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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화 〉17-새로운 출발(2) (17/107)



〈 17화 〉17-새로운 출발(2)

결국 랜디와의 거리는 줄이지 못한 채, 다시 여자들과의 수다에 억지로 끼워지기를 수 시간 후.
우리는 세피룸에 도착할 수 있었다.

“와!”

도착하자마자 세피룸의 발전된 모습에 눈을 빛내는 시스티아.
나 또한 게임에서만 봤던 세피룸의 모습에 흥미가 가득했다.
게임에서 상당히비중이 있었던 마을이라 기억에 오래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세피룸은 마을이라고는 했지만, 도시라고 불러도 좋을 규모다.
 마르티나 왕국에서 수도와 가장 큰 도시인 아루르펜을 제외하면 아마 가장 크지 않을까?.
그렇게 구경하다 보니 곧 마차가 멈추고 우리는 내리게 되었다.

“그럼 리제~ 시스티아~ 나중에 보자!”
“시스티아는 신전에 꼭 와야 해?”

남자들이야 여전했지만, 여자들은 그런 말을 남겼다.
특히 마리는 신성력이라는 공통점 때문인지, 시스티아에게 생각 이상으로 마음에 들어 하고 있다.
계속 신전에 오라고 설득하는 것을 보면 교단으로 데리고 오고 싶은 거겠지.

마리. 그런 식으로 설득하지 않아도 나중에는 시스티아가 최고 위치의 상관이 된다고?
나중에 놀라는 그녀의 모습이 상상되어서 무심코 웃음이 나온다.

“흥.”

랜디는 후다닥 나에게 도망치듯 가버리고 시리우스는 날 노려보듯 보더니, 콧방귀를 뀌고는 가버린다.
이쯤 되면역시 확신한다.
시리우스는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내가 란델의 제자가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다.
직접 들은 건 아니지만 쉬이 예상된단 말이지.
이 세계는 15살이면 성인으로 취급하긴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살던 곳과 차이가 있는 건 아니다.
시리우스도 아직 19살. 아직 너무 어리긴 어리다.

“자, 그러면 집으로 가볼까.”

그들과 헤어지고 란델을 따라간다.
보육원에서 나와 이제는 집이라 불러야 할 곳으로.

“이곳이다.”

란델의 집은 마차에서 내렸던 곳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지나오며 봐온 상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작지도 않고 크지도 않은 집.
란델이 어떤 사람인지 생각하면 맞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무것도 없네.”
“먼지…….”
“아하하! 그냥 가끔 자러  뿐이라서 말이야.”

란델이 집이라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느냐를 생각하면 이상한 것은 아닐 것 같다.

“방은 남은 방이 2개가 있는데 어떻게 할래?”
“리제랑 같은 방이 좋아요.”
“리제는 그걸로 괜찮겠어?”
“네. 그렇게 해주세요.”

본래라면 따로 지내는 것이 맞는 거겠지만, 시스티아가 내가 돌아오고 나서부터 곁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니 어쩔 수가 없다.
잠자거나 목욕, 심지어 화장실까지따라올 정도다.
내가 죽지 않았다는 것을 여신을 통해 알았다고는 하지만 그 충격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니 당분간은 이런 생활이 계속되어야 하겠지.
뭐, 딱히 불만이 있는 건 아니다. 둘이서 생활하는 건 익숙하기도 하고 말이다.
아니, 이렇게 말하면 좀 그러니까 진심을 이야기하면 기쁘다.

이렇게 생각해주는데 기쁘지 않을 수는 없지. 약간 불편한 것도 감수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적어도 화장실 따라오는 것만 좀 없으면 좋겠는데.

“그럼 큰 방이 좋겠네. 기본적인 가구는 있으니까 바로 지낼 수는 있을 거야.”

란델의 그 말에 방 안에 들어가면 진짜로 기본적인 가구밖에 없었다.
침대, 옷장,책상, 의자.
내가 그것을 보며 보육원에서 가지고  짐을  가방을 내려놓으면 시스티아는 말없이 란델에게 다가가더니 손을 내밀었다.

“응? 뭔데?”
“돈이요. 좀만 빌려주세요. 필요한  사야 하니까요.”
“필요한 거? 기본적인 건  있…….”
“사람이 살기에는 그것만 가지고  되거든요?”
“아아.”

란델은 다른 건 완벽에 가깝지만, 집안 살림에대해서는 젬병인 모양.
시스티아의 말에 허둥지둥 자신의 돈주머니를 풀어 시스티아의 손 위에 올렸다.

“그거 그냥 줄 테니까 필요한 거 사둬.”
“개인적으로 사는 건 빚으로 해둘게요.”
“아하하…….”

그냥 받는 건 죽어도 싫다는 듯 뜻을 관철하는 시스티아.
정말 란델이 상대라면 단호해지네.

“리제. 같이 사러 가자.”
“그래. 그러자.”
“헤헤. 리제랑 쇼핑~”

나에게는 이렇게나 착한 아이인데.
그렇게 쓴웃음을 지으며 돈주머니의 돈을 세고 있는 시스티아를 바라보다 어정쩡하게 있던 란델을 향했다.

“근처에 있던 상가에 가면 웬만한   살  있죠?”
“그래.아마 그럴 거다. 근데 내가 따라가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오늘 이 마을에 처음 온 몸.
어디에 뭐가 있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고, 나이에 비해 어른스럽다는 말을 듣고는 있지만 어쨌든 겉은 어린아이니까 걱정스럽긴 할 거다.
란델이 약간 안절부절 못하는 것이 느껴졌다.

게임 속에서 용사와 대화하는 장면에서는 이런 느낌은 전혀 없었는데.
어디까지나 엄격하고 많은 건 터치하지 않는다는 느낌?
아. 하지만 게임에서 봤던 것은 용사는 성인이었고, 성장도 어느 정도 했을 때니까 당연한 건가?

“괜찮아요. 멀리 나가지는 않을 거니까요. 마을 안내는 나중에 해주세요. 란델 씨도 길드에 가보셔야 하잖아요?”
“…그래. 알았다.”

란델은 잠시 나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고는 내 머리를 두어 번 가볍게 쓰다듬었다.

“내일은 가장 먼저 길드부터 안내해주마. 훈련하기에는 그곳이 제격이니까.”
“네.”

그렇게 내 대답을 들은 란델은 길드에 다녀오겠다며 집을 나섰다.
나는 그것을 배웅하고 무엇을 살지 시스티아와 상의하고 쇼핑에 나서기로 했다.

살 것은 너무 많았다.
먼지가 가득한 집을 청소할 도구부터 식기 등등 진짜로 집에 있는 것이 없기에 다 사야 한다.
일단은 꼼꼼하게 다 사는 것이 아니고 정말로 딱 필요한 것만 골라 사는 것이 되었지만, 그래도 제법 숫자가 되었다.

짐이야 얼마가 되었든 인벤토리를 쓰면 간단하지만, 눈에 너무 띄니까 그건 좋지 않다.
쓸 거면 몰래몰래 써야겠지. 어차피 시스티아는 인벤토리에 대해 알고 있으니까 시스티아만 보는 때라면 상관없다.
뭐, 솔직히 인벤토리가 없어도 내 근력 수치라면 짐을 드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오크와 싸울 때가 훈련이  된 병사와 비슷한 수치였다면, 지금은 기사급 정도는 되니까.
근육도 보이지 않는 이 가느다란 팔에서 국가의 힘의 기준점으로 삼는 것 중 하나인 기사와 비슷한 힘이 나오는 것이다.
아직 발전 도중이지만 나도 꽤 치트구나.

“와~ 가게가 엄청 많아!”

상가에 들어서면 시끌시끌한 사람들의 목소리와 각종 맛있어 보이는 음식의 냄새.
장신구나 옷부터 시작해서 신기한 것들을 팔고 있는 것이 보인다.

“리제! 어디부터 가볼까?”
“시스티아가 가고 싶은 곳이며 난 다 좋아.”
“음… 그러면…….”

필요한 물건만 사면된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이럴 때 다른 곳은 들리지 않는다는 듯한 분위기를 읽지  하는 말을 하면 나중이 더 힘들어진다는 것은 이미 경험이 끝난 상태다.

“그냥 처음부터!”
“하하, 그래.”

잔뜩 신난 시스티아와 손을 잡고 천천히 구경하며 지나간다.

“자, 입에서 살살 녹는 오크 꼬치구이가 2동화! 3개 사면 5동화에 드립니다!”
“피로회복에 좋은 리디 열매 주스 3동화에 팝니다. 어서 오세요!”

기본은 각종 먹을 것을 판매하는 곳이 많았다.
이세계에서 볼  있는 특이한 먹거리부터 내가 있던 곳과 비슷해 보이는 먹거리까지.
특히 몬스터의 고기를 사용한 먹거리는 한 번쯤은 먹어보고 싶네.

“먹을 건  먹어 봐도 괜찮아?”
“응. 별로 배는 고프지 않으니까. 그보다 저기 가보자~!”
“그래.”

시스티아의 관심은 먹거리보다 옷에 더 갔던 모양이다.
음식 판매대가 구역에서 약간 떨어진 곳에, 여자 옷을 잔뜩 진열해 놓은 가게가 보였다.
나는 하나쯤 먹어보고 싶었지만, 딱히 지금만이 기회는 아닐 테니 나중을 기약하기로 했다.

“어서 오세요~ 어머! 귀여운 아가씨들이네~”
“안녕하세요.”
“아, 안녕하세요…….”

가게에 들어서면 가게 주인으로 보이는 중년 여성이 맞아주었다.
시스티아는 아무렇지 않게 그 인사를 받았지만, 나는 왠지 우리를 보며 눈을 번쩍 빛내는 모습에 몸이 움찔 떨렸다.
이상한 일이었다. 가게 주인으로부터 위협으로 느낄 만한 건 하나도 없잖아.

‘에이.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일단 나는 기분 탓이라 생각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옷 좀 봐도 괜찮을까요?”
“그래. 그러렴. 아, 너희들 정도가 입을 사이즈가 진열된 곳은 이쪽이야.”

그렇게 일단 가게 주인의 안내에 따라옷이 진열된  중  곳으로 간다.
연령대에 맞을 수 있을 만한 사이즈별로 구획을 나눈 듯했다.
확실히 우리가 온 곳에는, 시스티아 정도면 딱 맞을 만한 사이즈의 옷들이 가득했다.

가게에는 우리 말고 다른 손님도 몇 명 있었는데 당연하겠지만 모두 여자.
보통은 이런 장소에 내가 있는 것이 굉장히 초조해지는 상황이겠지만 이런 경험도  번이 아니라서 익숙하다.
오히려 나는 여기서 시스티아에게 어울릴 만한 옷을 고른다는 행동을  수가 있다.

“음. 시스티아에게 어울릴 만한  뭐가 있을까? 어떤 종류의 옷이 좋아?”
“리제가 나에게 가장 어울릴만한 거 골라줘.”

윽. 그런 고난도의 문제를 내다니.
좋아. 당황하지 말자. 이런 일 또한 처음 겪는 일은 아니다.
일단 평소 시스티아가 좋아했던 것을 떠올린다.
색은 대체로 밝은 쪽을 좋아하고, 너무 화려한  좋아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밝은 색상에 심플한 디자인의 옷이 좋을 터.
그렇게 분석을 마치고 나면  눈에 띄는 하나의 옷이 있었다.
이제 곧 올 겨울에도 입기 좋을  같은 하늘색의 두꺼운 옷감의 원피스.
사이즈도 시스티아에게  맞을 것 같다.

“이건 어때?”
“좋을  같아!”

내가 고른 것이 마음에 드는  눈을 빛내는 시스티아.
그 모습에 내가 안심하고 있으면 시스티아는 내가 고른 옷의 바로 옆에 있던 옷을 집었다.
내가 고른 것과 사이즈 더 크고 빨간색으로 색이 다른 똑같은 디자인의 원피스.

‘부, 불안하다…….’

그리고 그 불안함을 뒷받침하듯 시스티아가 그 옷을 내 몸에 맞댔다.

“리제에게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
“아, 아니.  별로 필요 없는데…….”
“하지만 리제는 그 칙칙한 옷만 맨날 입잖아. 이런  입는 것도 보고 싶은데...”

시스티아는 내가 입고 있는  나이트 퓨어가 싫은 것 같다.
나는 디자인적으로나 능력적으로나 정말로 좋지만 시스티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
솔직히 템빨이라는 의미에서도 이건 계속 입어야만 하는 건데.

“아니, 그렇지만 말이지…….”
“안 돼? 나, 리제랑 같이 입어보고 싶은데… 커플룩…….”
“…….”

어깨를 추욱 늘어트리고 옷을 얼굴까지 들어 눈만 내민  나를 올려다본다.
아… 귀여워. 아… 심장이 아프다…….
도저히 거절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 귀여운 모습에 거절을 할 수 있는 이가 있다면 나와 봐라.
난 절대로 없을 거라 단언할 수 있다.
하지만, 하지만 이건 남자로서의 자존심이!

“그, 그렇지만 우리  다 사기에는 돈이 많이 들지 않을까?”
“우리 가게 중고옷을 약간 수선해서 파는 곳이라 그리 비싸지 않아~ 거기에 특별히 두 벌 다 사면 싸게 줄 수도 있단다.”

깜짝이야!?
갑자기 나타나서는 내 회피할 길을 차단해버리려고 하고 있었다.

“정말요? 감사합니다!”
“후후… 내가 다 고맙지. 이렇게 귀여운 애들이 귀여운 옷을 입은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부자가 된 기분이니까.”

진심으로 보이는 뒷말은 소곤소곤 이야기하지만  귀에는 들렸다.
이 가게 주인 어쩐지 위험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거였구나!?
거기에 들어보면 진짜로 저렴한 가격으로 팔고 있어서, 진짜로 피할 길이 없어졌다.

“아, 알았어…….”
“정말!?”

결국 내가 눈물을 머금고 수락하자 너무나도 기뻐하는 시스티아.
그 곁에서 같이 기뻐하는 가게 주인이 너무나도 얄미워 보인다.
아. 이런 여자 옷은 절대로 입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게 깨지다니.

‘리제’도 실용성 위주의 옷만 입다 보니 여자아이다운 옷이 하나도 없어서 좋았는데.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안 입는다는 생각이 깨질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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