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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2화 〉32-수상한 움직임(6) (32/107)



〈 32화 〉32-수상한 움직임(6)

전투는 굉장히 싱겁게 끝나고 말았다.
에이~ 마스터도 별거 아니네?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단순히 수준 차이의 문제다.
상대가 마스터긴 마스터였지만  경지는 아주 초입부.
물론 그것만으로도 나에게는 평범하게 아직 먼 수준이긴 하지만, 용화로 그것을 단숨에 차이를 좁히다 못해 넘겨버렸다.

다만 용화도 그렇고 용언도 그렇고 굉장히 편리하고 강하긴 한데, 역시 제어하는 것이 문제다.
아무래도 드래곤 하트도 불완전한 상태라 그런지 마력 제어가 잘  되고, 뭐든 과잉으로 나오게 된다.
이 부분은 나 혼자 어떻게 해결을 할 수가 있을까.

란델과 같이  가르쳐줄 존재가 있다면 어렵지 않게 습득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하지만 그런 존재라고 한다면 나와 같은 용인이거나 아니면 드래곤이거나 둘 중 하나겠지.
둘 다 가능성은 희박하니 어떻게든 혼자 힘낼 수밖에 없나...

[나이트 퓨어가 당신의 힘을 머금고 성장합니다.]
[능력치 상승의 보너스가 붙습니다.]
[형태 변환을 기억합니다. 앞으로 기본 형태만이 아닌 다른 것으로도 변환할  있게 됩니다.]

“이게 지금 성장하다니...”

여태까지 아무런 반응도 없어서 어쩐 일인가 했는데 용과 연관된 것이 아니면 성장하지 않는 거였나. 아니면 뭔가 또 다른 조건이 있는 건지.
게임에서는 이러지 않았었는데, 이것도 또 다른 점이네. 복잡해라...

“자, 그러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거품을 물고 눈을 뒤집어 깐  기절한 다크엘프를 보며 고민한다.
분명 많은 걸 들을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얻은 것은 제로.
고문은 생각한 대로 굉장히 효과적이긴 했지만, 이 녀석은 다 잃을 각오로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다.
지독한 놈이야. 지독한 놈...

흠흠. 이실직고하자면 약간의 화풀이도 들어가 있긴 했다.
그 때문에 좀  힘이 들어갔다고 해야 할까. 엄청나게 아팠을 텐데. 그걸 버티다니...
역시 일류 암살자라고 해야 하나 이거...?
후우...내 지금 꼴도 꼴이지만 이놈의 미남 혐오증 좀 나아져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네.

옛날에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다크엘프도 엘프와 비슷하기에 내가 수인과 똑같을 정도로 좋아하는 종족인데 결코 좋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물론 목숨을 노린 암살자여서 그런 것도 있지만 역시 남자라서 그런 거겠지.
더럽게 잘 생겼다. 그래서 싫다.

“그나저나 이대로 죽이는 건 쉽지만...”

이대로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것은 아쉽다.
분명히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역시 그 방법밖에 없나...

“리제~ 나 왔어!”

그렇게 내가 고민하고 있으면 내가  결계 밖으로 시스티아와 레온이 보였다.
내가 부탁한 에마를 정화하는 일은 성공적인 모양이다.
에마는 언제부터인지는 모르지만,  다크엘프의 흑마법에 걸려 있었던 피해자로, 꼭두각시가 되어 있던 것이다.

우리를 암살하려는데 에마를 사용하려고 말이다.
원흉도 쓰러트렸고 정화도 완료했으니까 이제 문제는 없겠지만.
나는 결계의 한쪽을 열어서 두 사람을 들인다.

“꺄~ 리제 그 모습 너무 멋있어! 그거 용화 맞지!?”
“응. 맞아.”
“누나는  모습도 정말 잘 어울려요.”

 사람은 내가 용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실제로 보여주는 것은 처음이다.
눈을 빛내면서 내 모습을 관찰하며 칭찬의 연속이다.

“꼬리랑 날개 감촉이 넘 좋당...에헤헤...”
“그, 그래? 다행이네...하지만 너무 그렇게 만지진 말아줘. 아무래도 좀 민감한 것 같으니까...”
“어? 그래? 그럼 상냥하게...”
“읏...”

확실히 시스티아의 손길은 처음보다는 상냥해졌지만,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하게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평소에는 없던 부위라 그런지 굉장히 낯설어서 그런 것 같다.
확실하게 내 몸의 일부이지만 한 편으로는 아닌 것 같은 이상한 느낌...
예전에 몇  변했을 때도 느낀 것이지만 다른 사람이 만지고 있을 때는 더 확실하게 느껴지는 것 같다.

“뿔도! 뿔도 만져볼래.”
“으, 응. 여기...”

시스티아와는 신장차이가 조금 있기 때문에 고개를 내려주면 시스티아가 기대된다는 모습으로 내 뿔에 손을 가져간다.
그리고 뿔에 닿은 순간...

“흐읏...!?”

나도 모르게 그런 소리가 나왔다.
아무래도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더 만지면 안 되는 부위였던 것 같다.
내가 낸 소리에 깜짝 놀라고, 만지던 시스티아도 깜짝 놀란다.
동시에 나는 몸에서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시, 시스티아. 뿌, 뿔은 안  것 같아아아아!?”
“리제. 귀여워...!”

내가 안 된다고 말하려는 것과 동시에 만지는 손길이 빨라진다.
굉장히 상냥하면서도 굉장히 거친 느낌.
몸에서 힘이  빠져서 나는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았다.

“시, 시스티...읏...!? 아, 안대애...흣!?”

누군가에게 약점을 공략당한다는 것이 이런 느낌일까...
어떻게든 빠져나오려고 노력하지만, 몸을 약하게 비트는 것밖에는 하지 못하고 있다.

“하아....하아....리제. 귀여워...하아하아...”

무, 무서워!?
거친 숨결과 가라앉은 눈빛.
여태까지  적이 없는 모습으로 시스티아는 내 뿔을 만져댔다.
끝쪽부터 가장 안쪽까지 점점 아주 절묘한 힘으로 만지면 몸이 멋대로 움찔거리고 이상한 목소리가 나온다.

나는 굉장한 공포를 느꼈다.
뭐지? 이거 무슨 상황이냐...!? 어, 어떻게 해야 하지!?
그렇게 내가 여러 감정에 혼란스러워하고 있으면 레온이 잔뜩 당황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야, 야!? 너 미쳤어!?”
“이, 이거 놔! 난  더...! 좀 더...! 리제의 귀여운 모습을 보고 싶다고!”
“그건 나도 동감이지만 너무 심했어!”

어...? 뭔가 그냥 듣고 넘어갈  없는 말을 들은 듯한...?

“아무튼 일단 진정해  바보야!”
“우우~! 시러어어!”
“하아...”

레온이 있는 힘을 다해 제지했기에 나는 겨우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안심하는 한편으로 꽤 충격을 받았다.

‘설마하니 이런 식으로 무력감을 맛보다니...’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다시는 맛보기 싫은 감각이었다...
 뒤로 시간이 좀 지나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 시스티아.
레온을 포함해 우리는 모두 조금 전까지 아무런 일도 없었다고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아무 일도 없었어. 조금 전에는 아무 일도 없었어...

“흠흠...! 아무튼, 에마의 건은 고생 많았어.”
“그, 그리 고생이라고 할 것도 없었어. 그냥 강하게 한 번 정화하니 끝났는걸...에헤헤...”

으, 음...그래도 역시 좀 어색한 것은 어쩔 수 없나.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것이다.

“그 전에 내가 널 지키면서 움직임을 막으려고 고생한 건 생각 안 해?”
“응? 그런 일도 있었을지도?”
“야, 너...”

이렇게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이지만 역시 잘 맞는단 말이지.
여기에 레온이 성검을 들게 된다면 다른 이가 없어도 웬만한 전투는 이길  있게 될 것이다.

“그건 그렇고 이게 다크엘프구나...나 처음 봤어.”
“엘프랑은 비슷하면서 다른 종족이죠?”
“응. 둘 다 숲에서 사는 종족이긴 하지만 다른 점이 많고, 그 때문에 사이가 엄청 나빠.”
“그렇군요. 이제 어떻게 하실 거예요?”
“노예로 만들 거야.”
“헤에. 노예...어?”
“에?”

두 사람의 시선이 기절한 다크엘프에 갔다가 황급히 내 쪽으로 돌아온다.
명백하게 노예라는 단어에 놀란 표정이다.
뭐, 놀랄 수밖에 없나...
이 세계에서 노예라고 하는 것은 보편적이기는 하지만 외모가 뛰어난 이종족의 노예는 대부분 용도가 정해져 있으니까...

“너희가 뭘 생각하는지 굳이 묻지는 않겠지만, 일단 설명하자면 이 녀석이 가지고 있는 정보가 목적이야.  뒤는 뭐, 정보수집으로 일하게 해야지. 애초에 암살자인 이 녀석을 죽이는 것 이외에 해결할 방법은 그것밖에 없어.”
“아, 아아...그런 거군요.”
“깜짝 놀랐어...”
“...”

아니, 내가 더 깜짝 놀랐다고. 이 녀석들아.
너희가 설마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
뭐, 기본적으로 평균수명이 굉장히 낮고 성인이 되는 15살에 결혼하거나 아이가 있는 사람도 수두룩하니 빠르게 습득하는 건 어쩔 수 없나...

게다가 좀 규모가 있는 마을은 창관거리가 있으니 접하기도 쉬울 테고.
현대 사람이었던 나로서는 굉장히 복잡한 기분이다.
나도 이 세계에서는 1년만 더 있으면 성인인가. 성인이 되면 이래저래  있는 일이 늘어나니 좋긴 한데 뭔가 실감은 나질 않네.

“아무튼 이 녀석은 그렇게 하는 걸로 하고 일단  일은 이 가문의 모든 이가 알아서는 안 돼. 은밀히 진행될 거니까 그렇게 알아둬.”

 사람에게 그렇게 말해두고 다크엘프 시크를 아주 단단히 묶어둔다.
노예를 만드는 방법은 알고 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지금 상태에서는 간단히 가능하다.

【속박하라】

용언으로 본래 복잡할 노예인장을 오른팔 안쪽에 각인시킨다.
노예로 만드는 것은 억울하게 혹은 강제로  수도 있는 만큼, 나라에서 엄격하게 관리하는 일이다.
내가 하는 것은 나라에서 금한 이른바 불법이지만, 애초에이종족 노예에 관한 것은 굉장히 대충이기 때문에  상관없을 거다.

애초에 이 왕국에서는 이종족을 어떤 식으로라도 활발하게 노예로서 유통하는 그런 움직임마저 있다.
이종족의 인권이 가장 없는 나라 중의 하나니까.
음, 이렇게 따지면 나도 용인이고 인권이 없는 것이 되어버리나...
조심해야겠는걸?

“됐다.”

얼마  가 각인을 완료시킨다.
이걸로 녀석의 ‘영혼’이라는 개념은 나에게 묶인 상태.
내가 해방하기 전까지는 무조건 내 말에 따라야만 한다.
죽는 것조차 내 명령 없이는 죽을  없으니까.
아주 효율 높게 써줘야지.

“다 끝난 거야?”
“응. 이제 정리하자.”
“그 모습  보게 되는 건 아쉽다...”
“이, 이번  번으로 끝날 건 아니니까 금방  수 있을 거야...”
“알았어.”

괜히 아까의 일이 생각나서 긴장된다.
이 모습으로 있을 때는 시스티아랑 거리를 좀 둬야 할까...
그렇게 내가 쓴웃음을 짓고 있을 때였다.

[알이 부화조건을 만족합니다.]
[알이 부화하려 하고 있습니다.]

그런 로그와 함께 언제나 품속에 넣어놓고 다니던 알에서 빛이 났다.

“어어?”

그것은 또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상황이었다.
언젠가는 부화할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할 줄은 몰랐다.
나는 알을 꺼내 손바닥 위에 올렸다.
두 사람도 어떤 일인지 금방 파악했는지 조용히  곁으로 와서는 그 장면을 바라보고 있다.

-쩌적

알에 금이 가더니 깨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아주 자그마한 드래곤의 팔이 튀어나왔다.
 다음에는 다리. 그 또 다음에는 앙증맞은 날개.
그리고 조금 시간이 지나면 윗부분이 깨지더니 가늘고  목이 쭉 뻗어 나오고 조그마한 머리가 보인다.

“뀨...”

눈을 뜨지 못하고 눈을 감은 채 허약한 울음소리를 낸다.
생명의 탄생 순간.
몇 개월뿐이지만 소중히 가지고 다니던 알에서 태어난 아이였기 때문에 나는 뭐라 말하기 힘든 기분이 들었다.

“뀨우...뀨우우...”

사람의 말은 못하지만  아이에게는 분명히 지성이 있다.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어떤 뜻으로 울음소리를 내는지는  알았다.

“여기에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뀨우♡”

내가 쓰다듬어주면 그제야 안심한 듯이 얼굴을 비빈다.
아직 눈도 제대로 뜨지도 못하는 헤츨링.
이 아이가 시스티아와 함께 내가 지켜야만 하는 그런 아이였다.

[당신과 새끼가 깊게 연결됩니다.]
[새끼와 당신은 서로 영향을 주기 쉽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길로 가고 싶다면 최대한 생각하며 길러야 할 것입니다.]
[불안정한 드래곤 하트가 조금씩 안정되어 갑니다.]
[스킬LV이 2 상승합니다.]
[용언 LV이 1 상승합니다.]
[당신은 점점 더 용에 대해 이해해 갑니다.]
[용화의 스킬 LV이 2 상승합니다.]
[힘 체력 마력이 20 상승합니다.]
[민첩이 10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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