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화 〉28-수상한 움직임(2)
새벽에 에마의 정체에 관해 어느 정도 알고 난 뒤, 나는 쭉 생각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만 하는 것일까.
현재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에마라는 인물을 배제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이것은 어느 조직에 의해 움직이는 것이다.
어둠에 연관된 곳 중에서 내가 아는 곳은 몇 가지 있지만 역시 가장 큰 곳은 꽤 후에 밝혀지는 마족과 직접적으로 연관된 ‘반룡’이라는 조직.
아마 후자는 내가 확실히 인지를 못 할 뿐이지 지금도 이 대륙 곳곳에 꽤나 뿌리 깊게 연관되어 있을 것이다.
마족과의 전쟁에서 인간 측에서 배신자가 나와서 엄청난 피해를 보았다는 내용이 나왔었다.
게임에서 나는 오직 용사 시점에서만 보니까 그런 쪽은 잘 모른다.
단편적인 정보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아무튼 어느 조직인지는 차치하더라도 어떻게 해야 할지는 빨리 정해야만 한다.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우리에 대한 정보가 흘러가고 있는 것이니까.
그나저나 목적을 모르겠다.
꽤 공을 들여서 이런 일을 벌인 것만 같은데 어떤 목적인지, 왜 노리는 것인지...
가장 큰 가능성은 미래의 용사와 성녀를 알아보고 마족이 움직인 걸까?
하지만 나 같이 미래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이 없는 이상은 그것도 불가능하다.
아니, 잠깐. 나와 같은 존재가 또 한 명 더 있다...?
나 같은 존재가 또 있지 않다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그것도 나와는 적대되는 세력에.
‘아직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머릿속 한구석에는 넣어두도록 하자.
단순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좋다.
애초에 내가 기억하고 있는 정보는 한정적이다.
내가 기억하는 건 지금보다 미래고 과거의 일은 거의 모른다고 봐야 하니까.
어디까지나 미래와 연관을 두고 생각하는 수밖에 없지.
그렇게 고민에 고민을거듭하고 있으면 이제 곧 마을, 아르단에 해가 지기 전에 도착해간다.
머리를 꽁꽁 싸맸지만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
에마도 그 첫날을 제외하면 별다른 행동도 보이지 않고 말이야.
결국 해야 할 일은 딱 하나가 남아버렸다.
이대로 주의 깊게 저쪽에서 하는 일을 관찰하면서 이쪽에서 역공을 가할 기회를 엿보는 것.
너무 대책이 없는 것 같이 보이지만 아무것도 없고 상대의 정보가 완벽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행동반경이 제한된다.
“이곳이 아르단. 세피룸에 비하면 아주 작네?”
“거기가 큰 거야. 내가 살던 도시인 아루르펜에 비해서도 꿀리지 않는 곳인걸.”
“그렇구나.”
용의계곡에 가기 전에 있는 마을, 아르단.
확실히 세피룸의 위용을 생각하고 접했다가는 차이를 확실하게 느낄 것이다.
하지만 이곳도 있을 것은 다 있는 곳이다.
이곳은 용의계곡 덕분에 변방에 있어도 싫든 좋든 꽤 발전한 곳이기 때문이다.
“여러분 정말로 감사드려요. 여기까지 데려다주셔서...”
“아니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걸요.”
“숙소는 따로 잡지 말고 저희 집으로 가요. 이번 일에 대한 보수와 감사를 겸해서 대접도 해드리고 싶어요.”
지극히 당연한 이유로 당연하게 초대한다.
이것을 단순한 호감으로만 받아들일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분명히 그 집이라는 곳으로 데리고 가는 것이 목적이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게 되어버린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여기서 초대를 받지 않는 것도 이상하다.
이쪽은 돌려줘야 할 것들도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저희도 돌려드려야 할 것이 있으니까요.”
“네! 이쪽이에요.”
에마는 여기까지 올 때와 같이 레온의 곁에 붙어서 우리에게 아르단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를 하며 나아갔다.
이곳도 내가 기억하는 아르단과 크게 다르지 않군.
“길드에도 한 번 들려야 하는 거 아니야?”
“정보도 얻고 해야 하는 일도 있으니 가봐야겠지. 일단 오늘은 모험가 활동은 쉬고 내일 가보자.”
“음. 그것도 그러네. 이왕 왔으니 마을 구경도 하고 싶고 신전에도 가봐야 하고.”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곳에서는 빠지지 않고 있는 것이 모험가 길드와 메르 교단의 신전이다.
당연히 이곳에도 있고, 시스티아가 가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제에게 신전은 여신에게 기도를 드리고 자신의 힘을 수련하는 곳이기도 하니까.
“어휴. 근데 여기는 왜 이렇게 추운 거지?”
“춥다고?”
“응...리제나 레온은 오러 덕분에 추위를 느끼지 않으니 잘 모르겠지만, 지금 굉장히 추워.”
지금은 겨울이 다 끝나가는 시기.
그래도 아직 찬 바람이 불기는 하지만 시스티아가 저렇게 춥다고 말할 정도는 아니다.
이건 내가 오러로 인해 추위를 느끼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고 보편적으로 말이다.
그렇다는 것은 지금 시스티아가 느끼는 것은 추위가 아니고 다른 무언가를 민감하게 감지하고 있다는 것인데...
‘역시 나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데, 민감하구나.’
이곳에 무언가가 있다고 확신하면서 나는 시스티아에게 가까이 가 귓속말한다.
“시스티아...이제부터 뭔가 평소보다 이상한 느낌이 든다면 나에게 꼭 말해.”
“이상한 느낌...?”
“에마를 봤을 때 꺼려졌다거나 하는, 시스티아가 생각하기에 이상한 느낌 말이야.”
“알았어.”
시스티아는 왜? 라는 말은 굳이 하지 않고 조건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말에는 대부분 의문을 달지 않는 시스티아가 조금 걱정이 되지만 그건 나중의 일이다.
나는 시스티아의 손을 잡고 오러를 조절해서 온기를 전한다.
이것도 란델에게서 배운 오러 응용으로 인한 기술.
진짜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를 할 수 있단 말이지.
“자, 이러면 좀 덜 춥지?”
“응...! 고마워!”
고작 그것만으로 굉장히 행복한 미소를 보인다.
그것을 보는 나도 행복함을 느낀다.
이런 것이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행복이라는 거겠지.
“레온 님. 저쪽에는 맛있기로 유명한 레스토랑이 있어요.”
“아, 아아...그, 그런가요. 나중에 한번 가보고 싶네요...”
“괜찮으시다면 나중에 같이...”
여기까지 올 때도 그랬지만 에마를 상대하는 것은 대부분이 레온이다.
이대로 계속 맡기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은데....흠.
저 레온을 좋아하는 모습을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면 진짜로 생각했을 텐데, 지금은 그저 에마가 레온을 전담한 것만 같은 느낌이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우리에게서 레온을 떨어트릴 수도 있겠지.
미리 말해둬야 할까. 에마는 무언가 있다고.
두 사람이 나처럼 표정 관리를 할 수 있을지 몰라 숨기고 있는데 그게 잘하는건지 모르겠다.
알려줘야 할까. 하지만 괜히 자연스럽지 못한 행동을 하다가 상대가 눈치를 채면 곤란한데.
“흐흥~”
“왜 그래?”
“아니야. 아무것두~”
“...큭.”
“??”
시스티아는 여전히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어쩐지 아까와는 좀 달랐고, 그런 시스티아와 잠깐 시선이 마주친 레온의 표정은 굉장히 분한 표정이었다.
이 둘은 가끔 이런 식으로 본인들만 아는 뭔가를 나눈단 말이지.
지금과는 다르게 레온이 미소 짓고 시스티아가 분한 표정을 지을 때도 있다.
뭐, 비율로 따지면 시스티아가 지금 같은 표정을 지을 때가 더 많지만.
7:3 정도 비율이랄까?
“여러분 도착했어요.”
“아...”
그렇게 생각이 잠깐 딴 곳으로 새어버린 틈에 한 저택에 도착했다.
규모는 그렇게 크기는 않지만 이곳이 마을의 남작 저택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굉장히 훌륭한 저택일 것이다.
대부분 남작은 귀족이긴 하지만 서민과 비슷하거나 조금 나은 정도로 살고 있다고 들었다.
그래서 귀족사회에서도 조롱받는 경우가 많다고.
자작까지도 그런 경우는 보이긴 하지만 남작에 비하면 훨씬 덜하다고도 들었지.
아무튼 결론적으로 이 집은 굉장히 잘 사는 곳이라는 것이다.
사병을 가지고 있었던 점이나 마차에 실려 있던 재화가 꽤 가치가 있는 것을 보면 엄청나다고 할 수 있지.
‘음. 정체가 뭐지. 게임에서는 보지 못한 곳인데.’
그렇게 내가 분석하고 있으면 에마는 문지기에 다가갔고, 그들은 금방 에마를 알아보고 깜짝 놀란다.
분명 놀러 나갔을 아가씨가 너덜너덜한 모습으로 혼자 나타났으니 당연할 것이다.
저택은 금방 난리가 났고, 곧 남작 부부가 모습을 드러냈다.
“에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아버님, 어머님...세피룸에 가던 중에 도적들을 만났어요.”
에마는 곧바로 간략하게 설명을 시작했고, 곧 우리를 소개했다.
“여기에 계신 모험가분들에게 도움을 받았어요.”
“리제라고 합니다.”
내가 대표로 인사를 하면 남작 부부를 포함한 다른 이들도 고개가 기울어졌다.
아무래도 우리가 너무 어려서 설명을 들었음에도 의문을 가진 듯하다.
“나이는 아직 어리지만 저희 셋 다 모험가 랭크C입니다. 아직 부족한 실력이지만 운 좋게 남작님의 영애를 구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모험가증을 보였다.
우리 같은 나이에 C급이라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
그리고 그 자체가 실력을 증명하는 일이다. C급 이상의 실력이 있거나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물론 말로만 한다면 쉽게 믿기는 힘든 일이지만, 위조할 수 없는 모험가증을 보인다면 믿을 수밖에 없다.
“아...흠흠. 미, 미안하군. 내 실수를 할 뻔했다. 우리 딸을 구해준 은인에게 말이야. 정말로 고맙네. 이에 대한 보답은 확실하게 하도록 하지.”
“정말로 고마워요.”
아무래도 남작부부는 돈은 있지만 그리 권위적인 귀족은 아닌 듯하다.
우리에게 그대로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그 인사를 받고는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가 나는 다른 일도 끝마치기로 한다.
“돌아가신 분들의 시신도 있습니다만 어디에 꺼내는 것이 좋을까요?”
“시신이라니. 자네는 공간 아티팩트를 소유하고 있는 건가?”
“네.”
인벤토리와 비슷한효과를 내는 아이템은 있으므로 대외적으로는 그렇다고 하고 다니기로 했다.
다만 공간 아티팩트는 공간의 전체적인 면적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이지만 가장 작은 것도 상당한 값이 나간다.
중간 사이즈는 억 소리가 날 정도의 가치를 지니고 있으니 귀족에게도 그리 가볍게 여길 금액은 아니지.
그렇기에 이미 호의적이긴 했지만 그보다 더 나를 보는 눈이 바뀌었다.
“그거라면 뒤뜰에 부탁하지.”
남작이 앞장서서 안내를 시작했다.
우리는 그 뒤를 따라갔고 남작부인과 에마는 저택 안으로 들어갔다.
뒤뜰에는 남작과 기사와 병사. 그리고 몇몇 사용인들이 모였고, 나는 그들 중앙에 서서 가방에서 시신을 꺼내는 행동을 보이며 인벤토리를 조작해 맡고 있던 것을 꺼냈다.
하나 또 하나. 꺼낼 때마다 그들의 표정이 어두워지는 것이 보였다.
걔 중에는 벌써 우는 사람도 보였다. 아는 사람이 있었던 걸까?
저런 걸 보면 이곳에서 고용된 사람들이 얼마나 풍족하고 마음 편히 일하고 있는지 잘 알 것 같다.
...근데 이런 곳에서 왜 불온한 느낌이 드는 인물이 있었던 걸까.
그것도 일반인도 아니고 영애가.
“...이것에 관한 사례도 해야겠군. 리제라고 했던가?”
“네. 남작님.”
“다시 한번 고맙군. 그래도 시신으로나마 가족들 곁에 보내줄 수 있게 되었어.”
“작게나마 도움이 될 수 있어 다행입니다.”
그렇게 내가 말하면 남작이 나를 가만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왜 그러시죠?”
“아니, 미안하군. 자네가 나이도 나이지만 일반적인 모험가로는 보이지 않아서 말이야. 혹시 어딘가의 영애라거나 하지 않나?”
이 말을 할 때의 남작은 꽤 조심스러워 보였다.
아마도 나를 어딘가 귀족의 자식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보였다.
어딘가의 성가신 자작 이상의 자식이라면 남작도 조심스러워질 수밖에 없겠지.
“아니요. 전 평민입니다. 이 둘도 마찬가지고요. 다만 지금 저희 셋은 세피룸 모험가 길드의 마스터인 란델을 스승으로 모시고 있습니다.”
“그 란델 공의 제자란 말인가?”
“네. 이쪽의 아이는 시스티아라고 하는데 사제이지만 다양한 것들을 배우고 있습니다.”
이것은 딱히 증명할 방법이 없으므로 말로만 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워낙 이래저래 유명한 사람이기 때문에 과연 믿을지 생각했는데,
“그러고 보니 이번에 란델 공이 아이를 3명 맡았다고 했었지. 과연. 자네들이라면 확실히 그럴 만할 것 같군.”
오히려 유명하니 소문이 빨리 퍼진 모양이로군.
하긴 제국에서조차 후작이 알 정도니...
물론 그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란델에게 관심이 있으니 그런 거긴 하겠다만.
아무튼 이걸로 무슨 일이 일어나도 란델이 책임자가 된 것이나 다름없으니 귀찮은일이 벌어져도 괜찮을 거다.
나도 딱히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오히려 란델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꼭 팔라고 나에게 말했기 때문에 하는 거다.
그러면 대부분의 귀족은 적어도 홀대하지는 않을 거라고.
확실히 그 효과는 지금 펼쳐지고 있었다.
“이거, 생각보다 훨씬 귀인(貴人)인 모양이로군. 부디 이곳에 머물러 주지 않겠나?”
“네. 그러면 감사히 그렇게 하겠습니다.”
내가 그렇게 말하면 남작은 굉장히 기분이 좋은 미소를 보였다.
우리랑 친해져서 기분이 좋다기보다는 란델과 끈이 이어져서 기분이 좋은 거겠지.
우리 쪽도 손해 볼 것은 전혀 없기에 모든 호의는 받도록 하자.
시스티아의 반응을 보면 남작은 아무런 관계도 없는 것 같으니.
하지만 분명히 이곳에 있을 것 같은데.
어둠과 깊게 연관된 자가.
그렇게 나는 시신 이외에도 돌려줄 것들을 전부 돌려준 뒤, 남작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저택에 들어선다.
“주인님. 준비가 끝났습니다.”
“오, 그래. 정확히 딱 맞춘 모양이로군.”
그리고 나는,
“리제. 저 사람...”
찾고 싶었던 인물을 찾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