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6화 〉제국의 수도(1)
제국의 수도. 헬리오스.
이 거대한 도시의 중앙에 자리 잡은 거대한 성은, 단순히 황제가 기거하는 곳이라는 의미를 넘어선 제국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곳이다.
황제의 생일이 가까워져 제국 전체가축제 분위기에 들어선 어느 날, 성의 상공을 갑자기 어떠한 큰 그림자 세 개가 덮었다.
“뭐, 뭐지?”
“저거 좀 봐!”
“끼이이!”
꽤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몸이 울리는 것만 같이 들려오는 울음소리.
“와이번...인가?”
“아니, 하지만 와이번이 저렇게 컸었나?”
그것을 올려다보는 이들은 순간적으로 두려움에 떨었지만, 금방 익숙하다는 듯이서로 그런 주제의 대화를 나누기 시작한다.
애초에 이들은 저런 존재에 익숙하며, 애초에 성 상공에 저런 것이 떴는데수도를 지키는 기사들이 가만히 있다는 것도 이상하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그 믿음은 거의 절대적이었다.
“어? 그러고 보니 그 소문 있잖아.”
“소문?”
“그 왜 있잖아. 리비네에 나타난...”
“아아!”
그들은 곧요즘 제국에서 가장 유명한 소문을 떠올리고 곧바로 이해한다.
그것은 아무도 길들인 적이 없다는 블랙 와이번을 테이밍하고 그 본인도 마스터급으로 강하다는 한 명의 여자에 대한 소문.
“그렇다는 것은 저건 블랙 와이번이고 저기에 그 소문의 ‘용희’가 타고 있다는 건가.”
“그러고 보면 외모도 엄청나게 아름답다지? 정말 어느 정도로 아름다울지 한 번쯤 보고 싶단 말이지.”
“소문이라는 것이 본래 과장되기 마련인데 용희는 이미많은 이들에게 검증이 끝났다 하니 필시 아름답겠지.”
“용희의 모습을 담아낸 그림은 굉장하게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네. 유명한 화가들은 오히려 자신들이용희의 외모를 다 담아내지 못해 한탄하고 있다 하지.”
그리고 압도적으로 오르내리고 있는 것은 그 외모.
정말로 신이 내려준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아름다운 외모를 누구나가 칭송한다.
그 ‘용희’ 본인이 듣는다면 대단히 싫은 얼굴로 짜증을 내겠지만 말이다.
“3황자의 약혼녀라는 소문도 있던데 그건 진짜일까?”
“그건 아직 진짜 소문에 지나지 않은 모양이야. 거기에 3황자께서는 이미 약혼녀가 계시잖아?”
“하지만 3황자 편에 붙었다는 것은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거기에 본인이 들으면 노발대발할 말까지 서슴지 않고 한다.
이 자리에 없어서 다행...이라고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런 소문은 이미 제국 내에 널리 퍼져서 어디에서든 들을 수가 있게 되었다.
그 본인이 듣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
시간은 또 조금 지나 우리는 블랙 와이번에 나눠 타고 제국의 수도로 향하고 있었다.
나와 시스티아, 엘리나. 레온과 리히텐. 후작과 란델.
마지막은 조금 걱정되는 조합이긴 하지만, 딱히 문제는 없는 것 같다.
서로 굉장히 싫어하거나 자기가 블랙 와이번을 몰겠다고 하는 것 외에는...
“으음...”
“뀨...?”
내가 귀를 만지며 약간 불편해하면 품에서 머리를 내밀고 있던 세라가 즉각 반응한다.
세라는 점점 더 나와 ‘연결’되어 가고 있다.
본래 내 품에서 직접 드래곤 하트로 성장한 것이나 다름없는 아이라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드래곤 하트에 세라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 있었는데 이게 점점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예를 드는 것이 맞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엄마의 뱃속에 있는 아기는 탯줄로 연결되어있지 않은가. 어쩐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내 쪽에서 일방적으로 세라에게 마력을공급하고, 세라는 그 마력을 받으며 본인의 드래곤 하트를 만들고 성장한다.
이 연결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세라에게 이동하는 마력이 많아진다.
그에 서로의 생각하고 있는 것이나 감정 같은 것도 느끼기가 쉬워진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조금 멀리 떨어져 있어도 불안해하지 않는다.
나도 연결된 세라를 통해 할 수 있는 것이 있어서 안심된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귀가 좀 간지러워서 말이야.”
“뀨~♪”
조금 얼버무리듯이 말하며 머리나 턱을 쓰다듬어주면 기분이 좋다는 듯이 운다.
정말이지 귀여운 녀석.
어디까지나 보호자로서 있자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나날이 그냥 보호자로서는 있을 수 없게 된다.
그만큼 정을 붙이고 있다는 것인데 언제까지 이래야 할지는 모르겠다.
카르아에게는 딱히 기간을 정해진 것도 아니고...
‘나중에 한 번 가볼까.’
세라도 점점 안정되어 가는 중이니까 슬슬 한 번 가봐도 좋지 않을까 싶다.
물론 시간이 나야만 하겠지만, 조금 억지로라도 만들어 봐야...
“리제. 왜 그래?”
“하아...최근에 쉴 새 없이 귀가 가렵잖아...”
“아~”
아~는 뭐가 아~인 거야. 시스티아. 이런 사태를 만든 데에는 너도 한몫했잖아!
“그렇게 바라보지 마. 부끄럽게...리제는 자신에 대해서 너무 둔하기도 하면서 너무 신경을 쓰지 않아. 이건 솔직히 말해서 그랜드 마스터급이라 할 수 있어.”
“시스티아가 그런 걸로 예를 드니까 좀 이상한데...?”
“최근에는 이래저래 많이 들었으니까 나도 익숙해졌지.”
하긴 제국에 들어오고 나서 듣는 이야기가 그런 것들이니 시스티아도 익숙해질 때가되었나.
제국은 진짜로 내가 알고 있던 것 이상으로 무에 관한 관심이 남달랐다.
솔직히 나보다 약한 사람에게는 배울 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정말 얕보고 있었다니까?
거기에 후작의 도움도 엄청 컸다.
후작은 란델과는 정반대 타입인 중검의 소유자.
내가 참고할 만한 것이 많았다.
란델은 매우 탐탁지 않아 했고, 자신도 중검으로 바꾼다고 중얼거리듯이 말한 것이 들렸는데 절대로 그러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아무튼 덕분에 한동안 8에서 정체 중이었던 웨폰 마스터리도 9로 올라섰다.
1만 더 올리면 마스터.
마스터일 때와 아닐 때의 차이는 엄청나서 어떻게 될지 기대가 된다.
물론 마스터하기 위해서는 웬만한 노력 가지고는 되지도 않을 테지만.
“아무튼 나는 아무래도 이 상황이 이해되질 않아.”
"리제만 빼고 다 이해하고 있으니까 상관없어.”
“하아...진짜 할 짓도 없네. 남의 일에 신경 좀 끄지.”
딱히 시스티아에게 한 말이 아니다.
이 제국에서 지금도 내 귀를 간지럽게 하고 있을 모든 사람에게 말하고 있는 거다.
정말, 남에게 그런 관심을 쏟을 여유가 있다면 다른 곳에다 쏟으라고...!
“근데 애초에 눈에 띄는 것은 각오한 거 아니었어?”
“확실히 그렇기는 한데, 그게 어째서 90퍼 이상이 외모 이야기인 거야...”
내가 각오한 건 다른 거라고.
블랙 와이번을 사역하고 어린 나이에 마스터 경지라던가...
근데 오히려 그 두 개가 지금은 덤 취급을 받고 있다.
제발 좀 그러지 마...
‘나로서는 암만 그래도 이해가 가지 않는 게...그렇게 난리를 피울 정도로 예쁜 건지 모르겠어.’
나 자신이 살면서 외모에 대해 극찬을 받아 본 적은 한 번도 없었을뿐더러, 애초에 ‘리제’의 외모는 남들에게 극찬을 받을 만큼 아름답지는 않았던 걸로 생각된다.
잘 쳐야 보통. 그저 검은 머리라는 특이성이 있을 뿐.
‘만약 원작과 달라졌다면 원인은 카르아의 힘을 받고 나서 환골탈태를 경험한 것인가.’
정확히는 환골탈태 비슷한 한 것이지만.
아무튼 그 현상을 겪은 뒤로 확실히 피부는 엄청 깨끗하다고 나 자신도 느끼고 있다.
거기에 몸의 균형도 잘 잡혀 있고 성장이 너무 좋은 정도...?
후자는 너무 자란 곳도있어서 지금 굉장히 곤란하지만, 아무튼 그 정도다.
분명히 바뀐 것은 있지만, 극적으로 바뀐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 몰라. 이제는 누가 뭐라고 한들 신경 쓰지 않을 거야.”
“그게 가능하면 좋겠는데. 용희 님.”
“...”
용희라는 말에 너무나도 싫은 기분이 든다.
차라리 1황자에게 드래곤 여자라 불렸을 때가 훨씬 나았다.
도대체 어디서 그런 별명이 붙기 시작한 것인지 머리가 아프다니까.
드래곤 프린세스...라니. 우욱...너무 안 어울려서 죽을 것 같아.
“후우...역시 축젯날이라 사람이 엄청 많네.”
“성에도 다 왔는데 엘리나 깨워야 하는 거 아니야?”
“좀만 더 재우지 뭐.”
엘리나는 나에게 안아 붙어서 잠들어 있는 상태다.
최근에 이상한 꿈을 꿔서 저녁에 잘 자지 못하고 있기에 이렇게 틈이날 때자는 모습을 보는 것이 꽤 많아졌다.
뭔가 굉장히 무서운 것이 자꾸 나타난다고 하는데 그게 정확히 뭔지 모르겠다. 너무 추상적이어서 말이야.
내가 아는 엘리나는 마족에게 잡혀가 의식의 제물로 쓰여 죽었다.
그의식은 봉인 당한 마왕에게 힘을 전달하여 봉인의 힘을 약하게 만드는 의식.
한마디로 마왕 부활의 의식이다.
그 제물의 대상이 정확히 어떠한 조건인지는 모르지만, 엘리나가 특별하다는 것쯤은 잘 알겠다.
내가 받은 의뢰는 리히텐과 엘리나의 호위이지만, 나는 거의 일찌감치 호위 대상은 엘리나로 좁히고 있다.
리히텐은 살아남을 힘이 있고, 레온도 있으니까.
저 둘은 꽤 죽이 잘 맞는 듯하니내가 크게 신경 쓸 것도 없어 보이고 말이다.
아무튼 마족이 이곳에 만약 나타난다면 필시 높은 확률로 엘리나를 노릴 것이다.
“시스티아. 탐지는 맡긴다.”
“내가 이상하다고 느끼는 거 말이지...? 신전에서도 그런 마족 탐지법은 없다고 하던데 참 신기한 일이네. 뭐, 리제가 말하는 건 난 무조건 믿을 거지만.”
“고마워.”
“고, 고마울 것까지는...에헤헤...”
그렇게 다시 한 번 시스티아에게 당부하고 나면 블랙이1을 몰아 성에서 준비했을 착륙장으로 향한다.
나는 어디까지나 호위이기에 후작에게 신호해서 앞장서 달라고 하지만, 어째서인지 후작은 내가 먼저 가라 하고 있다.
먼저 가서 안전 확보라도 하라는 걸까. 아니, 하지만 성 내라고...?
이상함은 느끼지만, 일단 고용주의 뜻이었기에 그 말에 따라 먼저 나간다.
그리고 그 근처에 갔을 때.
“응...?”
나는 더 이상함을 느낀다.
단순히 장소가 준비된 것이 아니고 어쩐지 그 주변에 정말 많은 인원과 기사단에서 키우는 와이번들이 정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 혹시 황자, 황녀와 제국의 영웅이라 할 수 있는 후작이 있어서 그런 건가...’
이러면 더더욱 내가 앞서 나가는 것은 아니지 않나.
그렇게까지 생각했지만 이미 돌리기에는 늦은 뒤였다.
마치 이곳에 착륙하라는 듯이 공간이 있었기 때문에 그곳에 블랙이1를 착륙시킨다.
그리고 일단 내리지 않고 나머지 사람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려고 하는 찰나.
“용희. 리제 님에게 경례!”
“...응!?”
정렬하고 있던 기사들이 척! 하는 소리와 함께 왼쪽 가슴에 주먹을 올린다.
제국식 경례.
단순히 그것만 보자면 그리 문제 될 것은 없어 보이지만, 이들이 제국의 수도를 지키는 황제 직속의 근위기사라는 것이다.
즉, 엘리트 중의 엘리트. 황족이라고 한들 힘이 없으면 무시한다고 할 정도인 이들이 이렇게 깍듯이 내 이름을 부르면서 경례를 한다고...?
“제국의 수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용희.”
“어...”
“도착하시면 곧바로 모시고 오라는 황제 폐하의 명이 있으셨습니다. 동행을 부탁합니다.”
“...”
나는 아무래도 아직도 용을 좋아하며 무를 숭상하는 제국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듯하다.