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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9화 〉제국(1) (39/107)



〈 39화 〉제국(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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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어둡고 깊숙한 곳.

흔히 인간들이 마(魔)라 부르는 끔찍한 힘이 충만한 곳에서 의아해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라? 왠지 조용하다 싶었더니 누가 정리를 해놨네?”

그것은 아직 앳된 소녀의 목소리.
그 목소리는 금방 가볍게 떨린다.

“도대체 어떤 누구지...? 인간 놈들이 알아서 서로 싸우도록 일부러 찌꺼기를 남겨놓고 온 건데...”

불안한 목소리의 주인인 소녀는 자신의 발밑으로 시선을 향한다.
거기에는 더러운 후드를 뒤집어쓴 인영이 있었다.

“이래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데...어떻게 하지?”

“...주...겨”

소녀의 말에는 신경도 쓰이지 않는다는 듯 말라비틀어진 갈라진 목소리로 무언가를 호소한다.
그것은 다 죽기 직전이라고 봐도 무방한 그런 상태였다.

“어? 벌써 약효가 떨어진 거야? 역시 이곳이 좋지 않은 건가. 하긴 인간이 살기에는 최악의 조건이라고 봐도 되니...”

아주 미세한 알아듣지 못할 목소리였지만, 소녀는 금방 알아듣고 자신의 품속에서 작은 하나를 꺼냈다.

“하아...마음이 너무 무거워...저기 입을  벌려 볼래? 약 먹여줄 테니까.”

“...”

먹기 싫다는 듯이 고개를 아주 미세하게 돌리는 것이 느껴진다.
소녀는 그 모습을 보고 또다시 한숨을 쉬었다.

“매번 그렇게 거부하는 마음을 모르지는 않는데...그래서는  돼.”

“~~!”

작은 병의 마개를 열어 꾹 다문 입에 강제로 집어넣는다.
끝까지 마시지 않겠다는듯이 버티지만, 코까지 막으며 숨을 못 쉬게  강제로 목으로 넘기게 만든다.

“여러 가지 의미로 너는 반드시 살아야 해. 그리고 분명 어떻게든 살아남는 게 좋을 거야. 죽으면 모든 것이 끝이니까.”

“아...아아...”

후드의 인물은 점점 상태가 호전되어 가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그 목소리에서 들리는 것은 절망이었다.

자신이 살아남은 것에 대한 절망.

죽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것에 대한 절망.

소녀가 어떻게든 달래려고 하는 것 같지만, 그게 지금의 자신의 상태에 무슨 소용이 있을까?
이 끝없는 고통이 얼른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밖에는 없다.

“...미안해. 정말로 너의 기분은 잘 알지만, 죽으면  돼. 세르니아도 확보가 끝났으니까 앞으로 죽을 기회는 영영 없을 거야.”

“아으...”

이제 희망은 없다.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넘쳐흐른다.
어떻게 하면 이 끝없는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지금의 내가 너에게 해줄 수 있는  최대한 고통을 느끼지 못하게 해주는 거겠지...”

고통에 찬 그녀를 보고 소녀는 그 등에손을 대고 무언가 마법을 사용한다.
그러면 점점 고통이 옅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나저나 이게 정말 잘하는 일일까...잘도 자네. 하긴 그렇게나 먹었으니 소화를 시켜야지.”

소녀가 위를 올려다보면 어둠에 녹아들 듯 거대한 무언가가 있다.
그것은 고른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다.

그것은 잔뜩 먹고 소화하는 과정.

 과정이 끝났을 때 이 ‘괴물’은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아무리 오빠의 명령이라지만...”

그리고  괴물이 가져올 재앙은 어떤 것일까?

“성녀랑 용사를 미리 찾는 일도 그만두고 도대체 뭘 하시는 걸까...”

소녀는 이마에 손을 얹고 잠시 앓는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이내 크게 한숨을 쉰다.

“나는 정말로 잘하고 있는 걸까...”

소녀는 고대의 마룡 그라니토를 계속 올려다보며 중얼거린다.
후회와 고민이 뒤섞인 표정을 지으며.

“아...”

소녀의 발밑에서 힘없이 누워있던 그녀는 그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눈을 감는다.
그리고 떠올린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가족의 얼굴을.
그리고 그 이름을 부른다.

“레...온...”

사랑하는 남동생이 너무나도 보고 싶었다.
차라리 그때 쓸데없는 희망을 품지 말고 달콤한 말에 귀를 기울이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랬다면 차라리 짧은 기간이긴 해도 동생과 살며 제대로 끝을 맞이할 수 있었을 텐데.

“레온...”

후회하고 또 후회하며 남동생의 이름을 다시금 부르며 기절하듯이 잠이 든다.

그렇게 이곳에는 후회하는 두 소녀와 끔찍한 괴수만이 있을 뿐이게 되었다.


*

이번 용의계곡에서의 일은 그리 시간을 들이지 않을 예정이었지만, 그 예정은 완벽하게 바뀌게 되었다.

우리는세 가지 이유로 아예 이곳에 눌러앉았다.

첫 번째는 이번 기회에 아예 단숨에 능력치를 상승시키기 위해서다.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기에 빠르게 올려두고 싶다.
이 부분은 마침 가디언도 있으니까 정말 안성맞춤이다.

두 번째는 주변에서 아직 방치되어 있을 용종의 시체를 찾아거둬들이는 일 때문이다.
이곳은 앞서 말했듯이 굉장히 넓은 곳이기에 며칠을 가지고는 수습이 되지 않는다.
무덤을 만들어주지는 못하지만 대신 최대한 유용활용을 한다는 의미로 전부 수습해두고 싶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살아남은 용종들의 수색.
 또한 쓸모가 있을 거로 생각해서다.
특히 비행종이라면 더더욱 좋았다.
하늘을 나는 것은 값비싼 아티팩트나 고위 마법이 아니면 하지 못하는 것이니 누가 뭐래도 최고로 좋다.

그렇게 우리는 아예 년 단위가 지나갈 정도로 이곳에서 아주 바쁘게 움직였다.

가디언의 도움으로도 상당한 효율이 있었지만,  부분에서는 갖은 수단을 전부 동원하기로 했다.
바로 정기적으로 란델에게 와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란델에게는 이곳의 상황과 그라니토의 이름만은 제외하고 범상치 않은 생물이 있다는 점과 그것을 조종하고 있을지 모르는 인물 등등 내가 정확하게 알고 있다는 사실만을 덮은 채 모든 것을 알리고 대책에 대해 논의하는 것까지  수 있기에 일석이조...아니 그 이상의 효과가 있다.

나도 대책을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란델 같은 인물이 함께 생각해주고 내 힘이 닿지 않는 곳은 분명히 커버를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고, 그것은 내 생각대로 딱 들어맞았다.

꾸준히 능력치를 올리던 나는 물론이고 몸에 치트키를 두르고 있는  같은 레온은 믿기지 못하는 경지에까지 오르게 된다.
 어떤 것으로 따진다고 해도 경이로운 경지.
물론 이는 본래의 치트키에 다른 치트키를 하나도 아니고 세 개나 사용했기에 가능했던 일이긴 하지만, 뭐, 아무렴 어때.

게다가 이 정도는 아직 훨씬 모자라다.

그라니토의 봉인을 풀었던 것을 보면 그 수수께끼의 인물은 용사가 거친 루트를 전부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용사의 능력 향상 구간이라고 해야 할까.

그리고 그곳들은 이미 전부  빈 상태일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틈새시장만을 노리기로 했다.
게임에서 준비된 치트키만을 말이다. 뭐  부분은 나중에 말할 기회가 있겠지.

용종의 시체는 시간을 들여 모두거둘 수 있었다.
여기에는 마지막에 살아남은 용종들의 도움이 있어서 금방 끝날  있었다.

용종은 뜻밖에 쉽게 찾을 수 있었다고 해야 할까.
좀 더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서 용화를 하며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알아서 나를 찾아왔다.

카르아의 말을 믿지 않은 것은 아니고, 용종과 연결되는 감각은 이미 시체에서 느끼기는 했지만, 살아 있는 것들에게 느끼는 것은 처음이었기에 신기했다.

이 녀석들은 모두가 나에게 너무나도 호의적이었으며, 내가 하는 명령에 무조건으로 따라주었다.
완전히 복종한 것이다.

나는 비행종 몇 마리를 제외하고 자연으로 돌려보내기 전에 죽은 용종의 시체를 찾는 것을 도움받았다.

이렇게 해서 거의 1년 동안 이곳에서 지낸 이야기는 대충 한 것일까?

내 나이 15살. 이 세계에서 성인이  지 얼마  돼서 우리는 모든 것을 정리하고 다음 루트로 넘어가기로 했다.

의뢰로 인해 후작을 만나기 위해 그리고 폰티나의 행방을 위해 제국으로 가는 것이다.

본래 제국에는 빨리 갈 생각은 없었지만, 그래도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다.

폰티나의 행방은 그렇다 치더라도 후작의 의뢰는 기간은 없었어도 더는 시간을 들여서는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최대한 오늘은 출발해야 할  같은 느낌이 막 든다고 해야 할까?

“그럼 우리는 간다. 블루. 뒷일은 부탁해.”

『맡겨만 주십시오! 리제님께 도움이 될  있도록 세르니아는 열심히 키워놓겠습니다!』

이곳의 가디언. 이름은 블루라 지었다. 참고로 지은 사람은 시스티아와 레온 두 사람이다.

이제는 완전히  충실한 부하 같은 느낌으로 행동하는 청은 이곳에서 계속 세르니아를 키우는 일을 하기로 했다.
이곳에 있던 모든 세르니아는 우리가  가져가기때문에 씨앗 상태에서 다시 키워야만 한다.

언제나 했던 일이라 맡겨만 두라는 블루를 두고 나중에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나는 은신처를 나온다.

“아, 누나! 준비 다 되었어요!”

“얼른 와~”

“끼이익!“

은신처를 나오면 두 사람과 등급 A급에 분류되는 블랙 와이번 3마리가 보인다.
3마리는 전부 기승을 위한 준비가 끝난상태.
길드에도 사역마로서 등록이 끝난 정식적인(?) 애들이다.

앞으로 여러모로 힘을 써줄 애들이지만, 이 애들을 끌고 다닐 때 어디서나 주목받는 것은 피할 수가 없다.
용종을 사역마로 하는 것은 굉장히 드문 경우로 제국에 유명한 와이번 기사단이 있지만, 그것도 와이번을 새끼 때부터 힘들게 조교 하며 키운 것에 불과하다.

와이번 10마리가 달려들어도 못 이긴다는 전투력을 지닌 블랙 와이번은 그야말로 일반적인 상식을 넘어선 것이기에 어쩔 수 없다.

이제 다른 사람들 시선은 크게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럴 때도 아니고 말이지.

거기에 아직 누군지 모르는 이가 나를 신경 써서 뭔가를 한다면 그 꼬리를 잡을 기회를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고 말이다.

“자, 그러면 가볼까.”

그렇게 우리는 블랙 와이번에 탑승한다.
레온은 이제 완벽하게 익숙해져서 잘 탈 수 있게 되었지만, 시스티아는 많은 연습에도 끝까지 제대로 탈 수가 없었기에 내 뒤에 탔다.

내가 있어 온순하게 말을 듣는다고 해도 이건 기술도 없으면  되기 때문에 말이다.
아무래도 시스티아는 게임에서나 똑같이 기승에는 재능이 영 없는 것 같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마리를 더 데리고 다니긴 하지만, 시스티아가 혼자서  기회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가자!”

“끼이익!”

내가 조종하면 그대로 하늘을 날아오르는 블랙 와이번.
기수가 없는 블랙 와이번은 그런  뒤를 바짝 쫓아온다.

하늘을 나는 감각.
용화를 하면 날개로든 용언마법으로든 날 수는 있지만, 자신의 힘이 아닌 다른 존재로 나는 것은  다른감각이다.

현대에서 비행기를 타는 감각이랑도 다른 감각.
한마디로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굉장히 신이 난다.

보통이라면 마차로 5일은 걸리는 거리지만, 이대로라면 3시간 내로 도착할 것이다.

그렇게 내가 비행에 기분이 좋아지고 있으면 주로 미드라 불리는 곳에서 지속적인 감각이 느껴진다.

“뀨! 뀨우! 뀻!”

“시스티아. 세라가 하지 말래. 흔들린다고.”

참다못해 품속에서 머리를 내밀고 항의하는 세라의 말을 대신 전해준다.
하지만 시스티아는 멈추지 않고 그 행동을 계속한다.

“하지만 아직도 믿어지질 않아서...언제 이렇게 성장한 거야?”

“...뭐 너무 자라긴 했지.”

시스티아가 뒤에서 손을 돌려 이리저리 만지고 있는 것은 내 가슴이다.
본래도 그리 작은 몸은 아니었지만, 이번에 급속한 능력치 성장과 함께  또한 급속한 성장을 맞이해서 지금의 내 몸은 성인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몸이 되었다.
키는 대략 170cm에 시스티아가 말하길 들어갈 데는 들어가고 나올 데는 엄청나게 나온, 여자라면 꿈에 그리는 몸매라고 한다.

다른 건 그렇다 치더라도 나로서는 키가  정도라도 커 준 것에 대해 너무나도 감사할 따름이지만, 너무 급격히 자라는 바람에 몸에 익숙해지는데 고생했다.

특히 지금 시스티아가 가지고 노는 가슴은  모든 행동에 방해밖에 되지 않았다.

시스티아에게는 훌륭한 장난감(?).
세라에게는 훌륭한 안식처(?).

하지만 나 자신은 불만밖에 없는 이 상황.

보고 만지는 입장에서는 모르지만, 그걸 직접 지니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불편한 점밖에 없는지 몸소 깨닫는 중이다.

‘별로 알고 싶지 않았어...’

 또한 엄청난 거유파였기에 지금은 사죄해야  지경이다.

‘좋아해서죄송합니다...’

아, 자괴감 들어....

흠흠...아무튼, 이렇게까지 성장하게  원인은 역시 내 육체 자체가 인간에서 용인으로 바뀌게 되어 그런 것이다.
환골탈태 같은 현상을 겪으며 내 몸은 더 이상 인간이 아니게 되었기에 성장하는 것에 따라 육체도 같이 성장해버린 것이다.

아마 이 이상 더 성장은 하지 않겠지만, 동시에 쉬이 늙을 일도 없다.
드래곤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수명이 굉장히 길다는  같으니까.

“아무튼 그건 그거고 만지는  그만둬.”

“뀨우! 뀨!”

“싫~어~”

그만두라고 해도 막무가내였다.
뭐, 몸이 이렇게 되고 난 다음에는 언제나 이렇다.

잘 때도 마치 자기 것 마냥 끌어안고 자니 뭐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

“왜 그렇게 집착하는 거야?”

“음. 여러 가지 이유는 있지만, 미리 가슴 기운을 받아두는 거야. 장래에 나도 리제처럼 되고 싶으니까.”

“가슴 기운이라니...”

이상한 말을  만들지 마.

뭐 이것도 노력이라면 노력...인가?
하지만 성장한 시스티아의 모습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말이야.
딱 크고 작다는 경계에서 적당선을 취하고 있다 해야 할까.
나도 차라리 그 정도가 나았을 텐데...

“꿈 깨. 네가 리제 누나처럼 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거기서 더 자라지 않는다면 모를까.”

“뭐라고...?”

“!?”

보이지 않는 내가 어떤 상황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내 몸도 함께 움찔 떨린다.
진정한 살기라는 것은 이런 거지 않을까?
굉장히 무서웠다.

...레온. 아무리 그래도 건드려서 좋은  있고 나쁜 있다고?

“흠흠. 아무튼, 왜 온 거야?”

“아, 아아...네.”

레온은 최후미에서 따라오는 것으로 되어 있었기에 이렇게 앞으로 나왔다는 것은 나에게 할 말이있기 때문이리라.

“누나가 못 보신 거 같아서요. 저쪽에 한 마차를 뒤쫓는 무장한 무리가 있어요. 단순히 도적은 아닌  같은데...”

레온이 말하는 곳을 나도 자세히 본다.
거기에는 수십의 검은 후드를 뒤집어쓴 인원들과 어떻게든 도망가려 달리고 있는 마차가 보였다.
그리고 그 마차에는 눈에 익은 문장이 보였다.

“가서 도와주자.”

나는 빠르게 판단을 내리고 블랙 와이번의 방향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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