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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4화 〉제국(6) (44/107)



〈 44화 〉제국(6)

지금의 내가 속한 세력.
말하자면 3황자 세력은 강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약하지도 않은 세력이라고 한다.
좋게 말하자면 약하지는 않아서 다행인 것이고, 나쁘게 말하자면 굉장히 어중간하다.

물론 이것은 우리가 오기 전의 이야기.

아직  세력에 대해 정확하게 아는 것이 아니므로 완벽하게 판단할 수는 없지만, 우리가 이쪽에 붙게 됨으로써 파워 밸런스는 엄청 깨졌을 거다.

그렇기에 오히려 이쪽에서 먼저 공격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하지 않는다.

우리가 맡은 것은 어디까지나 호위.
자고로 호위란 단순히 지키는 것이 아니고 호위대상의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호위 대상에게 가장 위협이 되는 것은 당연히 최대의 적들.

그들이 없어야만 가장 안전이 확보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공격에는 나갈 수 없으니 생각했다.

나갈 수 없으면 직접 찾아오게 하여  전력을 깎아버리자고.

이렇게 되면 철저하게 방어도 하면서 동시에 공격도 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 작전에서는 가장 큰 핵심이 있었는데, 상대방이 어떻게 찾아오게 하느냐.
이것이 성립되지 않으면 그냥 안에서 콕 박혀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방법은 굉장히 쉽게 찾아냈다.
현재 제국을 제법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나를 이용하는 것이다.

그 누구도 테이밍 해본 적이 없다는 블랙 와이번을 3마리나 테이밍한 정체불명의 인물.
대륙에서 손에 꼽는 소드 마스터이며 후작의 라이벌로 유명한 란델의 제자.
15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상당한 무(武)의 경지에 오른 상태.

이런 식의 이야기가 지금 제국에서 떠돌고 있으므로 꽤 유명한 사람이 되었다.

이곳에 처음 오고 난 다음에는 밖에 나간 적이 없어서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지만, 저택의 사람이나 가끔 저택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보자면 상당한 듯하다.

그런 내가 3황자에게 붙은 것 같다는 소문을 들으면, 분명 누군가는 한 번 찾아올 것으로 생각했다.
나를 시험하기 위해서든, 회유하기 위해서든.
그리고 현재 저택에 후작이 부재중으로 멀리 가 있는 상황이라면 더더욱.

아마, 자신들에게 굉장히 유리한 상황이라 생각하겠지. 그래서 이렇게  걸린 것이다.
자신이 지금 어디에 들어온 것인지도 모르고.

물론 이것은 우리가 그들보다 강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전제조건이 있지만, 그것에 대한 것은 걱정 없다.
이미 나나 레온은 란델조차 인정할 실력이 되었으니까.
게다가 1황자가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데리고 온 마스터 두 명을  봤을 때 생각했다.

약하네?

그들도 분명 마스터의 경지에 들어서기 위해서 피나는 노력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평민에서 실력만으로 귀족이 된 후작을 제외하면 제국에서 알려진 마스터는 명문 귀족 출신. 분명 어렸을 때부터 갖가지 것들을 받고 성장했으리라.
그들에게서는 후작과 같은 고생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의 나로서도 쉽게 이길 수 없을  같다는 위압감이 존재하지 않는다.

...뭐, 고생이라는 점을 따지자면 내가 가장 날로 먹었고, 내 곁에서 갖가지 혜택을 받아 온 레온은  말이 없어지지만, 애당초 우리들의 존재 자체가 이레귤러 중에 이레귤러이니 넘어가도록 하자.

아, 아무튼 이들은 우리라면 충분히 꺾어 버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암! 그렇고말고!

"이 년이...! 좀 반반하다고 봐주려고 했더니, 뭐라고!?"

어이쿠. 황자라는 놈의 대사가 길바닥에 널려 있는 양아치랑 똑같네?
그러고 보니 1황자는 모든 황자중에서도 가장 방탕하다고 했던가.

술과 여자를 좋아하는 것으로는 제일이라고.
그리고 더러운 짓으로도 말이다.

그 때문에 양아치 버릇이 몸에 밴 것일까? 뭐, 아무래도 상관없다만.

"형님. 말은 바르게 하시죠? 솔직히 리제 정도면 반반한 정도가 아니지 않습니까? 제국 제일, 아니 대륙 제일이라고 봐도 과언은 아니라 생각하는데요?"

"뭐..."

태클 거는 부분이 그거냐!?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냐...!

"마, 맞아요! 리제 님은 세상에서 제일 예뻐요!"

"아니..."

엘리나 마저...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내가...내가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어이가 없어서 시스티아랑 레온을 바라보면 어쩐지 만족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나만 이해가 되지 않는 건가...?
나는 평소 거울은 그다지 보지 않고 외모에 관련된 것은 신경 쓰지 않는다.
그저 깔끔하게는 있을 정도...?
다만, 항상 시스티아가 이리저리 만지고 있고, 이곳에서 지낼 때는 엘리나나 메이드도 이래저래 만지고 있다.
그거 때문에 그런가?
솔직히  지금의 외모를 보면 그냥 보통이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시스티아가 아직 어려서 그렇지 좀  크면 시스티아가 가장 예쁘다고 생각한다.

`...아니, 지금  이런 생각을 하는 거지?`

시스티아가 예쁜 것은 불변의 사실이지만, 지금은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흠흠! 그런  아무래도 좋지 않습니까. 지금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가 맞아(요)!""

"아...그렇군요..."

리히텐과 엘리나는 물론 시스티아와 레온 마저 이구동성으로 그렇게 외친다.
뭐야 너희...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하지만 지금 따질 문제가 아니라는 건 맞는 말이야. 그렇지요? 형님."

"이 자식이...!"

조잡한 콩트를 보는 것만 같은 지금 상황은 1황자가 봤을  자신을 놀리는 것만 같아 유쾌한 일은 아닐 것이다.
1황자는 곁에 있던 마스터 남자 두 사람에게 손짓했다.
아마 자작과 백작이었나. 이름은 기억이 안 나.

“전하, 괜찮으시겠습니까?”

“상관없다! 저런 놈들에게 소중한 황자를 맡기고 나간 멍청한 후작 놈 탓이지!”

상황은 단숨에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나아갔다.
1황자가 데리고 온 기사들은 후작가의 기사들과 대치하고 마스터 2명은 이쪽으로 다가온다.
실로 내가 원했던 상황이지 않을 수 없다.

“갑자기 이래도 되겠습니까? 아무리 황자라고 해도 같은 황자를 이렇게 대놓고 죽이는 건 위험할 텐데요?”

“흥. 우리 제국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군. 우리 제국은 힘이야말로 정의다. 정상에 오르기도 전에 죽는다는 것은 약했다는 증거. 폐하께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신다.”

 말은 사실이다.
본래 제국은 그런 면이 상당히 강했었는데, 이번 황제는 그런 면이 정말로 강하다.
자식들이나 부인들이 죽어 나가도 그건 어디까지나 약했을 뿐.
강한 자만이 살아남아  제국의 미래를 이끌 수 있다.
이런 생각이라고.

아무리 무력을 중요시한다지만, 너무 극단적이다.
하긴, 이러니까 마족들에게는 좋은 표적이 되었겠지.

아무튼, 이렇게 잘 아는데도 물어본 이유는 단  가지.

네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딴소리 하지 마라?

“자작. 저쪽은 맡긴다.”

“네.”

“백작! 그 년은 팔이나 다리 하나쯤은 상관없지만, 무조건 살려서 데려와라!”

하...뭔 나를 노리는 놈들은  이리 변태 놈들이 많아?
세피룸에서 나를 노리고 시크를 보낸 디올드 새끼도 그렇고 정말이지 소름이 돋네.

그런데 시크 녀석 디올드  녀석은 잘 처리했는지 몰라?

“뭐, 나중에 알게 되겠지.”

지금도 내가 명령한 일을 아주  처리하고 있을 것이다.
아마 속으로는 나를 엄청 욕하고 있을 테지.

“...뭐가 웃기지?”

“그냥 모든 게요.”

“그 웃음, 곧 없어질 것이다.”

 상대는 백작인가. 하긴 여기에서는 내가 가장 실력이 좋다고 판단하고 있으니까.
확실히 그것은 맞는 사실이긴 하지만,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으음. 너도 보고에 있던 란델의 제자라는 꼬맹이인가. 거기를 비키면 죽이는 순서는 가장 나중으로 해주지.”

“네? 당신이 저를 어떻게 죽이신다는 거죠?”

레온 녀석은 강하면 강했지 결코 자작보다 약하지 않다.
그것뿐만이 아니고 저렇게 혼자 도전한다는 것은 자살에 가깝다.

레온뿐만 아니고 우리에게는 비장의 패가 있다.
뭐, 지금은 레온 혼자서 충분하니 그 패를 보일 이유는 없지만 말이다.

“절대로 죽을 리는 없을 것 같은데요.”

“뭐라고?”

“그쪽이 너무 약해서 죽을 리는 없을 것 같다고요.”

“이...! 천한 쓰레기가...!”

레온을 제외한 모두는 뒤로 물러났고, 레온은 그 자리에서 검을 뽑지 않은  검자루에 손을 댄다.
아무래도 한 번에 끝낼 생각인가 보군.

“이쪽도 시작할까.”

“...”

그렇다면 이쪽도  수는 없지.

“...무기를 꺼내라.”

“어? 걱정하시는 건가요?”

“...”

그런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오로지 나에게 무기를 꺼내라고 그렇게 말하는 듯이 바라본다.
아무래도 이 백작은 1황자처럼 인성이 개쓰레기는 아닌 듯하다.
 1황자에 붙어 있나 싶다가도 뭐, 마음대로만 되는 것이 있는  아니니까.

“그냥 신경 쓰지 말고 오시죠. 선공은 양보하겠습니다.”

그렇지만  무기를 꺼낼 생각이 없다. 필요가 없으니까.
그런 내 말에 백작의 미간이 좁혀졌다.

“자만은 목숨과 연결된다.”

“자만한 적 없어요.”

사실이다. 나는 자만한 적이 없다.
이것도 어디까지나 상대를 파악하고 난 다음에 하는 행동이다.
그리고 내 무기는 내 몸이다.
내 손에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다고 해서 약해지는 것은 없다.

“갑니다.”

나는 이 제국에 와서 처음으로 진지하게 힘을 끌어올린다.
오러를 전신에 돌게 하고 손에는 강기를 발현시킨다.

“뭣!?”

백작을 시작으로 주변에서 놀라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다급히 본인도 검에 강기를 두르고 있지만 늦었다.
나는 그대로 백작에게 달려들었다.

“많이 아프실 겁니다. 제가 손이  매워서!”

“읏!? 커헉!?”

내 느린 스피드는 백작에게 대비할 시간을 줬지만, 대비한다고 해도 상대가 막는다는 행동에서는 아무런 소용도 없다.
그 증거로  공격을 검으로 막았지만, 결국 배를 얻어맞은 백작은 뚝 부러진 검과 함께 빠르게 날아가 그대로 벽에 처박힌다.

“마, 마스터...그것도 나보다 상위...그럴 수....가...”

그렇게 백작은 주변에 설명하듯이 말하더니 눈을 까뒤집고 기절해버렸다.

“으아악!!”

그렇게 백작이 기절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자작의 비명이 들려왔다.
뒤를 돌아 확인하면 양팔을 베여서 땅을 뒹구는 자작의 모습과 자신의 검을 검집에 갈무리하고 있는 레온의 모습이 보였다.
레온은 란델과 똑같은 민첩 타입의 검사.
내가 레온보다 더 강하기는 하지만, 민첩하나만큼은 이미 나를 뛰어넘은  오래다.

자, 그러면 우리들의 일은 이걸로 끝났다. 이 뒤는 리히텐이 알아서 할 차례.

“어라. 너무 빨리 끝나버렸습니다? 형님.”

“마, 말도 안 돼...! 계집과 꼬맹이가 저 둘보다 높은 경지의 마스터라고...!? 웃기지 마!”

“현실도피 하지 말아주시죠. 형님.”

“으악!? 나, 나를 지켜라!”

리히텐이 다가가면 잔뜩 겁을 먹은 듯이 뒷걸음을 친다.
그러면서 남은 기사들에게 명령하지만, 그들은 이미 백작과 자작이 쓰러졌을 때 전의를 상실한 상태였다.
들고 있던 무기를 버리고 양손을 들어 올리며 항복 의사를 보였다.

“이, 이놈들이 뭘 하는 것이냐!”

“기사들이 훨씬 더 현명하군요. 얌전히 항복하면 목숨은 건질 수 있으니까요.”

“뭐, 뭐라...!?”

리히텐은 1황자가 말할 틈은 더는 주지 않으며 그의 멱살을 강하게 잡았다.

“그러게 판단을 잘했어야지. 이렇게 미끼를  물고 그러면 어떻게 해. 이 개자식아!”

“악!?”

고작 일반인의 주먹이었지만, 굉장히 울분이 담긴 주먹이었다.
아마도 1황자에게 쌓인 것이 많았던 모양.

“한 대만으로 되겠어?”

“당연히 안 되지.”

“!?”

내 물음에 리히텐은 씩 웃으며 답하고 다시 1황자를 바라본다.

“제국은 가장 강한 이가 제일. 자기가 한 말은 잊지 않았겠지?”

“아, 아아...! 도, 도와...아아아악!!”

그렇게 1황자의 비명과 함께 일단 일은 해결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보면서 약간의 의문이 가시지 않고 있었다.
1황자에게는 분명 페이론 후작과 비슷한 실력을 지니고 있다는 자가 붙어 있었을 텐데 왜 그가 오지 않았을까?

확실하게 하려면 그가 오는 것이 가장 나았을 텐데.

그리고  의문에 대한 대답을 얻는 것은 그리 오래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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