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8화 〉18-새로운 출발(3) (18/107)



〈 18화 〉18-새로운 출발(3)

이건  아니야…….
옷가게에 있었을  머릿속에 내내  생각이다.
설명하기 싫으니 그곳에서 있었던 일들을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결국 그곳에 있었던 옷들 대부분을 입어보는 지경에 이르게 됨.
시스티아와 함께 패션쇼라도 한 느낌.
가게 주인과 손님들도 굉장히 흥분함.
이런 느낌으로 참 힘든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에는 가게 주인에게 선물이라며 처음 골랐던 옷들을 받았고, 우리는  가게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시간이 너무 많이 지체되었기 때문에 옷가게를 나와서는 물품들을 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군것질도 했는데 귀여운 아가씨‘들’이라며 서비스를 준다든지 그런 건 굉장히 복잡한 기분이었으나, 짐을 들고 있는 나를 대신해서 시스티아가 나에게 먹여준다든지 그런  굉장히 좋았다.

이런 분위기에는 음식 맛도 더 좋아진단 말이지.
옛날 생각도 나고.
아무튼 그런 식으로  것은 다 사고 오늘 저녁 메뉴를 생각해 재료까지 다 사고 나면 짐이 상당했다.
우리는 이만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히히, 재미있었어.또 가고 싶다.”
“또 상가가 아니더라도, 다른 곳도 재미있는 곳은 있을 거야. 나중에 같이 가자.”
“정말? 약속한 거다?”

앞서 말했지만 세피룸은 비중이 있던 곳이라 나도 제법 잘 알고 있다.
놀 거리로 생각하면 상가 말고도 즐길 수 있는 곳은 있다.
개인적으로 가는 것까진 아니더라도 보고 싶은 거리는 있지만, 그건 나 혼자일 때… 흠흠.
그렇게 속으로 어린아이는 알아서 좋은  없는 생각을 하고 있으면, 갑자기 주변이 시끄러워졌다.

“비켜요! 비켜!”
“우앗!?”
“뭐, 뭐야?”

뭔가 소란이 일어난 듯했다.
후드를 쓴 작은 인영이 부딪칠 것 같은 사람을 잘도 요리조리 피하며 정말로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다.

“거기 서라!”
“망할 꼬맹이! 잡히면 가만두지 않겠다!”

그런 작은 인영을 쫓는 무리가 있었으니, 멋들어진 갑옷을 갖춰 입은 기사들이다.
갑옷에는 왕국의 문장이 있고 그 옆에 다른 문장이 있는 것을 보면, 귀족의 가문에 소속된 기사로 보인다.

“비켜라!”
“꺅!?”
“으악!”

기사들은 무작정 사람들을 밀치고 지나갔다.
오러를 다루는 기사들의 무지막지한 힘에 밀려 날아가는 사람 중에는 상처를 입는 사람도 보였다.
평화로웠던 거리는 한순간에 난장판이 된다.

“시스티아. 일단 피하자.”
“으, 응…….”

나는 시스티아가 말려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들의 진로에서 멀어지기로 했다.
다친 사람이 눈에 밟히긴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도 시스티아가 우선이다.
애초에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말이지.

“아! 진짜! 재수도 없지!”

구석으로 피한 우리 근처를 지날 때 굉장히 억울하다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오고, 갑작스럽게 방향 전환을 하더니 좁은 골목길로 사라졌다.
처음에 봤을 때부터 생각했지만 오러 운용이 장난이 아니다.
후드 사이로 보인 얼굴을 보아하니 아직 어린아이 같은데 벌써 저런 경지라니.
진짜 재능이 있다는 것은 저런 아이를 두고 하는 말이겠지.

“젠장! 저쪽으로 돌아라!”

좁은 곳이라 갑옷을 입은 기사들은 운신하기 힘든 곳이었다.
이를 갈며 그들은 다른 곳으로 가기로 했는지 몇 명씩 나뉘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본인들이 짓밟은 무고한 시민들은 그냥 놔두고, 말이다.

귀족 중에서는 자신들보다 낮은 곳에 있는 존재를 벌레 이하로 취급하는, 소위 귀족 우월주의에 찌든 자들이 많이 있다.
그건 이 세계도 마찬가지이며 상당히 심한 편에 속한다.
그리고 아마 저 기사들의 주인인 인물은 그 심한 편에 속하는 내가 알고 있는 인물일 것이다.

되도록 그가 나타나기 전에  자리를 뜨고 싶지만…….

“리제. 도와주자.”

시스티아가 이렇게 말하는데 어떻게 무시하고 가자는 말을   있겠는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고 한다면, 나는 그것을 보조해주고 싶다.

“그래. 그러자.”

나는 마지막으로 가지고 있던 저녁 재료를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인벤토리에 넣고 곧바로 시스티아와 행동을 함께했다.

“힐!”

상태가 심각한 사람들부터 치료를 시작하고, 나는 난장판이  주변을 정리했다.
그런 우리들의 모습에 사람들도 하나둘 정신을 차리더니 서로 돕기 시작한다.

“자, 이제 아프지 않지?”
“언니, 고마워!”
“정말로 감사합니다!”

그렇게 정리를 시작해서 얼마 지나고 마지막으로 상처가 난 아이를 치료하면, 대충 상황이 마무리되었다.
기사들은 아직도 주변에 있는지 굉장히 소란스러웠다.
이쪽 상황을 듣고 사람들은 피신했기 때문에 인명 피해는 없는 것 같지만, 자신들의 진로에 방해가 되면 파괴하고 다녀서 재산 피해는  있을 것 같다.

“망할 놈들! 지들이 영주의 기사면 다인가……!”
“쉿!   조심하게! 그러다가 목이 달아날  있어!”

주변에서는 기사들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는데, 역시 이런 게 한두 번은 아닌 것 같다.
뭐, 내가 알기에도 한두 번은 아니었지…….

“하아~!”
“고생 많았어.”
“리제도. 후훙…….”

잘했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눈을 가늘게 뜨며 배시시 웃는다.
진짜 시스티아를 보고 귀엽다고 몇 번을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다.
아마, 평생 이러지 않을까 싶은데.

“기사 단장!”
“도련님……!”

그렇게 시스티아와 쉬고 있으면 분노가 가득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을 보고 나는 자동으로 인상이 찡그려졌다.
나이는 이제 15살 정도로 어렸지만 딱 보고 알 것 같았다.
잘생긴 면상이 굉장히 재수 없고 온몸에서 오만함이 나오는 것만 같은 귀족 꼬맹이.

디올드 키클라스.
게임에서는 용사파티의 여자 파티원, 아니 정확히는 시스티아에게 집요하게 집적거리다가 용사에게 쳐발리고 퇴장당하는 악당캐릭터.

“그 도둑 새끼 잡았나?”
“그, 그게 아직… 녀석이 너무 재빠르고 좁은 골목길만 지나다녀서 애를 먹고 있습… 큭!”
“닥쳐! 이 쓸모 없는 새끼!  도둑 새끼가 뭘 훔쳐 갔는지 알면서 그런 말이 나와? 무슨 짓을 해서라도 찾아!”
“아, 알겠습니다.”

많은 사람이 있는 장소에서 뺨을 한 대 얻어맞은 중년 기사는 기사들을 지휘한다.
그 움직임은 아까보다도 더 거침이 없었다.
사람들은 서둘러서 집 안으로 들어가거나다른 곳으로 도망을 간다.
역시 미친놈은 어떤 때라도 미친놈이다.

“시스티아. 돌아가자.”
“응.”

영지민을 지켜야 하는 기사들이 오히려 영지민을 위협하는 그런 미친 상황에서,  또한 사람들과 함께 이 자리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비록 이 세계에서는 아직 일어난 일은 아니지만, 안 그래도 녀석은 시스티아에게 엄청 집착하던 놈이었으니 어떻게 행동할지 모른다.

“근데 사제는 언제 오는 거야? 부른 지가 언제인데.”
“그게, 계속 기다려 달라는 말만…….”
“하… 망할 교단 놈들. 우리 가문에서 매달 내는 기부금만 얼마인데 그딴 식으로 행동한다 이거지?”
“아, 하지만 여기서 방금까지 치료를 하던 사제가 한 명 있습니다.”
“오, 누군데?”
“저쪽에 있는 은발의 여자아이입니다.”
“호오…  계집들 데려와.”

“네.”

어쩐지 불안한 느낌이 든다.
나는 발걸음을 더 빨리한다.
하지만 곧바로 우리 주위를 기사들이 둘러쌌다.

“무슨 일이시죠?”
“도련님께서 너희 둘을 찾으신다.”
“무슨 일로?”
“그냥 죽고 싶지 않으면 따라오는 것이 좋을 거다.”

시간을 끌면 용서하지 않겠다는 듯 검자루에 손을 가져가는 기사들.
젠장…  자식이 뭔데 갑자기 이쪽에 관심을 갖는 거야?
중요한  찾는다며? 거기에나 신경  것이지!

어떤 선택지를 선택하든 결과가 최악이 되리라는 것이 확실해서 길이 없다.
이대로 싸움을 벌이는 것은 무리다.  혼자였다면 어느 정도 할 수 있었겠지만, 곁에 시스티아가 있으니 절대 무리.
그나마이대로 순순히 따라가는 것이 목숨은 보전할 수 있을  같은데. 미친놈 앞에 가자니 그것도 너무 뭐 같지 않을까.

“알겠어요…….”
“리제…….”
“괜찮을 거야.”

빠져나간다는 관점에서 보면 이대로 따라가는 것이 더 나을 거라 판단하고 나는 일단 기사들을 따라갔다.
도중에 불안해하는 시스티아를 안심시키며 곧 디올드 앞에 서게 되었다.

“데려왔습니다.”
“너희는 다시 돌아가 봐. 도둑 새끼 잡아야지.”

그렇게 기사들이 다시 가고 나면 남은 것은 호위로 남은 기사 두 명과, 시중인들로 보이는 인원이 3명.
이대로 우리를 보며 재미있다는 듯이 미소를 짓는 녀석의 면상이 짜증난다. 주먹으로 갈기고 도망치고 싶지만 일단 참는다.

“무슨 일로 부르셨죠?”
“아. 내가 좀 다쳐서 말이야. 그쪽 계집이 사제라지? 치료  해봐.”

그렇게 말하며 내미는 손에 나는 욕지거리를 내뱉고 싶어졌다.
손등에 생긴 아주 미세한 생채기.
그냥 놔둬도 알아서 사라질 법한 그런 상처가 우리가 여기에 불리게  이유란 말이야?

시스티아도 어이가 없었는지 그것을 한참을 바라보다가 내 쪽을 바라봤다.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 나에게 묻는 표정이다.

“치료해 드리자.”
“응…….”

약간 떨떠름한 표정으로 신언(神言)을 외우고 가장 기초적인 마법인 힐을 사용한다.
그러면 당연하게도 본래 티도 안 나던 상처는 깨끗하게 사라졌다.

“제법인데? 이 고귀한 몸에 싸구려 포션을 사용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야. 이 정도면 합격이야.”
“가, 감사합니다?”

칭찬하는 건 절대 아닌 느낌이라 시스티아가 곤란해한다.
하여간 이 미친놈이… 적당히 좀 하지.

“그럼 저희는 이만…….”
“잠깐. 이대로 그냥 보내기는 좀 그렇지.”

이건 또 무슨 개 같은 소리야?
너랑 같은 공간에 있는 것조차 싫으니까 제발  그냥 보내주지 않겠니?

“저희도 얼른 집에 돌아가야 해서요.”
“그럴 필요 없다. 너희는 오늘부터 내 시종으로서 저택에서 살 게 될 테니까.”

저기요? 우리 지금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 거 맞나요?
이 미친놈이 또 뜬금없이 뭔 소리야?

“그게 무슨…….”
“내 치료를 해준 보답으로 내 시종으로 일하게 해준다는 이야기다. 돈에 대한 거라면 걱정하지 마라. 후하게 쳐주지.”

마치 우리에게 자비를 베풀어준다는 마냥 그렇게 말한다.
나는 점점 더 표정 관리가 힘들어지고 있다.

“도련님. 마음대로 그런 일을 하시면 백작님께서…….”

“괜찮아. 최근에 질린 계집 둘 내보내고 들이면 돼. 바꿔놓으면 아버님도 모르실 거야. 여차하면 어머님께 말씀드리지 뭐.”
“그래도 사제는 안 됩니다. 교단과 사이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에...”
“칫… 확실히 그건 좀 그렇군. 망할 교단 놈들과 사이가 완전히 틀어지는 건 좀 곤란해.”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 이야기가 점점 진행된다.
정말 골치 아픈 일이지만 그나마 다행인 것은, 시스티아는 건들지 못할 것 같다는 걸까?
시스티아는 아직 정식적인 사제는 아니라 저들이 멋대로 생각하고 있는 거지만, 지금으로선 좋은 일이다.

“뭐 됐다. 내가 원했던 것은 이 검은 머리 계집이니까.”
“……?”

뭐, 뭐라고?

“출신만 천하지 않았다면 첩으로 들여도 좋을 정도로 내 취향인데 말이야. 그게 좀 아쉽군.”
“…….”

이,  새끼…….
시스티아가 아니고 내가 목적이었어!?
이게 뭔… 하… 잠깐만.
미쳤네? 진짜.

“그렇게 됐으니 그쪽 사제는 가보고  나를 따라와라. 나중에 집에는 따로 사람을 보내두지.”

너무나도 예상외의 상황에 머리가 쫓아가지 않는다.
꿈이라도 꾸고 있는 것이 아닐까.
현실도피라도 하고 싶어지는 심경이었지만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좋아. 결심했어. 때리자.’

다른 기사들도 멀어졌으니 여기선  대 때리고 도망치자.
충분히 도망칠 수 있다.
나머지는 내키지는 않지만 란델에게 해결해 달라고 하자.
그라면 충분히 해결할  있는 문제다.

미친놈과 호위기사의 거리를 재고 충분히 무력화할 수 있는 거리를 잰다.
계산이 끝나고 일단 눈앞에서 소름 끼치게 웃으며 내 몸을 훑는 놈을 때리기 위해 준비하고 있으면,

“키클라스 백작가 도련님. 거기까지 하시죠.”

굉장히 온화하며 작은 것 같지만 주변에 다 들리도록 울려 퍼지는 목소리.
그 목소리에 모두가 동작을 멈추고 목소리 주인에 시선을 돌린다.

“제가  이상 열 받기 전에 말이죠.”

웃고는 있었지만, 그 속마음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그 기백에서 느낄 수 있다.
모두가 그런 란델의 모습에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