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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화 〉14-귀환(2) (14/107)



〈 14화 〉14-귀환(2)

나는 곧바로 부들부들 떨며 웅크리고 있는 놈에게 다가갔다.

“남이 소중히 여기는 건 함부로 대하지 말라고 못 배웠냐?”
“끅……!”

있는 힘껏 턱을 올려 찼다.
이번에는 완벽하게 기절했는지, 간헐적으로 움찔거리기만 할 뿐 그대로 뻗어버렸다.
이놈이 한 짓을 생각하면 이 정도로는 모자라다. 그렇지만 처음에 때린 부분이 잘못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정도로 끝내주었다.

같은 남자로서 그게 얼마나 끔찍한 일인지  알고 있다. 그래서 뭐?
불쌍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이런 녀석은 쓰지 못하게 하는 것이 세상을 위한 일이라 생각이 드니까.

“저기, 조금 찝찝할지도 모르지만, 저 녀석 치료 좀 해주실  있나요?”
“어? 아, 응! 아,알았어!”

사제의 여자에게 말하면 허둥지둥 다가가 치료를 시작한다.
그렇지만 처음 치료해보는 곳이라 그런지, 조금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조금 미안한 일을 하게 한 듯하다.

“너 보기와는 다르게 손속에 자비가 없네…….”
“소중한  지키기 위해서는 이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렇게 했음에도 못 지킬 때가 있다.
나는 그것을 한 번 경험했다.
나 자신이 죽는 것보다도 아프고 끔찍한 경험이다…….

“그렇구나…….”

마법사 여자는 그것만으로 납득한 듯한 표정이었다.
언제나 위험과 함께 사는 모험가라는 직업이다. 나보다도 산전수전 다 겪어봤을 테니, 비슷한 경험은 많을 거라 생각된다.
 세계는 내가 있던 곳보다도 훨씬 가혹한 세계다.

몬스터와 같은 인간에게 죽는 숫자가 많을 수밖에 없다. 나 자신이 살아남고 소중한 것을 지키려면,  정도 마음가짐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 같은 사람을 죽인 적은 없지만, 만약 나를 지키고 소중한 것을 지킬  누군가를 반드시 죽여야만 하는 상황이 온다면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뒤. 저편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이게 도대체 뭐지?”

처음 나를 위협했던 리더라 불리는 남자와 또 다른 남자가 등장했다.
2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갈색 머리의 미남.

‘허… 진짜로 있네.’

이곳에서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모르지만, 이 사람만큼은 누군지 알  있었다.
게임의 스토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사람이니까.
세계관에서 아마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정도의 강함을 지닌 용사의 스승.

그랜드 마스터까지는  발자국 남았다는 말을 듣는 남자. 란델.
이 시기에서도 40살은 넘었을 테지만 그 엄청난 경지에 나이를 잘 먹지 않아 20대 중반 정도로 보인다.
그렇게 내가 란델을 인지하고 있으면 그쪽에서도 나를 바라봤고 눈이 마주쳤다.

“……!”

 눈이 크게 떠지며 놀라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잠깐. 란델은 온화한 표정으로 돌아갔다. 그러더니 리더의 남자가 뭐라고 하기 전에 자신이 앞으로 나섰다.

“이건 네가  거니?”
“네. 맞아요.”

이 괴물 같은 인간은 어떻게 이런 상황이 되었는지, 머릿속에서 이미 과정과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내가 아는 란델은 주변의 작은 흔적만 가지고도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채니까. 귀신같은 사람이다.

“기, 길드장님. 이건  애의 잘못은 없어요.”
“마, 맞아요. 다 이 녀석이 잘못한 일이에요.”

여자들은 내가 어떻게 될까 봐 필사적으로 변호하는 말을 한다.
란델은  말들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나에게 천천히 걸어왔다.
그리고 그는.

“만나서 반갑구나. 리제.”

내가 조금 깜짝 놀랄 만한 말을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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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란델에게서 내 이름을 들었을 때는 놀랐지만, 생각해보면 그리 놀랄 것은 아니었다.
이들이 오크의 건으로 이곳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나에 대해서도 조사를 했을 테니까.
란델이 나를 알아본 덕분에, 그 융통성 없는 리더의 남자도 금방 납득하고 넘어갔다.

이 융통성 없는 녀석은 란델의 말이라면 또 끔뻑 죽는다는 모양이다.
자신이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도 존경하는 인물이라서 그렇다나?
마법사 여자가 그리 알려줬다.

내가 쓰러트린 남자에 대해서는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던 궁수 남자도 자세히 설명을 해줘서 딱히 문제없이 지나갔다.
오히려 시비를 건 놈이 C랭크로 강등에 세피룸 지부에서 영구추방 당했다. 그 정도면 상당한 중징계를 받은 셈이 된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소중한 것도 잃었으니까, 잃은 것이 너무나도 많은 셈이다.

“나로서는 굉장히 묻고 싶은 것이 많지만, 일단 사과부터 하는 것이 예의겠지. 정말로 미안하다.”

모든 일이 정리된 후, 다른 이들과는 헤어져 란델과 둘이서 보육원으로 향하는 도중이었다. 나는 그로부터 엄청 정중한 사죄를 받았다.
조연이었지만 여러 의미로 강렬했던 란델이었다. 그런 그에게 정중한 사죄를 받으니 괜히 송구스러워지는  같은 느낌이 든다.
시스티아나 다른 몇몇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상당히 호감을 느끼고 있던 인물이었으니까.

“아, 아니요. 괜찮아요. 딱히 란델 씨가 잘못한 건…….”
“길드원이 잘못했다면 책임자인 내가 잘못한 거나 다름없는 거야. 그러니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거지.”
“아…….”

확실히 란델은 이런 인물이었지.
엄청나게 강함에도 오만하지 않고 겸손하며 책임감이 있는 그런 사람.
만약 란델이 성검을 뽑을 수 있었다면, 그도 충분히 용사로서 활약할  있었을 인물이라 생각한다.
그런 부류와 동떨어진 내가 보기에는, 너무나도 눈이 부시다.

“저희 마을에 대해서 이것저것 해주신 건 란델 씨죠?”
“음? 그래.”
“그러면 그걸로 사죄와 보상은 끝난 거로 해요. 분명 보육원에 대해서도 많이 신경 써주셨을 테니, 전 그거면 충분해요.”

이것은 진심이기도했지만 란델의 호감을 얻기 위해 한 계산이 깔린 말이다.
이곳에서 란델을 만난 것은 정말로 큰 행운. 여기서 조금이라도 친분을 얻어놓기만 해도 나중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하하하! 이거야 원. 주변에서 듣던  그 이상이야.”

“주변이요? 주변에서 무슨… 아, 머리 쓰다듬지 말아요!”

란델의 말이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마치 어린애를 칭찬하듯이 머리를 쓰다듬는 것을 저지한다.
아니, 확실히 겉모습은 어린애지만 속은 이런 걸 받고 기뻐할 나이는 아니다.

“아, 미안하다. 무심코 손이 가버렸어. 숙녀의 머리를 멋대로 접하는 건 실례지.”
“아니, 그런 이유는 아닌데…….”

어린애라는 것보다도 숙녀라는 것에 더 대미지를 입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거겠지? 그렇겠지?

“자, 그러면 너도 납득한 일이라니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 이 뒤는 너에게 여러 가지로 묻고 싶은 것이 많지만, 일단 먼저 해야 하는 일이 있겠지.”
“…….”

란델의  말에는 굉장히 신경이 쓰였지만, 확실히 그 말이 맞았다.
나와 란델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보육원에 도착했다.
예전 내가 봤던 보육원과는 달리 굉장히 깔끔해진 보육원.
마당에는 아이들이  수 있는 공간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고, 밭이라든가 여러 가지 정돈이 된 것이 한눈에 보인다.

“보육원 자체를 새로 지을까도 생각했지만 반대가 심해서 말이야. 결국에는 말씀하게 보수하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어. 그 대신 다른 곳에 손을 많이 댔지.”
“다른 곳도 그렇고 보육원도… 돈  쓰셨을 것 같은데요?”
“음? 뭐, 쓰긴 좀 썼지만, 대부분은 한가한 모험가들을 데려와서 일을 시켰으니까 비용 자체가 그렇게 많이 들지는 않았지.”
“아…….”

그, 그런…….
한 지부의 길드 마스터를 맡은 사람답게 절약할 수 있는 부분에서는 절약하는구나.
게다가 란델은 모험가들에게 굉장히 존경받고 있다. 인맥이든 돈이든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중에는 조금 도가 지나칠 정도로 존경하는 사람도 있는 것 같지만…….

“그럼 나는 내일 방문하도록 할게.”
“아, 들어가세요.”

지금의 자신이 할 일은  했다는 듯이 란델은 돌아갔다.
어쩐지 내일 온다는 말이 조금 무섭기는 했지만 뭐, 별거 있겠어……?
대충 생각한 대로 둘러대면 되겠지.

“자, 그러면...”

밤이 제법 깊어졌다.
어른들에게는 애매하지만, 어린아이들은 분명히 잠자리에 들었을 시간.
원장님은 아직 깨어 계실까?
아니, 하지만 원장님은 대개 아이들이랑 같이 주무신다. 그분도 깨어있을 가능성이 적겠구나.

‘그러면 저 불빛은…….’

구조 자체는변하지 않았으니 예전과 똑같을 것이다.
아이들이 자는 곳의 바로 옆방의 창문에서, 약하게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저기는 내가 책을 읽거나 여러모로 생각할 것을 정리할 때 쓰던 방이었는데.
지금은 누가 쓰고 있는 걸까?

“누가 되었든 일단 만나봐야 하겠지.”

나는 곧바로 그곳으로 향한다.
방문 앞에 서서 일단 노크해야 할까 생각했다. 그리고 두드리려는데 흠칫했다.
아는 사람이든 아니든, 괜히 소란이 일어나서 다들 깨는 거 아닐까?

다들 곤히 자고 있을 텐데 깨우는 것도 좀 그렇다. 내일 아침에 오는 편이 좋지 않으려나?
그렇게 머뭇거리고 있는데, 갑자기 옆방에서 누군가가 문을 열고 나왔다.
작은 인영인 것을 보면 아이 중 한 명인 듯하다.

“언니이… 쉬야…….”
“어?”
“쉬야…….”

비몽사몽 방을 나온 4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는 화장실에 데려가 달라고 나에게 보챘다.
자세히 보면 내가 알고 있던 아이는 아닌 듯 보였다.
내가 없는 사이에 새로 들어온 아이일까?

“후웅… 쉬야…….”
“아, 그, 그래. 알았어.”

아이가 굉장히 급한지 칭얼거리기 시작해서 나는 다급히 화장실로 데려갔다.
보육원에서 지내면서 이런 일은 일상다반사였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아이를 화장실까지 보냈다.
뒷정리까지  하고 나니, 아이는 졸린 것을 참지 못했는지 그 자리에서 잠들었다. 별 수 없이 안아서 나왔던 방까지 데려가기로 했다.

어쩐지 평소에 하던 일을 하니 긴장감이 확 사라지네.
근데 아이가 밤에 화장실 가려고 보채는 행동이 굉장히 익숙하게 보였다. 마치 방을 나오면 반드시 누가 있다고 믿고 있는 듯이. 그런 행동이라고 해야 할까?

‘그렇다는 건…….’

내가 거기까지 생각이 닿으며 아이들이 자는 방문에 손을 올리고 있을 때였다.

“누구 나왔니?”

바로 옆방에서 누군가가 나왔고, 금방 눈이 마주쳤다.

“아……”

그리고 그 눈이 마주친 인물은 내가 너무나도 잘 아는 인물이었다.

“아… 아, 안녕. 시스티아. 오랜만… 이라고 해야 하나?”

내 기억에 있는 시스티아보다 좀  어른스러워진 듯한 분위기.
나를 보고 눈이 점점 커지는 시스티아를 보며 나는 그렇게 어색하게 말한다.
아, 이런 재회를 생각한 건 아니었는데…….
그렇게 머쓱해지며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쩌면 이게 가장 나다운 것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리… 제……?”

“앗……!?”

시스티아의 큰 눈망울에 눈물이 고이고 주르륵 흘러내린다.
눈물을 뚝뚝 흘리며 한껏 기쁘고 안심한 표정으로 나에게 달려와 안겼다.

“리제…! 리제……!”

“아, 어… 시, 시스티아. 잠시만……!”

“후이잉...”

하지만 내 품에는 아직 아이가 있는 관계로, 그 행동은 다른 상황으로 연계되었다.
잠들어 있던 아이가 소란스러움에 시끄럽다는 듯이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이대로 계속 가다간 한껏  기세다.
그렇게 되면  안에 있는 아이들도 전부 깨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건 곤란한데.

“시, 시스티아. 일단 진정하자…! 응? 내가  잘못했으니까……!”
“리제… 는… 잘못… 없… 어……!”
“그, 그래. 나 잘못 없으니까 눈물 뚝!”

그렇게 나는 진땀을 빼며 상황이 최악으로 가지 않도록 노력했다. 힘들어 죽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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