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4화 〉용의계곡(2) (34/107)



〈 34화 〉용의계곡(2)

이번에 능력치가 대폭 상승하고 드래곤 하트도 조금씩 안정되는 것에 따라 신체능력이 대폭 향상됐다.
용화에는 비교되지 않지만 아마 마스터의 경지에 들어서기 직전까지는 된 것 같다.

게임에서 마스터에 들어서기 위한 조건은 어느 능력치든 하나 150을 찍는 것이었는데, 여기서도 그럴지는  모르겠다.
애초에 이 세계에서 이 능력치가 올리면 내가 강해지는  이외에 다른 이와 비교할 때는 의미가 없다. 다른 이들의 능력치를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게임에서 능력치는 다들 가지고 있었지만 그게 지금 맞다 할 수도 없다.
그래서 부지런히 올리는 것 이외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결론이 나왔다.

-달그락 달그락

그 일이 있고 길드에서 정보도 얻고 난 뒤, 며칠간 준비를 모두 마치고 우리는 마차를 빌려 용의계곡으로 향했다.
시간도 시간이지만 이번에는 인원이 많아서 말이다.

 모험가들은 고분고분한 모습으로  말을 따랐다.
뭐, 계약서에 사인한 이상 어쩔 도리가 없긴 하지만.

게다가 남작이 말한 대로 그의 전적인 도움도 받았고 말이야.

그것 외에도 그들에게서는 나를 향한 강한 공포심이 엿보였다.
열은 받을지언정 공포를 느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는데...
거기에 뭔가 이상한 느낌도 없지 않아 있어.

“뀨웅? 뀨우~!”

“아하하~ 간지러워. 세라야.”

“좋겠다...세라야, 나랑도 놀자~!”

“뀨? 뀨!”

“꺄아~ 귀여워!”

“세, 세라야. 나도...”

“뀨우!”

“아...귀여워.”

이번에 부화한 아기용은 여자아이로 이름은 세라라고 지었다.
내가 마음대로 이름을 지어도 괜찮을까 했지만 카르아에게 딱히 들은 것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이름 정도는 괜찮겠지.
하룻밤 사이에 눈을 뜨고 자유롭게 움직이고 날 수 있게 되었지만, 아직 아기라 그런지 잠이 많은 세라는 알이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품속에서 잠을 자다가 이렇게 쉴  없이 애교를 부린다.
외형도 조그마하고 귀여워서 누구나 빠지지 않을 수가 없다.

“누님! 이제 곧 도착합니다.”

“아...그래. 알았어.”

이거다. 바로 이거다.
이상할 정도로 나에게 정중한 태도.
그리고 나에게 존댓말을 하지 말라고 부탁한 것도.

단순히 공포로 머리가 날아갔다고 하기에는 이상하다.

“쟤네...진짜  저러지?”

“난 알 것 같은데.”

“저도요.”

“에? 뭔데?”

“리제는 설명해줘도 모를걸?”

“맞아요. 모르실 거예요.”

“우리 세라도 알지? 그치?”

“뀽?”

아니, 세라는 완벽하게 모른다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는데?
아무튼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 같다.
굉장히 궁금하긴 한데 이렇게 되면 아무리 가르쳐 달라고 해도 알려주진 않을 것 같다.
답답하네. 답답해...

아무튼 그렇게 나 혼자 답답함을 안으면서도 곧 용의계곡에 도착했다.

“여기가 용의계곡이야?”

“계곡보다는 숲...아닌가요?”

“보기에는 그렇지. 하지만 입구 부분만 그렇고 본격적으로 와이번이나 드레이크가 나오는 곳은 계곡이야.”

나는 처음 오는 두 사람에게 설명한다.
용의계곡은 엄청나게 넓은 곳이다.
게임에서도 가장 넓은 맵을 자랑했었으니까.

입구는 숲이고 C등급 이하로 분류된 용종들이 있다.
숲을 한참 지나면 계곡이 나오고 B등급 이상의 용종들이 우글우글 존재한다.

계곡 부분은 한 나라의 군대가 들어가도 얼마 버티지 못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곳이다.
B급 이상 용종에서 나오는 재료의 가치를 생각하면 욕심이 날 곳이긴 하지만 그만큼 막심한 손해를 감수해야 하므로 모든 나라에서도 손을 대지 않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가끔 혼자 다니는 용종을 발견하거나  마리씩 계곡을 나오는 개체를 제외하면 거의 볼 일도 없고 재료를 얻을 기회도 없다.

“그렇구나...음,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거야?”

“일단은 세르니아랑 길드에서 의뢰로 받은 걸 해야지. 그렇죠?”

“그래. 당면의 목표는 그거지.”

“당면의 목표라는 건 달리  일이 있다는 거야?”

“맞아.”

하지만 그것들은 그저 서브에 지나지 않다고 나는 생각하고 있다.
중점적으로 하지 않아도 돌아다니면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이 몇 가지가 있다.

“저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처음 나랑 팔씨름했던 갤런 녀석을 포함해 5명은 내 말을 기다린다.

“너희는 이곳을 돌면서 세르니아를 있는 대로 채집해.”

“세르니아...그 찾기 힘든 잡초 말입니까?”

“그래. 채집할 때 반드시 뿌리째로 뽑아.”

내가 이들을 노동력으로 데리고 온 이유  하나가 세르니아 때문이다.
방금 녀석이 말했듯이 세르니아는 찾기가 제법 힘들어서 찾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다만 잡초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아무런 효과도 없고 생긴 것도 별로 예쁘지 않아서 사람에게도 인기가 없고, 그것을 먹는 생물도 없다.
그렇기에 수는 확실하게 보장되어 있을 거다.

“자, 이 바구니에 한 가득 가져와야 해. 알겠지?”

“아, 알겠습니다...”

“채우지 못한 사람은 채울 때까지 돌아오지 마.”

“히, 힘내겠습니다...”

나는 바구니를 녀석들에게 한 명씩 건네고 보낸다.
이렇게 강하게 할당량을 정해주지 않으면 분명 농땡이 부리는 놈이 하나씩 나온다니까.

“우리는 좀  안으로 들어갈 거야. 아, 평소랑 똑같이 하되 전위는 내가  거야.”

“어? 그럼 제가 중위에 서요? 그러면...”

“걱정은 하지 말고. 아마 전투는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네?”

“리제. 그게 무슨 말이야?”

그렇게 어리둥절 하는  사람을 두고 나는 앞장서서 나아간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곧 알게 될 거다.

“뀨웅?”

“세라야. 오늘은 친구들 보는 날이다.”

“뀨우!”

내 품속에 들어가 고개만 빼꼼 내밀고 있는 세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는 소풍 온 기분으로 걷는다.
모든 드래곤의 시조라 불리는 용신 카르아의 딸인 세라가 평범한 용종들과 친구라기보단 권속이라고 보는 것이 맞겠지만, 아직 아기니까 그런  상관없겠지.

“음. 그나저나 C급 이하 용종은 흔하게  수 있다고 했는데 어째 기척 하나 느껴지지 않네.”

“뀨웅...”

숲을 걷기를 어느 정도 지나고, 기척 하나 느껴지지 않는 것에 이상함을 느낀다.
분명히 자료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고 했고, 그건 게임에서도 그랬었는데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어딘가 한곳에 모여 있는 걸까요?”

“안쪽의 계곡에 있는 개체들이라면 모를까, 이곳에 있는 개체들은 집단생활은 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그러면 누가 와서 잔뜩 잡아버렸다던가?”

“...잔뜩 잡아?”

시스티아의 말은 가능성은 낮기는 했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니라서 바로 판단하기는 힘들었다.
하지만 이렇게나 나오지 않는 것을 보면 어쩌면 그게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이 아닐까?

‘이럴 줄 알았으면 시크 녀석을 보내는 게 아니었는데.’

시크 녀석은 다른 곳에 왕국의 수도를 포함해서 여러  도시나 마을을 위주로 조사하라고 보냈다.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일찍부터 조사를 시작하라  것인데 조금만 미룰  그랬다.

“일단 조금만 더 둘러보자.”

그렇게 우리는 한참을 더 돌아다녔지만 단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또 이상한 점이 한 가지가 있었다.

“누, 누님! 세르니아가 한 송이도 없습니다!”

찾기는 조금 힘들어도 심심치 않게 보였어야  세르니아가  송이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5명도 그렇고 나 또한 돌아다니며 찾았는데 단 한 송이도 얻지 못했다.

이상하다.

“너희가 여기에 마지막에 왔을 때가 언제야?”

“한 일주일쯤 되었을 겁니다. 그때는 심심치 않게 보였었는데...하급 용종들도 많이 있었고요.”

“그렇다는 것은 일주일 만에 전부  사라졌다는 말인데...“

이게 과연 자연발생으로 생길 수 있는 일이라는 걸까?
아니, 확률은 지극히 낮을 거로 생각한다.

“계곡에 가봐야겠어.”

“계, 계곡에 말입니까? 위험합니다...”

이곳을 주 무대로 삼는 모험가가 반드시 지키는 것이 계곡에 가지 않는 것이다.
멋모르고 그곳에 가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으며 수많은 민폐를 끼칠 우려가 있다.

인간을 먹고 그 맛에 들려 많은 자극을 받은 용종이 대량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아무리 쓰레기 같은 행동을 해왔다고는 하지만 그것만큼은 지키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방법이 없어. 그리고 너희는 따라오지 마.”

애초부터  5명은 계곡까지 데리고 갈 생각이전혀 없었다.
여러 의미로 방해만 될 뿐일 테니까.

“알겠습니다...”

뭔가 말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지만 그렇게 대답한다.
처음 봤을 때와는 다르게 너무 얌전한 태도여서적응이 안 돼. 적응이...

그렇게 기묘한 느낌을 받으며 나는 시스티아와 레온을 데리고 빠르게 계곡을 향해 간다.

“뀨웅...?”

“오늘은 친구들이 다 어디 갔나 보다.”

“뀨...”

친구들이 보고 싶은데 없어서 실망하는 세라를 위로한다.
본래라면 오늘은 피크닉 같은 상황이 연출되었어야 정상이었는데. 망할...

“!?”

그렇게 이를 갈면서 한참을 들어가다가 계곡 근처에서 코끝에서 느껴지는 냄새를 맡고 급하게 멈췄다.

“누나...”

“그래. 너도 느꼈어?”

“네...지독한데요.”

“응? 뭐가 지독한데?”

“뀨우?”

아직 거리가 있기에 오러로 인한 강화로 감각이 예민하게 된 나와 레온은 느꼈지만, 신체능력은 평범한 사람과 똑같은 시스티아와 아직 아기인 세라는 느끼지 못했다.

‘젠장...!’

나는 속으로 욕했다.
정말이지 최악의 상황이었다.

시스티아랑 세라, 특히 세라에게는  앞의 광경을 보여줘서는  된다.

“시스티아는 세라를 부탁해. 레온 두 사람의 호위는 맡긴다.”

“네.”

“어...”

시스티아는 정확히는 모르지만, 뭔가가 있음을 느끼고 내가 건넨 세라를 품에 안았고 레온은 만일을 대비해서 검을 뽑아들었다.

“여기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야 해?”

“뀨우...”

기본적으로 나랑 멀리 떨어지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세라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내 말에는 따른다는 듯이 작게 울고는 얌전히 있었다.
나는 몇  쓰다듬어주고는 다시 계곡을 향해 나아갔다.

이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내가 생각하고 있는 대로가 아니라면 참으로 좋겠지만, 그것이 있을 수 없는 일에 가장 가깝겠지.

“윽...”

가까이 가면 갈수록 냄새가 심해진다.
익숙한 냄새이긴 하지만 이렇게 코가 마비될  같이 맡아본 적은 처음이다.

그렇게 목적지에 도착한다.
용의계곡. 다양하고 많은 용종이 사는 장소.

위험이라는 것을 배제하고 바라본다면 굉장히 아름답고 멋진 이곳은 지금.

“이런 젠장...”

입에서 욕밖에 나오지 않을 정도로 참혹한 피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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