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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화 〉10-봉인된 신의 성소(2) (10/107)



〈 10화 〉10-봉인된 신의 성소(2)


마지막의 그 메시지가 끝이 나면 내 주변에 푸른색 빛이 감돌고, 그것들이 내 가슴부근으로 마치 빨려 들어가듯이 들어간다.

“으윽!?”

로그의 집중하라는 말이 어떤 것인지 바로 이해가 되었다.
내 심장 바로 옆에 모여드는 대량의 마나의 흐름.
그것은 둥글게 모이면서도 동시에 흩어지기도 한다.

“아악!!”

내가 해야만 하는 일은 그것이 흩어지지 않게 무사히 둥글게 뭉치도록 하는 일.
하지만 심장 옆에 ‘다른 심장’을 만드는 일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심장을 중심으로 온몸에 퍼져나가는 극심한 고통에, 그냥 이대로 정신을 잃으면 얼마나 편할까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정신을 잃는 것이 아니고 난 죽는다.
그것을 알기 때문에 나는 필사적으로 그것들을 붙잡는다.
고통을 참아낸다.
그렇지만 정말 쉽지가 않다.

“쿨럭!”

대량의 피를 토해낸다.
모든 혈관을 흐르는 피를 토해내듯이 계속해서 토해낸다.
그리고 빠져나간 피를 대신하듯 그 자리를 마나가 차지한다.

아파! 아파! 아파!!



#


얼마나 시간이 지났지?
너무 아파 미칠 것 같아.
 왜 이런… 고통을 느끼고 있는 거지?

아, 아아, 아아!!! 그만! 그만해!!!

【이번에도  됐나. 정말 미안하구나. 아이야…….】

굉장히 안타까운, 그리고 너무나도 미안하다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제 됐다. 그만 고통받아도 된다.】

그만 고통… 받아도 돼?

【… 아주  세월이 흐르며 너와 같이 흘러들어오는 아이에게 모든 희망을 걸 수밖에 없는 나약한 나를 용서하지 말아라.】

편해져도 될까?

그만 고통받아도 되는 건가?

【자, 이제 그만 ‘잠’들거라. 뒤는 내가 알아서 해주마.】

그것은 정말로 달콤한 말.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너무나도 달콤한 유혹.
이대로 그냥 잠들면 편해질  있어…….

그렇게 생각하며 눈을 감으려던 순간, 그 애의 최후가 생각이 났다.
고통에서 편해지기 위해 자신을 몸을 던져버린 그 애의 모습이…….

“아, 아아…….”

【음?】

안 돼. 이래선 안 돼…….
편해질  있는 길로만 가선  돼.
살 수 있는 길이 완전히 닫힌 것도 아닌데 그 길로 가면  돼.
살아도 산 것 같지 않다고 해도 이런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자포자기한 최후는 인정  해!

-빡!

“끄으윽……!”

바닥에 엄청나게 강하게 머리를 박는다.
나름 정신을 차리고 기합을 넣기 위한 행동.
어차피 안 아픈 곳이 없는데 이 정도쯤이야, 하고 생각했는데 무진장 아프다.
아픔 위에 아픔이라고 해야 할까.
진짜 미치겠다.

나이를 먹으면서 옛날 성격이나 습관 같은   버렸었는데 이상하게  세계에 오고 나서 그게다시 생겨버린다.
옛날 같은 건 생각하기도 싫은데 말이야.
내 흑역사라서…….

【정신을 차리고 있는 건가? 겨우 그걸로……?】

카르아의 놀라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렇게 당황할 줄도 아는 신이셨군.

“흐, 흐흐흐… 두, 두고… 보… 라… 고… 젠장. 이까짓… 것… 쯤… 내가 이겨낸다…….”

이곳에 떨어질 때와는 다르게 지금은 희망이 있다.
멀쩡히  수 있는 희망.
아무리 그것이 작은 희망이라고는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데 포기할  없지!
적어도 시스티아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를 품에 안아 볼 정도는 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 정도면 완벽한 해피엔딩쯤은 되겠지!

【하, 하하하… 하하하하!! 너는 뭐라고 해야 할까… 보통의 여자아이답지 않게 굉장히 터프하구나!】
“그, 그거 칭찬 아니죠? 끄으으…….”

미안하네. 여자아이답지 않아서!
겉은 모르지만 내면은 30대 아저씨지 여자아이가 아니니까 말이야.
그렇게 속으로 대답해주고 나는 지금 하는 작업에 집중한다.
이제 마나의 흐름은 전신을 돌고 돌며, 최종적으로 심장 옆에 오고 있다. 그걸 제어하기 위해 노력한다.
지금도 고통은계속되고 있다. 나아지기는커녕 더해 간다.

[몸에 과도한 마나가 흐르는 것을 버티고 제어하기 시작합니다.]
[마력 5 상승합니다.]

괴로운 시간 속에서, 그런 로그가 나에게 힘을 주고 있다.
성장하고 있다.
이대로 계속 버티고 버티면 나는 더욱 성장할 수 있어.

【내가 이제까지 기다리고 있던 것은 너였던 것인지도 모르겠군. 좋다. 어디 한 번 보여라. 너의 가능성, 너의 의지, 그 모든 것을! 】
“…….”
【이 시련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겨낸다고 해도 기다리는 것은 가시밭길일 테지. 하지만 너라면 문제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

용신 카르아가 뭐라고 말하는 것 같지만  신경 쓰이지 않는다.
나는 지금 터져나갈  같은 마나를 제어하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심장 옆에 이제는 제법 많이 압축시킨그것은 조금만 삐끗해도 터져나갈 것 같다.

[몸이 점점 마나에 익숙해져 갑니다.]
[몸에 쌓여 있던 불순물이 제거됩니다.]
[몸이 새로이 만들어져 갑니다.]
[힘 15 체력 20 민첩 10 마력 20 상승합니다.]

얼마나 시간이 흐른 걸까.
잘 모르겠다.
고통은 점점 둔해지며 거의 느끼지 않게 되었다.

몸속에마나가 흘러가는 것이 느껴진다.
불순물 하나 없는 순수한 마나.
막힘없이 돌며 마지막은 심장 옆을 향한다.

그것은 점점 형태를 이룬다.
울퉁불퉁한 못생긴 모양에서 반듯한 구를 이룬다.
점점 커진다.
그리고 그것은 완벽하게 정착하기 시작했다.

[용신의 마나를 받아들이는 데 성공합니다.]
[모든 조건 달성으로 인해 패시브 ?? 스킬이 해방됩니다.]
[모든 조건 달성으로 인해 액티브 ?? 스킬이 해방됩니다.]
[패시브 불완전한 드래곤 하트 LV0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패시브 용언 LV1획득했습니다.]
[액티브 용화 LV1 사용할 수 있게 됩니다.]
[마력 30 상승했습니다.]

“후우~”

나는 크게 숨을 내쉰다.

【잘 이겨냈다. 아이야. 정말 훌륭하다.】

[용신의 시련을 이겨냈습니다!]
[용신 카르아의 신뢰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용신의 수호자 칭호를 획득했습니다.]
[당신은 수호자가 되었습니다.]

나는 살아남았다.


#


이 느낌을 뭐라고 하면 좋을까?
몸을 누르고 있던 것을 전부 벗어던진 느낌?
아니,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이래저래 내가 들어오기도 전에 과도한 노동과 많은 불균형을 이뤘던 몸이다. 그랬던 몸이 마치 새로 태어난  같다.
몸이 깃털같이 가볍다는 것은 이럴 때 쓰는 말이겠지.

“아니, 실제로 새로 태어난 건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본래 네가 이루고 있던 것들은 거의 사라지고 새로 생겨났다. 뼈와 살은 물론 피까지 전부 말이지.】
“몸 자체는 그다지 달라진 같지는 않네요. 키라던가…….”
【음? 뭐… 아직 나이가 있으니 말이다. 아마 크면서 알맞게 변할 테지. 나로서도 이런 일은 처음이라 확답은 할 수 없으나 가능성은 크다.】
“으음…….”

무협의 세계관에서는 환골탈태가 있다.
대충 내공의 수준이 높아진 고수의 몸이 좀  무공에 걸맞는 몸으로 바뀌는 현상 정도로 볼 수가 있는데, 카르아의 이야기를 듣자면 나는 아무래도 그것과 똑같거나 비슷한 현상을 겪은 모양이다.
대부분 작품에서는 20대 초반 정도로 젊어지거나 커지거나 하던데 그건 안 되나 보네…….

아쉽긴 하지만 일단은 넘기자.
아무튼 이런 현상이 가능하게  원인은, 바로 나에게 무자비할 정도로 쏟아졌던 마나다.
그리고 내가 그걸 드래곤 하트로서 완성시켰고. 그 도중에 환골탈태가 이뤄진 거겠지.

“드래곤 하트… 이걸로 저도 드래곤이 된 건가요?”
【아니, 그건 아니다. 넌 어디까지나 용인이지 드래곤 그 자체는 아니다. 아무리 최적화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근본 자체가 바뀐 것은 아니니 말이지.】
“그렇군요.”
【다만 비슷한 힘은 얻었다고 봐야겠지. 아직 불완전한 상태라 완전히 똑같은 힘은 발휘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그 말은 제 노력에 달린 일이라는 거겠네요.”
【그렇지.】

뭐, 노력하는 건 싫어하지 않는다.
오히려 아무런 노력도 없이 얻는 것은 시시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니 그 말에는 더 신난다고 해야 할까.
성장을 한다는 건 재밌으니까.

“그건 그렇고 카르아. 옷이 있다면 좀 주지 않을래요? 언제까지고 알몸으로 있기가 좀 그러네요.”

대개 환골탈태를 할  옷이 사라지던데 지금의나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현재 나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
보이지 않는 카르아만 있다고는 해도, 밖에서 아무것도  걸치다니.
이건 그냥 변태 꼴이잖아……!

【흐음? 너는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는  알았다만.】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가요……?”

내가 진짜 변태라는 말인 건가?

【자잘한  신경 쓰지 않는 타입이 아니었나?】
“아니, 알몸으로 다니는 건 자잘한 게 아닌 데요!?”
【후후. 농담이다.】
“…….”

농담? 용신인 카르아가 농담이라니.
아, 그러고 보면 아까 신뢰도가 대폭 상승했다고 했었나?
대폭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가볍게 농담을 할  있을 정도까지는 올라간 모양이다.

게다가 말투가 대단히 가벼워졌다고 해야 하나?
어쩌면 본래의 카르아는 이런 성격이지 않았을까?

【흠. 어디 보자. 이곳에 봉인되기 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가진 게 얼마 없어서 말이지...】
“대충 몸에 맞을 만한 거면 돼요. 아, 하지만 되도록 활동하기 편한 옷이 좋겠어요.”
【알겠다.】

솔직히 지금 상황에서 조건을 따지기는 그렇지만 카르아가 없다고는 하지 않으니 말해본다.
드래곤들은 대개 빛나는 것들을 좋아하지만, 귀한 장비도 모으는 습관이 있으니 카르아가 가지고 있는 옷이라면 그냥 옷이 아닌 장비일 것이다.

아니, 그냥 아예 내가 원했던 장비를 달라고 하는 게 나으려나?
그거면 딱 될 것 같은데. 지금이라면 뭐든 다 줄 것 같고.
죽을 고비도 넘기며 시련을 이겨냈는데 그 정도쯤은…….

【이거면 되겠나? 아이야.】
“아, 감사합니…다?”

내 인사는 마지막에 의문이 될 수밖에 없었다.
카르아가 꺼낸 옷은 전체적으로 검은색에 보라색이 섞인 하늘하늘하는 드레스였다.
하지만 치마 기장부터 가슴 부근이라든가 허리 부근, 그리고 옆트임이 장난이 아닌 옷이었다.
이게 옷인가?
에?
옷이야?


등급 : 전설
설명 : 서큐버스  리리스가 즐겨 입었던 드레스. 착용자의 매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그 누구도 빠지지 않을  없게 만든다.
효과 : 매력 극대 업, 매혹 스킬 상시 발동, 효과는 밤에 두 배가 된다.

게다가 쓸데없이 등급도 높네?
나는 황당한 기분이었다. 설마하니 이런 곳에서 게임에서도 볼  없었던 장비를 보게 되다니.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기뻐했을지도 모르는데… 굉장히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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