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3화 〉용의계곡(1)
집사장의 갑작스러운 행방불명.
그 일 때문에 남작가는 발칵 뒤집혔다.
뭐 시크는 남작가에서 굉장히 신임을 얻고있었던 것 같으니까 말이다.
본인이 말하기를 엄청나게난 시간과 노력을 들였다고.
굉장히 안타까워했지만, 곧 그런 생각은 싹 사라지게 될 거로 생각한다.
이제는 내 신임을 얻기 위해 굴러야 할 테니.
노예가 된 시크에게는 이런저런 정보를 얻을 수가 있었다.
뭔가 굉장히 중대한 정보는 없었던 것 같지만 당장에 필요한 것쯤은 말이다.
뭐, 굳이 여기서 장황하게 설명할 것은 없고 나중에 때가 되면 하도록 하자.
아무튼 발칵 뒤집힌 것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서 받을 것만 다 받고 우리는 남작가를 나섰다.
남작 본인을 포함해 많은 이들이 아쉬워했지만 그대로 머물고 있을 이득도 없고 말이지.
뭐...한 가지 좀 난처했던 점이라면 에마일까.
“레온 님...나중에 꼭 만날날을 기다릴게요...”
“네, 네...”
“편지도 꼭 할 테니 답장 꼭 주세요...”
“네. 바, 반드시...”
에마는 자신이 조종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건 정화를 한 뒤에도 마찬가지로 레온과 헤어지는 것을 진심으로 슬퍼했는데, 그걸 보면 진심으로 반했던 모양이다. 이걸로 레온으로서는 미래의 신부 후보한 명쯤은 확정된 걸까.
아니, 이 세계는 능력만 있으면 하렘을 차리는 것도 어렵지 않으니 신부 중 한 명...이라는 가능성도 있을 것 같군.
...그렇게 되면 일단 시스티아랑은 가능성이 적은 것으로 보이니까 안전하군.
나는 하렘이나 차리는 부러...아니 괘씸한 놈에게 시스티아를 보낼 생각이 전혀 없거든!
흠흠. 뭐 이건 장난이니까 넘어가고, 남작가를 나온 우리는 곧바로 모험가 길드로 향했다.
앞으로의 향할 곳인 용의계곡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이곳만 한 곳이 없지.
이곳의 있는 모험가 전부는 아니지만 용의계곡을 목표로 자리 잡은 자들이 꽤 많다.
위험하기는 해도 돈이 될 때는 확실하게 되니까.
“이런 젠장! 또 졌다!”
“내가 생각하기에 너는 도박이랑 어울리지 않는다.”
“X발...! 술! 술 가져와!”
마을 크기와 비교하면 꽤 큰 길드 내부에 들어서면 벌써 거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도박하며 술판을 벌이는 자가 있는가 하면 성실하게 임무를 하려고 하는 자도 있다.
모험가 길드에서는 술집도 겸하는 곳이 많으므로 이런 일은 일상다반사다.
나는 그런 광경들을 바라보며 길드 접수원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어? 그래. 안녕. 얘들아. 무슨 일로 왔니?”
우리가 가면 친절하게 맞아주는 접수원 아가씨.
하지만 친절하다 뿐이지 귀여운 어린 신인을 보는 듯한 모습이었다.
나는 괜히 시간 끌기 싫어서 후작에게서 받은 의뢰가 적힌 의뢰서와 모험가증을 꺼내 보였다.
의뢰서까지 보인 것은 연관이 있다고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다.
“어, 어?”
“용의계곡에 대한 정보 좀 주세요.”
“아, 알겠...아니 알겠습니다!”
아까와는 다르게 정중해진 모습으로 후다닥 안쪽으로 향하는 접수원.
“금방 준비하고 출발할 수 있겠네요.”
“그래. 하지만 이대로 그냥 가기는 그러니까 용의계곡에서 겸할 수 있는 임무가 있나 찾아보자.”
“알았어~”
그렇게 우리가 의뢰를 걸어둔 게시판에 가려고 하면 갑작스럽게 큰 목소리가 들려온다.
“이런 망할. 이제는 뭐 개나 소나 용의계곡에간다고 X랄이네!”
그것은 명백하게 우리에게 향한 목소리였다.
짜증과 무시가 섞인 시비를 걸기위한 말.
여기에 들어왔을 때 도박으로 돈을 엄청 잃어 홧술을 벌컥벌컥 들이키던 자다.
“이...!”
“그러는 아저씨는 용의계곡에 대해 잘 아시나 봐요?”
혈기왕성한 우리 아이들은 그런 도발에는 걸리기가 쉽다.
나는 짜증이 확 난 아이들을 제지하고 앞으로 나가며 그리 말한다.
굳이 장단에 맞춰줄 필요는 없지만 떠오른 것이 있다.
이거면 확실하게 시간을 줄일 수 있을지도 몰라.
“하하하. 당연히 잘 알지. 내가 밥 먹듯이 드나드는 곳인데.”
“오오. 그럼 랭크도 높으시겠네요.”
“나를 포함해 우리 파티 전원이 B랭크다.”
별 것 아닌 랭크라 생각했는데 뜻밖에 높아서 놀랐다.
전원이 B랭크면 상당히 베테랑이라는 이야기.
용의계곡을 드나드는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노련할 것이다.
“갤론, 저 인간 또 저러네...”
“아니, 화풀이할 거면 다른 데서 하지 왜 엄한 애들한테 저러는 거야?”
“저번에 저 녀석들이 집적댔던 여자도 가족이랑 같이 다른 마을로 도망갔다던데.”
“이번에는 뒤에서 돈놀이도 하고 있다는 소문도 있더군.”
“그거 소문이 아니고 진짜야.최근에 돈을 갚지 못해서 노예로 팔리거나 사창가에 팔린 여자들을 봤다고.”
“하여간 쓰레기 새끼들...”
갑작스러운 상황인데도 다른 사람들은 익숙하다는 듯이 그렇게 숙덕거린다.
그 말을 듣고 떠올린 것이 있다.
이곳에 오기 전에 남작이 모험가 길드에 간다고 하니 해준 이야기가.
“갤론이라는 남자가 리더로 있는 5인조의 모험가가 있으면 조심하게. B급 모험가들로 실력은 확실하지만 질이 굉장히 나빠 좋은 이야기는 하나도 없지. 내 여태까지 신경 쓰지는 않았지만 혹 그놈들과 엮이게 되면 자네들만을 생각하게. 뒷일은 내가 봐줄 테니.”
즉, 그놈들과 연관된 일이라면 남작이 뒤를 봐준다는 이야기.
저 남자 이름이 갤런이라고?
그렇단 말이지...이건 꽤 운이 좋을지도.
주변의 걱정과는 다르게 나는 미소가 흐르는 것을 어떻게든 억누르고 다시 대화에 임한다.
“그러면 용의계곡에 대해 좀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 저희는 이번이 처음이라서요.”
“맨입으로?”
호구 잡았다. 라는 표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도박으로 돈을 잃은 것을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복구하려는 속셈이 보였다.
주변의 동료도 낄낄 웃어댔고, 주변 사람들은 그냥 모른 척한다.
모험가들 세계에서는 다 이런 거지.
딱 봐도 이득은 없고 손해밖에 없는 상황이다.
세피룸에 있었을 때가 특수한 거였다.
란델이라는 울타리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은 그런 것은 없고 오로지 한 명의 모험가로서 상대해야 한다.
“음. 돈은 있지만 그걸 그냥 정보비로 내는 건 좀 그러네요. 아저씨가 정확한 정보를 알려준다고 보장할 수 없잖아요.”
“내가 거짓말을 한다는 거냐!?”
“흥분하지 마세요.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잖아요?”
“어, 어어...”
아무래도 랭크는 높지만, 머리는 그렇게 좋지 않은 것 같다.
뭐, 대부분 모험가들이 다 그렇긴 하지. 배운 것 없이 그저 몸으로 부딪치며 먹고 사는 직업이니.
다만 그것은 B랭크까지만 통하고 그 이상으로는 통하지 않는 것이지만.
아무튼 여기서 좀 작업을 들어가 볼까.
“그럼 이렇게 하죠.저기, 여기 계약서 좀 주세요.”
“에? 아, 알겠습니다.”
때마침 접수원이 돌아와서 나는 바로 그렇게 말한다.
그러면 안고 있던 자료를 내려놓고 허둥지둥 무언가를 찾았고, 바로 내게 종이 한 장과 깃 펜을 건넸다.
“여, 여기...”
“고맙습니다.”
나는 그걸 받아들고 내용을 써내려간다.
“저, 저기 괜찮아? 저 사람들 엄청 위험해.”
그것은 직원으로서가 아닌 개인으로서 건네는 진심으로 걱정된다는 말이었다.
“괜찮아요. 걱정해주셔서 고마워요.”
나는 접수원에게 웃어주며 곧 그것을 들고 모험가에게 다가가 내밀었다.
신전제의 특별한 계약서.
모험가들이 서로 간의 약속을 확실히 이행하기 위한 공증 같은 거다.
이것을 쓰고 반드시 이행하지 않으면 길드에서 엄청난 페널티가 내려지며, 그럼에도 일정기간 이행하지 않을시 그 사람에게는 벌이 내려진다고 한다.
신에 의한 벌.
그것은 어떤 내용으로 어떤 것을 걸었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한다.
“뭘 할 생각이냐?”
“저랑 내기 하나 하죠. 아저씨가 이기면 이거 하나 그냥 드릴게요.”
나는 남작가에서 받은 금화 한 자루를 꺼내 보여주었다.
“헉...”
번쩍번쩍 빛나는 금화가 주머니에 100개. 1성화와 똑같은 가치.
주변에 있던 모두가 입을 떡 벌리며 놀란다.
아무리 벌이가 좋다는 모험가라고 해도 이런 금액을 본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잘 벌어도 한 달에 금화 10개 정도 쥘까 말까 할 정도니까.
평범한 4인 가족의 1달 생활비가 금화 1개라는 것을 고려하면 그것도 큰돈이기는 하지만, 랭크가 올라갈수록 지출하는 돈을 생각하면 그리 큰돈은 아니다.
“네, 네가 이기면 뭘 해야 하지?”
“이번 의뢰 동안 제 말을 무조건 따라줬으면 해요.”
“고작 그것뿐이냐?”
“네.”
“...내용은?”
조금 생각하는 듯하더니 금방 내기의 내용에 대해 물어온다.
조건이 너무 좋다 생각이 드니 의심이 좀 들었던 건가?
그런 머리는 있나 보다.
“레온. 저기 있는 빈 술통 가져와서 여기에 놔.”
“네.”
아무튼 나는 대답하지는 않고 곁에 있던 레온에게 그렇게 말했고 레온은 구석에 있던 빈 술통을 가져와 나와 모험가 사이에 두었다.
그러면 여기에 있는 모두가 내가 할 것에 관한 내용을 이해했다.
모험가들끼리 언제나 흔히 하는 승부였기 때문이다.
“이봐...꼬맹이. 지금 그걸로 나를 이기겠다고 하는 거야?”
“왜요? 자신 없어요? 도박 보다는 자신 있을 거 아니에요? 고작 팔씨름인데.”
흔히 남자들이 서로 힘자랑을 하기 위해 하는 팔씨름.
남자는 잔뜩 자존심이 상한 모습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후회하지 마라?”
“후회하지 않을 테니 걱정 마세요.”
남자가 계약서에 사인하는 사이 나는 다른 사람에게도 묻는다.
“아저씨들은 어떻게 하실래요? 귀찮으니까 미리 계약서 쓰죠. 이 아저씨랑 똑같이 이기면 금화 한 주머니씩.”
“저, 정말이냐?”
“나도 한다!”
그렇게 나는 동료까지 끌어들이는 데 성공.
너무나도 이상할 정도로 좋은 조건이라는 생각은 들지만, 이겼을 때의 보상과 졌을 때 해야 할 일이 별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에 이들은 조금 의심은 하면서도 모두 사인을 한다.
나는 그 계약서를 접수원에게 건네 정식으로 수리하게 하고 돌아오면 술통 위에 서로 손을 잡고 팔씨름 자세를 잡는다.
덩치가 몇 배는 차이가 나는 건장한 어른 남자와 이제 크고 있는 어린 여자아이의 팔씨름 대결.
어디나 ‘돌연변이’라는 것은 있지만, 기본적으로 힘이 약한 존재는 오러를 사용해서 강화한다고 해도 그렇게까지 강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 대개 오러 사용자라 해도 여자는 민첩, 남자는힘이라는 말이 붙는 거다.
마스터 이상의 초월의 영역에 들어가면 그런 건 아무런 소용도 없지만 말이다.
“흐흐, 금화 한 주머니라니...”
이들은 분명히 약간 의심은 하면서도 자신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을 것이다.
어느 부자 꼬맹이가 자신의 힘을 과신한 나머지 어리석은 짓을 하는 것이라고.
그것은 딱히 의심할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내가 그저 평범한 인간의 어린애였다면 말이다.
“준비.”
아무런 관계없는 한 모험가가 심판으로 와서 그렇게 말하고,
“시작!”
경기가 시작되는 순간.
-쾅!
바로 그런 소리가 나며 술통은 산산조각이 난다.
“어...? 어......?”
그리고 남은 것은 침묵과 부러져서 덜렁거리는 자신의 팔을 보고 눈을 크게 뜨는 남자의 모습.
“제가 이겼죠?”
그런 내 말에도 모두는 말을 잇지 못한다.
도대체 무슨 상황이 벌어진 것인지, 이 상황에 그저 놀라고 있을 뿐.
하지만 그건 오래가지 않았다.
“아아악! 내 팔! 내 팔!!!!!”
그런 비명과도 같은 소리에 남자들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얼굴이 하얗게 질려간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아도 레온은 빈 술통을 옮겨온다.
“자자, 걱정 마세요. 저희 쪽엔 아주 우수한 사제가 있거든요. 부러지거나 뼈가 산산조각이 난 정도는 금방 고칠 수 있어요. 그러니 다음 분.”
“너, 너 해 봐. 아까 먼저 하겠다며!”
“그러는 너야말로!!”
이제는 서로 안 하겠다고 다투기 시작.
괜히 이런 곳에서 시간 끌기 싫은데...
“미친 x발년아!!! 그딴 것보다 내 팔부터 고쳐어!!!!”
“닥쳐.”
“어억...!?”
나는 팔을 어찌 해야 할지 모르고 바닥을 구르던 녀석의 얼굴을 밟았다.
“다 끝날 때까지 거기서 얌전히 기다려. 명령이다.”
“후어아아!?”
“이번 의뢰가 끝날 때까지 내가 주인이고 넌 노예다. 계약서에 사인했잖아? 내 말에 무조건 따르겠다고.”
“후오아...!?”
“왜? 억울해? 너도 하는 짓이잖아.”
“우가!?”
분명 돈놀이를 하고 다닌다고 했으니 차용증을 쓰고 다닐 거다.
그게 있어야 노예로 팔거나 사창가에 팔 수 있으니까.
엄연히 따지면 주인과 노예는아니지만 무조건 따르겠다는 말은 그런 말이나 다름이 없다.
이놈은 지금 내가 죽으라고 명령하면 죽어야 하는 그런 상황에 놓인 거다.
그렇게 해도 뭐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계약서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으니까.
이들이 이행하지 않는다면 큰 페널티를 받을 뿐이다.
어떠한 벌과 함께.
일이 이렇게 되어도 주변의 모든 사람이 오히려 속이 시원하다는 듯이 지금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얼마나 주변에 민폐를 끼치며 살았는지 잘 보이는 상황이다.
“자, 너희는 어떻게 할래? 도전이라도 해볼래? 아니면 그냥 패배를 인정할래? 난 어느 쪽이든 상관없는데.”
그렇게 말하며 웃고 있는 내 모습은 그들에게 어떻게 비추고 있을까?
뭐, 어쨌든 상관없다.
기간한정이긴 하지만 쓸모 있는 노동력을 얻었다.
그 사실만이 중요한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