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화 〉30-수상한 움직임(4)
웬만한 사람은 모두 잠든 깊은 밤.
레온은 시스티아와 함께 다른 사람에게는 들키지 않게 몰래 저택을 걷는다.
목적지는 이 남작가의 영애인 에마의 방.
자신이 구해주게 된 사람을 만나러 간다.
물론 이 시간에 몰래 가는 것은 만나러 간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비상식적인 일.
하지만 가야만 한다.
그게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니까.
“응?”
“왜 그래?”
“아니, 지금 누가 있었던 것 같아서...”
“그래?”
레온이 혼자 가는 것이라면 모를까 신체능력이 그리 좋지 않은 시스티아를 데리고 가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조심히 가는데도 이런 식으로 경비병에게 들킬 뻔한다.
“...”
레온은 무언으로 뒤에 붙어서 따라오는 시스티아에게 지시를 내린다.
시스티아는 그것을 보면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레온이 지시한 대로 앞서가 에마의 방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이 앞에는 아무도 없다. 레온은 그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끼익..
밤의 조용한 복도에 작게 문 여는 소리가 들린다.
시스티아는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게 방 안으로 들어갔고, 레온은 좀 더 주변을 살펴보며 그 뒤를 따르며 방문을 조심스럽게 닫는다.
잘 정돈된 방에 있는 고급스러운 캐노피 침대에는 에마가 안정된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다.
레온은 자신의 검을 뽑아 들고 시스티아를 자신의 뒤에 세운다.
그 모습은 당장이라도 에마를 암살할 것만 같다.
누가 봐도 그렇게 느낄 것이다.
하지만 레온도 그 뒤에 있는 시스티아도 의문조차 가지지 않는다.
이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니까.
필요한 일이라고 했으니까.
맡은 일을 반드시 해야만 한다.
-휭!
“!?”
그렇게 레온이 검을 들고 잠시 있으면 갑자기 무언가 머리로 날아와 고개를 젖혀 피한다.
곧 벽에 꽂힌 그것을 확인하면 날카로운 단검이었다.
단숨에 죽이겠다는 의지가 담긴 그 단검을 던진 것은 누구일까?
이 방에서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이는 단 한 사람밖에 없다.
“이 밤중에 숙녀의 방에는 무슨 볼일이시죠?”
평소의 에마에 비하면 굉장히 무감정의 차가운 목소리.
창문을 통해 비추는 달빛으로 보이는 그녀의 눈은 생기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레온 님 한 분이셨으면 엄청 기뻤을 텐데...어째서 그 여자와 함께 오신 걸까요?”
“윽...”
에마에게서 날카로운 살기가 뿜어져 나온다.
거기에 시스티아는 레온은 느끼지 못하는 짙은 무언가를 에마에게서 느꼈다.
시크라는 집사에게서 느꼈던 것보다도 더 불쾌한 느낌.
아니, 그것은 그 집사에게서 느끼는 그것을 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제한 없이 풀고 있었다면 더욱 강하게 느꼈을 것이다.
그랬다면 분명 지금처럼은 참을 수 없었겠지.
“죄송하지만, 저는 일편단심...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 여유는 없거든요.”
레온은 그리 말하며 자신이 지금 누나라 부르며 따르는 소녀를 떠올린다.
처음 란델에게 반강제적으로 집에 끌려왔을 때 첫눈에 보고 반한 정말로 아름답고 상냥한 소녀.
지금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가족인 누나를 느끼게 해주면서도 동시에 사랑하고 싶은 존재로 느끼게 하고 있다.
“그건...거기에 있는 시스티아 님 인가요?”
“아니요. 절대 아닙니다. 농담이라도 그런 말은 하지 말아주시죠.”
“야! 누가 할 소리인데! 그리고 은근슬쩍 ‘내 리제’를 그런 쪽으로 끌고 가려고 하지 마!”
“누나가 언제부터 네 것이 된 건데? 진짜 웃기지도 않는 소리 마.”
“아아... 두 사람은 그런 사이였습니까.”
으르렁거리는 두 사람을 보고 깨달은 것은모든 중심에 있는 것은 리제라는 것.
그리고 아마도 이번 일을 꾸민 것도 전부...
“어째서인지는 모르지만 다 알고 온 거라 보면 되는 건가요?”
“...맞아요. 에마 씨. 아니, 에마 씨를 조종하고 있는 무언가.”
“...”
그 말을 듣고 에마는 침묵한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는 않았다.
아까보다도 더 짙게, 아주 짙게 살기가 흘러나온다.
그리고,
“거기까지 알고 있다면 정말로 살려 둘 수는 없겠군요.”
“!?”
그녀의 몸이 눈앞에서 사라졌다 싶더니 갑자기 레온의 눈앞에 나타난다.
그 손에는 아까 투척했던 단검과 똑같은 것.
그것은 망설임 없이 레온의 목을 향해 날아왔다.
“홀리 배리어!”
그것이 목에 닿기 전 시스티아는 이미 준비하고 있던 신성마법을 펼친다.
하얀빛의 막이 단검을 손쉽게 막아냈다.
“...사제부터 노렸어야 했을까요.”
“그런 상황이었다면 그것에 맞게 행동했을 거예요.”
현재 에마의 공격으로는 절대로 침범할 수 없는 신성한 방패에 막혀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한다.
이대로 싸우는 것은 절대적으로 불리.
곧바로 퇴각해 자신의 마스터와 합류하든지, 아니면 소란을 크게 만들어 경비병이 오게 만들든지 둘 중의 하나.
그리고 에마의 판단은 빨랐다.
후자를 선택하기로 한 것이다.
“어딜! 여신의 성역!”
“!?”
창문으로 뛰어내리려 했던 에마는 곧 이은 시스티아의 신성마법에 막혔다.
이것은 결계마법. 범위 내의모든 것의 출입을 금하는 신성한 결계.
그리고 이 마법은 부정한 자를 정화하는 효과를 지닌다.
“으으윽!?”
결계에 살짝 닿기만 했을 뿐인데 엄청난 고통을 선사한다.
“지금의 당신에게 말해도 소용없겠지만 포기하고 얌전히 있어 주세요. 곧 모든 것이 끝날 테니까요.”
“끝나...? 웃기지 마시죠. 저의 마스터가 계시는 이상 절대로 끝날 일은 없을 겁니다. 거기에 당신들은 아무것도 못 해요.”
에마, 그녀는 현재 인질로 잡혀 있는 것과 같다.
혹여나 그 몸이 죽게 된다면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그녀가 말한 대로 그 마스터라는 존재가 건재할 때의 일.
“확실히 그렇죠. 하지만 그렇기에 지금 저희가 이러고 있는 거예요.”
“우리가 할 일은 당신을 이곳에 묶어두고 얌전히 있게 하는 것.”
그것은 리제에게 맡겨진 두 사람의 최우선으로 행해야 할 일.
“웃기지 마세요. 고작 그 정도 실력으로 저희 마스터를...”
“당신이야말로 얕보지 마시죠.”
“맞아.”
두 사람은 동시에 피식 웃는다.
자신들이 아는 그 소녀가 절대로 질리 없다는 듯이.
*
좀 더 시간을 끌어 천천히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은 생각이었겠지만, 상대는 무언가 준비가되어 있을 상황이다.
여기서 내가 시간을 끄는 것은 결과적으로 그리 좋지 않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상대도 설마 이곳에 온 첫날부터 암살 대상이 자신을 치러 온다고는 생각하지 않겠지.
시크라는 남자가 이번 일을 꾸민 녀석이라는 것은 이미 확신을 얻었다.
혹시라도 잘못된 상대를 공격한다는 생각은 가지지 않아도 될 정도로.
온갖 더러운 짓은 다 하면서도 자신의 동족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끔찍할 정도로 생각하는 녀석들이니까.
레온과 시스티아가 움직이는것과 동시에 나도 목적지로 향한다.
메이드에게 들어두었던 시크의 방.
그는 그곳에서 언제나 집무를 보며 생활까지 한다고 들었다.
-똑똑
“잠시 괜찮을까요?”
레온과 시스티아와는 다르게 나는 몰래 갈 필요는 없기에 당당하게 걸어와 문을 두들긴다.
잠을 자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밤늦게까지 나를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아마 머릿속에서는 나는 수백 번이나 죽었을지도 모른다.
“열려있습니다.”
역시 생각대로 목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무슨 일이시죠? 이런 한밤중에. 혹 불편하신 점이라도?”
“아니요. 메이드들은 정말로 잘해줬어요. 그보다 조금 전에는 물어보지 못한 일이 있어서요.”
“물어보지 못한 것...말씀이십니까?”
“네.”
말하기 전에 나는 잠시 숨을 고른다.
여기서부터는 행동을 잘해야만 한다.
그러지 않으면 내 목은 순식간에 떨어질지도 몰라.
오러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다크엘프가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건지 물어봐도 될까요?”
“...무슨 말씀이신지?”
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그렇게 말한다.
역시 그냥 이런 식으로 물어봐서는 안 되겠군.
“시치미 떼지 마. 온갖 더러운 짓으로 먹고사는 비열한 종족 주제에. 역시 진정한 숲의 종족은 고귀한 ‘엘프’여야...”
거기까지 말하고 나는 인벤토리에서 검을 꺼내 목 부근에 들어 올렸다.
깡! 하는 금속 소리가 들려오고 내 바로 앞에는 어느새 시크가 서 있었다.
엄청나네...란델의 속도에 익숙해지지 않았다면 위험했을 거야.
여태까지 란델의 훈련의 효과를 크게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지금 완벽하게 체감하게 되었다.
“흥. 공간 아티팩트인가. 망할 꼬맹이가...!”
“화가 좀 많이 난 모양이네.”
“감히. 우리 숲의 종족에 대해 들먹여? 인간 따위가?”
그 말과 함께 시크의 모습은 거짓된 모습을 던지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백발은 그대로였지만, 귀가 뾰족해지며 피부가 검게 변한다.
처음으로 제대로 보게 되는 이종족 다크엘프.
마족 이외에 마신을 믿는 어둠의 종족들 중 하나이며, 활과 정령에 능한 엘프와는 달리 흑마법과 암살 같은 은밀한 행동에 능한 종족.
엘프와는 사이가 매우 나쁘며 비교되는 것을 아주 싫어한다.
다만 같은 숲의 종족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다른 종족에게 엘프의 욕을 듣는 것도 싫어한다.
한마디로 욕할 거면 내가 하지 다른 놈이 하면 열 받아. 같은 거라고 해야 할까.
뭐, 이래저래 복잡한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왜? 좀 욕하면 안 되냐? 너희 인간의 노예로 태어났다 싶을 정도로 노예근성 가득한 애들이잖아?”
“...본래 단숨에 죽이는 것은 내가 정한 룰을 깨버리는 것이 되지만 어쩔 수 없지.”
내가 도발하면 단숨에 녀석의 힘이 부풀어 오른다.
전력으로 나를 죽이겠다는 그런 생각이 전해져 온다.
‘으아...이거 좀 위험한데?’
단지 그것만으로 녀석의 역량을 알 수 있었다.
현재의 나로서는 이기지 못한다.
어쌔신 마스터. 그게 지금 녀석의 실력이다.
물론 란델에 비하면 약한 편이지만 마스터 반열에 들지도 못한 내가 상대할 수준이 아니다.
그렇다면 여기서는 질질 끌지 말고 나도 전력을 다해야지.
그리 판단을 내린 나는 곧바로 얻고선 몇 번 써보지 못했던 스킬을 사용한다.
“용화.”
[용화를 발동합니다.]
[모든 능력치가 1.5배 상승합니다.]
[용언의 LV이 2의 보정을 받습니다.]
[신체 일부가 변합니다.]
그런 로그와 함께 내 드래곤 하트가 요동을 친다.
그와 동시에 신체 일부가 변화하는 것이 느껴진다.
“뭐냐!?”
금방이라도 나를 씹어 먹을 것만 같았던 시크가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그와 동시에 내 몸은 모든 변화를 끝낸다.
변하는 것은 정말로 순식간.
[용의 힘의 영향으로 나이트 퓨어의 성장이 가속화합니다.]
[품속의 알이 이 힘을 좋아합니다.]
도중에 이상한 로그도 뜨지만 일단 무시한다.
지금은 놀란 토끼같이 눈을 뜬 눈앞의 다크엘프를 잡아야 하니까.
【결계】
용언으로 이 방 안에 결계를 친다.
앞으로 좀 거칠어질 것 같으니까 주변에서 알아차리지 못하도록.
“미안하지만 나도 전력으로 간다. 평범하게 했다가는 죽을 것 같거든.”
나는 검을 들고 자세를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