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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화 〉16-새로운 출발(1) (16/107)



〈 16화 〉16-새로운 출발(1)


란델의 실력을 생각하면  제안은 누구나가 대박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대박이라고 생각한 것은, 란델은 이제껏 누군가를 집중적으로 가르친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오직 용사를 제외하면.

란델은 용사와 비슷한 재능을 나에게서 봤다는 걸까? 아니면 진짜 그저 나에게 사죄한다는 기분으로 하는 제안?!
아니, 너무 생각이 많아졌다.
뭐가 되었든 이 제안은 나에게 좋은 점밖에 보이지 않는다.
손해 볼 건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

“음. 이런 말을 갑자기 하면 선뜻 받아들이기에는 힘들겠지. 자랑하는  아니지만 나는 제법 힘을 가지고 있고, 너를 강하게 할  있을 거로 생각해.”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니 머뭇거린다고 생각했는지, 란델은 그렇게 말을 이었다.
그 말은 차분했지만, 나를 반드시 가르치고 싶다는 의지 또한 느껴졌다.
정말로 둘도 없을 기회.
다만 조금 걸리는 것은 시스티아가 란델을 굉장히 싫어한다는 것이었는데…….

“혹시라도 나 때문에 망설이는 거라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아까 아저씨가 말했듯이 나랑 아저씨의 문제야. 이 제안은 오히려 나는 찬성하는 쪽이니까.”
“어? 진짜?”
“응. 분하긴 하지만 아저씨가 굉장히 강한 것은 인정하고 있고, 그런 사람에게 배우면 리제가 위험해질 일이 없어지게 되잖아. 엄청나게 분하지만…….”

분하다는 말을 두 번이나하다니 정말로 싫긴 싫은 모양이다.
그런데도 시스티아가 거기까지 생각하고 말해주고 있다니.너무 감격스러워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저도 란델 씨가 정말로 강하다는 건 알고 있거든요. 아무래도 저의 지금 상태에 대해서도  알고 계시는 것 같고…….”
“그렇지.”
“저를 반드시 가르치고 싶어 하시는 이유는 단순히 사죄나 제 상태에 대해서인가요?”

이대로 그냥 받아도 좋지만, 나는 받기 전에 내 의문을 좀 풀고 싶었다.
설정으로 용사밖에 제자로 받지 않았던 란델이 나를 가르치고 싶어 하는 이유.
단순히 가르치고 싶다고 한 것이지만 제자로 받는 것과 다름이 없다.

“사죄의 의미도 없지 않아 있지만, 내가 너를 가르치고 싶은 이유는 너에게서 재능을 보았기 때문이야. 네가 오크와 싸울 때의 흔적. 그것을 보고 너를 가르쳐 보고 싶어졌거든. 어떻게  것인가. 어디까지 할  있는가. 상상하며 말이지. 보지도 못한 너에게 그렇게 느꼈지. 그리고 널 본 순간 확신했다. 넌 분명히 그 누구보다도 강해질 수 있다고.”

란델이 말하는 엄청난 재능은 솔직하게 말해 나에게는 없을 것이다.
대부분이 수수께끼의 시스템의 힘이니까.
하지만 그것 또한  재능이라 억지로 생각하면 그다지 걸릴 일도 없다.

나는 이 세계에서 살아남고 지켜야만 한다.
절벽에 떨어질 때는 포기했었지만, 이제는 포기하고 싶지 않다.
나에게는 지켜야  것이 너무나도 많다.

“거기에 리제 네가…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뭔데요?”
“그냥 개인적인 것이니 너무 신경 쓰지 마.”

그렇게 말하며 미소 짓는 란델에게서는 슬픔과 씁쓸함이 느껴졌다.
그런 식으로 말하면 괜히  신경 쓰이는데…….
그러고 보면 란델에 대해서는 설정 이외에는 아무것도 모른다.
분명히 이 남자도 지금까지 살아오며 어떠한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저 나이에 독신이라는 점도 뭔가 있을 것 같고.

“자, 어떻게 할래? 리제.”

그렇지만 지금의 내가 뭐라고 물을  있는 입장도 아니고  자리는 그냥 넘어가자.
나중에 기회가 있겠지.

“그럼. 란델 씨.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나는 뜻하지 않게 세계관 최강자 반열에 있는 사람의 제자가 되었다.
이 또한 앞으로의 일에 많은 변화가 생기리라.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었다.

[다음 루트로 가기 위한 조건이 해방되었습니다.]

이 녀석도 그렇게 말하고 있잖아?



*



귀환하고 나서의 생활은 극적으로 변하지는 않았다.
란델의 가르침을 받는 것이 되기는 했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뭔가를 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수행이 시작되는 것은 세피룸에 갔을 때.
조금 시간을 두고 이곳에서의 생활을 하며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다.
예전과는 다르게 일이라는 것을 하지 않아도 돼서 꽤 편하게 보낼 수 있었다.

아이들은 란델 덕분에 매일 풍족하게 지내게 되었다.
일반적인 서민들 정도의 수준으로 말이지.
배가 부르게 먹을 것을 먹고, 깨끗한 옷을 입으며, 전부가 침대에서 잔다.
보통이라면 누릴 수 있었던 것을 지금 누리고 있다.

그런 모습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내가 했었던 것처럼 아이들을 돌보는 시스티아를 보며 조금 놀라다가 곧 납득한다.
너무 어릴 때의 시스티아만 보다 보니 이쪽이 익숙해져서 잊어버릴 때가 많단 말이지.

그렇게 유익한 시간을 보내며 일주일이 지났다.
나는 예정했던 대로 보육원을 나와서 란델을 따라 세피룸에서 지내기로 했다.
보육원도 이제는 내가 없어도  돌아가니 걱정할 필요도 없어졌기 때문에 마음 놓고 나올 수 있었다.
유일하게 걸리는 점은 이번에도 시스티아였지만, 너무나도 쉽게 함께 가는 것이 되었다.

“아저씨. 나도 갈래요.”
“그래. 그렇게 해.”

딱 이 대화만으로 성립이 되어버린 것이다.
어? 너무 쉽지 않아?
그렇게 생각되지 않는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때 굉장히 좋은 일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갔다.

일방적으로 시스티아가 싫어하기는 하지만, 이 둘도 나름의 관계를 이어온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부디 계속 좋은 쪽으로 발전되었으면 좋겠는데.

“리제 언니. 또 무리하면 안 돼? 언니는 틈만 나면 무리하고 다치고...꼭 언니 몸도 챙겨야 해. 알았지……?”

필의 걱정이 가슴을 쿡쿡 찌른다.
아무래도 걱정을 끼칠 수밖에 없는 일들을 해왔으니까.
몬스터에게 습격당해 사경을 헤매고, 절벽에 떨어지고.
전자는 내가 한 건 아니지만, 어쨌든 리제로서는 두 번이다.

“알았어. 너무 걱정하지 마. 네드. 이제부터 여기는 네가 잘 지켜야 한다고?”
“알고 있어, 누나! 반드시 지킬게!”

응. 그래. 네드. 넌 아무 말없이 씩씩하게 대답하는 모습이 참 좋구나.

“시스티아 언니. 리제 언니에 대한 건 맡길게.”
“맡겨둬. 리제가  이상한 짓하면 무슨 짓을 해서든 막을 테니까.”
“믿을게.”
“…….”

아무래도 둘 사이에는 내가 이상한 짓을 하는 것이 전제조건인 모양이다.
아, 아니. 솔직히 말해서 둘  어쩔  없는 일이었잖아?
너무 불합리해.
나는 그렇게 풀이 죽은 것을 내색하지 않고, 원장님과 작은 아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보육원을 나섰다.

마을 사람들과는 어제 미리 인사를 나눴으니 이제 떠나기만 하면 된다.
마을 입구에는 마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인사는  끝난 거니?”
“네. 바로출발하면 돼요.”
“그럼 얼른 타. 아, 같이 가는 인원이 있는데 아는 얼굴이라 그리 어색하지는 않을 거야.”

그 말을 듣고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었다.
내가 절벽에서 올라와 만났던 모험가들.
여기에서 지내면서도 주로 여자들 쪽만 교류가 있었기 때문에 제법 친하다고 수 있다.

“어? 같이  타요?”
“난 말을 타는 게 편해.”

란델은 우리를 마차에타라 말하고는, 본인은 마차 근처에 있던 말에 올라탔다.
나도 마차 말고 말에 타고 싶다.
승마에 대해서 조금 욕심이 있다.
멋있어 보이잖아?

“리제. 안 타?”
“아, 응.”

나중에 란델에게 가르쳐 달라고 해야 하나.
시스템은 편하게 승마라는 스킬을 얻게 해줄  같지가 않다.
말에 올라타는 란델을 잠깐 보다가 마차에 올라탔다.
그러면 기억에 있는 남녀 4명이 앉아 있었다.

“안녕. 리제~”
“시스티아도 어서 와.”
“안녕하세요.”

가장 먼저 반기며 인사하는 마법사 여자와 사제 여자.

“소피아 씨, 마리 씨.”

마법사 쪽이 소피아. 사제 쪽이 마리다.

“시리우스 씨랑 랜디 씨도 안녕하세요.”

나를 강하게 위협했던 리더의 남자가 시리우스. 궁수 남자가 랜디.
랜디는 그날 이후 오늘 처음 보고 시리우스는  번 보긴 봤지만, 솔직하게 말해 잘 모른다.

“…….”
“…….”

둘  나는 보지도 않고 침묵했다.
랜디는 나를 피하고 시리우스는 나를 무시한다.

“야, 너희들. 리제가 인사하는데 좀 받아. 모르는 사이도 아니잖아.”
“그래. 무시하는 건  그렇지 않아?”

나를 무시하는 듯한 모습에 두 여자가 발끈해서 말하지만,  남자에게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뭔가 한 마디 더하려던 두 여자는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어색하게 웃었다.

“미안해. 이  녀석 다 의사소통 장애라서 이해를  해줘.”
“난 그저 필요한 인물과 필요한 대화만을 할 뿐이야.”
“아~ 네네. 그러세요? 그런 거로 해둘게요.”

시리우스가 정정한다는 듯 한마디 하지만, 그저 비아냥거리듯이 넘어갔다.
이 파티는 사이가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잘 모르겠다.
결국 랜디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말이다.

“출발할 테니 자리에 앉아주십시오.”
“아, 네.”

마부의 말에 나는 서둘러 자리에 앉는다.
마차 내부는 6인승.
각각의 자리에 두 명씩 앉아서  자리씩밖에 남지 않았기에 내가 남자들이 앉아있는 곳에 앉고 시스티아를 여자들 쪽에 앉혔다.

‘…응?’

내가 앉은 옆자리는 랜디가 있었는데, 내가 앉자마자 몸을 움찔 떤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기분 탓인가?

그렇게 의아해하고 있자니, 마차가 출발했다.

“그건 그렇고 리제가 갑작스럽게 길드장님의 제자로서 같이 가게 된다고  때는 진짜 깜짝 놀랐어.”
“지부장님은 누군가를 집중적으로 가르치지 않는 거로 유명하신데.”
“아하하~ 어떻게 운이 좋아서 그렇게 되었네요.”
“칫!”

그런 내 말에 시리우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혀를 차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렇지만 나 외의 다른 사람에게는 들리지 않은 듯, 이번에는 옆에 앉은 시스티아에게 대화가 옮겨갔다.

“시스티아는 리제가 걱정되어서 같이 가는 거지?”
“네. 맞아요. 제가 없을  너무 위험한 일 하지 않도록 감시도 할  해서요.”
“시스티아는 리제를 엄청 좋아하니까. 우리랑 가끔 대화할 때도 리제 이야기가 대부분이니…….”
“당연하죠!”

시스티아는 오히려 자랑스럽다는 듯이 가슴을 펴고 두 사람은 키득키득 웃으며 나를 스리슬쩍 쳐다본다.
시스티아가평소 그러고 다니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지만, 막상 바로 앞에서 저러는 걸 들으니 좀 부끄럽다.

그렇게 마차 안에서의 대화는 끊이질 않고 재잘재잘 떠드는 소리가 계속된다.
여자들은 정말 말을 많이 한단 말이지...
모든 여자가 다 저러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내 주변에는 말수가 없는 여자는 없었다.

“후우… 응?”

한참을 말하다가 겨우 풀려나서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등을 기대면 또 옆자리에서 움찔거리는 기색이 느껴졌다.
역시 기분 탓이 아닌 것 같은데?

“저기…….”
“…내 근처에 오지 마라.”
“…….”
“…….”

누구든 갑작스럽게 저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나쁘겠지.
그렇지만 별로 기분이 나쁘다는 것은 느끼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게, 랜디에게서는 나에 대한 공포? 같은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거기다 다리를 꼬거나 나에게서 몸을 비틀거나 하며, 어쩐지 자신의 다리 사이를 방어하려는 듯한 자세를 보인다. 굉장히 기묘하게 느껴진다.

‘…아. 그렇구나.’

 모습에 뭔가 싶어서 생각하니, 답은 쉽게 나왔다.
란델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내가 응징한 그 남자는 애석하게도 이제 남자 구실은 못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것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내가 카르아에게 받아서 먹었었던 최상급 포션 이상이나 교황이나 성녀가 쓸  있다는 최고위 신성마법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하고 란델이 지나가듯이 말한 것이 생각난다.
일반적인 치료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이다.

랜디는 아마 그것 때문에 나를 굉장히 경계하고 있는 거겠지.
남자의 가장 중요한 급소를 망설이지 않고 가격하는 인간이 옆에 있으니까.
그 장면을 바로 근처에서 바라보고 있었기에, 더더욱 가까이하기 싫을 것이다.

옛날에도  앞에서 저런 비슷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몇  봤기 때문에 금방 알았다.
인간은 때론 살기 위해서는 뭐든 해야만 하는 때가 있다.
특히 1대 다수의 싸움이나 다른 절대적으로 불리한 싸움에서는 더더욱 말이지.
비겁하다느니 따지다가 죽거나 크게 다치면, 내가 지켜야  사람은 어떻게 지켜?

물론 막무가내로 하겠다는 것이 아니고, 어디까지나 선을 지키는 것에서 하는 거지만 말이다.
애초에 그런 상황에서는 봐주지 않아도 되는 상대뿐이니, 별로 그런 걸 신경  필요는 없지만 말이지.
그렇지만 지금은 그런 때는 아니다.
길든 짧든 앞으로 자주  것 같은데, 이런 어색한 관계로 있고 싶지는 않다.

“딱히 저를 화나게 하지 않으면 ‘그런 짓’을  생각은 없어요. 그러니까 긴장 푸세요.”

공격하지 않는다는 표시로 밝게 웃으며 그렇게 말하면,

“너는 악마인가?”

어쩐지 그런 말을 들었다.
…어째서?
아까보다도  깊은 공포가 보인다.

랜디와의 거리가 너무나도 멀어졌다.
나는 여자들 말고 편한 남자들과 친해지고 싶은데…….

“하아…….”

납득이 되지 않은 상황을 맞이하며 나는 작게 한숨을 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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