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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화 〉29-수상한 움직임(3) (29/107)



〈 29화 〉29-수상한 움직임(3)

시스티아가 아무도 모르게  손을 잡으며 신호를 보낸 것은 저택 안에 들어서고 나서 보인  백발의 집사였다.
그렇다고 노인은 아니었고, 나이는 20대 후반 정도? 쓸데없이 잘생기고 깔끔해 보이는 남자였다.
이름은 시크. 남작가에는 5년 전에 들어오게  인물.

굉장히 유능해서 1년 전부터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집사장을 맡고 있다고.
시스티아만 없었다면 나도 그냥 그처럼 받아들였을 텐데.
시크라는 인물을 시스티아가 가까이에서 느낀 감각으로는, 에마를 만났을 때의 꺼려지는 것과는 비교도 안  정도로 불쾌함과 한기를 느꼈다고 한다.
그렇다는 것은 확실하게 거물이 맞는다는 말.

시스티아로서는 자신이 느끼는 이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지만 얼마 되지 않아 알게 되겠지.
본래는 자신과는 반대되는 어둠을 느꼈을 때만 느끼는 감각이지만, 그렇다고 상대도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고 필사적으로 들키지 않게 위장하기 때문에 이렇게 쉽게 알지는 못한다.

이런 감지 능력은 오로지 시스티아니까 가능한 거다.
앞으로 반드시 필요한 능력  하나.
이번에 개화한 것은 확실한  같다.

“방은  두 개를 준비시켰습니다. 정말 리제님과 시스티아님은 같은 방으로 상관없으신지요?”
“네. 상관없습니다.”

우리는 한창 파티와 같은 환대를 받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뒤 방으로 안내받는 중이었다.
안내역은 자연스럽게 시크가 되었고 나는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그를 대한다.
시스티아는 거부감이 들면서도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레온은 분명 아무것도 모르고 있을 텐데 그리 거리를 가까이하고 있지 않았다.

“두 분이 정말로 사이가 좋으신 모양입니다. 지금도 쭉 붙어계시고 말이죠.”
“네. 아무래도 같은 보육원 출신이다 보니 서로 의지하는 부분이 많아요.”
“그렇군요.”

사람 좋은 미소를 짓는 그는 정말로 좋은 사람으로 밖에는  보인다.
진짜 내가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하지만 현혹되지 않고 나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해나간다.

“시크 씨는 어째서 남작가에 오셨나요? 들리는 이야기만으로도 시크 씨 정도면  좋은 곳에 갈 수도 있었을 텐데.”
“아하하... 과찬이십니다. 솔직히  너무 과분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운이 좋게 이 자리에 있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끝이 아닌 시작일 뿐이죠. 좀 더 정진해야 합니다.”

약간 슬픈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리 말하는 것은 마치 과거에 무언가가 있다는 듯한 생각이 들게 만든다.
이거... 완벽하게 연기라고 한다면 배우 하면 엄청날  같은데?

“저를 받아들여 주신 남작가 분들에게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제 평가가 많이 좋아져서 다른 곳에 갈 수 있게 된다고 해도 저는 절대로 가지 않을 생각입니다. 전 이곳이 좋거든요.”
“아...제가 괜한 말을  것 같네요.”
“아니요. 괜찮습니다.”

여전히 사람 좋은 미소는 끊지 않고 말한다.

‘이대로는 아무것도 모르겠군.’

그것을 보며 나는 지금 상태에서 구별할  있을 만한 방법을 생각한다.
저들의 목적은 아마 우리들의 암살인 것으로 보이니 그것에 연관된 곳이라면 가장 생각하기 쉬운 곳은 암살자 길드.

하지만 우리를 건들면 필연적으로 란델과 엮이게 되는데,  위험성을 감수하고서 우리를 건들 녀석들은 아닐 텐데.
돈은 좋아하지만 위험성도  따지는 놈들이다.
물론 걔 중에는 그냥 살인에 미친 놈도 있지만...

‘아니, 잠깐만?’

거기까지 생각하다가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이거면 이 사람의 존재에 대해 정확하게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시크 씨는 숲의 종족을 보신 적이 있나요?”
“...숲의 종족 말씀입니까?”
“네. 노예로서 인기가 높은 그 종족 말이에요. 굉장히 아름답다고 들었는 데 어느 정도인지  몰라서요. 귀족들 사이에서는 하나 정도는 가진 것이 이상하지 않다고 들었는데.”
“아...”

갑작스럽게 바뀐 주제에 시크는 얼굴의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명백하게 얼굴이 굳은 것이 느껴졌다.

빙고!

그것을 보고 나는 마음속으로 그리 외쳤다.
시험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를 풀지도 않고 찍어 맞춘 듯한 기분이다.

“리제?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아니. 나도 여유만 되면 한 명쯤은 노예로 갖고 싶어서 말이야.”
“그렇구나... 리제가 그런 취향이...”

그 말을 하고 나니 시스티아의 눈빛이 굉장히 따갑게 느껴지는 것은 기분 탓이 아니겠지...
레온도 말은 안 하지만 뭔가 말하고 싶은 눈빛을 보내왔다.
확실히 애들 앞에서 할 말은 아니었지만 이것도  필요한 일이다.
필요한 일이야... 에효...

“특히나 ‘’검은 피부‘를 가진 숲의 종족이 좋을 것 같아. 여러모로 쓸모가 있을 것 같으니. 그래서 어떤가요? 시크 씨.”
“아...”

아, 따갑네. 따가워. 살기가 아주 그냥...
시크는 자신도 모르게 나를 노려보고 있다가 내가 부르는 소리에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글쎄요? 저희 쪽에는 일반적인 노예는 있어도 이종족 노예는 없어서 말이죠. 뭐, 수인은 본 적이 있지만 특히 보기 드문 그런 종족은 저도 본 적이 없네요.”
“그런가요. 안타깝네요.”

뭐, 당연히 못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그건 따질 게 아니지.
다행이다. 내가 생각한 대로 반응해줘서.
그 뒤로 우리는 별다른 말 없이 방에 안내되었다.

“그럼, 곧 시중을 들게 할 메이드들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편히 쉬십시오.”

나와 시스티아는 한 방에. 레온은 바로 옆방에.
방 내부는 역시 귀족의 저택답게 굉장히 고급스러웠다.
나는 편히 쉬는 것보다도 먼저 방안을 탐색했다.
어딘가 이상한 점이 있지는 않은가 하고 말이다.

이 세계는 과학적인 물건은 없지만 그것을 마법으로 어느 정도 가능하게 만든다.
예를 들면 멀리서도 이 방에서 일어나는 일이나 대화를 들을 수 있다든지 하는 것 말이다.

“그런 건 없네.”

저쪽도 들킬 가능성을 염두 해뒀는지 그런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런  말고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니 조심해야겠지.

“뭐 하고 있어...?”
“응? 아무것도 아니야.”
“...”

내가 그렇게 얼버무리면 시스티아의 볼이 작게 부풀었다.
누가 봐도 토라진 표정이다.

“왜 그래...?”
“리제는 그렇게 노예가 갖고 싶었구나.”

아무래도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역시 노예  자체를 싫어하는 걸까.
게임에서는 어느 정도 이종족 노예에 관한 문제도 해결하는 내용이 있었는데, 거기에서는 시스티아가 상당히 활약했었지.
그때의 모습을 생각하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내 마음을 쿡쿡 찌르는구나...’

오해를 받는 것은 굉장히 마음이 아프지만 이것도 필요한 일.
나는 굳이 지금은 오해를 풀지 않기로 한다.

“그렇게 순종적인 게 좋다면 내가 전부...”

급기야 나에게서 시선을 돌려 뭐라고 중얼중얼하기까지 한다.

‘무슨 말을 하는 걸까...’

굉장히 궁금하고 조금만 청각을 강화하면 들을 수 있는 거리지만 무서우니 그냥 안 듣기로 하자.

“여기 침대도 굉장히 넓고 푹신푹신하네. 이런 데서 자기 시작하면 다른 곳에서는 못 잘 것 같아. 그치?”
“응...”

나는 애써 딴짓을 시전 했다.
하지만 역시 반응은 좋지 않다.
시스티아와 이렇게까지 어색했던 적은 처음 만났을 때 말고는 없었던  같은데...
그렇게 내가 속으로 안절부절하고 있으면 똑똑하고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세요.”
“실례하겠습니다.”

문을 열고 메이드 두 명이 들어왔다.
아까 시크가 말하고  시중을  메이드들이겠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보긴 했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차분하게 보는 건 처음이다.

현대에서는 메이드 카페라는 수상쩍은(?) 가게에서 밖에 보지 못하는 메이드가 여기서는 부잣집, 귀족집 같은 곳에서는 기본이다.
메이드복 같은 것도 집마다 디자인이 다르다고 하는데, 이곳은 흰색과 검은색이 어울려있는 그리 특색이 있는 디자인은 아니다.
그렇지만... 좋네. 메이드.

“리제 님. 시스티아 님. 목욕 준비가 끝났습니다.”
“아, 네. 시스티아. 가자.”
“응. 알았어...”

이제는 좀 시무룩한 시스티아를 데리고 메이드를 따라갔다.
그러면 곧 탈의실로 보이는 넓은 공간이 나왔다.
아, 이곳 대욕탕이 있구나.

그야말로 부자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대욕탕.
현대에서는 찜질방에만 가도 있기에 몇 번이고 갔지만  세계에서는 처음이다.
기대된다...사우나나 욕탕에 몸을 담그는 거  좋아했는데.

“제가 도와드릴게요.”

기대감에 두근대며 옷을 벗으려고 하면 그런 내 손을 막고 재빠른 손길로 내 옷을 벗기기 시작한다.
아...! 시중이라고 하면 당연히 이런 것도 포함이지!? 방심했다!
곁에 있던 시스티아도 나와 비슷한 마음인지 조금 부담스러워하고 있었다.

“아, 아니. 괜찮아요. 딱히 그런 건  해줘도...”
“아니요. 저희는 두 분을 성심성의껏 모시기 위해 온 겁니다. 부디 하게 해주세요.”
“두 분께서는 저희 가족의 은인이세요. 비록 시신으로 돌아왔지만 그것만으로도... 저희에게는...”
“...”

아무래도 회수해온 시신 중에 가족이 있었던 모양이다.
부디 하게 해달라고 간절한 모습으로 그렇게 말하니 거절하기도 난처했다.
뭐, 뭐. 조금 부담스럽다뿐이지 싫다는 건 아니니까 괜찮...을까?

“아, 알았어요.”
“그럼 부탁드릴게요...”
“정말 감사합니다!”

두 메이드는 웃음꽃을 피우며 정말 정성을 다한다는 것이 보일 정도의 손길로 우리들의 옷을 벗기고 바로 씻는 것까지 시중을 들 준비를 한다.
귀족이나 왕족은 언제나 이런 걸 받는 건가...
괜히 그들이 대단하다 느끼는 경험의 시작이었다.






*


“설마 여기까지  줄이야...”
“창피하긴 했지만 그래도 굉장히 좋긴 했어...”

결국 씻는 것부터 시작해서 오일을 사용한 마사지. 그리고 마지막 정돈까지 풀코스로 받아버렸다.
메이드의 말로는 웬만한 영애들은 정기적으로 받는 것들이라고 한다.

확실히 마사지까지는 그나마 괜찮았는데...그 이상은 솔직히 나로서는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 아까워...
뭐, 옆에 있는 시스티아의 예뻐진 모습을 보면 내가 받는 것이 아니라면 괜찮다는 생각은 들지만 말이야.

“레온. 많이 기다렸어?”
“흐아...? 하아암~ 왜 이렇게 늦었...”

자지 말고 기다리라 했기에  늦은 시간에 방에서 꾸벅꾸벅 졸던 레온이 기지개를 켜더니 우리들의 모습을 보더니 그대로 굳었다.
아...뭐, 놀라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
평소 모습과는 다르게 이래저래 꾸민 모습이니...

귀족 영애의 실내복장 같은 느낌이라 벗어던지고 싶은데 메이드가 굉장히 즐거운 모습으로 꾸며준 것이 생각이 나서 그러지도 못하겠다.
이런 때는 그냥 신경 쓰지 말고 무념무상으로 지내는 것이 답이겠지.
뭐, 이번에는 메이드에게 시중받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체험한 것만 해도 충분하다 생각하고 있다.
느낌은 아주 달랐지만 남자의 로망 같은 거고...

“미안. 많이 늦었지?”
“아, 아니... 괜찮아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나를 지긋이 바라본다.
아니, 아무리 이상하다고 해도 너무 보는 거 아니야?

“야. 침 떨어지겠다.”
“헙...!?”

쯧쯧 하고 한심하다는 듯이 시스티아가 한마디 하면 그때야 시선을 돌리는 레온.

“어, 어쩔 수 없잖아. 누나의 저런 모습은 처음이니까...”
“나도 쭉 넋을 잃고 봤으니까 어쩔  없다고 쳐줄게. 하아... 잔뜩 탐닉했어.”
“...칫.”
“부러우면 너도 여자가 되던가.”
“크윽...  수만 있다면... 아니, 아니지. 그래도 그건 아닌 거 같아.”
“혹시나 기회가 있다고 착각하면 큰 오산이야. 절대로 그런 기회는 오지 않을 테니까.”
“그건 지나 봐야 아는 일이지...”
“후후후...”
“하하하...”

그리고는 둘이서 뭐라고 즐겁게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아니, 즐겁게라고 하기에는 조금 미묘... 한가?

“흠흠. 아무튼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으니 슬슬 시작하자. 얘들아.”
“아. 응.”
“알았어요.”

그렇게 둘의 대화를 중단시키고 곧바로 일을 진행하기로 한다.
메이드의 극진한 시중을 받으며 생각해두었던 것을 실행해야 하는 때.
오늘은 정말로 기나긴 밤이 될 예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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