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8화 〉8-갑작스러운 일(3) (8/107)



〈 8화 〉8-갑작스러운 일(3)



세피룸 모험가 길드의 지부장인 란델은 이웃마을이라고 할 수 있는 에르틸을 방문했다.
특별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세피룸 내에서도 그리 알려진  마을에 평소라면 란델이 올 이유는 없었다.

이곳에 올 이유, 그것도 급하게  이유가 생겼기 때문에 오게  것이다.
란델은 다른 곳보다도 서둘러 마을에 있는 보육원을 방문했다.
모든 것이 너무나도 낡아빠져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만 같은 곳이다.
하지만 이곳은 며칠 전까지만 해도 가난했지만, 그래도 매일 같이 즐겁고 행복하게 아이들이 살고 있던 곳이었다.

“언니…….”
“훌쩍…….”

그렇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은 하나 보이지 않고, 이곳에 있던 아이들은 모두 어두운 모습이었다. 계속 훌쩍거리고 있거나 멍하니 누군가를 계속 부르는 모습이 보인다.

“…저기, 잠깐 괜찮겠니?”

아이들의 그런 모습에 가슴이 죄이는 듯한 느낌을 받으면서도, 일단 자신이 이곳에 온 목적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그나마 나이가 있어 보이는 여자아이를 불렀다.
갑작스러운 낯선 사람의 방문에도, 여자아이는 익숙한 듯이 연신 눈을 비비며 응대했다.

“…무슨 일이세요?”
“난 세피룸의 길드에서 온 란델이라고 하는 사람이란다. 이곳의 원장 선생님과 시스티아라는 아이를 만나고 싶은데 어디에 있니?”
“따라오세요.”

란델은 여자아이의 뒤를 따라간다.
보육원의 내부도 외부와 그리 다를 것은 없었다.
다만, 내부는 외부보다도  많이 손을 본 흔적이 여러 곳에 있었다.
그것도 거의 작은 어린아이들이 눈높이에 있는 곳을 위주로.

조금이라도 아이들이 다칠 가능성을 낮추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다.
그리고 그 흔적들에는 단 한 명이 보이는 듯했다.

“여기에요. 안에 원장님이랑 시스티아 언니가 있어요.”
“안내 고맙다. 이거 버터 쿠키인데 다른 아이들이랑 같이 먹거라.”
“…….”

아이들이 많이 있는 곳이라 듣고 사  버터 쿠키를 건네면 여자아이는 그것을 받지 않고 그저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았다.

“저기, 싫어하니……?”
“아, 아니요. 좋아해요. 그냥 언니가 가끔씩 얻어 온 재료로 버터 쿠키를 구워줬었던 것이 생각나서…….”

란델은 여자아이가 말하는 언니라고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깨닫고, 속으로 아차 싶었다.
뭔가를 말해주고 싶었지만, 지금의 자신에게는 그 자격이 없었다.
그렇기에 가만히 있으면 여자아이가 조심스럽게 쿠키를 받았다.

“아니, 죄송해요. 외부인에게 할 말은 아니었네요.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여자아이는 그렇게 말하고 그대로 몸을 돌려 가버렸다.
그나마 다른 아이들보다 나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 어린아이였다.
한창 뛰어놀 나이임에도 너무 어른스러운 모습에, 어쩔 수 없다고는 생각하면서 너무나도 안타까웠다.

“후우…….”

언제나 봐오던 광경이다.
하지만 익숙해지지 않는 광경이다.
란델은 술렁거리는 자신의 마음을 진정시키면서 문을 노크했다.

“세피룸 모험가 길드에서 나왔습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아, 들어오세요.”

허락의 말을 듣고 란델은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간다.
들어가면 침대 곁에 원장이 앉아 있었고, 침대에는 은발의 여자아이가 멍하니 누워있었다.

“길드의 지부장께서 방문하신다고 들었는데… 혹시?”
“아, 맞습니다. 제가 지부장인 란델입니다.”
“그러시군요. 너무 젊으셔서 조금 놀랐습니다.”
“아하하…….”

그는 이미 40살이 넘는 나이이지만 겉모습은 20대 중반 정도로 보인다.
이는 그의 ‘경지’와 연관되는 일이기 때문에 잘 알려져 있긴 하지만, 일반인 중에서는 모르는 이도 많이 있다.
란델은 이런 일은 제법 있는 일이기에 딱히 설명하지 않고 웃으며 넘겼다.

“그런데 어쩐 일로……?”
“이번 일에 대한 보상과 사죄를 하기 위해서 방문했습니다.”
“그런가요…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란델의 말에 원장은 쓴웃음 지으면서도 감사했다.
이번 일에 대한 것은 전적으로 길드의 잘못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세상에는 란델과 같이 최대한 성의를 보이지 않는 곳이 너무나도 많다.
오히려 란델과 같이 행동하는 것이 드문 일이다.

원장은 그것을 알기에 란델에게 감사했다.
 아이의 빈자리가 너무나도 크지만.
보상이나 사죄를 받는다고 해서 돌아오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다른 아이들을 모두 책임져야 하는 사람으로서.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도록 하고...생존자인 아이는 어떻습니까?”
“…….”
“물어볼 필요도 없었군요…….”

원장의 시선을 따라가면 멍하니 있는 여자아이, 시스티아의 모습이 보인다.
자세히 보면  품에는, 여자아이의 것으로 보이는 옷 한 벌이 안겨있었다.
아마 본인의 옷이 아닌 다른 사람의 옷…….

“정말로 미안하구나. 이번 일에 대해서는 우리 길드의 아니 내 책임이 크다.”

너무 수가 늘어난 몬스터를 정리하는 어느 길드에서나 흔하게 있는 일이었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그렇기에 평소와 같이 오크가 포위망에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고 섬멸했다.
아니, 그렇게 생각했다.
설마하니 몇 마리가 빠져나갔을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어디에나 그런 흔적이 없어 너무 쉽게 다 처리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  됐었다.

“사죄한다고 해서 용서받을 일은 아니겠지. 이번에 네가 받은 상처는 너무나도 클 테니.”
“…….”

사무적이나 가식적인 것이 아닌, 란델은 진심으로 그렇게 말하며 사죄한다.
그러면 아무런 미동도 없었던 시스티아의 손이 움찔 떨렸다.

“앞으로는 내가 책임지고 이곳을…….”
“웃기지 마!!!”

그렇게 계속 란델의 말을 듣던 시스티아가 갑작스럽게 그렇게 소리를 질렀다.
란델이 갑작스러운 그 말에 움찔 놀라고 있으면 시스티아는 란델의 옷을 움켜쥐고 찢을 듯이 잡아당겼다.
그리고 외친다.

“나한테서 리제를 뺏어가 놓고 헛소리 지껄이지 마!!! 사죄? 사죄하면 리제가 돌아와? 보상하면 리제가 돌아 오냐고!!! 돌려내……! 다른  다 필요 없으니까 내 리제를 돌려내!!!!”

그것은 아무것도 없어진 텅 비어버린 자의 절규.
정말로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자의 통곡.
시스티아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린다.
이제 말랐다고 생각했는데…….

“인간은… 어른들은… 왜 자꾸… 나한테서… 소중한 걸… 뺏어가… 뺏어가지 마… 제발… 제발 돌려내……!!!”
“시스티아…….”

결국 엉엉 소리를 지르며 울기 시작하는 시스티아를 원장이 달래기 시작한다.

“…….”

란델은 자신이 근본적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이 이렇게 사죄하러 온 것 자체가 이 아이에게는 독과 같다.
애초에  자신을 위해서 사죄를 하러 온 것이기도 하니, 그것이 이 아이에게는 전해진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쪽에서는 굉장히 눈치가 빠른 아이 같다.
아니, 어쩌면 그것은 지금까지 오면서 어쩔 수 없이 익히게 된 것인지도…….

“오늘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네, 네…….”

란델은 그런 원장에게 살짝 인사하고 방을 나오기로 했다.
자신이 여기에 있어봤자 상황이 나빠지기만  뿐이다.

[용서  해…!!!! 다 용서 못 해!!!]

방에서 나와 문을 닫고 나면 뒤에서는 그런 저주의 외침이 들려온다.
원한에 먹혀버린 자의 절규와 같은 그 외침이 가슴을 무겁게 짓눌러온다.

“뺏어가지 마… 라…….”

란델은 다시 시스티아가 했던 말을 돌이켜본다.
너무나도 가슴을 아프게 만드는 말.
자신도 한때는 세상을 향해 말했던 그 말을 듣게 되니 기분이 이상했다.
하지만 시스티아는 대상이 자신과는 조금 다른 모양이다.

“인간… 어른…….”

시스티아에게서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증오심.
그것도 인간을 향한 증오심이었다.
란델은 이곳에 오기 전에 시스티아에 대해 조사한 내용을 떠올렸다.

분명 이곳에 오기 전에 있었던 마을의 생존자로 부모님은 몬스터에게 살해당했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저 반응을 보자니… 그게 정말로 맞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렇지 않다면 저 반응은 설명할 수가 없다.

“후우…….”

하지만 지금 생각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자신이 아직 해결해야 할 일은 아직 있다.
란델은 깊게 한숨을 쉬고는 보육원을 나섰다.

다음으로 향하는 곳은 자신이 미리 파견한 길드의 조사원들이 있는 곳.
이번 일이 시작된 곳이다.

“아, 지부장님.”
“조사는  했나?”
“네. 바로 보실래요?”
“그래.”

란델은 조사원 중 한 명에게 안내를 받아 가며 따라갔다.
오크와 조우한 곳부터 시작하여,시스티아를 숨기고 다시 오크에게 달려간 흔적.
그리고 놈들과 싸운 흔적.

“오크의 시체를 보니 정확히  한 번의 공격으로 죽였더라고요. 도끼로 머리를, 아마 투척으로 잡은 모양이고, 단도로 목을 찔러 죽이고 말이죠. 그 뒤로 고블린의 기습을 받은 것 같은데, 한 마리는 무사히 돌로 때려죽인 것 같지만, 어떤 이유인지 다른 한 마리는 약간 시간이 있었어요.”
“허어.”
“그 때문에 상처를 입은 것 같은데… 아무튼 여기까지만 봐도 굉장하네요. 고작 12살의 여자아이가 웬만한 모험가도 하지 못 하는 일을 제대로 된 무기도 없이 이 정도까지 하다니…….”
“그렇군…….”

들으면 들을수록 놀라운 말뿐이었다.
고작 12살의 여자아이, 그것도 평범한 마을의 여자아이가 했다고는 믿을 수가 없는 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무기를 최대한 활용하여 다루는 솜씨도 그렇지만, 란델이 특히 놀란 것은 오크에게 덤벼든 그 담력.

그것은 아무나 쉽게 가질 수 없는 재능이다.
실력이 아무리 좋아도 겁을 집어먹고 아무것도 못 한  죽는 이들은 수도 없이 많으니까.

‘아마도 이곳에서 이렇게, 인가…….’

발자국이나 핏자국 같은 흔적들을 바라보며 그때의 상황을 시뮬레이터 해본다.
그때의 장면이 머릿속에서 재생되면서 더 흥미를 돋웠다.
그렇게 전부 둘러본 란델은 마지막 장소로 향했다.

“마지막에는 이곳에 떨어진 모양입니다.”
“…깊군. 이곳에 내려갈 수는 있나?”
“아니요. 신기하게도 이곳은 마나를 전부 흡수합니다. 마력도 오러도 사용이 불가능해요.”
“…….”

어떻게든 시신만이라도 수습해주고 싶지만, 그것도 불가능.
아래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알 수 없는 이상 쉽게 조사원을 보낼 수도 없다.

“정말로 안타깝네요. 리제라는 아이, 분명 살아 있었으면 엄청난 인재가 될 수도 있었을 텐데.”
“…분명 그리되었을 거다.”
“세계에 몇 없는 최상급 소드 마스터인 지부장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확실하겠네요.”

지금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좀 그렇지만 아마 살아 있었다면, 저쪽에서 원하지 않았어도 자신이 이것저것 가르쳤을 것이다.
12살에  정도라면 장래가 너무 유망하니까.
분명히 어디를 가나 큰 인물이 되었을 것이다.
어쩌면 자신이 뭔가를 가르치지 않아도 혼자서 알아서 했을 지도 모른다.

아니, 필시 그랬겠지.
혼자 놔둬도 알아서 잘하는 일종의 천재 부류.
그런 천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서 성장시키면 후에는 어떻게 될까?
말도 안 되는 존재가 탄생하게 될 것이다.

뭐, 지금에 와서는 다 부질없는 생각이지만 말이다.
죽은 이는 다시는   없으니까.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었다.
자신에게는 현재 그런 생각을 할 만한 자격도 없는 상태였으니까.
그렇지만 자꾸 생각나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다.

“미안하구나…….”

란델의 가슴속에 리제라는 얼굴도 모르는 소녀의 이름이 깊게 박힌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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