냐. 멧돼지야. 나에게, 아니 우리에게 고기파티를 제공해라.
오늘은 운이 좋은 날이니까 어쩌면 진짜로이루어질지도 모르지.

“……?”

그렇게 신나게 채집하다가 나는 이상한 것을 보게 되었다.
우거진 풀 사이로 교묘하게 숨겨져 있는  같은 발자국.

‘멧돼지 발자국… 은 아닌데.’

물론 그것이 동물의 발자국이었다면 이상함은 전혀 없었으리라.
상당히 많은 중량에 의해 깊게 파인 발자국은 신발을 신고 있는 존재에 의한 것이었다.
그렇다는 건 인간일까?

아니, 아니다.
인간의 발자국이 이렇게 클 리가 없어.

[??이(가) 당신을 보조합니다.]

오랜만에 보는 그 로그와 함께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한 한기가 느껴졌고, 내 본능이 말하는 듯했다.
위험하다고!

“시스티아!”
“어, 어!?”

나는 재빠르게 시스티아에게 달려가 감싸 안고 옆으로 몸을 날렸다.
그것과 거의 동시에 육중한 무언가가 바람을 가르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고, 우리가 있던 자리에 굉음을 냈다.

“크윽……!”
“꺄악!?”

나는 다른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오로지필사적으로 시스티아를 감쌌다.
그렇게 정신없이 바닥을 구르고 받은 충격에 신경을 쓸 여유도 없이 나는 곧바로 상황 파악을 했다.

“괜찮아? 시스티아.”
“으, 응. 괜찮… .리제는?”
“나도 괜찮아.”

오른쪽 어깨에 위화감을 느끼지만 별것 아닌 것 같고 티를 내지 않고 그렇게 말한다.
걱정 끼치기 싫고, 아마 상처를 입었다고 말하면 당장에 신성마법을 사용할 것이다.
탱커가 어그로를 끄는 것보다 힐러가 아군을 회복시키는 쪽이 더 어그로가 잘 끌린다.
아닌 게임도 있지만, 이곳은 그런 곳이었다.

공격이 먼저 시스티아에게 간 것도, 그것과 연관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게임이야 그냥 눕는 거로 끝났지만, 여기는 눕는다는 것은 곧 죽는다는 뜻이다.
절대로 그렇게 둘  없어.

“저건…….”

우리들을 공격한 것이 무엇인지 보면 거대하고 뭉뚝한 모양의 대검이었다.
상대를 베기보다는 질량과 힘으로 찢어버리겠다는 용도로 보이는 무기.
어지간히 힘에 자신이 있지 않으면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저 검을  알고 있다.
오크의 검.
그것도 표준 장비가 아닌 오크에게서는 제법 고급인 검이다.

“크르르르…….”

짐승과 같은 소리를 내며 놈이 그늘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보통은 별다른 장비가 없는 오크인데, 이 오크는 전체적으로 제법 훌륭한 장비를 했다.
검과 몸에 지닌 장비. 나는 그놈이 누구인지 바로 알았다.
오크 커맨더.

최악이다.
저놈이  여기에 있는지는 모르지만 정말 최악이다.
오크 커맨더는 절대로 혼자 움직이지 않는다.
지휘관이라는 말에 걸맞게 다수의 부하와 함께 움직인다.
그렇다는 건 이미  주변은 포위되어 있다는 이야기다.

‘어쩐지 주변에 먹을 것이 많더라니, 그것을 먹던 동물들이 없어서 그런 거였군.’

나도 너무 방심하고 있었다.
 주변에는 몬스터 같은 것은 없을 거라고 단정 짓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쪽으로 생각을 전혀 하지않았다.
리제의 기억도 있고 마을의 분위기에 나도 휩쓸리고 있었다.
이 마을은 몬스터에게는 반드시 안전하다고.

“리, 리제…….”
“…….”

곁에서 시스티아가 잔뜩 겁을 먹고 굳은 것이 느껴진다.
어쩌면 시스티아에게 있어서 최악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직 몬스터에게 습격당했을 때의 상처가 아물지도 않았는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크르르카!”
“꾸억!”

오크 커맨더가 소리를 지르면 주변에서 5마리의 오크들이 튀어나왔다.
우리(먹잇감)를 보고 잔뜩 흥분해 침을 질질 흘리고 있는 모습.
절대로 놓치지 않겠다는 집념이 느껴진다.

‘정신 차려! 정신 차려야 해! 이대로 여기서 죽을  없어!’

나도 살아야 하지만  최고의 목표는 시스티아를 반드시 지키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포기하거나 패닉에 빠질 수는 없다.
정신 차려야 해.

나는 필사적으로 살 방법을 떠올린다.
나도 그리고 시스티아도 살 방법.
 방법을 위해서는 시스티아의 힘도 필요하다.

“시스티아. 날 믿어 줄 수 있어?”
“어……? 으, 응! 믿어!”

망설임 없는  대답에 굉장히 기쁨을 느끼지만, 굉장히 아쉽게도 지금은  기쁨을 곱씹을 상황이 아니다. 이건 나중에 하도록 하고...

“그러면  믿고 마법 하나만 준비해 줘. 내가 신호하면 오크들한테 써.”

나는아주 짧게 시스티아가 해야 할 일을 전했다.
시스티아는 그것이 오크에게 효과가 있을지 없을지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곧바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그것을 보고 나는, 바구니를 뒤져서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받은 새를 꺼내들었다.
단도를 꺼내 바로 새의 목을 벴다.
줄줄 흐르는 새의 빨간 피.

“자, 어때? 맛있어 보이지?”
“후욱…! 후욱……!”

피 냄새에 굉장히 민감한 녀석들이 잔뜩 흥분한 것이 느껴진다.
녀석들의 현재 상태는 굶주림 상태인 것 같다.
신체능력 하락에 패턴이 굉장히 공격적으로 되는 상태.
아마 현실인 지금은 없던 지능도 더 없어졌겠지.
그렇다면 그것을 최대한 이용해 먹어야지.

“여기에 아직 먹을 거 많이 있거든? 아주 맛있을 거야.”

나는 아직도 피가 줄줄 흐르는 새를 바구니에 넣는다.
고기로 분류되는 것은 이것이 전부이지만, 나오는 피를 잔뜩 묻혀놓으면 저 상태에서는 모를 거다.
시스티아가 매고 있던 바구니도 대충 묻혀 놓고 기다린다.

오크 커맨더까지  6마리. 녀석은 아직아무것도 하지 않고 상황을 보고 있다.
보면 녀석조차 굶주림 상태 같으니, 아무리 지휘개체라고는 하지만 분명히 판단력이 많이 흐려졌을 것이다.
 증거로 지금도 바구니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으니까.

“리제…….”
“좋아.”

내 소매를 당기며 시스티아가 마법의 준비가 끝났다는 신호를 보냈다.
나도 준비한다.
녀석들이 움직이는 그때를 기다린다.
그러다가,

“꾸이잇!”

한 마리가 움직였다!

“빨리 잡는 사람 임자!”

나는 바구니 하나를 오른쪽에, 나머지를 왼쪽에 각각 던졌다.
각각 부하 오크 2마리와 1마리가 바구니를 쫓아 진형이 무너진다.
나는 2마리가 빠진 오른쪽으로 시스티아의 손을 잡고 달렸다.

“크르카!”
“지금!!”
“홀리 라이트!”

오크 커맨더의 외침을 따라 쫓아오려는 2마리에게, 시스티아의 마법이 번쩍하고 빛을 쏟아낸다.
언데드나 마족이 아닌 이상 눈속임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지금은 그 눈속임이 굉장히 중요했다.
뒤에서 뒷짐이나 지고 있던 오크 커맨더는 모르지만, 다행히 2마리는 눈을 부여잡으면서 제자리에서 괴로워했다.

“달려!”
“으, 응!”

재차 나는 시스티아의 손을 잡고 달린다.
그러면서도 쉴 새 없이 생각한다.
어디로 도망을 가야할까?
이 근처에서는 도망갈 곳은 없다.
마을에 도망가봤자 희생자만 늘리게 될 뿐.

그것만은 절대로 안 돼!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하나다.
바로 내가 싸우는 것.
그것밖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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