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화 〉24-모험가(2)
카르아가 나에게 맡긴 알은 나날이 깨어나고 있다 느끼고 있다.
그 안에서는 작지만 엄청난 생명력을 느끼고 심장이 뛰는 것은 항상 느끼고 있다.
이제는 내 심장 소리에 맞춰서 뛰고 있어 굉장히 신비롭기도 하지.
다만 이번과 같이 큰 움직임은 처음이었는데, 혹시 곧 부화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했지만, 아직 부화까지는 아닌 것 같다.
하지만 느낌상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단 말이지.
‘얼른 부화했으면 좋겠네.’
당장에 부화한다고 해도 카르아를 보러 갈 수는 없지만, 얼른 얼굴을 보여주고 싶다.
여유롭게 왔다 갔다 할 수 있을 정도는 얼른 성장해야지. 나도.
그렇게 다시금 마음을 먹으며 아침운동을 끝내고 시스티아와 함께 아침을 차리면 딱 알맞게 란델이 내려왔고 우리는 아침을 먹는다.
“오늘도 바쁘지 않으시면 배우러 가고 싶은데요.”
모험가 활동도 하면서 하므로 시간이 많이 있을 때 집중적으로 가르침을 받는다.
모험가의 일이라는 것이 계획대로 되는 일이 거의 없기도 하니 딱히 일이 없을 때는 이런 식으로 미리 말을 해둔다.
게다가 란델의 가르침은 보기보다 굉장히 힘들기 때문에 그날은 그것에만 집중해야만 한다.
진짜 끝나고 나서는 아무것도 못 해. 하기 싫어진다니까?
“아... 음. 오, 오늘은 밖에서 실전형식으로 해보는 건 어때...?”
응? 실전형식?
딱히 그것만 들으면 이상할 점은 하나도 없었지만, 이상했다.
이제는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이지만, 란델은 내 앞에서는 내가 기억하고 있는 란델의 이미지와는 완벽하게 동떨어진 존재가 되어버린다.
음. 그래.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엄청난 자식바보인 아빠‘
그것을 생각하면 저 말은 뭔가가 수상쩍다.
“갑자기 왜 실전형식이에요? 뭐 다른 일이 있어요?”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매번 똑같이 하기보다는 다른 형식으로 해보자는 거지.”
“하지만 실전형식은 몬스터를 통해서 하고 있고, 애초에 웬만한 일로는 란델 씨랑 겨루는 것 이상으로 뭔가를 얻기는 힘들 것 같은데요.”
“아, 아니야. 분명히 뭔가가 있을 거다!”
내가 하나하나 차근차근 이야기하면 엄청나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인다.
시스티아와 레온을 보면 둘 다 란델이 수상하다는 듯한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딱히 아무런 말도 안 하는 것을 보면 판단은 나에게 맡기는 모양이다.
“알았어요.”
“휴...”
“그 전에 길드에 들러서 보고할 것도 있으니 일단 들렀다 가요.”
“...!”
안심했던 얼굴은 단숨에 바뀐다.
아, 길드에 연관된 일이구나.
어쩐지 길드에 보내기 싫다는 듯한 그런 느낌이다.
“보고할 것이 있으면 지금 나에게 하는 것이...!”
“안 돼요. 아무리 저희가 다른 사람들보다는 가까운 사이지만 길드에 관한 일은 모든 규정대로 한다고 정했잖아요. 마스터인 란델씨가 그걸 어기면 안 되죠.”
“윽...”
모험가 활동을 본격적으로 하기에 앞서서 마스터인 란델이 우리에게 특혜를 주는 것에 불만을 품을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정한 내용이다.
우리를 단련시킬 때는 어디까지나 스승으로서.
집에서는 그저 한 식구로서.
길드에서는 길드원과 길드마스터로서.
이것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기에 여태까지 대대적으로 불만이 나오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근데 란델이 그걸 깨면서까지 막고 싶은 것이 있다...?
어지간한 일은아닐 거다.
“란델 씨. 어차피 길드에 가면 다 들통 나는 일이죠? 그냥 이야기해주세요.”
“하아.......”
오...엄청 깊은 한숨이네.
란델은 그렇게 나와 시스티아, 레온을 한 번씩 쳐다보고 또다시 한숨을 쉬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너희들에게 지명의뢰가 왔어.”
“네? 지명의뢰요?”
실력과 실적으로 당당하게 2개월만에 C랭크가 되기는 했지만, 아직 신출내기인 우리에게 지명의뢰?
아니, 이건 좀 놀랍긴 하지만 저렇게 필사적으로 막을 만한 내용은 아닌데.
“내용도 뭐...나쁘진 않아. 불안요소가 있긴 하지만 조금 조심만 하면 되는 일이니. 하지만 미심쩍은 부분도 있고...”
란델은 줄줄이 말하기 시작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말하지 않는다.
현재 그의 모습은 누가 봐도 우리가 그 의뢰를 받지 않았으면 하는 느낌이었으니까.
“누구에게 온 건데요?”
“그, 그건 꼭 알 필요 없지 않을까...?”
“지명의뢰라면서요. 그런데 알 필요가 없다는 게 말이 돼요?”
“윽...”
역시 의뢰를 받고 안 받고 이전에 누구에게 왔느냐. 그것이 중요했던 거로군.
“하아...이런 젠장. 그 망할 노인네는 어떻게 알고...”
내가 거기까지 말하자 결국 머리를 벅벅 긁으며 이를 갈았다.
저렇게 노골적으로 욕하는 것도 처음 봤는데...
근데 노인네라.
일단 상대는 나이를 먹은 존재라는 것인데...
‘어?’
딱 거기만 생각해도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다.
란델과 잘 아는 사이지만 망할 노인네라며 욕할 정도로 굉장히 싫어하며 나이가 든 인물.
“에드 페이론 후작. 제국의 마스터 중 한 명이야...”
이건 또 거물급 인물이 튀어나왔네...
*
세피룸이 왕국의 마을 중에서는 제국과 가장 가까운 곳이라고는 하지만 제국 쪽에서 뭔가 의뢰를 할 정도로 가까운 것은 아니다.
차라리 제국에 있는 모험가 길드에 의뢰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니, 아무래도 목적은 그게 아니겠지.
“리제. 이 의뢰는 아니야. 안 하는 것이 좋아.”
란델이 이렇게나 필사적으로 말리는 것을 보면 분명 뭔가가 있긴 하다.
뭐, 대충은 알고 있다.
이 둘이 어떤 사이이며 페이론 후작이 어떤 인물인지도 잘 알고 있으니까.
“그 노인네는 그냥 내가 너희들을 맡았다고 하니까 호기심에 이런 짓을 벌이고 있는 거야. 변변찮은 인간이니 분명 뭔가 있을 거고.”
란델은 계속해서 안절부절 거절하라고 말한다.
어지간히도 불안한 거겠지.
그렇지만 의뢰의 모든 조건을 따져봤을 때, 우리에게는 좋은 일밖에 없다.
이곳에서 마차로 3일 정도 거리에 있는 용의 계곡에서 자생하고 있는 세르니아라는 꽃을 채취해서 제국의 후작이 있는 곳까지 배달하면 되는 일.
보수는 1성화. 난이도에 비해 엄청 파격적인 보수다.
현대의 가치로 환산하면 1억 정도? 완전히 남는 장사다.
용의 계곡에 가면 세르니아는 비교적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으니 의뢰가 어려운 것이 아니다.
이 금액 정도는 되어야 반드시 움직이지 않을까 생각해서 한 것만 같다.
게다가 나에게 있어서는 용의계곡이 목적지라는 것도 조건이 좋다.
가서 시험해 볼 것도 있고, 세르니아도 필요하다.
진짜 누가 일부러 맞추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
뭐, 맞춘 사람은 후작이겠지만...여기까지 생각하고 맞춘 건 아니겠지.
아무튼 거절할 이유는 없다.
의뢰자체도 란델을 통해 들어온 정식 의뢰고.
셀린이 좀 걸리긴 했지만 요 2개월 동안 셀린을 유심히 관찰한결과 위협적이지 않다고 판단했다.
암살자 길드의 간부가 위협적이지 않다니 이상한 말이긴 하지만, 아마 지금의 셀린은 암살자 길드에 소속되지 않은 것이 아닐까 싶다.
...아니, 나도 이상하다고 생각은 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완벽하게 위장하고 있다지만 털어도 털어도 먼지 하나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이상하지 않을까?
(셀린 씨. 셀리아라고 불리지 않았었나요?)
(어? 리제가 그걸 어떻게 알아? 그거 지금에서 바꾸기 전의 이름이야.)
이런 식으로 몇 번 크게 동요할 만한 내용을 말하거나 했는데 그냥 평범하게 넘겨졌다.
이게 진짜 연기라고 한다면 셀린이라는 인물의 능력을 뛰어넘고 있다.
그렇게 자세히 아는 것은 아니었으니 내 판단이 잘못된 거라고 한다면 어쩔 수 없지만...
아무튼 진짜 지금은 완벽하게 란델을 사랑하는 소녀 같은 서무 작업이 뛰어난 부길드마스터라는 느낌이다.
이것도 내 선택으로 인한 결과인 걸까?
아니면 누군가가 개입한 결과일까?
진짜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지만 모르는 것투성이가 되어간다.
“셀린 씨. 이거 할 거니까 수리해주세요.”
“리, 리제!?”
“아. 응. 알았어.”
나는 의뢰서를 셀린에게 넘기고 절규하는 란델을 무시한다.
셀린은 란델의 눈치를 조금 보는 듯했지만 자기 일에 충실했다.
“내가 멋대로 결정했는데 괜찮아?”
“응. 괜찮아. 리제가 한다면 뭐든 좋아.”
“저도 괜찮아요. 누나.”
두 사람은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그리 대답한다.
어쩐지 내가 뭘 해도 긍정할 것만 같은 시스티아와 레온.
이것을 좋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애매한 마음이 들 때가 많다.
이러다 자립심이 없어지는 것은 아닐지...
나중을 생각하면 적당히 조절해야 하겠지만, 그것도 쉽지가 않으니...
“두 사람 다 의견이 있으면 뭐든 말해도 돼.”
“리제가 하는 일이라면 뭐든 옳을 테니까 그런 건 없어.”
“누나를 믿고 있으니까 딱히 그런 건 없어요.”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이런 식이니 말이지...
게다가 이런 말을 할 때는 굉장히 사이가 좋단 말이지.
“야. 레온. 따라 하지 마.”
“내가 언제? 괜히 트집 잡지 말아줄래?”
뭐...금방 다시 나빠지긴 하지만.
얘네 이러다가 나중에 어쩌려고...
정말로 걱정이다.
*
5년 전. 길드에서 일하다 란델에게 실력이 인정되어 부길드마스터가 된 셀린.
많은 이들이 길드마스터인 란델보다도 더 얼굴을 많이 보고 부딪치는 일도 많아 친숙하다.
능력도 확실히 있어 사무능력에 관해서는 모두가 인정하는 바이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평소 그녀를 보는 이들이 모르는 모습이 하나 있었다.
이것은 란델조차도 모르는 그녀의 뒷모습.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정보길드가 존재한다.
은의 비라는 이름을 가지는 그 길드는 다른이들이 모르게 전투능력만큼은 일반적인 길드원들을 이곳저곳에 퍼트려 정보를 모으는 곳이다.
규모나 다른 모든 것은 길드원들조차 모를 정도 비밀에 싸여 있지만, 조직으로서는 잘 돌아가는곳이다.
말단 길드원인 셀린에게는 여전히 정체 모를 곳이기는 하나 일이 그렇게 힘든 것도 아니고 길드에는 빚이 있다.
꼼짝없이 ‘뒷세계‘에 빠져야만 하는 자신을 구해준 빚이.
물론 길드에서도 필요에 의해 도와준 것이지만 감사하는 마음을 잊을 수 없다.
길드가 구해주지 않았다면 란델의 가장 가까운 자리에 있을 수 없었으니까.
그렇지만 지금은 아무리 길드를 위해서라지만 란델의 눈을 속여서 갖은 정보를 넘겨야만 하는 일이 조금 괴롭기도 하다.
그게 아무리 어디에 쓰이는지 잘 모르는 의뢰에 관한 내용이라고 해도 말이다.
“이게 이번 ‘물건’입니다.”
정보가 담긴 것을 넘길 때는 물건이라 칭한다.
검은 후드로 몸을 전부 가린 정체불명의 인물에게 언제나 같이 그것을 넘겼다.
후드의 인물은 그것을 말없이 받고 더 할 일이 없다는 듯 그대로 떠나갈것이다.
이것도 언제나의 일.
“...오늘 오간 정보는 모두 포함된 거겠지?”
“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몇 년을 이 일을 해왔지만, 목소리를 드는 것은 처음이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기묘한 목소리.
셀린은 처음 듣는 그 목소리에 깜짝 놀랐지만 금방 정신을 차리고 대답한다.
“아, 네. 무, 물론이죠. 하나도 빠짐없이...”
“...그럼 됐다.”
그 말을 들은 후드의 존재는 유유히 사라져간다.
고작 그런 일을 묻기 위해서 계속 이어져 오던 침묵을 깼다는 건가?
아니, 다르게 생각하면 오늘 있었던 일이 중요하다는 건가?
“...어째서.”
셀린은 갑자기 불안해졌다.
몇 년이나 아무런 의문도 없이 해오던 일이 불안해진다.
‘난 왜 이런 일을 하는 걸까...’
이상할 정도로 갑자기 든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