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1화 〉11-봉인된 신의 성소(3) (11/107)



〈 11화 〉11-봉인된 신의 성소(3)


일반, 레어, 유니크, 전설, 신화 순서… 신화급은 성검 같은 진짜 손에 꼽을 정도밖에 없는 엄청 희귀템들 뿐이니 실질상 전설이 입수경로로서는 가장 높은 등급이라 볼 수 있다.
근데 이런 천 쪼가리 같은 것이전설이라고? 하하…….

“저기… 이건 어떤 의도로 저에게 주신 거죠?”
【네가 원했던 활동성 보장에 단순히 너에게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말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건가?】
“아니, 확실히 활동성은 보장이  것 같은데요...”

이런  내가 입는다고 생각하니 소름이  돋는다.
아, 아니야. 이건 아니야. 절대 아니야!

“제, 제가 입기는 좀 크지 않을까요……?”
【괜찮다. 착용자의 몸에 자동으로 맞는 기능과 더러움도 제거되는 기능이 있으니 관리하기도 쉽지.】
“…….”

너무 성능이 좋은 것이 오히려 발목을 잡네!?
카르아가 기껏 골라준 것을 생각해서 은근슬쩍 다른 것으로 달라고 하려 했는데 바로 막혀버렸다.

“저기… 그래도  입기가 부담스러우니까 다른 건 없을까요?”

【그런가… 음…….】

목소리에서 아쉬움이 묻어난다.
내가 입은 모습을 보고 싶었던 건가……?

【그렇다면 이런 건 어떤가?】

이번에 나온 것은 연한 녹색의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만 같은 굉장히 얇아 보이는 드레스였다.

<바람의 정령왕의 숨결>

등급 : 전설
설명 : 바람의 정령왕의 극히 일부로만들어진 드레스. 매우 얇고 가벼워 거의 착용감을 느끼지 않게 한다. 바람의 권능의 일부가 담겨있다.
효과 : 바람의 정령들과의 친화력 극대 상승, 상시 비행 가능, 하루  번 정령화 가능.

이것도 효과는 정말이지 엄청나다.
엄청나긴 하지만 이거 안에  비춰 보이지 않아? 옷의 기능할  있어?
디자인은 일단 두고서라도 근본적인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이것도 좀…….”

【이것도 안 되는 건가… 그렇다면…….】

카르아는 또다시 아쉬워하며 다른 옷을 꺼내기 시작한다.
가면 갈수록 내가 원했던 것과는 동떨어진 옷이 되어 가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으음… 다 싫다고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이번이 마지막이다만 이건 좀…….】

가진 것이 별로 없다던 카르아의 말이 무색하게, 유니크나 전설 등급의 여자아이 전용의 장비로 쌓였을 때쯤이었다. 아쉽다는 투와 함께 마지막이라고  것이 나왔다.

<나이트 퓨어>

등급 : 유니크
설명 : 용신의 손상된 비늘 조각을 베이스로 만들어진 장비. 손상된 재료를 사용하고 있어 등급이 많이 낮아졌다. 순수한 밤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밤에 특히나 더 좋은 성능을 보인다.
착용자와 함께 성장할 수 있다.
효과 : 모든 능력치 +10(밤 한정 2배), 성장가능.

밋밋한 디자인의 그것은 그야말로 내가 원하던 것이었다.
게임에서 용사로 플레이할 당시, 이것만 있으면 용사는 다른 장비가 필요가 없었다.
좋은 특수능력이 있는 것도 좋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능력치 상승이라는 범용성을 지니고 있으며,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 좋다.

대기만성형 아이템은 후반에 얻으면 아무런 쓸모도 없지만, 초반에 얻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알아서 크니까 말이다.
뭐, 이것도 이대로 아무것도 안 하고 성장하게 만들면 그저 그런 아이템이 되지만, 난 이 아이템의 비밀을 알고 있다.

“이게 좋아요. 이걸로 주세요.”
【이게 좋다는 것이냐. 으음. 이건 내가 가진  중에서 제일 떨어지는 것인데 말이다.】
“그래도 이게 좋아요.”
【알았다…….】

앞서 느꼈던 아쉬움보다 더 진한 아쉬움을 느끼게 만드는 카르아의 목소리와 함께 나이트 퓨어가 내 앞에 놓인다.
디자인으로만 보면 점수는 0점일 것이다.

평범해 보이는 검은색 상의와 바지.
 누구도 이것이 평범하지 않은 재료를 사용한 장비라고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아, 역시 평범한 것이 좋은 거야. 이 안정감…….

【다른 아름답고 좋은 것들도 많은데 그걸  싫다고 하다니…….】
“저에게 어울리지도 않을 거 입어서  하겠어요.”
【아이야. 너는 좀 자신의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구나.  성격도 한몫하는  같다만…….】

나의 경우는 과소평가한다는 것보다 단순히 내가 싫어서 그런 것이지만, 카르아에게 그런 걸 설명해봤자 뭣하겠는가.
아무튼 뭔가 굉장히 길게 진행된 옷 문제도 해결되었고 이야기를 진행하도록 하자.

“저는 이제 완전히 시련에는 통과한 거죠? 그럼 이제 뭘 해야 할까요?”
【…너는 화를 내지 않은 건가?】
“그게 무슨 말이에요?”
【갑작스럽게 시련이니 뭐니, 죽을 뻔하지 않았나. 좀 더 화를 낼 거로 생각했는데 말이다.】

아니, 이제 와서?

“후우… 화를 냈다면 진즉에 냈겠죠. 게다가 미리 말해줬잖아요. 죽을 수도 있다고. 뭐, 죽을 만큼 아프다는 건 알려주지 않았지만, 어쨌든 제가 한다고 했잖아요. 강제로 시킨 것도 아닌데 그럴 필요는 없죠.”

게다가 여기서 카르아에게 화를 내는 것은 힘만 빠지는 일이다.
버틴 만큼 이상의 보상 또한 있으니까 불합리하다는 것도 아니다.
과정은 진짜 죽고 싶었지만, 결과는 어쨌든 살아 있으니까 나는 만족한다.

【후후, 그런가… 어떤 의미에서 그대는 일족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르겠군.】
“그건 무슨 말이에요?”
【아무것도 아니다. 그보다  이후에 해야 할 일에 관해 물어봤지? 그대가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은 단 하나다. 굉장히 쉬우면서도 어려운 일이지.】

카르아는 그런 아리송한 말을 하고 또 뭔가를 꺼냈다.
내 조금 높은 곳에서 천천히 무언가가 떨어졌고, 나는 그것을 손으로 받았다.
긴 줄이 달려서 목걸이인가 싶었지만...

“이건… 알인가요?”

달걀만  크기의 검은색 알이었다.

【그래. 그 아이를 항상 몸에서 떨어트리지 않고 소중히지켜줬으면 한다.】

카르아가 나에게 그 말을 했을 때는 여태까지 들어보지 못한 목소리였다.
 안에는 굉장한 슬픔과 안타까움이 있었으며 사랑스러움과 자상함이 있었다.
게다가 애써 태연하게 있으려 노력하는 것 같았다.

“소중한 아이인가요?”

【…나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도 소중한 아이다. 부디 부탁한다.】

말할지 말지 망설이다가 카르아는 그렇게 말한다.
굳이 어떤 사이인지 다시 물어볼 필요는 없겠지.
나는 알을 손으로 감쌌다.

두근, 두근, 하고 생명의 고동이 느껴진다.
소중하고 작은 생명이 이 안에 있다.
카르아가 이 아이를 맡길 만한 존재를 가리기 위해 시련이라는것을 계속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만큼 중요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것이다.

“알았어요. 이 아이는 제가 책임지고 반드시 지킬게요.”
【고맙구나.】

나는 목걸이처럼 줄에 연결된 알을 목에 걸고 옷 안에 넣어 품에 품듯이 했다.

[용신 카르아의 부탁을 수락했습니다.]
[당신에게는 이 작은 생명을 지키고 책임을 져야  의무가 생겼습니다.]
[앞으로  생명과의 관계와 성장에 의해 당신의 길이 바뀌게 됩니다.]

로그의 그 말은 반드시 소중히 해야한다고 하는 것만 같았다.
앞으로의 내 중요한 일을 결정지을 그런 일에 연관되어 있을 거라 암시하는 듯한 말.

뭐, 신이랑 엮이는 것이다.
그렇게 되어도 이상하지는 않나.
원작게임에는 없던 거라 조금 당황스럽기는 하지만...모든 것이 게임과 같을 수는 없겠지.

“그럼 이제 다 끝난 건가요?”
【일단은… 말이지. 아, 이것들은 전부 너에게 주고 싶은데 어떻지?】
“이 옷들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래. 나에게 남은 물건들은 그것들이 전부다.】

나는 대량으로 쌓여 있는 옷들을 바라봤다.
용신이 가지고 있는  치고는 매우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하나하나의 가치는 장난이 아닐 테지만…….

‘아, 혹시……?’

그러다 문득 품속에 있는 알이 떠올랐다.
어쩌면 저 옷들은 전부 이 아이를 위해서 카르아가 간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하지만,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너에게는 보관할 공간이 없으니…….】

“그럼 일단 이것들은 제가 가질게요.”
【음? 어떻게 말이지?】
“이렇게요.”

나는 옷더미에 가까이 가, 인벤토리에 넣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더니 엄청나게 많이 있던 옷더미가 한순간에 싹 사라졌다.
하나하나 전부 내 인벤토리에 보관된 것이 보였다.
역시 게임 속 기능은 편리함이 많아서 좋다.

【아, 아니. 어떻게!? 벌써 공간 마법을 익힌 건가? 아니, 그렇지만 마나의 흐름은… 게다가 이곳에서는…….】
“일단 제 고유능력 같은 거라고 해두죠.”
【으, 으음……! 굉장하군.】

나에게 있는  능력들을 설명하기에는 힘들었으므로 그냥 그렇게 넘어간다.
카르아는 굉장히 호기심이 도는지 나에게 엄청나게 묻고 싶은 기색이었지만, 내가 알려주지 않으리라는 것을 느꼈는지 신음만 냈다.

“그럼 진짜로 끝난 거죠? 전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너에게는 굉장히 미안한 일이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너를 위로 올려 보내줄 힘이 없다.】
“그 말은 즉……?”
【이 뒤로는 오로지 너의 힘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말이다...】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어쩌면 그렇지 않을까 생각은 했는데, 진짜로 그렇게 되는군.
내가 받아들인 마나는 카르아의 마나로, 시련이라는 것은 그것을 제대로 받아들일  있는지 없는지.
카르아는 아마 자신의 마나를 모두 나에게 넘긴 것일 거다.

“참고로 묻겠는데 지금 제가 받은 장비의 힘은……?”
【뭘 생각하는지는 알지만, 그것도 대부분이 자체적으로 주변의 마나를 끌어와 사용하는 것이다. 그러니 이곳을 벗어나지 않는 이상은 발동은 불가능하다.】

역시 그리 쉽게 되지는 않는다는 건가.
바람의 정령왕의 숨결이라든가 입기는 좀 그렇지만 이 상황을 빠르게 해결할 수 있다면 잠깐은 입어도 괜찮았을지도…….

뭐, 좋아. 방법이 그것밖에 없다면 그것에 따를 수밖에 없겠지.
얼마나 걸릴지는 모르지만 해봐야지.
제발 나가는 중에 누가 보지 않기를!

“알았어요. 그럼 그렇게 해봐야죠. 후우… 지금은 일단 재정비를 좀 해야겠어요.”

아무리 시스템의 도움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큰 힘을 얻게 되었다. 바로 힘을 적절하게 쓸 수는 없을 것 같다.
얻은 스킬이랑 능력치 같은 것을 보고 천천히 시험해봐야지. 어떤 식으로 적용해 나가야 할지 이것저것.
그래야 스스로 이곳에서 나갈 있을  같다.

【1년 만에 내 시련을 이겨낸 너라면 금방 적응하고 나갈  있을 테지.】

응……?

“지금 뭐라고요?”
【뭐가 말이냐?】
“지금 1년… 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그랬지. 1년 만에  내 시련을 이겨냈다. 음? 표정이 왜 그러지?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이냐?】

“어……?“

1년… 1년이라고?
나는 굉장히 황당한 기분으로 가득 찼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