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화 〉7-갑작스러운 일(2) (7/107)



〈 7화 〉7-갑작스러운 일(2)




“시스티아.”
“후우… 왜, 왜……?”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이제부터 녀석들과 싸울 거야.”
“어, 어째서… 이대로 도망가면…….”
“그래선 안 돼. 마을에 피해가 가잖아.”
“윽…….”

그 말에 시스티아도 깨달은 것이다.
이대로 도망쳐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마을에 가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나라면 저놈들을 다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
“리제가……?”
“그래. 하지만 어디까지나 나 혼자여야 해. 이 말뜻,  알았지?”
“…….”

그 말에 시스티아는 조용히 입술을 깨물었다.
확실하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있으면 오크를 잡을 수 없다고 말한 것이다.
필시 시스티아에게는 방해라고 들렸겠지.

같이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지 않는 점을 보면 시스티아는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다.

“이곳에 숨어있어.”

나는 몸을 숨기기좋은 덤불에 시스티아를 밀어 넣었다.
후각이 좋은 오크에게 들킬 가능성은 크지만, 내가 그렇게 두지 않을 것이다.

“리제……!”
“시스티아. 잘 숨어 있어. 반드시돌아올게.”
“아……!”

나는 뭔가를 말하고 싶어 하는 시스티아를 두고 달려왔던 길을 되돌아간다.

“미안하다. 리제. 네 몸을  험하게 써야 할  같아.”

몸의 본래 주인인 ‘리제’에게 사과하고 나는 단도로 손바닥을 그었다.
손바닥에서 손가락 끝으로 흐르는 피가 뚝뚝 바닥에 떨어진다.

이걸로 녀석들은 피냄새를 따라 나에게  것이다.
그런 배가 차지도 않는 식사로는 만족하지 못할 테니.
나를 먹는다고 해도 저런 덩치로 얼마나 만족하겠냐만.

나는 곧바로 도끼를 손에 들었다.
오늘 진짜로 제 역할을 하는 날이다.
바로 앞, 두 마리!

‘한 마리!‘

“꾸엑!”
“꾸잇!?”

도끼를 투척하면 빙글빙글 돌며 오크의 머리에 명중했고, 피를 뿜으며 쓰러진다.
곁에 있던  마리가 당황해서 굳어 있는 사이 나는 재빠르게 다가가 쓰러진 놈을 발판 삼아 뛰어 단도를 뽑아 목에 찔러 넣고 그었다.

‘두 마리!’

좋아. 일반 오크 정도는 지금의 내 수준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야.
하지만 완벽하게 지휘를 받는 상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녀석들이 허둥지둥하는 사이에 최대한숫자를 줄여야 한다.
무기를 회수했다.

‘세 마리!’

“꾸웩!”

소리를 듣고 나타난 녀석의 머리에 처음과 똑같이 도끼를 선사해주었다.
웨폰 마스터리라는 스킬의 보정을 받는 것도 있지만, 평소에 투척도  일이 있지 않을까 해서 연습해둔 것이 정말 다행이었다.
평소 구할 수가 없는 활을 대신해서 사용할 만한 것이 없나 생각하다 연습했던 것이 지금 발휘되고 있다.
손맛 좋고!

“크가악!”

오크 커맨더의 분노에 찬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대책 없이 나를 잡으려고 드는 것은 그만둔 모양이다.
아쉽다. 아까랑 비슷하게 한 마리만 더 잡았으면 했는데.

도끼는 아까 두 마리째 머리를박살내고 수명을 맞이한 것 같다.
뭐, 단단한 오크의 머리를 두 마리나 쪼갰으니까 자기 역할은 다한 거다.
다른 작전을 생각한다.

남은 무기는 단도. 무기로 쓰일 만한 건 오크가 들고 있던 곤봉.
역시 게임에서는 잡템조차  될 정도였던 거라 굉장히 조잡하다.
게다가 내가 사용하기에는 몸집과 너무 맞지 않지만, 대검이라 생각하며 쓰면 되지 않을까?
애초에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꾸엑!”
“쳇.”

좀 더 신중하게 다가가려고 생각하는지 2마리가 양 옆에서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냄새로 인해  위치는 어디에 있든 발각된다.
다만 내 쪽도 덩치가 있는 오크는 어디서 있든 볼  있다.

정면에는 오크 커맨더가 조금씩 다가오고 있었다.
직접 나설 생각인가 보네. 젠장.
그렇지만 아직 내가 유리해.

녀석들의 생각대로 둘러싸일 생각은 없기에 움직인다.
도망을 가는 것보다도 녀석들을 한 마리라도 더 줄이는 데 힘을 쓸 생각이다.
일단 왼쪽으로 달린다.
아무래도 투척이나 기습이 아니면 싸우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에 그 인식을 고쳐줄 필요가 있을  같다.

“꾸잇!?”

‘네 마리!‘

 마리 사이에 제법 거리가 있었기에 오히려 달려들어서 목에 단도를 쑤셔 넣는다.
멱을 따고 그것을 바로 빼서 투척.

‘다섯 마리!’

내가 생각했던 대로 목에 꽂히면서, 나머지 한 마리가 쓰러진다.
그렇게 일반적인 오크는 정리가 되었다.
한 사람은 나이지만 굉장히 놀라운 결과.

이렇게 생각한 대로 딱딱 맞아떨어질지는 몰랐다.
사람과 싸워본 적은 대단히 많지만, 몬스터와의 실전경험은 이게 처음인대도.
아니, 어쩌면 그때의 경험이 도움이  거라고 할 수 있을까?

[오크 5마리를 쓰러트렸습니다.]
[레벨이 5상승합니다.]
[힘 2 체력 2 민첩 2 마력 2 상승했습니다.]

로그에는 그런 메시지도 보인다.
레벨업은 2렙 당 모든 능력치가 1씩 오르기 때문에 맞는 상승치다.
쳇. 레벨이 1만 더 오르지.

“크르아!!!”

가장 문제인 오크 커맨더가 돌진해오고 있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아무리 오크 커맨더가 지휘개체고 능력치 하락 상태지만, 일단 중보스 역할을 맡고 있는 놈이기 때문에 일반 오크에 비하면 굉장히 능력치가 높다.

게다가 일반적인 오크가 2M정도라면  녀석은 2.5M.
키만으로 거의 내 2배다. 덩치는 말할 것도 없고.
단순한 질량만으로도 뭉개져 버릴 것 같다.
게다가 장비까지 있으니 유효타를 주는 건 굉장히 힘들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해 봐야지.”

곤봉을 든다.
지금의 내 힘으로 휘두르기에는 딱 좋은 무게다.
조잡하긴 하지만 내구도는 제법 있으니까 몇 방은 버텨 줄...

-으직!

“큭!”

리는 개뿔!
 방에 부러진다.
제길 망할 오크제!
나는 잔해를 버리고 몸을 뒤로 뺀다.
다행히 다음 공격은 굉장히 느리기 때문에 시간은 충분했다.

“흡……!”
“크각!?”

자세를 재정비하기 전에 눈에 돌을 던졌다.
하지만 너무 급하게 던져서 조준에 실패한 건지 약간 빗맞았다.
그렇지만 한  눈을 잠시 동안 못 뜨게 만들 수 있게 되어서 효과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크아아!”
“키이이!”

녀석이 한쪽 눈을 부여잡고 소리를 지르면 내 바로 근처에서 작은 그림자가 튀어나왔다.
슬라임 다음으로 최약체 몬스터인 고블린.
혹시  녀석들도 있지 않을까 했는데 진짜로 있었다.
고블린은 오크의 부하 혹은 공생 같은 느낌으로 존재하고 있어서, 오크가 있다면 고블린이 반드시 있다. 그 반대는 절대적이진 않지만 말이다.

아무튼 게임 내의 패턴에서도 있던 거라 혹시나 싶어서 경계하고 있었다.
녀석들은 곤봉과 날이 다 빠진 단검으로 공격해 온다.
나는 공격을 피하고 가장 가까운 곤봉을 가지고 있는 놈의 머리를 손에 들고 있던 돌로 머리를 때렸다.

“키이!?”

돌로 머리를 깨뜨리는 감촉이 느껴진다.
기분이 굉장히 더러웠지만, 나에게 남은 공격수단이 이런 것 밖에 없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나는 나머지도 마찬가지로 돌로 죽이려 했으나...

“윽……!?”

어깨가 찌릿 아파오며 갑자기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어? 이게 왜 갑자기…….

“크윽!!”

놀라고 있는 사이 단검이오른쪽 어깨에 꽂힌다.
통증을 느끼며 이상이 있는 곳에 또 단검이 파고든 것이었다.
무진장 아프다!

[독(약)에 중독되었습니다.]
[일정 시간동안 체력이 빠집니다.]

게다가 그런 로그까지!
완전히 최악이다!

“젠… 장!!”
“칵!?”

나는 아직 괜찮은 왼손에 돌을 움켜쥐고 처음 녀석과 마찬가지로 머리를 깨버렸다.
곧바로 그것을 행동에 옮긴 나를 엄청 칭찬해주고 싶다.

“크크크…….”
“망할 놈이!”

내가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오크 커맨더녀석이 후련하다는 듯이 나를 비웃었다.
마치 다 잡은 사냥감을 보는 눈이다.
굉장히 분하지만 일단 작전상 후퇴.
물론 시스티아가 있는 곳과는 반대 방향.
그리고 계속 이쪽으로 가게 되면  끝은 그곳이다.

“으윽… 으으윽…….”

녀석의 민첩 능력치가 낮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나는 제법 거리를 유지한  이곳에 도착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이 시점에 너무 지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기가 싫었다.

숨도 점점 잘 쉬지 못하겠고,  몸에 힘이 빠진다.
게다가 단검이 꽂힌 부분이 너무나도 고통스럽다.
출혈에 독.
얼른 치료를 받지 않으면 반드시 죽는 조합이라고 해야 할까.

“그 전에 죽을 수도 있겠지만…….”

유유히 걸어오던 오크 커맨더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전히 나를 깔보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두 눈깔을 찌부러트리고 싶은데 말이야.

천천히 걸어온다.
한발자국 걸어오면 나는 두발자국 정도 뒤로 물러난다.
그러면 어느  내 바로 뒤는 절벽이 되었고, 녀석과의 거리도 점점 줄어든다.
녀석의 시야가 잠시만이라도 가려지면 어떻게 해볼 수도 있을  같은데…….

녀석의 손이 점점 다가온다.
나는 어깨에 꽂혀있던 단검을 뽑아들고 발악이라도 해보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
그 순간,

“홀리 라이트!”

귀에 익은 그 목소리가 들리며 번쩍하고 강한 빛이 쏟아져 내렸다.
목소리가 들린 순간 나는 눈을 감았기 때문에 대미지를 최소한으로 끝낼 수 있었지만, 녀석은 그것을 강하게 받았다.

지금이다!
시력을 잃은 지금이 기회다.
나는 있는 힘껏 녀석의 발등에 단검을 내려찍었다.
갑옷을 입은 다른 곳과는 다르게 발은 아무것도 입지 않아서 공격하기에는  좋은 곳이다.

-푹!

“크르아아!”
“한   먹어!”

다른 발에도 한 방.
그러면 녀석은 펄쩍 뛰고 난동을 부리며 자기 스스로 절벽으로 향한다.
스스로 죽이지 못하면 다른 것을 이용해야지.
그렇게 녀석만 혼자 절벽 아래도 떨어지면 정말로 좋은 상황이지만… 그럴 수도 없단 말이지.

-퍽!

망할 놈이… 죽을 거면 혼자 죽지…….

이미 피할 기력은 전혀 없었다.
녀석이 휘두른 팔에 맞아 나도 절벽 아래로 떨어져 내린다.

“리제!!!!”

흐려지는 시야 속에서 시스티아의 얼굴만이 선명하게 보였다.
눈물을 흘리며 나를 애타게 부르는 시스티아는 나를 따라 절벽에서 뛰어 내릴 것만 같았지만, 다른 누군가가 말렸다.
그래도 다행이다… 이걸로 시스티아는 안전해…….

그렇다면 나는?
이대로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이곳에 먹히게 될 것이다.
나는 아직 이곳에 입장할 조건을 채우지 못했으니까.

‘조금 허무하긴 하지만 그래도 지킬 수는 있었어.’

후회가 전혀 없다면 거짓말이겠지.
하지만 자기만족은 채웠다.

‘나 제법 이기적인 놈인지도...’

그렇게 생각하면 절로 피식 웃음이 나왔고,

나는 곧 이곳에 삼켜진다.

[숨겨진 장소에 접근하였습니다.]
[입장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봉인된 신의 성소(聖所)에 입장합니다.]
[패시브 ?? 과 액티브 ?? 스킬의 해방 조건 중 하나가 충족되었습니다.]
[모든 능력치가 2 상승합니다.]

그렇게 정신을 잃기 전, 그런 로그들을 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