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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1화 〉31-수상한 움직임(5) (31/107)



〈 31화 〉31-수상한 움직임(5)

시크리프는 자신의 모든 감각을 의심했다.
그도 그럴게. 지금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인정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일을 꾸미기 위해서 굉장히 준비를 많이 했다.

자신은 암살자이지만 직접 암살하지 않는 암살자.
시나리오를짜고 그중에 중요한 열쇠가 되는 인물을 꼭두각시로 삼아 목표물과 이간질하고 서로 죽이게 한다. 끝에는서로가 연관된 것들과의 싸움도.
그것이 그가 전매특허로 하는 ‘암살’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하기 위해서는 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
그렇기에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자부하고 있었다.
물론 전부를 알 수는 없으나, 눈앞의 소녀라면 무언가 하나 정도는 숨기고 있을 거로 생각하고 있었다.
근데 그것이 이거라고?

“미친...”

답지 않게 욕이 저절로 튀어나온다.
이렇게 자신의 계획을 완전히 뒤집고 찾아와 시비를  것부터가 이례적인데 이건 정말로...말도 안 된다.

‘아니, 생각해보면...’

쓸데없이 숲의 종족에 대해 말하고 있었을 때부터 망가졌는지도 모른다.
어떻게 자신의정체에 대해 알고 있었는지 굉장히 궁금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지.
검을 잡고 자세를 잡은 눈앞의 소녀, 리제의 모습은 굉장히 많이 바뀌어 있다.

머리에는 두 개의 뿔.
등에는 커다란 날개.
엉덩이 부근에 꼬리.
그리고 그 붉은 눈은 마치 파충류의 눈과 같이 변해있었다.

“망할 드래곤이 왜 인간 행세를 하는 거냐.”

드래곤. 그것은 이 세계의 최강 종족.
그리고 숲의 종족인 그들에게 있어서는 절대로 거역할 수 없는 존재들.
그 공포심은 종족의 근본에 심어진 것과 같아서 마치 뱀 앞의 개구리 같이 되어버린다.

“몇 할은 인간이니까 당연하지. 태어났을 때부터 나는 드래곤이기도 했지만, 인간이기도 했으니까.”
“그렇다는 건, 넌 용인이라고? 말도 안 돼!”

믿기 힘들었다.
하지만 눈앞에 존재는 확실히 그 존재를 나타내고 있다.
인간이라는 베이스에 드래곤의 강인함을 일부 가지고 있는 것이 용인.

인간과의 혼혈이기에 순수한 드래곤에 비하면 굉장히 약하지만 다른 존재들보다는 강하다.
하지만 아예드래곤의 특성이 전혀 발현되지 않고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일단은 그렇게 알려져만 있다.

현재 실제로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년을 산다는, 수명이 긴 숲의 종족인 다크엘프와 엘프조차도.
먼 옛날 고대 시대 때에는 제법 많이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에서는 확인할 수 없었다.
게다가  명도확인되지 않는 것은 이유가 있었다.

“용인은 드래곤들 사이에서 금기시되고 있지 않았었나...!?”

 때, 인간 특유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과 드래곤의 특성을 모두 이어받은 완벽한 용인이 있었다고 한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정확히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그 용인 때문에 드래곤들 사이에서는 인간과 아이를 만드는 것이 금기시되고 있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옛날에는 밥 먹듯이 유희를 나왔던 드래곤들이 지금 세대에 와서는 밖에 전혀 나오지 않는 것은 그것 때문이라는 말도 있다.

“용인이금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그렇게 끊지 말고 바로 네 앞에 있는 나에게 똑바로 말해.”
“...”

진위 같은 것은 전혀 알 수가 없지만.
아무튼 지금 자신의 눈앞에는 이야기로만 들었었던 존재가 있다.
그것도 아마도 저건 말로만 듣던 완벽한 용인이 아닐까?
그렇지 않고서야 아직 어린애에게 위협적인 느낌을 느낄 리가 없다.

아무리 숲의 종족인 자신이 드래곤에게 약하다고는 하지만 단순히 절반만 드래곤인 어설픈 상대에게 겁을 먹지는 않는다.
인간 중에서도 돌연변이와 같이 무한히 빠르게 성장하며 드래곤의 특성이 있어 그 특기를 사용할 줄 아는 존재.
암만 봐도 사기다.
사기도 이런 사기가 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하는 수밖에...’

이미 당황하고 있을  용언 마법으로  안에 갇혔다.
그렇기에 이곳에서 살아남을 방법은 딱 하나밖에 없다.
 힘을 다해 눈앞의 대상을 죽이는 것.
좀 더 성장해 손을 쓸 수 없게 되기 전에 지금 죽이는 수밖에 없다.
이것은 유일한 기회다.

“흡...!”

오러를 전부 끌어올리고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낸다.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지는 꽤 되었지만, 그보다 경지가 높아지지는 않았다.
자신의 힘을 사용하는 것보다는 다른 것을 이용하는 것에 매달리다 보니 그런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지금의 경지는 확실하게 자신의 노력에 의한 결과.
시크는  그대로 빛과 같은 속도로 측면을 노린다.
마스터의 증거라고도 할 수 있는 강기(?氣). 그것이 양손의 단검에 맺혀 있었고 그대로 목을 향해 휘둘러진다.

-캉!

하지만 그것은 리제를 둘러싸고 있는 얇은 막에 막힌다.
강기를 막을 수 있는 것은 무조건 강기뿐.
그게 아니라면 그 수준 이상의 방어 마법.

“내가 속도는 따라가지 못해서 말이야.”

【막아】

“!?”

리제의 목소리지만 다른 말이 나오면 방어 마법이 더욱 견고해진다.

“지금의 용언마법이 있으면 이 정도는 할  있다는 말이지.”

용언마법.
일반적인 마법과는 다르게 체계적인 단계가 있는 것이 아니고 거의 무한에 가까운 마력과 맞물려 자신이 생각하고 말한 대로 발현되는 마법.
어느 정도 할 수 있는지는 사용자의 적성과 역량에 따른다.
그리고 그것은 마스터급의 공격을 막을 수 있을 정도.

“그리고 이런 것도.”

【베어라】

“끄윽...!”

말이 떨어지자 등에 날카로운 고통이 느껴진다.
마력으로 만들어진 칼날에 베인 것이다.

“그리고 이쪽도 잊으면  되고.”
“!?”

이번에는 정면에서 리제가 검을 휘둘러온다.
속도가 그리 빠르지 않아 본래라면 스치지도 않을 공격이지만 등을 공격당해 자세가 무너진 상태이기에 재빨리 단검을 들어서 막았다.

-쿵!

“크학...!”

금속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아닌 마치 폭발하는 소리와 함께 막자마자 전해지는 온몸의 충격.
본인이 막은 거긴 한 건지 의심이 되는 충격이다.
바닥마저도 움푹 들어가 있는 것이 보인다.
이곳이 1층이 아니었다면 바닥이 뚫렸을 거다.

이것도 용인의 힘이라는 걸까?
오러로 강화한 흔적은 있지만, 고작 강화했다고 이런 힘이 나오지는 않는다.
애초에 여자는 기본적으로 힘이 약하다.
그것을 오러로 차이를 좁히고는 있지만 오러로 인한 강화는 기본적인 신체능력이 따라줘야만 효과가 좋아서 기본적으로 여자는경지가 높아도 힘이 약하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렇다는 것은 눈앞의 이 여자는 기본적으로 엄청나게 힘이 강하다는 이야기.
그리고 시크의 그 생각은 적중했고, 현재 리제의 힘은 초월의 영역에 발을 걸친 상태다.
단순히 힘만으로 웬만한 것은 무시할 수 있을 정도.

“어라?”

충격에 놀라고 있으면 리제가 들고 있던 검이 가루가 되어 사라져갔다.
사이 그는 재빨리 리제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이 상태에서는 조절을 잘 못 하겠네. 설마 한  휘두른 걸로 검이 사라질 줄은...”

힘도 힘이지만 한 번에 과도한 오러를 담았을 때 생기는 현상  하나다.
그나마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것은 나은 것으로 터지듯이 산산조각이 나는 경우도 있다.
성능이 좋은 검이라면 아무리 과도하게 담아도 멀쩡하지만 리제가 들고 있던 것은 대장간에서 팔고 있던 싸구려 검. 버티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리라.

“어떻게...어떻게 해야 하지...!”

불만스러운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리제를 두고 시크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린다.
지금 어느 것 하나도 자신에게 유리한 것이 없다.
유리했던 적은 딱 한 번이다. 리제가 이 방에 들어왔을 때.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지만 그때 죽였어야만 했다.
이성을 잃지 말고 가지고 있는 힘을 다해서 죽였어야만 했다.
너무 얕봤다.

‘흑마법도...소용없어.’

흑마법은   걸리면 강한 신성마법으로 정화하지 않는 이상은 절대로 풀리지 않는 지독한 마법이다.
하지만 자신보다 수준이 높은 상대 혹은 오러나 마력이 많은 상대에게는 통하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다.
즉, 지금 상황에서는 전혀 쓸모없다는 것.

“어쩔 수 없지.   익숙해질 때까지 무기를 쓰는 건 포기하고 이걸로 가는 수밖에.”

리제는 주먹을 쥐고 자세를잡는다.
몸이 곧 무기. 지금의 리제라면 웬만한 무기보다도 강한 것은 사실이다.

“단지 이러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시절이 떠올라서 부끄럽긴 하지만 말이야.”

이제 겨우 14년을 살은 어린애가 마치  두 배 이상은 산 것만 같은 말을 한다.
하지만 그것이 이상하게 부자연스럽지가 않았다.
다른 아이가 말했다면 이상했겠지만 리제가 말하니 이상하지가 않았다.
혹시 자신이 조사한 것과는 다르게  오래 산 것일까?

아니, 그럴 리가.
이번 일을 준비하며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했는지  누구도 모를 것이다.
그런데 그 준비를 아주 철저하게 쓸모없게 만든다.

“너는 도대체 뭐냐...!”
“그걸 가르쳐주는 바보가 어디 있겠어?”

【멈춰라】

“컥!?”

몸이 움직이지 않으면 곧바로 명치 부근에 강력한 주먹이 들어온다.
그 고통은 상상 이상.
순간적으로 오러를 운용해서 대미지를 감소시켰음에도 온몸이 부서지는 것만 같은 고통에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만 같다.
정말이지  무슨 괴력.

엄청난 괴물의 탄생이다.
용언마법까지 사용할  있으니까.
어쩌면 그 옛날 용인의 재탄생이 될지도 모른다.
시크는 그런 생각을 하며 다리에 힘이 풀리고 그대로 땅바닥에 주저앉게 된다.

“어라? 그거 한 방으로 이렇게 돼? 엘프든 다크엘프든 맷집이 약하다고 들었는데 그거 진짜인가 보네....”
“...”

웬만한 존재는 저 살인주먹에 이렇게  거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말하기도 힘들어 그만둔다.
어차피 살아남지 못할 몸.
자신이 힘들게 준비한 도적들을 죽인 모습을 보면 살인에도 거부감은 전혀 없다.

“죽여...라...”
“응? 죽여? 그럴 수는 없지.”
“억...!?”

죽음을 각오하고 있던 그에게 리제의 행동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곧바로 얼굴을 들게 하더니 손가락을 그의 입안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입안을 마치 뒤지듯이 움직였다.

“아, 있다.”
“!?”

얼마 안 가 그 손가락은 목표로 했던 것을 꺼내 들었고 그것은 아주 작은 구슬 같은 것이었다.

“어떻게 네가 그걸...!”
“그건 말해   없고. 아무튼, 이걸로 자살하는 건 막을 수 있겠지?”

그가 소속된 곳의 암살자들이 정보유출을 이유로 자살하기 위한 극독이 담긴 용기 같은 것이다.
평소에 이빨 사이에 껴놓고 여차하면 깨물어 자살하는 방법을 사용하는데, 조금이라도 섭취한 순간 바로 죽을 정도다.

‘그것에 관해서는 아무도 모를 텐데,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그는 점점 눈앞의 존재가 무서워졌다.
알면 알수록 정체를  수가 없다.
상대를 잘못 건드렸다.

아아, 그런가. 꼭두각시가 느꼈다는 그 공포는 이 존재 자체에서 느낀 것인가.
형용하지 못할 두려움을 주는 무언가가 있다.
생물이라면 당연하게 느낄 무언가가!

“도, 도대체 정체가 뭐냐...!”
“알 필요 없대도. 그건 그렇고 내가 알고 싶은 게 한둘이 아니란 말이지. 넌 제법 이런저런 일을 알 것 같으니까 알려줘야겠어.”
“...그냥 죽겠어”
“살려준다고 해도?”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
“뭐, 그렇겠지. 만일을 대비해 독까지 입에 심고 다니는 녀석들이니.”

잘 알고 있다는 듯이 작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지간히 자신들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는 듯한 모습이다.
거짓일까도 생각했지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미칠 노릇이다.

‘아니, 잘 생각해보니 여기에서는 살아서 나가는 편이 나을지도...’

정체불명의 인물에 대해 알려야만 한다.
그런 생각에 작전을 변경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으면,
리제는 말한다.

“너 말이야. 남자가 죽는 것보다도 무서워하는 것 중의 하나가  줄 알아?”

그것은 질문이었지만 리제는 답할 시간을 주지 않고 그대로 발로 밀어서 시크를 눕혔다.

“...고문이라도 생각인가? 그거라면 소용없다.”
“나도 알고 있어. 그런 것도 철저하게 훈련하고 있잖아?”
“큭...”

리제는 그렇게 말하며 일어나지 못하게 밟았다. 그리고 그 발은 점점 가슴에서 밑으로 내려갔다.
어? 하며 그게 무슨 일인지 생각하며 불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너도 나랑 같은 기분 맛보고 싶지 않으면 얼른 대답하는 게 좋을걸?”

그런 말을 하며 아주 상쾌한 미소를 짓는다.
그게 무슨 말인지는 이해하지 못했고 아무것도 몰랐지만, 그는 이것 하나만큼은 잘 알았다.


눈앞의 이 여자는 자신들 따위는 비교도  수 없는 악마 같은 존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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