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23화 〉23-모험가(1) (23/107)



〈 23화 〉23-모험가(1)



“그럼,  이야기는 여기서 마무리짓도록 하지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흠흠... 이번 일은 정말로 미안하네. 란델 공.”
“백작님의 사죄는 앞서 몇 번이고 들었으니 됐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것만 잘 이행해주셨으면 좋겠군요.”
“그럼 물론이지. 내 최선을 다해서 하겠네.”
“...”

자리에서 일어난 란델은 도대체 몇 번을 쓸데없이 주고 받았을지 모르는 사죄를 대충 넘기며 키클라스 백작의 옆에서 입을  다물고 있는 디올드를 바라봤다.
그에게도 오늘 수도 없이 사죄를 받기는 했지만, 그 사죄는 전부 진심이 없었다.
백작의 명령에 의해 마지못해 한 것일 뿐이니까.

‘이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기를 죽여 놓기는 했지만, 어디를 어떻게 튈지 모르는 상대다.
사람을 마음대로 하는 권력의 맛을 알고 있는 어린아이는 너무나도 예측하기가 힘들다.
15살은 성인으로 취급하지만, 어린아이의 사고를 한다면 그건 성인이라고  수 없다.

‘그 아이 정도는 되지 않으면... 아니, 너무 어른스러운 건가?’

최근에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은 여자아이를 떠올리며 란델은 속으로 웃었다.
리제. 13살이면서 웬만한 어른보다도 어른스러운 굉장히 강하고 예쁜 아이.

보기 전에는 그 담력에
보고 난 뒤에는 그 모습에
그 뒤에는 많은 이를 끌어당기는 인품에
 세상을 끝까지 강하고 행복하게  수 있도록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싶어졌다.

정말로 자꾸만 누군가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닮은 정말로 사랑스러운 아이다.

조금만 더 성장하면 ‘힘’은 물론이고 무서울 정도로 아름다워질 것이다.
반드시 주변에서 가만히 두지 않을 정도로.

‘최대한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내가 신경 써야지. 지금은 내가 그 아이의 보호자이니.’

물론 자신이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해도 잘할 거로 생각하지만 말이다.

‘아니, 애초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신경 써야지. 음. 웬만하면  정도는 죽이는 게...?’

벌써 부친 모드가  란델.
물론 그게 조금 많이 무겁고 삐뚤어진 듯 보이지만.

“그럼.”
“...!”

란델은 디올드를   더 노려보고는 그 자리를 떠난다.
얻은 것이 있기는 하지만, 정말이지 시간 낭비일 뿐인 자리였다.

오늘 계획대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 훨씬 더 유용하며 유익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시스티아와 레온...”

란델은 자신이 맡은 아이  리제를 제외한 두 명을 떠올린다.
셋 중에서는 가장 오래 알고 지낸 시스티아.
어제 처음 만났지만 잘 이해할 수 있었던 레온.

란델이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의 평가는 리제와는 다르게 굉장히 냉정했다.

언제 크게 터질지 모르는 커다란 폭탄.

두 사람  재능은 엄청나다고  정도로 있다.
이대로 성장한다면 필시 세상에 오랫동안 이름을 남길 수 있을 정도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분명 무서운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그 두 사람은 이대로 가면 분명히 위험한 존재가 될 것이다.

“...”

(인간은 정말로 싫어. 다...)
(어떻게, 어떻게 하면 전부 다...)

본성이라고 해야 할지.
아니, 그것보다는 마음에 담고 있는 어둠이라고 하는 편이 맞는 거겠지.

현재로서 그것을 아는 것은 자신뿐.
리제는 모른다.
이야기하는 걸 원하지 않았고, 이야기하지 않았으니까.

리제에게는 모른 채로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모든 열쇠는 리제가 지니고 있다.

이제부터 엇나가는지 아니면 똑바로 나아가는지.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고작 하루 만에 레온의 마음마저 얻은 리제라면.
시스티아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리제라면 가능하다.

웃기게도 많은 것은 알리지 않은 채 리제에게 맡기는 것이 모든 일이  흘러가는 것이 된다.

자신은  사람은 크게 신경 쓰지 않으며 리제에게만 집중하며 보조만 해주면 된다.
내던지는  같지만 이것밖에는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더 좋은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다.

여기서 더 크기 전에 죽이는 것밖에는...

하지만 그렇게 하기는 싫었고, 분명 바른길로 간다면 누구보다도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리제를 누구에게도 지지 않게 단련시켜야만 한다.
힘으로도 정신으로도.

“이번에야말로...”

그렇게 마음속 깊이 다짐하고  다짐했다.

*

“젠장...! 젠장...!”

디올드는 생각한다.

어디부터 잘못된 것이었을까?

귀족영애들에게 보이기 위해 가보를 몰래 가져 나왔을 때?
가보를 돈주머니랑 같이 넣어놨던 것?
그 빌어먹을 도둑놈을 잡지 못한 것?
무능한 기사 놈들에게 맡긴 것?
심상치 않은 미모를 지닌 검은 머리의 계집을 건드렸을 때?
어떻게든 해보려고 란델에게 덤볐을 때?

“으아아아!!!!!!”

-쿵! 쿵! 쨍그랑!

아니, 그냥 모든 것이 다 잘못된 것 같고 짜증이 난다.

눈앞에 보이는 것을 닥치는 대로 때려 부순다.

자신의 아버지에게 자중하라고 준비된 방이 너무나도 갑갑하다.

평소대로 ‘놀이’를 즐겼다면 이 짜증도 조금은 나아졌을 텐데.

그것 또한 금지되었다.

“곤란한 듯하군.”
“이런 젠장! 염장 지르냐!”

그렇게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있으면 어둠 속에서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기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디올드는 갑작스럽게 들렸음에도 놀라지 않고 익숙하다는 듯이 그리 말하고 목소리도 익숙하다는 듯이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그렇게 화가 난다면 갚아주면 되는 일 아닌가?”
“누구에게 어떻게 하란 거냐! 란델? 그놈은 죽인다고 해도 죽을 놈이 아니지 않나!”

디올드는 마스터 경지에 대해 너무 가볍게 보고 있었다.
굉장하다. 위험하다. 그런 식의 이야기는 잔뜩 들었지만,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이번에 몸소 체험하게 된 것이다.

저건 괴물이다.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없는 괴물.

그건 암살을 전문으로 하는 이들도 어쩔 수 없는 존재다.

“란델에게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꼭 본인이 아니더라도 심각한 타격을 주는 것은 할 수 있으니까.”
“그 말은...”
“이번에 당신이 건드려서 난리가 된 소녀들.  외에도 란델이 맡고 있는 아이는 한 명이  있다. 당신이 놓쳐서 분해하던 소년이지.”
“지금 그런 말을 하는 이유가 뭐냐...!”
“란델이 언제나 감싸고돌지는 않을 테니 분명히 ‘기회’는 있을 거다. 모험가 활동도 시작했다고 하니 말이지.”
“...!”

디올드는 그 말의 뜻을 이해했다.
즉 화풀이를 본인에게 하는 것이 아니고 그 주변 사람에게 하자는 것이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란델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그러니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야지. 일단 당장은 힘들고 시간이 지나 방심하고 있을 때 하는 거다.”
“...”

이들은 사람을 죽이고 처리하는 것에 대해서는 스페셜리스트.
만약 진짜 계획대로 성공한다면...

“실패한다고 해도 당신이 연관되어 있다는 증거는 남기지 않아. 자, 어떻게  거지?”
“...좋아.”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벌써 그 괴물이 지을 표정이 떠올라 참을 수가 없다.

“아아...”

디올드는 순간적으로 어떻게 하면 더 비참하게 만들고 자신이 확실하게 미소를 지을 수 있을지 생각했다.

“다른 두 명은 죽여도 상관없지만 검은 머리 계집은 살려서 와라. 팔다리는 잘라도 상관없으니까.”
“그러면 추가 요금이 붙는다만?”
“상관없다. 돈이라면 얼마든지 주지.”
“알았다.”

‘목소리’는 어둠 속에서 말한다.


“데리고  테니 잘 놀아 봐라.”

그 말이 끝나면 이상한 검은 무언가가 디올드를 감싼다.
디올드는 그것에 대해 전혀 모른  점점 높아져만 가는 욕망에 사로잡혀 상상한다.

‘장난감’으로 ‘놀이’를 하는 상상을.

이곳에 갑작스럽게 고용되어 왔다가 어느 날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다른 소녀들과 똑같이 하는 것이 너무나도 기대가 되었다.

“흐흐...흐흐흐...”

어둠 속에서 음침하게 웃는 디올드의 눈이 검게 빛나고 있었다.



*




이곳 세피룸에 온 지도 2개월이라는 시간이 지나 겨울이 되었다.
이래저래 귀찮은 일이 생길 것 같다는 내 예상과는 다르게 하루하루 아무 일 없이 잘 지냈다.

첫날, 고블린 잡으러 갔을 때 뒤에 따라서 온 인원들이 뭔 짓을  줄 알았는데 말이야.

오히려 그때 이후로 사람들 태도가 좀 달라진 것 같고?

운이 좋고 부러운 꼬맹이들이라는 인식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동료로서 받아들인다는 느낌이 있었다.
지금도 그건 마찬가지고.

뭐, 어떤 사람이든 친하게 지낼 수는 없으니 구분은 해야 하는 것이 맞지.

물론 반드시 친하게 지내야 하는 사람은 무슨 수를 쓰든 친하게 지내야겠지만.

란델에 이어 레온까지 만나고 나서 생각한 거지만, 아무래도 이 세계에서 중요한 인물들과 어느 정도 친분을 만들어야만 하는  같다.
로그가 떴던 것은 모두 그런 인물들이었으니까.

레온 말고도 반드시 친분을 만들어야 하는 인물들은  있다.

일단 용사 파티에 들어오는, 앞으로 두 사람.
게임에선 적이긴 했지만 내 행동에 따라 아군으로들어올 수 있을 법한 사람.
어느 부분에서 중요 인물로 나왔던 사람.

여기에 이건 선택 사항인데, 친분까지는 필요 없지만, 그렇다고 적이나 아군이 될 필요는 없는 사람.

숫자적으로는 그렇게 많지 않으니까 내가 신경 쓰기만 하면 되긴 하다.
다만 시기를 놓치면 안 되는 부분도 있으니...음,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 재빠르게 모험가 C랭크까지 올라갔고 수입도 제법 생기긴 했지만 모든  다 보완할 여력은 나에게 없다.
어디 나 대신 정보를 모으거나 여러 일을 수족처럼 부릴 조직 같은 것이 있으면 좋겠는데.
뭐, 지금은 운이 따라주길 바라는 수밖에 없나...

“후우...”

아침 명상을 끝내고 숨을 깊게 내쉰다.
이제는 완전히 정착된 아침 운동에 란델이 반드시 하라고 넣어놓은 것이다.
공기 중의 마나는 새벽에 가장 짙다.
 내부에 쌓기가 가장 좋은 시간대라는 것으로 그때 명상으로 마나를 좀  효율적으로 쌓게 하는 것이다.

[명상으로 드래곤 하트에 좋은 영향을 줍니다.]
[드래곤 하트가 미약하게 성장합니다.]

로그는 미약하게라고 하고 있지만 내가 직접 느끼기에는 정말로 효과가 좋다.
나는 미완성이지만 마나에 민감한 드래곤 하트라는 그릇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보통의 인간보다도 효과를 보기가 쉽다. 본래 흡수되었다 빠져나가는 손실이 있는데 그 손실이 아예 없다고 해야 할까?
아마 단순히 양만을 생각하면 10배 정도는 많을 거다.

“...”

나는 아직 명상이 끝나지 않은 레온의 옆에서 몸을 푼다.
이건 그냥 평범한 준비운동이지만, 예전 이 세계에 오기 전의 나였으면 안 했을...아니, 정확히는 못 했을 것도 한다.
바로 유연성이 있어야만 할  있는 동작.
다리를 찢는다든지 허리를 굽힌다든지 그런 동작 말이다.

본래 나는 유연성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너무 유연해서 탈이다.
 때문에 제법 맛 들리고 있다...
제법 즐거워.

“으으응...! 으하...더는 못 해...”
“미동도 안  것 같은데...?”
“우우...안 움직이는 걸 어떻게 해. 리제의 유연성이 부러워...”
“아하하!”
“우씽...웃지 마!”

역시 유연성이라는 것은 성별에 따른 건 아닌 듯하다.
시스티아는 운동 자체도 그렇고 유연성도 없다.
진짜  쓰는 건 전혀  되는 타입이다.

“시스티아는 딱히 아침운동 나오지 않아도 되는데.”
“싫어. 우린 같은 파티인데  혼자 따돌림당하는  같잖아.”
“후후. 귀엽네.”
“우으...하지 마...”

한쪽 뺨을 부풀리며 그렇게 말하는 것이 너무 귀여워 그 볼에 손가락으로 살짝 찌르면 이리저리 피하려 한다.
정말 나날이 감정이 풍부해지고 있다고 해야 할지. 너무 귀엽단 말이지.

“나랑 레온이 강해지는 만큼 시스티아도 강해지고 있으니까 너무 그러지 않아도 돼.”

“그렇지만 나는 별다른 노력도 없이 하는 거 같아서...”

신성력은 여신에게 얼마나 사랑을 받느냐로 결정되는 힘.
단련으로는 어떻게 되는 힘이 아니다.
얼마나  여신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지 본인이 생각하여 행동하면 갑자기 강해지기도하며 약해지기도 한다.

“그만큼 열심히신전에 다니고 있으니까 된 거 아니야?”

레온이 명상을 다 했는지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렇게 말한다.
최근에는 시스티아에게 거침없이 말하고 행동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도 친해진 증거겠지?

“시, 신전은 신전이고 이건 이거지...”

“맞지 않는  무리해서 하면 몸이 망가진다고 스승님이 그랬어. 넌 아침에 잘 일어나지도 못하니까 가지나 무리를 하는 셈이지. 그러니 안 하는  좋을 거야. 아침운동은 나랑 리제 누나 둘이서만 할 테니까...”

“그러니까...! 그게싫다고!”
“왜 화를 내는데?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인데...”
“하...지금 다 알면서 그런 말을 하는 거지? 맨 날 착한 척 극혐...”

...치, 친해진  맞지?
맞는 거지? 애들은 싸우면서 크니까...

-두근!

두 사람을 쓴웃음으로 바라보고 있으면 가슴부근의 알에서 반응이 느껴졌다.

“...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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